-
-
잘못 뽑은 전교 회장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56
이은재 지음, 신민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지난 총선부터 만 18세 투표권을 얻었다. 고등학생들도 나라의 움직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선거권 자격을 얻는 것이다. 민주주의 역사와 더불어 의식이 있는 청소년이 청년이 되고 중장년, 노년이 되는 올바른 길이라 생각한다. 되도록 빠른 나이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선거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선행되었으면 좋겠다.
'잘못' 시리즈의 이은재 작가의 신작 《잘못 뽑은 전교 회장》은 아이들에게 선거의 의미와 리더의 자질에 대한 재미있는 그림동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잘못 뽑은 반장》을 비롯해 '잘못'시리즈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다. 이번 신작은 어린이 선거라는 주제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책임감을 심어주고, 어른들도 공감할 내용을 유쾌하게 풀어 내고 있다.
제목의 '잘못'은 주인공 금동기를 변화시키는 촉매제다 된다. 학교 최고의 스타를 꿈꾸는 김동기는 매번 반장선거에 낙선하는 고배를 마셨다. 사고뭉치에 허풍쟁이, 잘난 척 대마왕이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진가를 알아줄 거라고 자신 있게 떠뜰고 다닌다. 마치 세상이 미친 거지 자기가 미친 게 아니라던 돈키호테처럼 유일한 친구이자 심복 '산호'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이렇게 동기가 자존감, 자애감이 높은 이유는 에디슨을 롤 모델로 설정하고 있는 탓이었다. 지금 인정받지 못하지만 곧 나의 날이 오리라는 굳음 믿음과 함께. 키도 작고 볼품없지만 최고의 코미디언이 된 작은 거인 아저씨를 선망하며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되기라는 꿈도 야무지게 꾸고 있다.

한편, 매번 반장선거에는 떨어졌지만 학교 개교 10년 행사를 맡은 재치 있는 회장을 뽑는다는 말에 솔깃. 드디어 처음으로 회장직에 도전하고자 했다. 선거 캐치 플레이는 '뒤집힌 거북이 작전'이다.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는 말로 뭔가 다른 것을 보여주겠다는 선전포고 같다. 공약은 바로 아이돌 치얼스 영입. 행사에 치얼스를 섭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면 스스로를 홈쇼핑 판매 상품처럼 포장해 잘못된 포퓰리즘을 펼쳤다.
드디어 선거일. 아무도 동기가 회장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게 화근이었다. 실체를 아는 6학년들 동기를 뽑지 않았지만 잘 모르는 4,5학년은 '아이돌 공약'에 넘어가 누군지도 모르고 뽑아주었던 것. 생각지도 못한 회장 감투 탓에 동기는 그동안 받았던 수모를 모두 대갚음해 주겠다는 일념으로 독재정치를 펼친다.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대통령도 임명권으로 자신의 측근을 데려온다며 친구 산호를 임원으로 임명한다. 게다가 말끝마다 '회장 말을 잘 들어야지..'. 동기를 회장으로 생각하지 않는 임원들과 시시콜콜 부딪히기 일쑤였고, 불만은 커져만 갔다. 회장이 돼서 하는 일보다 싸우는 일이 더 많아질 무렵, 슬슬 공약을 이행하라는 압박은 커지기만 한다.
결국 대망의 시간이 다가오자 무작정 동기는 방송국 앞에 찾아가 치얼스 누나들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만나주리 만무하고 몰래 녹화장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작은 거인 아저씨에게 들키고 만다. 동기의 우상이었던 작은 거인 아저씨는 보는 것도 영광인데 같이 밥도 먹게 된다. 그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고, 아저씨에게 용기를 얻게 된다.
책은 동기처럼 어딘가 부족하거나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를 통해 누구나 감정을 이입하고 고난을 헤쳐갈 수 있도록 돕는다. 학교가 사회와 다른 것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전 시행착오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서는 어른이 되지 않고,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다시 해볼 기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이 주는 역설은 세상에 잘못된 것이 잘못이 아닌 실수로 받아주는 관용을 키우도록 도와준다. 누구나 잘못된 삶, 잘못 태어난 사람이 아닌. 서로 보듬어주고 토닥여 준다면 잘못을 함께 풀어갈 수 있음을 말해준다. 분명 동기는 엉터리 공약으로 전교 회장이 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책임감과 자신감, 자존감, 정의, 소통을 배워 간다.
책을 읽으면서 현재 사회와 비슷하다는 기시감에 씁쓸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공약이 잘못되었으면 고치면 되고, 하다가 잘 안되더라도 다시 하면 된다. 하지만 뱃사공 리더 한 사람이 잘못된다면 그 배에 탄 모든 사람이 뒤집힌 배에서 자폭하고 말 것이라는 점을 가르쳐주는 좋은 동화다.
*독자대상: 초등학교 3학년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