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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혁명 - 현실과 상상의 모든 공간을 손안에 담는 지도기술
빌 킬데이 지음, 김현정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평점 :

내비게이션 없는 길 찾기가 가능할까? 십 년 전만 해도 지도와 방향감각과 약간의 육감(?)을 이용해 목적지를 찾아갔다. 그러다가 길을 잃으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 길거리의 사람들, 현지인, 슈퍼 주인, 주유소 직원 등등. 우리는 최근까지도 구글맵 없이 어디든 찾아갔던 인류다. 하지만 이제는 없다면 매우 곤란한 처지다.
책은 구글맵, 구글어스, 포켓몬고를 만든 개발자 빌 킬데이의 책이다. 그는 보스턴에서 길을 헤매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했다. 20만 년간 존재해 온 인류 중 길을 잃어버려 본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혁명적인 디지털 지도 제작과 위성사진 전문 스타트업 '키홀'을 만들었고, 5년 뒤 구글에게 인수되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스타트업 창립부터 구글의 혁명적인 발명품이 되기까지 혁신적이로 똑똑한 상품을 만들고 전 세계에 알린 천재 개발자의 흥미로운 개발기, 즐거운 고군분투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맵이나 네이버 지도 서비스가 앞서지만 해외에 나가면 무용지물이라 구글맵을 쓸 수밖에 없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난감함과 공포감이 두 배로 찾아오지만 구글맵만 있다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구글어스는 또 어떤가. 가본 적 없는 곳을 마치 신(神)의 입장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권을 쥐여주었다. 현재는 많이 시들해졌지만 포켓몬고는 전 세계의 어른이들을 책상 의자에서 일으켜 걷게 만들었다.
스타트업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제품을 발명해도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다반사다. 키홀도 그 과정을 피해 갈 수 없었는데 그때 운 좋게도 투자를 받아 지속적인 개선에 힘쓴다. 특히 CNN 걸프전 당시 미군의 이동경로를 설명할 때 전국 방송을 키홀이 타며 큰 인지도를 얻는다. 그 밖에도 지도가 필요한 군사 부분에 협력하게 되며 몸집을 키워간다.
그렇게 명맥을 근근이 유지하다가 드디어 구글에 팔리며 킬러 콘텐츠로 성장하게 된다. 구글은 키홀의 잠재성을 한 번에 알아본 것이다. 구글의 검색 기능과 아이폰 출시, 구글맵이 탑재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특히 전 세계인들이 집콕 시기인 만큼 구글어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오, 요즘 참 유용하단 말이다. 안방에서 그랜드캐니언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단 말이지?" 이 경이롭고 신기한 작업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어릴 적 살았던 동네의 과거 모습 훑어보기, 전염병 지도를 확인하고 미리 피해서 이동할 수 있고, 박물관과 미술관 내부를 공짜로 둘러볼 수 있다. 새로운 동물 종, 새로운 섬, 새로운 보초, 중국의 축소 군사훈련장, 체코의 이동 중인 소때를 볼 수 있다.
몇 해 전 영화 <라이언>은 구글어스로 인생을 다시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다섯 살 때 인도에서 기차를 잘못 타고 집에서 멀리 가 호주에 입양된 한 남자가 구글 어스를 이용해 25년 만에 집에 돌아온 감동 실화를 기억할 것이다. 구글어스는 쓰임새는 놀라운 만큼 다양하고 경이롭고 감동적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부분도 존재한다. 어떤 경우에는 구글맵 접속지역에 따라 사용자들이 다른 버전의 구글맵을 볼 수 있단다. 예를 들어 일본 거주 사용자는 일본 서쪽 바다가 일본해로 표기되고, 한국에 거주하는 사용자에게는 동해로 표기되는 해프닝이다. 이 부분은 계속해서 국제사회에 건의하고, 잘 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일이 필요함을 일깨워 준다.
읽으면서 느껴지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꾼이 아닌 학자의 의지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구글맵과 구글어스와 같은 훌륭한 서비스가 무료기 때문에 개인의 수익보다는 사용자를 늘렸고 공익을 위해 쓰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이 불러온 인류 혜택은 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시기에 다양한 활약을 하며 기술 진보를 이루었다. 현재를 구글에서 분리되어 또 다른 혁신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책을 통해 지구는 연결되어 있고 인류는 공동운명체임을 또 한 번 느꼈다. 지도 제작이 갖는 의미는 엘도라도를 찾아 아마존으로 떠난 퍼시 포셋처럼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가기 위한 끊임없는 호기심이 만든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개발자의 통찰력과 꾸준한 개발로 기회를 잡은 스티브 잡스와의 만남, 그리고 시대가 필요로 할 때 적재적소에 쓴 타이밍 래리 페이지까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디지털 지도 제작의 전반적인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