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이의 그림 그리고 싶은 날
김하민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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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세상은 아주 큰 캔버스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다양하고 무한한 재료가 널려 있다. 올해로 10살. 네 번의 개인전과 두 번의 단체전, 세 번의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SBS <영재 발굴단>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최근 영화 포스터 제작에 참여했고, 한 브랜드 냉장고 광고 작업을 함께 하는 등 미술의 영역을 다양하게 넓히고 있는 중이다. 김하민군의 그림 에세이를 만나보자.

 

책은 총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이나 곤충을 그렸고 2장에서는 영감을 얻은 다양한 사람들을 그렸다. 예수, 다빈치,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마를린 먼로, 오드리 헵번, 마이클 잭슨, 간디, 윤봉길, 김구, 노무현, 이한열 등등. 아이가 그렸다고는 믿을 수 없는 그림체가 마음을 움직인다.

 

 

3장에서는 마음 가는 대로 그려본 세상의 모습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한 커피컵 천사들의 모험, 콜라, 항아리 등. 유화물감이 아닌 수묵화나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예술 하는 하민이의 멋진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일상과 여행에 관한 생각을 그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만나보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 중에 유독 다빈치 할아버지의 그림이 많으니까. 같이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 길고 구불구불한 수염과 머리카락을 표현하기 위해 나이프로 긁고, 이쑤시개로 긁어 완성한 질감이 멋지다. 이 기법에 이름까지 직접 지었다. 흰 백(白), 손 수(手)를 써 백수 기법이다.

 

웃는 얼굴로 보이는 그늘진 마음까지 한 폭에 고스란히 담았다. 꾹 다문 입으로 무언가 말을 건네고 있는 것 같은 윤봉길 의사와 태극기. 목탄과 물티슈로 흑백 느낌을 내 완성했다. 그림의 깊이감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자꾸만 그림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 아이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아이의 그림이지만 어른을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힘. 주제에 따라 다른 느낌의 그림의 표현력에 감탄한다. 아이가 그렸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절대 모를 것 같다. 그 아름답고도 심오한, 자꾸만 보고 싶은 붓 터치의 투박함과 섬세함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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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이의 그림 그리고 싶은 날
김하민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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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과 진저브레드 -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김지현 지음, 최연호 감수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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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잘 먹는 나는 셜록 홈스의 식탐처럼 제때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고 놓치면 꽤나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그런 탓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살려고 노력한다. 어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퇴원한 104세 최고령 할머니를 뉴스에서 보면서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긍정적인 사고와 웃음, 삼시 세끼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할머니는 꽃님이란 이름처럼 활짝 웃고 무엇보다 삼시 세끼를 건강히 잘 드셨다고 한다. 역시 먹는 게 중요하다.

 

 

 

 

영화를 볼 때도 유독 먹는 것에 집착한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먹었거나 주요 소재가 되었던 음식, 그냥 이름만 나왔어도 한 번 꽂히면 그날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최근 본 영화 <나는보리>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짜장면을 먹는 장면이 세 번 정도 나놨는데 영화의 좋은 영향뿐만 아니라 영화가 끝나고 중국집을 찾아다녔다. 영화에서처럼 짜장 세트(탕수육 포함)가 만원인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마도 보리네가 단골이기에 중국집 사장님의 특별 메뉴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결국 다음날 짜장면과 탕수육(영화에서 이 조합은 중요!)을 먹었고, 금단 현상을 해소되었다. 가장 곤욕스러운 것은 일본 영화다. 일본 영화는 아예 대놓고 음식, 요리, 요리사, 장인에 관한 소재가 많고 나 또한 그때마다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저 맛은 어떨까 상상하고 괴로워했다.

 

 

때문에 번역가 김지현 씨의 책을 보면서 엄청난 공감을 했다. 그녀는 어릴 적 세계 명작 소설이나 소녀 소설을 읽으면서 낯선 음식, 재료 등에 열광했다고 한다. 현재는 번역가로 일하면서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까 행복하고도 괴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음식은 당시 그나라의 문화를 보여주는 척도기도 하기에 덤으로 세계사 공부까지 할 수 있어 좋다.

 

 

문학이 하는 일도 딱 이런 것 같다. 문학은 지극히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 있던 사물들이 본연의 맥락에서 떨어져 나오고, 평생 한 가지 용도로 써온 물건에서 갑자기 전혀 몰랐던 용도를 발견한다. 콜라를 마시기 위해 따야 하는 캔 뚜껑이, 로맨스 소설 속 가난한 연인의 손가락에서는 백금 반지가 된다. 냉동실 속 양다리 고기가, 추리소설에서는 살인 흉기로 둔갑한다. 불교도들이 교리를 깨우치기 위해 읽는 불경이,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라고 말하는 시 속에서는 서러움이라는 감정의 대명사가 된다.

P100

 

 

 

 

흔히 좋은 글에서 향기나 맛이 난다고들 한다. 맛깔스러운 문체, 향기로운 필체는 독자에게 상상 그 이상을 제공한다. 빨간 머리 앤과 다이애나가 먹었던 산딸기 주스, 《하이디》에서 나온 검은빵이 실제는 호밀빵이었다는 것, 《셜록 홈스의 모험》에 수록된 <독신 귀족> 중 셜록 홈스와 왓슨이 먹었던 차가운 멧도요 요리, 유럽 민담에서 흔히 등장하는 단추 수프(돌멩이 도끼, 손톱, 나무 등으로 치환), 젤리, 잼, 설탕 절임의 오묘한 차이점, 메리 포핀스 속 생강빵 에피소드는 맛을 상상하느라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는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에 등장하는 음식이다. "거무스름한 색깔, 건조한 질감, 넓적하고 반듯한 형태"라고 묘사되어 있는데, 쿠키인지 케이크인지 알 수 없지만 진저브레드인 거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생강빵 보다 빵을 싸고 있는 금종이 별이 중요한데, 금종이 별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제인과 마이클이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게 포인트다.

 

 

소울 푸드라는 말에 슬픈 의미도 알게 되었다. 옥수수가 전 세계적으로 가난과 연결되어 있는 재료라 슬프다. 우리나라에서는 톡톡 터지는 식감과 단짠단짠의 옥수수는 여름철 간식으로 자주 먹었는데 말이다. 노예제 시대의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미국 소설에는 소울 푸드로 자주 등장한다. 옥수수빵, 옥수수 케이크, 옥수수떡, 옥수수 팬케이크가 단골 메뉴다. 흑인 노예들에게 옥수수빵은 일상을 함께 하는 음식이었고, 주인들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값싼 식재료가 옥수수였던 탓이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는 부부 톰 아저씨와 클로이 아줌마가 각자 다른 곳으로 팔려가던 날 아침. 클로이 아줌마는 정성을 다해 요리한다. 우리나라의 소울 푸드라 불리는 프라이드치킨이 여기에도 등장한다. 가장 살진 닭을 잡아 튀기고, 옥수숫가루를 반죽해 팬케이크를 구워 낸다.

 

 

소울 푸드(Soul food)는 한국에서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 정도로 쓰이고 있지만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끌어와 노예생활을 할 때 먹던 음식들이다. 한국인에게는 전쟁의 애환을 상기하게 만드는 부산 밀면, 돼지국밥, 부대찌개 등등이 비슷한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소울 푸드라는 단어가 처음 생긴 것은 노예제가 폐지되고도 한참 뒤인 1960년 대의 일이다. 흑인들의 노래나 재즈에서 파생된 '소울 뮤직'과 흑인 인권 운동이 활발한 상황에서 '소울'이란 말이 미국 흑인들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말로 부상했다. 남부에서 북부로 올라와 어엿한 미국 시민이 되었음에도 계속되는 멸시와 차별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고향의 맛이었을 것이다. 어제 먹었어도 오늘 또 먹을 수 있고, 힘들 때 더욱 생각나는 소울 푸드의 정의 알고 먹으면 더 각별해질 것이다.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는 같은 빵이지만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문맥과 해당 나라의 식문화에 충동을 낳지 않는다. 따라서 한 단어의 의미를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면서 원래의 의미는 반감하기도 한다. 책을 통해 번역사의 단어 선택이 그 나라의 말을 모르는 독자(관객)에게 평생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영화 장르와 문화권에 따라 찰떡같은 번역으로 사랑받는 황석희 번역가가 있다. 또한 마블 마니아들의 광분을 산 오역 번역가도 있다. 타문화를 이해하는데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번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대로 직역하지 않고 의역하고 윤색하는 것. 음식 고유의 맛과 풍미를 살리고 원재료를 손상하지 않는 일류 요리사와 비견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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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이겨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아화보 편집부 지음, 네후이 그림, 강창훈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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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코로나19 바이러스(COVID-19 CO : Corona VI : Virus D: Disease 19: 2019). 처음 중국 우한에서 발병되었을 때만 해도 전 세계로 유행될지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아이들도 쉽게 코로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를 다룬 첫 번째 그림책이기도 하다.

 

 

원인과 경로, 예방법을 알려주는 그림책으로 중국의 대표 어린이 간행물 <유아화보>에서 직접 글을 썼다. 귀여우면서도 안 눈에 알 수 있도록 직관적인 그림에는 중국의 베스트셀러에 그림을 그려 온 그림 작가 네이후가 참여했다.

 

책 뒤편에는 코로나19, 사스, 메르스가 모두 같은 종류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한다는 정보도 기록되어 있다. 코로나라는 뜻은 라틴어로 왕관(crown), 화환(wreath)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너무 작아 눈으로 확인 불가능하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봤을 때 동그란 모양 주의에 동그란 뿔 같은 모양이 달려 있어 코로나란 이름으로 불린 것이다.

 

《알면 이겨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바이러스 정보를 모아 가르쳐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코로나뿐만이 아니라, 감기나 각종 질병이 우리 몸에 어떻게 들어와 질병을 유발하는지를 알려준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 것을 알리고 우리와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코로나 이후 시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지를 논한다. 건강한 식습관은 물론, 마스크 착용, 자주 손 씻기, 기침예절, 잘자기, 운동하기 등. 아이들이 지켜야 할 수칙과 또 다른 바이러스의 유행에 대처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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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반려동물 뽑기 내 멋대로 뽑기
최은옥 지음, 김무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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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애완동물과 다르다. 예전에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을 애완동물이라고 불렀지만 요즘에는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반려동물이라 말한다. 다시 말해 애완동물은 좋아해서 기르는 동물이고, 반려동물은 가족처럼 함께 하는 동물을 말한다. 즉,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승우는 나이 든 개 구름이와 함께 산다. 엄마가 결혼 전부터 키운 구름이는 요즘 부쩍 귀찮아하고 털도 예전처럼 뽀송뽀송하지 않다. 모습은 비슷하지만 개도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다. 아이들은 단박에 않다. 젊음과 늙음의 기운을. 승우는 최근 강아지 츄츄를 자랑하는 민준이가 아니꼽다. 친구들은 다들 자기가 키우는 반려동물 자랑에 나섰다. 하지만 승우는 구름이가 창피해서 대화에 끼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투덜거려 보지만 엄마는 구름이와 산책을 다녀오라며 이야기했다. 투덜투덜. 구름이를 데리고 공원 산책을 가던 준 '한마음 반려동물 페스티벌'이란 현수막을 발견한다. 거기에도 민준이는 츄츄를 데리고 와 자랑하기 바빴다. 승우는 왠지 시무룩해져 기분이 우울해졌다. 좋아하는 유리도 츄츄에게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화장실 뒤쪽 수풀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을 보고 따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반려동물 뽑기 돌림판이 있었고, 특별한 이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돌림판을 돌려 반려동물을 뽑았다. 귀여운 토끼가 나왔다. 그 순간 토끼를 데리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했지만 구름이가 보이지 않았다. 돌림판 받침대 아래쪽에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돌림판을 돌려 원하는 반려동물을 뽑으세요! 대신 당신의 반려동물을 맡겨야 합니다."

 

그래. 친구들에게 토끼를 자랑할 때까지만 잠시 맡기자고 생각한 승우는 구름이가 걱정되었지만 토끼를 데리고 친구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차례로 말 잘하는 앵무새, 달리기 빠른 깡깡이로 새로 뽑았고 갑자기 나타난 거미, 뱀, 개구리에 흠뻑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반려동물을 뽑았지만 어쩐지 구름이가 그리웠다. 이제 구름이를 찾아가려고 하던 순간 돌림판 받침대 글씨가 떨어지며 원래 글씨가 보였다. 경악스럽게도 '맡겨야'가 '버려야'였던 것이다. 놀란 승우는 자신이 구름이를 버렸다는 생각에 자책하게 된다. 과연 승우는 다시 구름이와 재회할 수 있을까?

 

책은 우리 주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애완동물센터, 동물을 사고파는 모습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묻고 있다. 동물은 생명이 있고, 재미와 흥미를 위해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 귀엽고 예쁜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반려동물은 책임이며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다.

 

승우는 반려동물의 인기와 자신의 인기를 동일시하거나 좋아하는 친구의 관심을 얻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의 인기를 시기해 반려동물을 사려 했다. 하지만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같이 성장한 추억만큼은 돈으로 살 수도 얻을 수도 없었다. 승우는 반려동물 뽑기 기계를 통해 생명 가치의 존중을 배웠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본다면 좋을 것이다. 반려동물 5천만 시대 더 이상 버려지는 동물이 없길 바란다. 함께 살아가고 더불어 살아가는 연대와 올바른 태도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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