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피엔스 -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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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란 현명한 인간이란 뜻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국가들의 민낯을 내보이며 스러져갔다. 현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을 받을 자격이 충분할까?

 

 

코로나 백신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백신이 만들어지면 뭐 할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회, 경제 체제는 무너진 후다. 바이러스는 가만히 있지 않고 활발히 변이한다. 진화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또 창궐할지도 모를 일이다. 종식은 아마 어려울 것이다. 3-5년 주기로 나타나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적응하며 사는 편이 현명한 일이다. 점점 빨라지는 속도를 맞출 수나 있을까. 인류는 바이러스보다 앞서지 못하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코로나로 바뀐 뉴노멀(new nomal, 시대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 을 준비하는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관련 책이 쏟아지고 있다. 며칠 전에 읽었던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미래 학자 제이슨 솅커의 예측이었다면 《코로나 사피엔스》는 국내 각계의 6인에게 들어보는 미래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적용하지 않아 아쉬웠던 책을 보안해 한국 사정에 맞에 예측해본 미래가 꽤나 흥미롭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 중심적 기업들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시대가 올 거라 예측한다. 자연을 건드려서 생겨난 게 바로 코로나19의 원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생태적 삶의 방식을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가야 경제도 살아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 때문에 뉴노멀하게 생겼다. 이번 기회에 거품 낀 경제를 돌아보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적응하는 것만이 '코로나 시대 의 신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이번 위기로 인간 삶에서 진짜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목표는 국민의 안전, 건강, 그리고 복지다. 그것을 위해 성장하는 것이지 주객전도된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가사노동부터 의료, 기본 서비스에 종사하는 돌봄 경제(care economy)가 없다면 우리 모두의 삶이 어려움을 깨달았다. 공공의료, 돌봄 서비스, 배달 및 택배 등. 이번 기회에 더 좋은 사회를 위해 사회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포노사피엔스》로 잘 알려진 진화 인류학자 최재붕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을 흔히 인공지능만 생각하는데 이번 사태로 언택트(비대면)와 초연결이 성장했다. 키오스크, VR 쇼핑, 챗봇, 온라인 수업 등 소비자와 만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OECD 국가 중 자영업자의 평균 비율이 15%인데 반해 한국은 25%인 점을 고려. 자영업자의 연쇄 도산을 막을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온라인 주문과 배달을 도입한 업체는 큰 타격이 없는 반면 안된 가게는 많이 폐업을 많이 했다. 물류 시스템이나 IT를 활용할 줄 아는 개인 능력이 세계 최고치인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사회시스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국가차원의 IT 전환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홍기빈 교수는 산업의 지구화(세계화), 생활의 도시화(도시 집약적 네트워크), 가치의 금융화(경제 중심), 환경의 시장화(생태위기)가 코로나와 맞물리면서 문명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뀔거라고 말했다. 세계화 현상이 없었다면 대륙간 이동이 벌어졌을까?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노가 반대편 나라까지 퍼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홍콩, 서울, 싱가포르처럼 거대 인구밀도가 높은 거대 도시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홍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미래를 대하는 방식에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애즈 유주얼'. 그냥 하던 방식대로 살자를 외친다면 경제의 완전 붕괴는 시간 문제다. 인간의 무한한 욕구를 소비로 유도하는 기존의 경제 성장을 버리고 인간과 자연과 사회 모두가 좋은 삶으로 전화해야 한다.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미국 중심의 야수자본주의 시대는 끝나고 말한다. 한국은 작은 미국이라 볼만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그동안 맹목적으로 미국을 추종해왔지만 미국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의식은 코로나로 무너졌고, 결국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지 않고서는 지구에서의 공존은 어렵다고 말이다. 미국을 신성시하던 한국은 이번 기회에 새롭게 우리를 돌아보고, 자본주의를 성찰하는 시기도 맞아야 한다

 

마지막 주자인 김경일 심리학자는 사회적 원트가(강요된) 아닌 나만의 라이크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의 척도가 어느 순간부터 사회가 정해주었다. 남들 다 있는데 너만 없어라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소수의 것에 만족감을 얻을 때 우리사회는 안정화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증명한 BTS나 <기생충>처럼. 남의 눈에 연연하는 인정 투쟁이 필요없어진 사회를 만들어 가자.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적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문명과 국가, 국민이 정적한 행복을 추구하고, 이를 타문화와 공존할 줄 아는 성숙함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이 코로나 시대에 무너지지 않고 오래 유지되는 것이다.

 

 

이 책은 CBS 라디오의 대표 프로그램인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2020년 4월 진행한 특별기획 '코로나19, 신인류 시대'를 바탕으로 했다. 다양한 분야의 여섯 석학들과 대담한 내용을 추렸는데 미처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까지 보강해 책으로 펴냈다. 실제 방송은 CBS<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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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싶은 마음 - 왜 노력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는가
오타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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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인정욕구가 있다. 이게 과해지면 관종이 되는데, 나는 관종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욕구가 있기에 당연한 것이다. 인정욕구에서 비롯된 의욕과 노력, 혹은 과욕은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축이 된다.

 

 

욕구가 없다면 발전도 없고 인류 문명도 없었다. 그러나 살인, 전쟁, 범죄 등 극단적인 폐해도 만만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책은 그 숨은 위험성을 찾아 해결 방법을 논의한다. 인정 욕구의 빛과 그림자, 그 배후에 숨어 있는 강박을 이야기한다.

 

 

SNS는 거대한 인정욕구의 시장이다. 최근 붉어진 n 번방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의 아이디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세상의 주목을 받고 싶고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다는 동기는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남들의 좋아요를 받은 게시물이 있다고 치자. 다음번에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한 노력을 한다. SNS에 좋아요를 받기 위해 벼랑 끝에서 인증샷을 찍는다거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SNS를 인기를 측정할 수 있는 거대한 척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폐단이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충격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고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기도 한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스스로를 인정하기 어렵다. 이런 큰 기대는 부담으로 다가와 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고학력 엘리트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들은 늘 공부나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에 최고의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실제 사회의 일은 노력이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자신이 해왔던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을 때. 비극은 시작된다. 카이스트 학생들이나 대기업의 자살 소식 혹은 빈번한 과로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엘리트 중에는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기대를 스스로 낮추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자기효능감은 떨어지고, 격차가 벌어져 점점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강박은 기대치, 자기효능감(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 문제의 중요성이라는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벌어진다. 사람은 남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까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정욕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올림픽에서 지면 안된다는 중압감으로 본 실력을 다 발휘하지도 못하고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심리적 압박이 일을 그르친 전형적인 예인데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배려가 중요하다. 인정 욕구의 강박이 괴로운 이유는 이미 획득한 평가나 신뢰 그리고 자신을 향한 기대를 한꺼번에 잃고 싶지 않아서이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거나 자기효능감이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 완벽주의자일수록 그런 집착이 크다.

 

 

회사라면 인센티브 제도를 두어 흔히 열정페이를 막고 열심히 한 사람에게 주는 포상을 당연히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성공 경험을 쌓아 가면 좋다.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인정받는 경험이 많아진다면 기대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실패의 경험도 성공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신의 약점을 포함해 모든 것을 보여주면 마음의 무거운 짐이 한결 수월해진다. 계속 이기기만 했던 사람이라면 주변에서 더 큰 기대치를 갖기 마련이다. 1등은 더 이상 올라간 곳이 없이 내리막이 있기 때문에 승리감은 길지 않다. 그때의 두려움과 허무함을 완충할 수 있는 실패 경험치를 쌓아 보자.

 

 

요즘 유행하는 부캐나 부계, 부업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직장에서 갖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거다. 특히 프리랜서는 자기 효능감이 큰 직업군이다. 기존의 공동체형 조직은 반드시 붕괴하게 되어 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조직이 없어지더라도 각자도생할 수 있는 개인의 프로화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일이든 한 가지 방법만 있다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 성공이 꼭 정답이 아닐 때도 있다. 이를 위해서 단단한 마음을 기르고 스스로를 옭아매고 만다면 언제라도 불행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과로사라는 병은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병명이 된지 오래다. 이런 죽음 이제 좀 그만 보고 싶다.

 

 

책은 인정욕구의 어두운 면을 여러 사례로 알아보는 사례집이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기에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었다. 인정받기 위해 무급으로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는 직장인, 금메달 코앞에서 놓친 압박감, 정시 퇴근 못하는 마음, 할복이 갖는 의미가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다분히 일본적인 사례로 조금은 지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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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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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야기와 인물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간의 뇌와 결합시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신선하지만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이야기의 원형은 사실 심리학과 뇌과학의 산물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퍽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소설을 끝까지 읽게 되며 드라마의 악녀를 욕하는 기타 행동들이 용의주도하에 계획된 거라니. 저자 윌 스토는 기자이자 소설가이다. 직업 특성 답에 기존의 이야기 중심의 접근 방식 대신, 고전, 현대 소설, TV 드라마, 영화를 분석해 행동양식을 완성했다.

 

 

첫째 장 '만들어진 세계'에서는 뇌가 자동으로 모형을 생성하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풀어 내고 있다. 둘째 장 '결함 있는 자아'에서는 캐릭터의 중심 성격과 반대되는 결함 있는 성격의 발현이나 외부 세계를 타파하고 성장하는 인물을 다룬다. 셋 째 장에서는 '극적 질문'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심오한 인류의 오랜 질문에 화답한다. 마지막 장'플롯과 결말'에서는 플롯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야기한다. 결국 플롯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인물, 사건, 해결 등 시작한 이야기를 끝맺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학교 다닐 때 문학 시간에 배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혹은 사건-위기-해결로 전개되는 뻔한 분석은 사양한다. 그 중심에는 예측 불가능한 인간들이 있고, 플롯에 일어나는 화려하거나 엄청난 자본으로 떡칠한 마케팅과 CG보다 중요한 것. 모든 이야기가 추구하는 인물에 관한 분석을 중심으로 한다.

 

 

 

캐릭터는 외부에서 벌어지는 행위의 풍경과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 비밀이 펼쳐지는 마음의 풍경이 상충될 때 극적으로 변화한다. 또한 매력적인 인물이나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왜곡된 세계나 자아를 극복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변화된 성격의 근본은 자아성찰 '나는 누구인가?'로 귀결되는 핵심을 말한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인물이 작품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끊임없이 모방하며 자기 현실에 대입하거나  충돌함으로써 성장한다고 믿는 것이다.

 

고전은 왜 시대와 나라를 떠나 계속 회자되고 재해석 되는지,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 낸 작품의 다양한 캐릭터는 어떤 위험을 돌파하는지, [부부의 세계]를 막장이라며 욕하지만 다음 화를 기다리는 심리는 무엇인지. 인류가 생긴 이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인 '스토리텔링(특히 남 이야기)'의 기재를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과학적으로 다룬다고 해서 어려울 것 하나 없다. 우리가 어떤 작품을 보고 감동과 슬픔, 분노를 느끼는 이유의 원인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어째 속았다고 느끼는가. 그렇지 않다. 어차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 이야기를 듣는 사람, 이야기를 옮기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무수한 창작물을 만들어질 것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계속해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야기의 성을 짓는 작가 위에는 날로 진화하는 독자, 관람자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야기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시대에 맞는 해석이 이어질 때 문화는 발전하고 인류도 나아간다.

 

《이야기의 탄생》은 시나리오 작가 혹은 연출자, 비평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참고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야기의 제왕이란 타이틀이 괜한 것이 아님을 그의 노하우로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언급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과 오슨 웰즈의 <시민 케인>을 꼭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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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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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집에 한 권씩 들 있지 않았나? 찾아보니 2000년 대 초반 베스트셀러였던 책을 1권 소장하고 있었다. 200만 명의 이상 독자와 만났다고 하니 명실상부 대한민국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야기'를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2000년 처음 출간되어 10년 뒤 5권 완견 될 때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 20년을 맞아 5권 특별 합본호를 선보였다. 무려 1,100쪽이 넘는 방대한 이야기의 힘이 응집되어 있다.

 

 

정확한 출처나 지은이도 없는 신화를 우리는 왜 읽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이야기에 끌렸다.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었고, 종이가 발병되면서 책으로 담아 옮겨졌다.

 

 

신화를 미궁에 비유하기도 한다. 미궁(모험)에 빠지지 않으려는 사람은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리아드네(기쁨)을 절대로 만날 수 없다. 실타래(상상력)를 빌려 미궁을 탈출하려는 독자에게 필요한 내용이 무궁무진하다. 유튜브로 클릭만 하면 해석해 주지만 굳이 텍스트로 읽는 이유는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영상으로 얻을 수 없는 기쁨을 책으로 간직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인의 관점, 영어 단어의 어원, 동양과의 접점을 통달할 수 있다. 신화를 공부하면 삶과 대중문화, 예술 영역 전 영역이 재미있어진다. 페미니즘과 윤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냥 쓰레기 모음집일 수 있다. 온갖 간통, 불륜, 치정, 근친상간, 패륜, 범죄 등등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를 통해 신과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터부시하는 어떤 것에 도전하거나 면죄부를 받는다. 1권은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라는 테마로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 뭐니 뭐니 해도 '사랑'테마가 백미다. 제2장의 테마는 '사랑'이다. 신이고 사람이고 사랑타령 때문에 분란이 일어난다. 저주, 살인, 죽음, 국가의 탄생 등등 지지고 볶는 모든 일이 사랑 때문에 생긴다. 인간보다 높은 존재도 죽음과 성(性) 적인 경험은 인간과 비슷함을 깨닫는다. 잃어버린 반쪽이를 찾는 험난한 여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등. 인류문화의 다양한 케이스가 등장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서양 신화를 읽히는데 부담스러워한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이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말이다.

 

제3권의 주제는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다. 신들에게 잘 보여 부귀영화를 누린 인간 VS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인생을 망친 인간들의 이야기다. 당신이 원하는 소원을 빈다면 어떤 신에게 말할 것인가? 재미있는 상상력을 발휘해도 좋겠다.

 

 

그 시대 사람들이 합의해 도출한 보편적이 꿈과 진실이 바로 신화다. 때문에 신들을 향한 경건함은 그 시대 사람들이 바라던 도덕과 경건함, 예의였다. 따라서 신에게 도전하는 자는 꼭 합당한 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오만은 신화시대 영웅들이 잘 걸리는 난치병이었다. 이 난치병 환자들은 신들은 죽도록 싫어했다. 그들의 태생부터 고귀한 장점이 신들에게는 부정적인 장애물이 될 때가 많다.

 

3권에서는 오드리 헵번의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모티브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등장한다. 버나드 쇼가 백 년 전 패러디한 《피그말리온》이 원작은 해를 거듭해 재해석 되고 있다. 꽃 파는 가난하고 무례한 아가씨를 나이 든 음성학 교수가 매너와 말투를 가르쳐 상류층 아가씨로 환골탈태한다는 줄거리, 신분의 차이가 큰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다. 신화에서는 플로리젤이란 왕자가 양치기 딸 페르디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훗 날, 대명사가 된 피그말리온 효과는 스스로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경우 나타내는 뜻이 되었다.

 

 

피그말리온을 몇몇 신화 사전에서는 퀴프로스(지금의 사이프러스)섬의 왕이라 풀이한다. 이를 바탕으로 2천 년 전 오비디우스가 받아들여 썼고, 4백 년 1611년 즈음 《겨울 이야기》 란 제목으로 셰익스피어가 다시 썼다. 1백여 년 전 버나드 쇼는 패러디한 작품을 희곡으로 만들기도 했으며, 50년 뒤 뮤지컬 드라마 영화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이아손과 메데이아 신화를 아는가? 드라마 [부부의 세계] 원작자가 메데이아 신화를 참고했다고 해 관심 있게 읽었다. 앞에서 계속 강조한 것처럼 신화는 예술 영역의 밑바탕이다.

 

 

메데이아는 영웅 이아손을 도와 조국을 배신하고 동생까지 죽인 인물이다. 하지만 이아손은 이런 메데이아를 두고 새 아내를 맞는다. 그리고 훗날, 메데이아는 손수 제조한 독약으로 이아손의 새 아내를 독살하고 궁전에 불을 질러 자기가 낳은 자식을 둘이나 죽인다. 훗날 메데이아는 아테나이 왕 아이게우스의 아내가 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가족도 자식도 모두 배신했지만 그 사랑을 얻지 못한다. 남자에게 헌신했으나 원하지 않는 결과에 씁쓸해진다. 메데이아도 기구한 운명이다.

 

 

드디어 그리스 로마 신화 대장정의 끝이 보인다. 4번째 장에서는 제우스의 아들'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을 다루고 있다. 다시 한번 내가 알던 헤라클레스는 얄팍한 지식이었음을, 한번 신화가 된 이야기는 끊임없이 변주된다는 영원성도 확인했다. 별자리나 천체에 관심 있는 사람에도 정말 유용하다. 별자리 소스도 신화에서 많이 차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양 문화의 근간이 신화 안에 다 녹아들어 가 있다. 영화를 좀 더 깊이 있게 보고 싶으면 신화를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헤라클레스는 인간의 아들인 줄 알았다. 알케이데스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정식으로 헤라클레스로 불린다. 바람둥이 제우스가 인간 알크메네로부터 얻은 자식. 헤라에게 정체를 숨겨 젖동냥을 받았다가 은하수가 생겼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헤라클레스라는 말은 사실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이다.

 

 

힘이 장사라서 아기 때 뱀을 맨손으로 때려잡고, 커서는 악명 높은 사자의 입을 찢어 죽이고 그 가죽을 쓰고 다녔다. 따라서 헤라클레스를 대표하는 것들은 소, 올리브나, 몽둥이, 사자 가죽 등이 있다. 유럽 박물관 갔는데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면 주변에 함께 놓인 오브제를 확인해 보길 바란다. 대충 누구를 뜻하는 건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아폴론 신의 신탁을 받아 아르고스의 땅에서 1신년 반 동안 머물게 된다. 1신년은 8년. 인간 시간으로 12년이 된다. 그래서 12가지 과업으로 묶인 듯. 헤라클레스를 상징하는 숫자가 12인 이유도 알겠다. 신화에서 12는 아주 중요한 숫자다. 1년이 12개월이고, 하루가 12의 두 번 반복임은 괜한 우연이 아니다.

 

신화는 현대까지도 끊임없이 오마주, 패러디, 재해석된다. 예술과 대중문화의 깊이감을 느끼고 싶다면 신화를 꼭 읽어야 하는 이유다. 공들여 오랜 시간 불편하게 읽은 텍스트의 시간만큼 당신의 머리와 가슴에 깊게 아로새기는 신화가 되길 희망한다. 최근 수도권 확진자가 늘어나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인 만큼 집에 콕 하며 그리스로 책 속 여행 가기 좋은 날이다. 건강한 집에 콕 생활, 코로나 시대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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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친일파 - 반일 종족주의 거짓을 파헤친다
호사카 유지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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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와 베스트셀러가 된 《반일 종족주의 》에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어 궁금했었다. 당장 사고 싶었지만 사면 저자에게 인세를 주는 꼴이 되는 것 같아 대충 훑어라도 보고 싶어 서점을 찾았다. 서점의 영업 마케팅은 대단했다. 책을 읽어볼 수 없게 비닐도 봉해 두었던 것. 잡지도 만화책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시립 도서관에 검색했다. 하지만 예약이 첩첩산중이라 빌릴 수 없이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거의 6개월이 지났고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다.

 

 

그러던 중 호사카 유지 교수의 《신친일파》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반일 종족주의》에 맞서는 책임을 공표하고 나섰다. 책의 주장에 문제점과 오류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대부분 일본 극우파의 주장을 옮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논리적으로 반박할 자료들을 찾는 게 우선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1993년 발표된 고노 담화에 있다. 일본 위안부 피해자를 향한 공식적인 사과와 반성이었는데 극우파는 격렬하게 반박하며 고노 담화 폐기를 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자민당 내에 역사검토위원회가 결성되고 세력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2년 후인 1995년 일본이 침략 전쟁과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 내용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에도 극우 세력은 강렬히 반응한다. 두 담화를 반대하기 위해 자유주의 사관(일본이 침략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아시아를 백인 지배에서 해방 시킨 거라 주장)을 도입했다. 이로써 위안부 강제 연행 부정, 난징 대학살 부정 등 수많은 왜곡 사실에 힘을 쏟는다.

 

 

한편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일본과 비슷한 세력의 '뉴라이트'가 등장한다. 2006년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뉴라이트재단을 창립해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반일 종족주의》는 대표 저자 이용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과 안병직 명예 교수 등과 함께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 경제사를 연구해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용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국의 땅과 식량을 수탈했다는 것은 명백히 왜곡된 거라며 한국인의 기억 상당 부분이 만들어지고 교육받은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반일 종족주의라고 폄하하는 이영훈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새삼 놀랍다. 아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정도껏이어야지 이런 식의 극우적 생각 특히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쓰기하는 뇌가 없는 행동에 혈압이 오를 대로 오른다.

 

 

따라서 이 책은 반일 종족주의라는 명칭,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독도 문제를 중심으로 《반일 종족주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일본의 꾸준한 억지 주장에 한국이 법적 입장은 일제강점기 자체가 불법이고, 당시의 조약 및 협정이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한국의 법을 적용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일파들을 신(新) 친일파라고 부르고자 한다. 일본 우파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온 21세기 신친일파에 맞선 호사카 유지의 반박은 답답한 할인 관계에 시원한 뚫어뻥이 되어 줄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위해서는 지난한 인고의 시간과 빡침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고구마 주의, 사이다 필지참, 소화제, 두통약 등이 없으면 안 되는 독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 이용수 할머니 문제까지 붉어지면 지금 이 시점에서 제대로 알고 넘어가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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