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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 다정하고 강한 여자들의 인생 근력 레이스
이정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마른 몸, 개미허리, 풍만한 가슴, 날아갈 것 같은 몸들을 볼 때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최근 본 영화 <증강 콩깍지>의 유이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서예지가 그 주인공. 특히 유이는 예전의 건강함은 찾아볼 수 없이 놀라울 정도로 말랐다. 자신이 원했던 몸이든, 누군가의 강요든 꽤 오래 마른 몸 이미지로 연기하고 있지만 아직도 유이를 볼 때면 놀란다.
세상은 아직도 남성이 만들어 놓은 미의 기준을 삼고 여성을 옳아맨다. 날씬한 사람은 자기 관리를 잘 한 사람이고 이런 사람은 사회적으로 우대받는다. 외모 품평은 물론이고 여성 스스로도 군살과 똥배를 보고 비난하고 혐오한다.

미디어에서는 여성의 몸과 행동도 '여성스러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여성 캐릭터가 많아지는 데 반가움이 앞선다. <캡틴 마블>, <매드맥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등 존재감 있고 근육량이 많은 여성 전사들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특히 터미네이터 졸작이라며 저평가 되고 있는 최근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린다 해밀턴보다, 매켄지 데이비스의 근육에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나이 든 여성의 근육운동 바로 미국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BG)'다. 1999년부터 시작해 일주일에 2번 1시간 내외 파워 근력 운동을 이어간다. 이런 강인한 모습은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에 소개되어 있다. 이 영화는 50년대 진보 진영 여성으로서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감탄하게 만드는 살아있는 신화다. 최근 다시 암이 재발했다고 해 걱정되는 분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마른 몸이 아름다움이긴 하나 최근 근육과 살이 붙어 있는 누가 봐도 건강한 몸도 각광을 받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없다면 쉽게 피로하고 빨리 늙는다. (다들 그거 알고 다이어트하는 거지?) 근육운동을 한다고 해서 살이 빠지지 않는다. 요가나 필라테스도 마찬가지다. 몸의 균형과 매끄러운 정렬을 도와줄 뿐 드라마틱 한 몸무게 감량은 없다. 따라서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탄탄한 몸을 만들기 위한 자신만의 신념이 있어야 한다.
사실 나도 5년 전부터 요가를 해왔다. 처음에는 오랜 컴퓨터 생활로 허리와 목이 자주 아파 치료 목적으로 시작했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한 결과 어깨가 많이 펴지고 허리 통증은 사라졌다. 컴퓨터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되고 집중력도 향상되었다. 일상생활에 근육(일상 근육)이 생각보다 많이 쓰인다는 것을 책을 통해 확인했다. 때문에 좀 더 근육량을 높이는 운동을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근육의 이점을 알아갔다. 디스크, 척추측만증, 좌우 불균형, 일자목, 거북목, 손목터널 증후군, 만성피로 등등. 현대인의 병은 운동을 안 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운동 덕후가 되면서 힘을 기르고 강해진다는 것에 대한 답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 지금의 답은 이렇다. 힘을 기른다는 것은 나를 기른다는 것과 꼭 같은 말이다. 특히 운동의 효과와 효능은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강한 나'를 찾는 것이다." P22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는 여성 근육에 관한 운동기이자 스스로 독립적인 개인이 되고 싶은 페미니즘 보고서다.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질 권리인 것이다. 미디어와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참인생. 근력이 있어야 모든 일을 오래 할 수 있듯이 몸과 마음의 근력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저자는 3년 동안 운동 방랑기(?)를 겪어서 안 해본 운동이 없었고, 그러다가 성실한 운동꾼이 되었다. 절망의 구렁텅이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큰 사고를 겪은 후 다시 시작한 운동. 6년이 지난 지금 내일모레 마흔치고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운동의 참 영향. 바로 몸과 마음의 안정기란 말을 백프로 공감한다.
책에는 저자가 겪었던 근력 운동 시행착오가 기록되어 있다. 한겨레 ESC 몸면 기자답게 글도 술 술 읽힌다. 남성들이 들숨과 날숨, 각종 효과음을 내며 운동할 때 여성들도 그럴까 궁금했다. 그 유난스러움이 울려퍼지는 체육관이라.. 부디 여성들의 근력운동도 다르지 않음을, 그리고 겹겹이 쌓인 굳은살과 근육이 있는 삶을 응원한다. 여성도 도전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야망이 존재한다. 그 마음을 마음껏 들추고 표현하기 좋은 운동. 경쟁심과 승리욕을 쏟아내면 훈련하고 성장하는 여성들의 근력운동 소리가 오늘도 어렴풋이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