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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 - 팽창을 향한 야망과 예정된 결말
브래드 글로서먼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평점 :

책은 일본에서 27년간 살아오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과 10년간의 기사 보도 활용과 퍼시픽포럼에서의 17에 걸친 회의, 강연, 저술, 대담의 집결체라 할 수 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일본의 지체 현상을 꼬집고 있다. 전직 '마이니치신문'기자로서 많은 인맥을 넓힌 결과물이다. 연구와 분석 결과뿐만 아닌, 폭넓은 계층의 사람들과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팩트로 제3자가 일본의 위기를 논한다.
일본이 어떻게 세계 무대에 등장하게 되었고 폐허 속에서 일어나 전 세계의 경제 대국 중 하나가 되기까지. 그리고 90년대 버블 경제가 무너지고 흔들리다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일본 시장을 개방하고 경제 분야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을 추진한 고이즈미 총리가 쌓은 안정을 잦은 대지진 등 내우외환을 겪으며 국민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될 뻔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처참한 추락, 쌓여만 가는 부채, 노년층이 늘고 인구가 줄어드는 역삼각형 피라미드 속에서 코로나19의 창궐로 경기 회복 및 세계 정치 무대의 화려한 재등장도 산산이 부서졌다.
게다가 2020년 올림픽으로 재기를 노렸으나 이마저도 미뤄졌고 지금 일본은 사실상 갈 길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거품 붕괴 20년 전부터 시작되었고 경기 침체와 성장 잠재력 둔화, 엔화 고평가, 재정 불균형, 그리고 인구 감소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저자는 일본과 비슷한 전처를 밟는 한국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조언한다. 이웃집 불구경처럼 바라보고만 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일본의 실수와 실패를 고스란히 답습할 수 있다.
책은 5가지 정점으로 일본의 내리막길을 설명한다. 리먼 쇼크(글로벌 금융위기), 정치쇼크(2006년 고이즈미 총리 퇴임 후 2012년 아베 재집권까지 정치적 혼란), 센카쿠 쇼크(중일 관계 악화), 동일본대지진 쇼크(기존의 시스템으로 대내외 구조 환경 변화에 대응 불가능)다. 정리하자면 경제, 정치, 외교, 사회 각 영역에서 일본의 위기를 사례 중심으로 기술했다.
고이즈미가 2006년 총리 퇴임 후 2007년-2008년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며 경제 또한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리먼 쇼크로 전 세계가 어려움 겪었지만 일본은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관광객으로 다녀온 일본을 봐서는 알 수 없다.
왜 이토록 일본 정치는 썩었을까. 1990년 대 자주 총리가 바뀌고 내각이 교체될 때 정치학자 이노구치 다카시는 일본이 '가라오케 민주주의'에 속박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어떤 아마추어라도 노래 반주에 따라 가사를 읽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이 시스템은 누가 지휘하건 시스템 존속 자체만 보장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알려지다시피 정치 세습을 하는 나라이며 자민당의 나라라고도 할 수 있다. 1955년 부터 21세기 까지 자민당(자유민주당)은 딱 2번 총리직을 내 놓았을 뿐 자민당의 독주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을 가진 총리를 원하고 있으며 사무라이 출신의 료마 신드룸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그는 19세기 메이지유신 시절 도쿠가와막부를 타도하고 근대화 길로 들어서가한 중요한 인물이다. 그를 그리워 하는 분위기와 함께 도전하지 않고 안주하는데 실망이 커지고 있다.
또한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립은 또 다른 대립의 시작이다. 15세기 중국 쪽 기록에 처음 등장한 센카쿠는 1972년 일본 영토로 병합되어 1940년까지 한 기업인이 양식업을 하면 사업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패한 후 미국의 통치를 받았고 1972년 일본에 반환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15세기부터 중국 영토였음을 주장하며 대만정부까지 나서 중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은 섬이 이토록 뜨거운 감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1960년대 유엔 탐사대가 이 지역에서 해저 유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간섭 없이 개인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아무도 궁핍하지 않도록 국가가 사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는 게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받은 많은 일본인은 적극적인 국가를 선호했다." P309
다시 한번 놀란 점은 일본의 국민성이다. 누구 하나 피해 받을까 봐 굳이 나서지 않아 생긴 패단이나. 이 또한 어떻게 갈아엎을지 몰라 그냥 그 위에서 체념하며 산다는 것이다. 일본 국민들의 80% 이상이 자신은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매우 충격적이었다. 다시 말해 국민은 사회보장제도, 복지국가 일본을 바라며 궁핍한 시민이 줄어들고 다 같이 잘 산다면 국가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거다. 미국처럼 각자도생하라는 대량 해고도 일본에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다. 따라서 1968년 독일을 추월해 세계 경제 2위였던 일본이 최근 중국에 그 자리를 빼앗겼을 때 드는 충격은 말도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상흔이었던 동일본대지진으로 기존 시스템이 먹히지 않고 혼란스러웠던 점을 서술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필요한 것은 취하고 아닌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함을 말하고 싶다. 책은 마치 고이즈미가 아베 이전에 혼란의 일본은 안정세로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사실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일본의 보수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지체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는 찾아오지 않을 거라 전망한다. 따라서 지금이 그 정점(피크)이며 내리막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앞서 말한 한국도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은 거란 전망은 노령화에 따른 출산율 감소 정도겠다.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변화와 변동폭이 큰 대한민국은 오히려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때문에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본 내부의 모습을 알아보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을 가이드라인으로 삼기 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일본과 우리나라 그리고 중국, 미국과의 입장 차이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