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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강 논어 강독 - 오두막에서 논어를 읽다 ㅣ 1일 1강 동양 고전 시리즈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20년 8월
평점 :

책은 고전 해설가 박재희 교수가 엮은 다시 쓰는 논어다. 논어는 총 20편 498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편마다 연결점이 없는 문장들의 모음이다. 따라서 무턱대로 논어를 읽다 보면 하나로 모아지는 주제가 없어 산만해지거나 그만두는 일이 발생한다. 박재희 교수는 이런 단점을 보안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제대로 번역하고자 결심한지 40년 만에 이 책을 펴냈다.
논어의 포괄적이고 단편적인 내용을 해체하고 다듬어 현대로 가져왔다. 그 의도를 시대에 따라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주제로 묶었다. 그 밑에 논어의 498개 문장을 새롭게 나누고 배치하여 번역했다. 주제별, 항목별로 학습, 성찰, 관계, 사랑, 예악, 군자, 인재 정치, 공자와 제자들이란 9가지로 분류했다.
고전이 현대에도 읽히는 이유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주제의 연관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 번역은 재해석이 중요하다. 번역 시점의 시대정신이 반영되어 있어야만 한다. 논어가 만들어질 당시의 몇 천년의 것을 읽어 무엇하겠는가. 우리 삶에 적용해 볼 수도 없고, 통찰도 생기지 않는 그냥 텍스트를 읽어내려가는 것뿐일 것이다.
요즘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유명한 학이(학문의 즐거움)도 좋지만 관계와 성찰 편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불실인 불실언(不失人 不失言)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지 않고, 좋은 말도 잃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 생각만 옳다고 말하는 사람, 아무리 말해줘도 듣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말해봐도 소용이 없다. 좀 전에 동생에게 나름의 용기를 북돋아 준 행동이 생각났다. 진심으로 아낀다면 상대방에게 쓴소리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말을 해주면 충분히 알아들을 사람이라면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한다. 진심을 담아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을 옳은 방향으로 설득한다면 그 사람의 신의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이 침묵한다면 좋은 사람을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말을 해주면 잘 듣고 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可與言)과 말을 해도 듣지 않고 변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 (不可與言)을 구별해 상대하는 것도 삶의 지혜라고 해석한다. 소귀에 경 읽기인 사람과 왈가왈부하지 말고 때로는 관계를 놓는 것도 심신의 보전을 위해 현대인이 해야 할 덕목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과유불급'이 가장 중요한 말이라 하겠다. 넘치는 것이나 모자란 것이 아닌 적당한 중용의 성찰. 공자 역시 자공의 질문에 넘치는 것도 문제고 모자란 것도 문제지. 비교하여 둘 중 무엇이 낫다고 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 내 분수, 일, 돈, 사랑, 관계, 가족 등 과유불급하지 않기를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책은 이런 독자들에게 권한다. 논어를 현대적 언어로 쉽게 읽고 싶은 자, 논어를 주제별로 항목별로 체계적으로 읽고 싶은 자, 자신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논어의 메시지를 선발하여 찾아보고 싶은 자, 자신의 논리를 논어에서 찾고 싶을 때 도움이 필요한 자, 하루 한 문장씩이라도 논어를 지속적으로 아무 때나 체계적으로 읽고 싶은 자에게 추천한다.
박재희 교수가 직접 권장할만한 사람을 지목했다. 동막골 팥배나무 아래 오두막에서 쓴 고전을 오늘날의 말씀으로 다시 들여다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차례대로 읽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책을 편 그 자리에서 공자의 통찰을 자신에게 대입해보기에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