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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신화 1 : 천지창조 - 중국 편
정재서 지음, 김학수 그림 / 김영사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몰랐다. 서양과 동양 사상이 다른게 많지만 신화도 반대일 줄은. 그리스 로마신화는 서양 문화의 근간이 된다. 동양은 어떨까? 동양에도 예로부터 천지창조에 관여한 신들이 있었고, 지금의 동양적 세계관을 압축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다시 신화로 돌아와서 인간이 살아가던 아주 먼 옛날 '뇌공(동생)'과 '고비(형)'라는 형제가 하늘과 땅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형 고비가 가뭄으로 흉년이 들자 동생의 비구름을 훔쳐 인간 세상에 뿌려주었다고 한다. 어째 인간은 어여삐 여겼던 신은 동서양을 막론하도 있는지, 인간에게 불은 주었던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이를 알아챈 뇌공은 그게 화를 내고 홍수로 인간 세상을 쓸어 버린다. 인간은 없어지고 복희(오빠)와 여와(동생)만 남은 상태 이들은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 결혼해 지금의 인간을 변성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근친상간이 동양에서 있었다는 이야기다. 서로 왕래가 쉽지 않았을 때지만 비슷한 모티브가 있다는 게 신기하고 은근한 자부심도 들었다. 왜냐하면,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는 여성 신은 남성 신의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하지만 동양신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세상의 질서를 세우고 만물을 창조한 '여와'는 가장 먼저 등장하기도 하고 위대한 일을 했다. 죽음과 생명의 신 서왕모도 빼놓을 수 없다.
선사시대는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높은 모계사회였을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동양의 최초 어머니 신 여와가 등장하게 된 거다. 여와는 창조신, 대지모신, 고매신 등 다양한 병칭으로 불린다. 인간을 만들고 결혼제도를 만들어 중매의 신으로도 불린다. 그리스 로마신화로 본다면 대지의 신 가이아, 농업의 신 데메테르, 가족의 수호신 헤라의 성격을 두루 지졌다고 할 수 있다.
서왕모는 죽음과 생명의 여신이다. 표범의 꼬리와 호랑이 이빨을 한 반인반수. 중국의 서쪽 끝인 신령스러운 산 곤륜산에 살며 인간의 죽음과 형벌을 관장했다. 후세에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불사약을 지닌 생명의 여신으로 숭배의 대상이 된다. 불로장생한다는 선도(복숭아)를 요지에서 기르기도 했단다. 매년 3월 3일 서왕모 생일잔치에 요지연에서는 처상의 지체 높은 신들이 내려왔다고 하니, 요지경이라는 말이 요지연의 화려함에서 나왔을 정도였다.
동양신화에는 반인반수가 유독 많다. 평창올림픽에 등장한 인면조를 기억할 것이다. 아까 이야기한 여와도 맴의 몸을 하고 있고 염제도 소머리를 하고 있으며, 창힐은 용의 얼굴을 하고 있는 영웅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스로마신화는 인간이 중심이기 때문에 소머리를 한 미노타우로스가 괴물로 분류되지만 동양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반인반수가 무섭고 흉측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마 서양 문화를 어렸을 때부터 접해 만들어진 고정관념 생각하니 앞으로 동양문화를 더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책이다.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거나 동양 신화에 관심 있다면 들어봤을 법하지만,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해석되어 있어 유익하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