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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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은 실제와 다르다고 말한다. 허구의 세계에 사는 만들어진 캐릭터일 뿐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영화를 보면 인물이 처한 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함께 희로애락을 느낀다. 마치 저 인물이 나와 같다고, 내가 겪은 이야기와 유사하다는 이입을 통해서 말이다. 따라서 가상 인물이지만 누군가의 삶의 조각조각 붙여 만든 어디서 봄직한 캐릭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 캐릭터를 우리는 사랑하고, 잊지 못해 오늘도 영화 속에서 만난다.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김준기 전문의가 지난 25년간 환자들을 만나면서 마주한 환자들의 고통을 25편의 영화로 풀어낸 책이다. 트라우마는 직접 겪었거나, 가족, 친구, 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받을 수 있다. 아까 말한 영화로 치환된 캐릭터를 통해 누군가의 상처와 장애, 치유 과정을 들여다보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첫걸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를 좋아하거나 감명 깊게 본 영화를 '트라우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도가 궁금하다면 책을 추천한다.

 

리스트 25편을 보면서 처음 듣는 제목이 있었다. 영화를 업으로 삼고 있는 나도 참 어지간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아직 멀었다. 주옥같은 영화들은 꼭 한 번 봐야 할 명작이 대다수였다. 이 영화를 트라우마와 연관해 풀어 내었다니,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이라 신선했다. 트라우마를 다룬 대표적인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다크 나이트>, <아메리칸 스나이퍼>, <바시르와 왈츠를>, <케빈에 대하여>, <아무도 모른다>, <쓰리빌보드>, <룸>, <원더>, <한공주>, <김복동> 등을 추천한다.

 

 

 

특히 전쟁 트라우마 편에서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바시르와 왈츠를>에 대한 글이 인상 깊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던 이라크 참전 군인이 동료에 의해 살해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브래들리 쿠퍼의 깊고 날카로운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1982년 팔레스타인 난민 학살 사건을 토대로 기억상실, 악몽, 플래시백과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해리성 장애를 다루고 있다. 이와 관련한 <23 아이덴티티>가 없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지다 실사로 바뀌는 경험이 강렬했던 영화다. 겪기 힘든 경험을 실제로 겪은 것 만 같은 생생함과 충격이 가시지 않는 영화다.

 

비치보이스의 신나고 발랄한 음악 속에 숨겨진 그늘을 다룬 <러브 앤 머시>에 대한 해석도 좋았다. 비치보이스의 작곡, 작사를 맡았던 브라이언 윌슨이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20년 넘게 보냈다는데 충격받았다. 그는 다행히 호전돼 '스마일'로 그래미 상을 받았다. 묘하게 드라마 [키딩]의 짐 캐리가 연기한 피클스 아저씨도 떠올랐다. 부모의 강압적인 교육과 통제, 압박은 아동기 트라우마가 되어 폭발할 수 있다.

 

당시 비틀스의 대항마였던 비치보이스가 명반을 만들며 아티스트 반열에 오르기 위한 열망이 녹아들어 가 있다. 어릴 적 아버지의 폭행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브라이언의 정신이 무너지는 과정이 나까지 깊은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다행히 그는 멜린다를 만나 강압적인 의사 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파워 오브 러브'. 제목 '러브 앤 머시'가 말해 주듯, 사랑과 자비는 사람을 살리는 약이 되었다.

 

영화를 하나의 시선으로 본다면 곧 사라지고 말 것이다. 감독이 의도한 대로 영상을 주입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예술 장르로 다층적 층위를 느끼며 열린 결말의 상상 속에 자신을 밀어 넣어 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라 하겠다. 부디 트라우마의 관점을 본 영화를 통해 캐릭터의 심리, 나의 심리를 분석해보는 시간, 나를 마주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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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티의 플랜B -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의 비밀
나희선(도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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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유튜버, 아니 유튜버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도티의 에세이다. 출간 전 가제본으로 읽었다. 조카가 도티 방송을 보거나 마인크래프트 얘기를 할 때면 그냥 흘려 들었었는데, 도티의 인기는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초등학생 꿈에 '유튜버'가 등장할 만큼 이제는 엄연한 대세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내게 '도티'란? 그동안 가끔 TV에서 보던 모습, 연세대 출신이란 학벌, 최근 백판 광고까지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되는 사람이었다.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일까 알고 싶었고 샌드박스를 창업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도 알 수 있었다. 크리에이터로서 갖는 자부심, 청소년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가짐 등. 내가 생각했던 도티와는 다른 모습에 훈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도티는 누구인가?

 

 

본명은 나희선.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살았으며, 사교육이 허용되지 않는 엄격한 고등학교를 다닌 탓에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단다. 집안 형편도 어려워 사교육은 원체 꿈도 꾸지 못했다. 오로지 학교 수업과 내신에 전념했다. 공부 머리는 따로 있는 것 같다. 공부도 게임처럼 하루에 세 번 일어나기 규칙을 만들어 화장실, 점심, 저녁때 말고는 일어나지 않고 공부만 했단다. 라이벌 친구보다 10분 더 공부하고 가는 게 엄청난 희열이었다고.(진심 이해불가;) 도티는 스스로 룰을 만들고 작은 목표와 보상을 설정해 게임하듯 공부했다. 이로 인해 칭찬을 받고 성과가 좋으니 말하기 좋아하는 성격이 계발된 것이다.

 

 

 

공부, 게임, 덕질(김연아, 이효리)도 과몰입 상태로 임했다. 착한 과몰입의 성과는 유튜브로 옮겨져도 그대로였다. 1학년 후반 전교 1등을 한 후 쭉 유지해 왔고, 내신으로 7월 수시 합격해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왜소한 체구에, 집에 혼자 있는 일이 많았고, 아빠 없는 애라는 놀림도 당하기 싫어 친구들을 사이에서 항상 주목받으려고 노력했다.

 

 

 

그때 게임을 만났고, 게임을 잘하는 아이, 친화력이 좋은 아이,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굳어지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귄다. 대학을 들어갔으나 법대로 전과했고, 로스쿨의 영향으로 사법고시를 접고 방송국 PD를 준비하기도 했다. 졸업, 취업도 어중간한 2010년 늦은 군대를 다녀왔다. 그리고 2015년 회사를 창업하고, 유튜버로 승승장구하며 지금의 도티가 되었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인상적이었다. 구독자 1000명 정도 모으면 스펙에 한 줄 적을 수 있고, 면접 때 말할 수 있는 자기소개가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한다. 뭐든 그냥 해보는 일, 좋아서 한 일이 의외로 잘 풀리는 경우가 많다. 수시 합격생들이 모여 신나게 놀았을 때, 지금의 절친이자 공동 창업자이자 이필성 대표를 만났고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나희선이 지금의 도티가 되기까지

'도티'란 이름은 어디에서 온 걸까? 도티라는 이름은 사실, 별 뜻이 없었다. 평소 게임할 때 쓰는 '도'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 것, 클랜 마스터 형이 어감이 좋다고 붙여준 이름이다. 크리에이터에게 닉네임이 아주 중요한데 키워드 선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자동 키워드 완성 알고리즘에서 검색 빈도가 높은 것과 경쟁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ㅃ'로 시작하면 뽀로로와 'ㅂ'이면 방탄소년단과 경쟁해야 한다. 다행히 'ㄷ'은 없었고, 그렇게 도티 TV가 완성될 수 있었다.

 

'샌드박스'란 본래 집 뜰에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모래 통을 말한다. 누구나 와서 장난치고 망가트리고 노는 그런 곳이다. IT 용어로 쓰이면서 개발자들이 제품 출시 전에 이것저것 테스트하는 환경으로 변경되었다. 게임에서는 유저가 마음대로 창조해낸 게임 룰이나 자유도가 높은 게임을 샌드박스라고도 한다. 즉 마인크래프트가 바로 샌드박스인 것이다. 도티는 실패할 자유를 무한정으로 놓고 이 안에서 수많은 시도를 해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할 수 있다.

 

이런저런 놀림과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 공부도 성격도 놀기도 잘해야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결핍과 약점을 잘 알고 스스로 개척했다. 군대로 늦게 간 탓에 힘들었던 일들도 열심히 한 탓에 각종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하고, 인정받으면서 자신감을 충족했다. 가정 탓 환경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서 항상 긍정성을 찾아가려 하는 마음가짐 가자고 있었다. 위기를 특유의 긍정성으로 전화위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 같았다.

 

잘 몰랐던 사람에게 글만으로 호감이 생기다니, 유튜브 방송을 내 의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았지만 왠지 좋은 사람 같았다. 초통령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를 실감했다.

 

우리 사회가 1등이 아니면 안 된다는 목적에 젖어 실수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많은 폐단을 낳았다. 특히 몸과 마음이 아직 단단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어른들이 만들어 낸 환경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를 떠나 마음껏 아이들이 즐길 거리가 이제는 유튜브라고 본다. 게임, 유튜브라면 무조건 나쁜 것이라 반대하는 부모들 조금 더 유연한 사고를 하도록 돕는 말들도 많았다. 자녀가 게임이나 도티에 관심있거나, 유튜브를 꿈꾸거나 미래 직업, 창작자의 마음가짐, 스타트업을 준비한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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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티의 플랜B -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의 비밀
나희선(도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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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에서 초통령이 되기까지, 도티의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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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한다는 것 -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
야마구치 슈 외 지음, 김윤경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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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부터는 나도 프로 일잘러! 효율적이고 능륙적인 일머리를 위한 감각을 한 권에 책에..다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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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
고칸 메구미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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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죽는다. 조금씩 조금씩 죽음으로 나아간다.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어 유한한 삶이기에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흔히 죽음을 앞두고 저승길에 간다. 길고 먼 여행을 떠난다라고 일컫기도 하는데, 여행에 준비가 필요하듯 죽음도 준비가 필요하다.

 

 

 

급작스럽게 떠난 여행에서 얻는 것도 비교할 수 없지만, 잘 사는 만큼 잘 죽는 것. 즉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해 생전 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 책은 버킷리스트를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여행을 떠나는 자와 떠나보내는 자도 준비 없는 이별로 평생 가슴에 멍이 들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지침서다. 따라서 혹시나 모를 일로 연명치료 여부에 부딪혔다면 치료 자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한 공부를 해두어야 한다.

 

 

 

첫째 '내 인생의 주인공은 당신임을 잊지 말자', 둘째, '선택권은 언제나 내가 쥐고 있다', 셋째, '죽는 순간까지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마지막까지 어떻게 살고 마무리 지을 것인지는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죽지 않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순간이든 삶을 포기하지는 마라. 인간은 자신의 마지막 시기를 결정할 수 있고, 그 시간을 선택함으로써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 P84

 

 

 

책은 16년간 1000명의 환자를 떠나보낸 간호사가 곁에서 바라본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삶을 보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가명으로 표기된 수많은 사례들이 등장한다. 거의 사례와 죽음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데, '3장 더 오래 살기 위해 당신이 포기해야 할 것들'에서는 이론적인 부분이 많다. 차근차근 읽다 보면 친척, 친구, 내 이야기 같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기도 한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말마따나 고맙다는 말은 되도록 할 수 있을 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고독사가 일찍부터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일본인만큼 고독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랐다. 우리야 고독사는 무조건 불행하고 외롭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저자는 고독사가 정말로 불행한 죽음인지 묻고 있다. 본인이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나 추억이 가득한 곳에서라면 의식도 없이 불편한 병원에서 죽는 것보다 고독하지 않은 죽음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 사람에게는 그 장소가 가장 안정적인 장소라는 생각이다. 그 장소는 자신이 선택했을 경우가 많고 어디서 죽든 죽을 때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죽음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육체적 죽음, 정신적 죽음, 문화적 죽음, 사회적 죽음. 사회적 죽음은 사람들에게 잊힌 죽음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소환되는 인물은 육체적 죽음을 맞았지만 영원히 세대를 넘어 회자된다. 즉, 육체적 죽음이 사회적 죽음은 아니라는 말이다. 문화적 죽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접하기 힘들어짐을 이야기할 수 있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늘 미소 띤 얼굴로 주변을 즐겁게 만든다면 그 사람의 정신적 죽음은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동양에서 죽음은 끝, 공포, 두려운 것으로 치부하는 문화가 대부분이지만, 서양에는 근린공원처럼 도시 곳곳에 아름답게 조성된 공동묘지가 하나씩 있다. 언제 어디서나 드나들 수 있고, 수목장처럼 한가롭고 평화로운 느낌이다. 피라미드에서는 인간의 사후 세계를 믿었고, 불교에서는 다시 태어남을 강조했다.

 

 

 

이렇듯 인간은 언젠가 죽고,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 하기 보다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죽음을 공부하는 게 아닐까. 독서 전에는 막연하게, 아주 먼 일로 생각했지만, 부모님이 연로해짐에 따라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가까이하고 배워 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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