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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평점 :

우주가 큰 빅뱅으로 만들어지고 그 잔여물로 지구가 생겨 생명이 안착하기까지. 그리고 무수한 영화와 책에서 지구의 끝을 그려 넣어 상상하기까지. 인류가 있지 않았던 시작과 끝. 그 시간의 찰나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학자가 들려주는 인문학의 세계. 어째 호기심이 생기는가?
《앤드 오브 타임》은 대중과학에 유의미한 업적을 남긴 '브라이언 그린'의 10여 년 만의 신간으로 우주, 지구, 생명, 시간의 시작과 끝을 다루고 있다. 다시 한번 일목요연하게 입자, 행성, 의식, 물질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다.
최근 흥미롭게 본 영화 <테넷>의 엔트로피와 <인투 더 미러>의 평행 우주, <인터스텔라>의 우주 탐사와 시공간의 뒤틀림, 블랙홀 등이 생각나며 또 한 번 우주의 방대하고 영원불멸함을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브라이언 그린 저서들과는 조금 다르다.
초끈이론을 이끈 물리학자가 말하는 인생무상이 재미있다. 스타벅스에서 얼그레이를 마시다가 문득 떠오른 느낌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이날 나는 앞서 말한 대로 평온한 마음과 함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고, 암울한 미래보다 '일시적이지만 경이로운 현재'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과거에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 작가, 예술가, 그리고 영적 스승들이 남긴 교훈, 즉 "삶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여기에만 존재한다."라는 교훈의 우주적 버전이었다."
근대, 종교와 과학이 지금처럼 양분화되지 않고 같은 길을 갔던 것과 비슷한 견해다. 그는 지금까지 밝히지 못한 미스터리한 과학적 개념을 예로 들면서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분투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유한하고 지구, 우주도 언젠가는 끝이 있으니까 말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86층 전망대는 지금으로부터 아득히 먼 시간대에 해당하지만, 이것을 100층과 비교하는 것은 눈을 한 번 깜박이는 데 걸리는 시간과 100만 년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의 시간 감각으로는 우주적 규모의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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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를 넘은 더 많은 우주 중에 우리처럼 생명체가 있는 행성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외계인, 나도 똑같은 존재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사는 지구와는 다른 결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 상상만으로도 오싹하고 재미있었다. 경험하기 힘든 초월적 시간의 상상, 추상적 이론을 구체화해주는 비유마저 유쾌하다.
책은 과학이라는 우주선을 태워 독자를 우주의 시작에서 끝에 이르는 기나긴 여행을 보낸다. 수학, 물리학에 기반한 복잡하고 명확한 계산으로 떠나는 여행이지만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지금 여기', '매 순간에 담긴 영원'이라는 인문학적, 종교적, 철학적, 문학적인 근원이다. 그것이 바로 미래로 향하는 연료이자, 앞으로 수천 년, 수만 년 동안을 유지될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이다. 따라서 우리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지구, 우주, 어쩌면 신을 향한 미세한 다가감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