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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키워드 -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
김대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뇌과학자 김대식의 책을 처음 접했다. 집에 두 권 있지만 방치해놓기 벌써 몇 년째. 이 책을 먼저 읽고 흥미가 생겼다. 빨리 그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해진다.
인문, 사회, 역사, 과학, 예술 등 전방위적 지식을 한 번에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교양서다. 특히 첨단 신경과학과 고대 문헌을 넘나드는 박학다식이 흐르다 못해 넘친다. 거기에 저자의 생각까지 덧붙여 또 다른 사고의 틀, 이해를 도울 설명과 큐알코드, 다른 장르나 정보와의 큐레이션, 삽화의 현대적 재해석까지 더해주니 지경이 넓어진다.
짧은 글, 사진, 동영상으로 모든 정보를 소비하는 SNS 시대 책을 더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한 겹 더한다. 한 키워드 당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고, 처음부터 읽으려는 부담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언제 어디서든 책을 펼쳐 하루 사과 한 알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 단언컨대, 이 책을 읽었다면 다른 책과 자료, 영상을 더 탐식하고 싶다는 욕구가 팽창될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전방위적 독서의 즐거움이다.
책은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을 토대로 한다. '중앙선데이'에 연재하던 것을 덧붙이고 재구성했다. 표지를 벗기면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일부가 있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가 깃든 명화 중 하나이자, 이 책의 속성을 정의하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고로 이 책 한 권이면 당신의 상식이 +1 상승한다는 말이다. 이 기괴한 제단화는 천국인지, 유토피아인지, 지옥인지 헷갈리는 풍경이다. 체코 애니메이션 1973년 작 <판타스틱 플래닛>이 떠오르기도 한다.
인상적인 키워드를 정리해 볼까 한다. '음모론' 일부 계층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는 음모론이 판을 친다. 세월이 흘러 과학이 발전했고 누구나 자판만 두드리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독이 된다. 인포데믹으로 몰라될 정보까지 뇌에 삽입하니 혼란스럽다 못해 머리가 아프다.
원인을 모르는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사건이 누구에게 득이 되는지를 따지는 질문 '쿠이 보노(cui bono)'는 고대인이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행복으로 삼은 음모론의 시초라 책은 정의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1년 전 가장 많은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던 코로나 정보였고, 이제는 백신 정보로 옮겨왔다. 요즘 들어 가장 황당한 음모론은 백신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빌 게이츠 재단이 의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트렸다는 것이다. 점점 더 발전하는 사회와 점점 더 불안해하는 사회의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방향성을 찾아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다.
마침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브랜든 크로넨버그 영화를 이어 봤더니 묘하게 책이 술술 읽히는 마법을 부린다. 딱딱한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글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그의 탁월한 글쓰기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역시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는 건가. 첫인상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을 곱씹는다. 김대식 교수의 책을 접하기 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필자처럼 《김대식의 키워드》부터 접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등장하는 삽화의 묘한 매력까지 더해지며 영감의 나래를 펼칠 문을 열어준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