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직장 그만두지 않고 작가되기
최하나 지음 / 더블:엔 / 2019년 10월
평점 :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매번 고뇌로 토해낸 글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누구나 염원하지만 쉽게 도전하기
겁나는 분야가 바로 출판이다. 하지만 요즘은 작가라는 권위가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인터넷의 발달과 자비 출판, 독립 출판 등 다양한 분야로
작가가 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쉽다고 말해 놓고 책을 만들 원고를 쓰지 않는 나를 반성하며, 내 이름으로 된 첫 번째 책이 출간되길 꿈꾼다.
최하나 작가의 《직장 그만두지 않고 작가되기》라는 제목부터 끌렸다. 생활 속에서 루틴을 방해하지 않고도 충분히 글을 써 책으로
엮을 수 있다는 말 같았다. 자기계발의 꽃은 작가 되기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도 이참에 조금 더 소스를 얻어보고자 읽어내려갔다.
하루 15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은 15분만 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5분 동안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30분, 1시간 이상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지 모를 단위를 뜻한다. 1분 3분간 주제를 듣고 떠오르는 대로 쓰기를 했었다. 글쓰기 수업
초반에 했던 일이다. 그랬더니 생각 외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 나 써보자. 종이에 펜을 들고, 컴퓨터를 켜고 한글 프로그램에,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 냅킨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잠시 스마트폰 앱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바로 15분이다. 일상의 자투리 시간을 모아 붙이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잠을 줄이지
않아도, 원하는 취미 생활을 접지 않아도 글쓰기에 충분하다. 단, 조금씩 자주 속도를 내어 여러 가지 주제와 글쓰기 형식을 병행해서 해야 한다.
흔히 영화나 소설에서 작가는 어떤 계시를 통해 글을 쓰는 접신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직접 써본 당사자는 그런 장면은 허구이며
드라마틱 한 이미지화에 지나지 않음을 안다. 글쓰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초보자는 영감과 뮤즈가 찾아와야지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해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작가는 하루 15분이면 충분하다며 전공 직업과 무관한 글쓰기를 독려한다.

책은 크게 1,2부로 구성된다. 1부는 이론을 다루고 1부 실전에서는 어떤 장르가 나에게 맞을지 탐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소재 찾기, 이야기 형식, 감정과 상태, 장소, 색다른 재료(컴퓨터, 종이 등등)를 바꿔 글쓰기, 나만의 스타일 찾기, 글맛 살라기, 여러
경험하기, 글 연재 플랫폼 고르기 등이 소개된다.
프리랜서 기자 겸 작가답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반인이 기자기 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실제로 오마이뉴스나 블로그
기자단, 서평단, 영화리뷰단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 갔다. 글쓰기 수업에서 나온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쓰기보다. 가끔은 규칙을 깨고 잘 써지는 시간, 장소, 플랫폼을 찾으라는 이야기. 새로운 것은 감정과 상태를 바꿔 글 써 보라는 조언이다.
매일 같은 상태면 질리고 글도 질린다. 즉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이다. 나 또한 집, 도서관, 지하철, 카페를 철새처럼 매번
바꿔 준다. 매우 피곤한 상태, 술 먹고, 졸릴 때, 자다가 일어나서 갑자기, 화가 날 때, 슬플 때, 기쁠 때, 영화나 책을 보고 나서 바로
등등. 다양한 장소에 접근한다. 집, 카페, 길거리, 버스 정류장, 전철 안, 공공장소(도서관), 공원 벤치, 비행기 안, 북 스테이 등. 때와
장소에 따라 글맛이 바뀐다는 점에 크게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경험만큼 위대한 글감은 없음을 다시 깨달으며 많은 것을 경험해 봤을 때 느끼는
풍부한 글감에 고무되었다
.
특히 오마이뉴스에 7월부터 영화리뷰를 기고하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는 누구나 가입만 하면 다양한 형태로 글을 쓸 수 있지만
편집부의 승인이 있어야 기사화된다. 기사 배치 이력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잉걸, 버금, 으뜸, 오름. 등급에 따라 원고료도 달라지는데,
원고료는 소정의 비용이기 때문에 그보다 성취감이 커지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이나 추가했으면 하는 점, 방향이나 의도가 읽히지
않으면 편집부에서 쪽지, 메일, 전화, 카톡이 온다.
처음에는 뭐지, 스릴 있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싶었는데, 역시 피드백을 받으니 좋다. 편집 기자의 가감 없는 질책과 조언으로
3개월 만에 오마이뉴스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능숙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고 난후 생각을 정리하는 방향성이 잡혔다랄까. 역시 내
글을 혼자 보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함께 고민해 보는 일은 두렵지만 즐겁다. 이렇게 동기부여와 강제성, 부수입까지 얻을 수 있고,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글쓰기를 지금 당장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개인의 의지치가 가장 중요하다. 글이 주는 행복을 모두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