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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ㅣ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 요즘 문화계의 화두인 여성 서사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기 보다 맞서 싸우는
강인하고 자주적인 여성상. 세상은 붉은 피와 은색 피로 신분이 결정된다. 적혈로 태어났지만 은혈의 피로 번개를 다루는 초능력을 얻어 세상을 바꿀
여성 영웅. 독특하고 새로운 이야기에 이끌리 듯 1부를 읽었다.
'메어'는 오늘도 도둑질로 생계를 꾸린다. 아버지는 전쟁에 나갔다가 부상을 당한 채 겨우 목숨만 살아돌아왔다. 오빠들은 징병
갔거나 그곳에서 전사했다. 이 세상의 적혈은 직업이 없으면 군인이 되어야 한다. 바느질을 잘하는 동생 '지사'는 집안의 보물이다. 실질적인
가장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킬런'을 살리려다가 지사의 손이 부러졌고, 드디어 주인공 메어가 서서히 등판할
이유가 만들어진다. 드라마틱 한 등장이다.
메어는 왕자 '칼'의 물건을 훔치다 그의 눈에 띄었고, 우여곡절 끝에 왕궁에 입성하게 된다. 큰 죄를 물을 거란 기대와 달리,
왕국에서 둘째 왕자 '메이븐'의 약혼자가 되어 신분 수직 상승을 경험한다. 하지만 메어는 이 모든 게 어리둥절하고 불편하다. 출생의 비밀은 아직
확실히 풀리지 않았고, 죽은 왕비의 오라비이자 메어의 스승 줄리언의 의미 심상한 말에 메어는 흔들린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말, 대체 무슨
뜻일까?
하루아침에 바뀐 신분과 정체성에 혼란스러운 메어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진홍의 군대 테러로 정신없다. 게다가 약혼한 둘째
왕자 메이븐과 첫째 왕자 칼과의 삼각관계, 왕의 계승을 위한 형제의 긴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도 해야 한다. 과연 메어는 갑자기 찾아온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서 길을 찾아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당신의 피는 붉지만, 그것은 결코 같지 않아요. 당신에게는 뭔가 새로운
어떤 것이 있어요. 아무도 그전에는 본 적 이 없는 어떤 것이죠. 그리고 그것은 나머지 27명의 사람들에게도 있었습니다. "
p159
《레드 퀸 : 적혈의 여왕》은 세계 최초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빅토리아 에비야드'의 데뷔작이다.
첫 소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몰입도가 크다. 읽는 동시에 눈으로 그려지는 세계, 액션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했는데 역시나 영화화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
《헝거게임》,《메이즈러너》,《다이버전트》 등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이다. 강력한 힘과 신분을 뛰어넘는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전투 중에 한 방울이라도 피를 흘려서는 안되는 적혈이란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점, 백마 탄 왕자님이나 키스를 해줄
왕자님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모든 것이 기록되고 감시되는 사회에서 진행되는 은밀한 긴장감이 새롭고 재미있다.
배다른 왕비의 형제인 형 칼과 동생 메이븐 사이 누가 군주가 될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단순한 하이틴, 할리퀸 로맨스, 영
어덜트 문학(YA) 정도라 생각했는데 성인들이 보기에 손색없는 확실한 주제관도 한몫한다.
과연 메어는 자신과 비슷한 27명의 사람들을 찾았을까? 소설은 궁금증을 묻어둔 채로 2부 《레드 퀸 : 우리의 검》으로 바통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