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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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뭘까? 가족은 힘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한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의 70세 생일날이 100세 어머니의 장례식과 겹치면서 벌어지는 가족 이야기를 따른다. 빅 엔젤은 칠순과 어머니 장례식으로 일가친척들을 두 번 오라 할 수 없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바로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 미루기로 한 것. 이로써 한날한시에 생일과 장례식이라는 믿을 수 없는 기념식이 함께 열리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멕시코 가족 이야기를 시트콤처럼 재미있게 엮어냈다. 무려 4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는 뒷면의 가계도가 무척이나 도움이 될 만큼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많다. 마치 생소한 북유럽 이야기를 한국에 알린 《오베라는 남자》의 멕시코 버전을 보는 듯 시니컬한 웃음과 촌철살인 메시지가 감동과 조화를 이룬다.

 

두 소설은 죽음을 소재로 유쾌 경쾌하게 담아내고 있는 부분이 닮았다. 장례식과 시한부라는 소재지만 전혀 무겁지 않은 분위가 삶과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 주변을 어슬렁거릴 뿐만 아니라, 결코 어두운 미래가 아님을 말이다. 작가는 형의 죽음을 통해 구상한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해 한층 더 감정이입을 부추긴다. 죽음을 대하는 멕시칸의 자세를 소설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영화 <코코>처럼 말이다.

 

또한, 죽음을 앞둔 노인이 세상에 날리는 거침없는 행동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현재를 즐기고 주변의 사람과 가족을 사랑하라는 진심 어린 메시지를 빅 엔젤의 행동과 언행 하나하나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죽음은 끝이 아니야.”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멕시칸이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빅 엔젤을 통해 그들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전달받기 충분했다. 이는 최근 멕시코를 향해 장벽을 세운 트럼프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들의 문화는 죽지 않았다고, 함께 어울려사는 게 인생임을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경계'에 대한 소설이다. 삶과 죽음, 미국과 멕시코, 생일과 장례식의 경계 말이다. 경계는 인간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선이다. 이쪽과 저쪽, 너와 나를 나누는 것이다. 경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분리되지 않고 함께 하는 삶을 들여다보는 성장소설이면서 가족소설이다.

 

시종일관 밝은 톤으로 떠들썩한 빅 엔젤네 가족 이야기는 멀리 한국 독자들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인생은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빅 엔젤은 자신의 마지막 생일날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당신의 인생에도 드라마틱 한 선물이 배달될지 모른다. 우선은 이 책과 함께할 시간부터 시작이다. 따뜻한 성탄절 이웃과 나누기 좋은 책 선물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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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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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박사 :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구멍 뚫린 음식을 먹지 않았나?

도넛이라든가, 오징어튀김이라든가, 양파링, 뭐 그런 거.”

양 사나이 :

“도넛이라면 매일 점심으로 먹는걸요.

크리스마스에도 도넛을 먹었을 테죠.

도넛이라면 대개 구멍이 뚫려 있죠.”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면 빠질 수 없는 시그니처 캐릭터가 바로 '양 사나이'다. 1982년에 발표한 《양을 둘러싼 모험》에서 등장한 양 사나이는 신묘한 캐릭터다. 소심하면서도 성실한 양 사나이 또한 잊을 수 없는 캐릭터였다.

 

단편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는 1985년 쓴 것으로 한국작가 최초로 이우일 작가와 콜라보 했다. 마치 '양 사나이'만을 위한 번외 편 같다.

 

 

하루키 월드의 캐릭터는 이 세상 텐션이 아닌 설정이 대부분. 꿈과 현실,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듯한 이야기 주머니 속에서 부유하는 맛이 하루키 월드의 매력이다. 이우일 작가와 만나 그 이상한 매력을 잘 살렸다. 영화로 치면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처럼 느껴질 정도다.

 

 

크리스마스를 4개월 반이나 남겨 둔 여름 어느 날, 양 사나이 협회에서 크리스마스 음악을 의뢰한다. 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서거한 '성(聖) 양 어르신'의 이천오백 년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한 의식이다. 양 사나이는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한 소절도 만들지 못해 초조하다.

 

 

 

이때 풀이 죽은 양 사나이 앞에 나타난 양 박사. 자초지종을 듣더니 저주에 걸렸다고 단언한다. 이유는 도넛 가게에서 하는 양 사나이가 크리스마스이브에 구멍 뚫린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 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인 동시에 성 양축제일이다. 한밤중 구덩이에 빠져 죽은 거룩한 날을 기념해 구멍 뚫린 음식은 금기였다.

 

 

 

결국 양 사나이는 저주에 걸려 피아노도 못치고 작곡도 못하는 거라며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듣는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양 사나이는 양 박사의 제안을 수락하고 구덩이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아.. 2미터 3센티가 이렇게 깊었었나.. 끝도 없이 떨어지네.. 이거 곤란하군.'

 

 

양 사나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꿈인지 환상 세계인지 모를 곳을  탐험 중이다. 그곳에는 배배 꼬인 꼬불탱이 문지기, 208.209라는 번호가 적힌 쌍둥이(영화 <샤이닝>에서 오버룩 호텔에 사는 쌍둥이처럼) 심술쟁이 바다까마귀 부인과 부끄럼쟁이가 살고 있었다.

 

 

과연 이상한 구덩이에 빠진 양 사나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저주를 풀고 돌아올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에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만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하루키 스타일의 단편동화다.

 

하루키만큼 이상야릇한 양 사나이가 사는 세계로 크리스마스 상상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어릴 적 착한 일을 많이 해야 받을 수 있었던 산타의 선물처럼. 어른의 크리스마스에는 구멍 뚫린 음식을 조심해야겠다.

 

 

하루키 팬이라면 믿고 보는 단편이다. 초판에 한해 크리스마스 엽서가 동봉된다. 원더랜드에서 하루키 월드까지! 매~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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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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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비원은 투명 인간이다.

유니폼을 입는 순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또는 사람들 눈에는

유니폼만 보일 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p77

소설 속 주인공들은 철저히 소외된 인물이다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조용히 밤의 세계를 지킨다. 이름이야말로 '야간 경비원'. 소설이지만 일기 같기도 하고, 시나리오 같기도 하고, 그냥 끄적 된 메모장 같기도 하다. 굳이 형식으로 따지만 블로그에 끄적이는 그날의 감상이다. 영화 같은 장면이 이어지다가도 뚝 끊겨 꿈같기도 하고 현실로 돌아왔다가 다시 나아간다. 리얼리즘과 픽션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형식이 묘하다.

 

비현실적인 상황이 이어지다가도 실존하는 장소, 사람, 상품명이 문득 나오면 둥둥 떠 가다가도 갈피를 잡았다. '아.. 완전히 안드로메다로 간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텍스트를 붙잡는다.

 

마치 소설이란 텍스트로 변환된 누벨바그 영화를 끊어 보고 있는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보고 싶은 장면을 돌려보는 스트리밍. 국제야간경비원연맹이라는 턱도 없는 허상도 어떻게든 사회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아우성이라 느껴진다. 그래서 조금은 서글픈 인생들이다.

 

서울스퀘에서 일하는 경비원을 대하는 사람들의 공허한 태도. 누구 하나 없어져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적당한 무심함은 1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마주쳐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얼굴과 이름 누군지 상관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명 인간이다.

 

 

이들은 시시콜콜 모여 시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 혹은 해킹으로 대리만족ㅡ 욕구를 나눈다. 야간 경비원은 비정규직, 이들 언어를 빌리자면 밑바닥 중 밑바닥이다. 이들에게는 현재가 중요할 뿐 미래는 어때도 상관없었다.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이 있는 것 아나키즘과 방랑자, 외톨이, 아웃사이더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야간 경비원 기한오를 떠올려 본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고 기댈 수 없으며 실패한 인생이라 불리는 청춘들. 누가 그들은 세상의 낙오자라 말할 수 있을까. 서울역의 과거와 오늘의 상징성을 담아 날카롭고 맹렬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작가 정지돈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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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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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은 투명 인간이다.

유니폼을 입는 순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또는 사람들 눈에는

유니폼만 보일 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p77

소설 속 주인공들은 철저히 소외된 인물이다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조용히 밤의 세계를 지킨다. 이름이야말로 '야간 경비원'. 소설이지만 일기 같기도 하고, 시나리오 같기도 하고, 그냥 끄적 된 메모장 같기도 하다. 굳이 형식으로 따지만 블로그에 끄적이는 그날의 감상이다. 영화 같은 장면이 이어지다가도 뚝 끊겨 꿈같기도 하고 현실로 돌아왔다가 다시 나아간다. 리얼리즘과 픽션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형식이 묘하다.

 

비현실적인 상황이 이어지다가도 실존하는 장소, 사람, 상품명이 문득 나오면 둥둥 떠 가다가도 갈피를 잡았다. '아.. 완전히 안드로메다로 간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텍스트를 붙잡는다.

 

마치 소설이란 텍스트로 변환된 누벨바그 영화를 끊어 보고 있는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보고 싶은 장면을 돌려보는 스트리밍. 국제야간경비원연맹이라는 턱도 없는 허상도 어떻게든 사회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아우성이라 느껴진다. 그래서 조금은 서글픈 인생들이다.

 

서울스퀘에서 일하는 경비원을 대하는 사람들의 공허한 태도. 누구 하나 없어져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적당한 무심함은 1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마주쳐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얼굴과 이름 누군지 상관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명 인간이다.

 

 

이들은 시시콜콜 모여 시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 혹은 해킹으로 대리만족ㅡ 욕구를 나눈다. 야간 경비원은 비정규직, 이들 언어를 빌리자면 밑바닥 중 밑바닥이다. 이들에게는 현재가 중요할 뿐 미래는 어때도 상관없었다.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이 있는 것 아나키즘과 방랑자, 외톨이, 아웃사이더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야간 경비원 기한오를 떠올려 본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고 기댈 수 없으며 실패한 인생이라 불리는 청춘들. 누가 그들은 세상의 낙오자라 말할 수 있을까. 서울역의 과거와 오늘의 상징성을 담아 날카롭고 맹렬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작가 정지돈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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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 해피 모지스마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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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면

사람들이 집마다 찾아가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이 노래, 저 노래를 부르면

무척이나 듣기 좋았지요.

그럴 댄 밖에 나가서 뭐라도 챙겨주었습니다.

사탕이나 케이크처럼 아주 달콤한 것들을요.

크리스마스잖아요!

 

곧 있으면 성탄절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생각만으로도 따스한 그런 날. 유독 추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행복하고 사랑이 충만한 날이다.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으로 채워진 동화다. 본명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1960년 태어나 10대 때 가정부 일을 하다가 남편을 만나 버지니아 농장 일을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 관절염으로 자수 놓기가 어려워지자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린다.

 

 

재능이 한 사람에게 두 번이나 쏠리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한다. 그림을 배워 본 적도 없고, 76세라는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렸지만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가슴 따뜻함은 살아 있었다. 어느 수집가의 눈에 띄어 세상에 공개되며 100번 재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되며 우리나라 박막례 할머니급의 스타가 된다. 모지스 할머니는 10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짧고도 굵은 삶을 살다 가셨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에는 유독 겨울 풍경이 많다. 그중에서도 크리스마스의 그림을 모아 한 편의 동화를 만들었다.

 

 

특히 편지와 에세이 《크리스마스》가 실려 있어 그림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가 뭔지도 모르던 때 자신의 선물인 빨간 모자를 찾은 설렘이 동심을 자극한다.

 

할머니도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가 아니었을 거다. 아이 애나 메리 로버트슨에 대한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방금 <작은 아씨들>을 영화로 봤는데 커스틴 던스트가 맡은 에이미를 상상하며 읽었다. 분명 조잘조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을 것 같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들리고, 저 풍경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겨울 풍경은 유독 '피테르 브뢰헬'이나 '보리스 쿠스토예프'가 생각난다. 추운 겨울이지만 그림 속은 온기가 가득하다. 또 정감 있어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간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곧 있으면 성탄절이다. 혹시 주변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책 선물이 어떨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잘 어울리는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책. 비싸고 좋은 선물도 의미 있지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 같다. 나부터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

 

 

참고로 모지스 할머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를 읽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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