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세계사 - 영화가 새로워지고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보다 역사
송영심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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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세계사》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은 탓인지, 이번 책도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었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휘리릭 읽어버렸다. 소개된 20개의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서인지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도 재미있었다.

"이 영화가 이런 영화였나?"라며 다시 보기도 했고, "이런 영화도 있었네..?" 하면서 새롭게 찾아본 영화도 있었다. 장맛비가 연일 내리는 주말 동안 책 한 권으로 동서양의 과거를 넘나들며 가성비 좋은 세계 여행을 한 기분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성경》의 어려운말을 소개된 <부활>을 통해서 이해할 만큼 흥미로웠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고 사형을 지시한 로마의 호민관이 서서히 교화되는 과정이 진행된다. 그 어떤 성경보다 쉽고 재미있었다. 완성도는 좀 떨어지지만 조셉 파인즈와 톰 펠튼의 연기가 좋고 광활한 풍경이 체험한듯 펼쳐진다.

 

일러스트와 해시태그로 영화의 장르와 의도를 요약했다. 역사 선생님이 쓴 만큼 고증과 팩트체크가 제대로 되어 있는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책이다. 한국사도 어렵지만 방대한 세계사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풀어낼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서유럽에 치중된 관점에서 벗어나 동서양을 아우르는 좋은 영화를 선별했다. 의미와 재미 두 요소를 고루 갖추면서도 완성도 높은 영화를 엄선해 다채로운 구성을 꾸렸다.

세계사가 큰 틀이지만 문명, 사회 문화, 전쟁과 개척, 종교, 인물 다섯 분야로 나눠 각각에 맞는 주제의 영화를 추렸다. 영화의 한 장면을 일러스트로 그려 생생한 현장성과 기억을 복기하도록 도왔다. 무엇보다 가독성이 높아서 책 한 권으로 보지 않았던 영화도 본 것처럼 관람과 지식 두 마리 토끼를 얻을 수 있다.

영화를 고를 때 각자의 기분이 있을 것이다. 수상 전력이 많은 영화, 유명한 배우가 나오거나 감독이 연출한 영화,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아닌 오로지 '세계사' 공부를 위한 포인트를 원한다면 추천한다. 영화나 책은 한 번 보기 보다 몇 번씩 다시 보면 되새기는 삶의 교과서다. 한 번 봤을 때는 몰랐던 부분과 놓쳤던 부분, 잊힌 부분을 새롭게 찾는 N차로 풍요로운 문화생활, 세계사 공부에 도움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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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닌겐 로쿠도 지음, 이유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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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이 순수해지는 러브 스토리를 읽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후 변치 않는 믿음이 각박한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제목은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무슨 의미지?라고 반문하게 만드는 일본 특유의 문장이다.

초여름 같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미대생 유키는 문학도 나쓰키와 썸 타게 되지만 얼마 후 차가운 반응을 내보인다. 영문을 알 수 없던 나쓰키는 이내 실망하지만. 그럴 새도 없이 유키가 종적을 감추어버려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에 몸부림친다. 한낱 엔조이 상대로 봤던 걸까? 생각이 생각을 만들어 버릴 때 끝도 없는 구렁텅이로 이끌 때쯤,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나쓰키는 당황한다.

유키가 겨울 동안 SNS 상에도 현실에서도 급작스럽게 사라진 이유는 희귀병 때문이었다. 유키의 본가에 당도한 나쓰키는 식물인간처럼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유키를 보고 더욱 깊어지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유키의 병이 발병한 건 5살 때부터라고 한다. 10월 말쯤 잠들면 다음 해 2월쯤 깨는 루틴이 반복되지만, 폭설이 오거나 그해 겨울이 길면 1년도 넘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가족의 삶은 유키에게 맞추며 끝나지 않을 희생의 길을 걸어왔던 거다. 유키의 모든 것을 알게 된 나쓰키는 갈등하지만. 유키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깨달으며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긴 터널을 혼자서 뚜벅뚜벅 걸어가게 된다.

 

소설은 작가 '닌겐 로쿠도'가 실제 투병생활을 하면서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었던 순간을 펜 끝으로 전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희귀병, 투병을 소재로 한 일본 영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해도>, <남은 인생 10년> 등 유독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나 소설, 만화가 인기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작가의 삶이 캐릭터와 설정에 녹아들어 가 절절한 마음을 전한다.

읽으면서 내내 차가운 기온 때문에 문제가 생겨 잠을 자게 된다면, 일 년 내내 여름만 있는 나라로 이민 가면 어떨까도 생각했다. 사계절인 일본을 떠나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일생을 잠으로 보내다가 죽는다?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 힘든 인생은 참 억울할 만한 일이다.

그보다 더 기구한 사람은 남자친구 나쓰키가 아닐까. 여름에만 함께 할 수 있고, 그것 마저도 매해 불투명한 설정은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처럼 퍽 슬퍼져 안쓰러웠다. 일본에서 곧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 질 것 같아 내심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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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 가장 거대하고 매혹적인 진화와 멸종의 역사 서가명강 시리즈 31
이융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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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잠시 빌려 쓰는 것뿐. 인간은 아주 짧은 시간 살고 있음에도 주인인 것 마냥 훼손하고 오염하고 있다. 각설하고, 인간 이전에는 공룡이 주인이었다. 16천만 년 가장 오랜 지구의 지배자였다. 그들은 유니콘처럼 상상의 동물이 아닌 실존했던 동물이었다. 여전히 발굴되고 있는 화석을 통해 존재가 증명되고 있다.

 

 

책은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융남 교수가 쓴 쉽게 읽는 공룡 가이드다. '서가명강'은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란 말의 줄임이다. 책은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 중 유익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엄선한 '서가명강'시리즈 중 하나다. '명견만리''세바시' 같은 대중 강연이나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담론을 담은 책이 인기인 것처럼 과학 문화를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는 대한민국 1호 공룡박사로 불리며 한반도 최초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와 반수생 신종 공룡 나토베나토르를 발굴했다.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의 탐사대장으로 고생물학계 난제였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정체를 밝히는 등 공헌을 인정받았다. 여러 강연과 TV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공룡과 고생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따라서 책은 깊이 있는 공룡에 관한 주제를 대중적으로 서술해 읽기 쉽고 이해는 빠르게 했다. 공룡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더라도 몽골 사막(배드랜드)에 머물면서 공룡 뼈를 발굴하고 석고재킷을 만드는 과정이라든지. 반대로 알래스카 다날리국립공원(툰트라 지형)을 탐사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2,000미터가 넘는 지형으로 올라가는 경험 등. 코리안 인디아나존스가 따로 없다. 발굴과 복원 과정을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공룡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오지를 탐사하고, 발굴한 공룡뼈를 암석에서 꺼내기 위해 실험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수많은 뼛조각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머리를 감싸고, 논물을 쓰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뒤져야 하는 이 모든 과정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p214-215”

 

 

 

 

몽골에서는 은하수, 전갈, 사막 여우 등이 있다면 알래스카에는 곰이 있어 상반되는 경험을 듣는 것도 재미다. 어릴 때 <쥬라기 공원> 영화를 보면서 꿈꿔 봤을 공룡과의 공생과 스펙터클함이 가끔은 아주 힘들고 고된 일임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 추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좋아서'라고 한다. 공룡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무언가를 평생 아끼고 좋아하며 사랑할 수 있을까. 실제 공룡학자는 전 세계에 100여 명 정도뿐이라니, 단순히 공룡을 좋아하는 것을 떠나 사명감을 갖고 목숨을 담보로 일로 승화한 진정한 덕질의 세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과거를 탐구해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46억 년의 지구 나이의 일부만을 알고 있지만 인류의 진화를 궁금해하고 현존하는 이유까지 알고 싶은 철학적인 사람들이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870여 종과 함께 살고 있는 한 종일 뿐이며, 마치 만물의 영장처럼 행동하는 것도 반성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촉구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인류는 지구에서 1,000년 안에 사라질 거라고 말한 예언을 깨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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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 -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 푸른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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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두 저자는 이 책은 넷플릭스와 무관하다고 밝힌다. 그저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20편의 영화. 드라마를 통해 세계 근현대사를 풀어냈다고 했다. 20편의 콘텐츠는 무한한 넷플릭스 바다 안의 20개일 뿐이며 재미와 의미, 정보까지 쌍끌이 하는 만족도 높은 콘텐츠를 찾고 있다면 《넷플릭스 세계사》에 추천된 것들만 봐도 한 달 이용료 이상을 뽑을 것으로 예상한다.

책은 총 5챕터로 분류하고 있다. 인종차별과 저항, 전쟁과 테러리즘, 보혁충돌과 화해, 빈부격차와 분노, 현대사의 특별한 순간들이다. 저번에 읽었던 《내 가게를 위한 브랜딩은 달라야 합니다》로도 충격받았던 콘텐츠의 재해석을 또 한 번 경험했더랬다. 현대사, 세계사를 주제로 한 다양한 나라의 콘텐츠가 많은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실감했다.

20개 중 7개만 봤다니. 봐야 할 목록이 또 늘어난다. 두 분은 넷플릭스를 끼고 사는 것 같다. 아예 관심조차 없던 사건, 콘텐츠를 발견하는 기쁨이 말도 못 한다. 한 달 구독료가 아깝지 않을 것 같은 알뜰한 시청자다. 콘텐츠를 너무 1차원적으로 봤다. <로마>에 한국 교관이 나왔던 것도 몰랐고, <아이리시맨>이 케네디와 대척점에 섰던 호파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아메리카>나 <대부>처럼 아일랜드 이민자와 어두운 마피아의 유착, 배신, 복수에 관한 이야기와 미국의 시대상을 담았다고만 생각했던 거다. <퀸즈 갬빗>으로 체스가 러시가 종주국인 것도 알게 되었다.

역시 책을 읽어봐야 하고 영화도 많이 봐야만 한다. 따라서 어렵고 딱딱한 역사책으로 읽기 보다 영상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 실화물을 좋아하는 분, 넷플릭스로 세계 여행 떠나고 싶은 분, 다양한 나라의 콘텐츠를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책에 서술된 정보를 쓰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관심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는 추천도서다.

참고로 책이 2쇄 되면 고쳤으면 좋겠다. <아이리시맨>의 주인공 '로버트 드 니로'를 '로버트 드니로'라 붙여 썼는데, 염연히 '드 니로'로 써야 한다. 이탈리아 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런 성씨를 쓰며 풀네임은 '로버트 앤서니 드 니로 주니어'다.

소개된 20개의 콘텐츠는 이렇다.

블루스가 쏘아 올린 차별을 향한 저항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흑인은 범죄자'라는 위험한 낙인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미국 원주민 사회의 '불편한' 진실 <너의 심장>

20세기 멕시코의 치열한 역사 <로마>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블랙 어스 라이징>

'킬링필드'의 악몽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스파이 '코헨'의 최후 <더 스파이>

IS를 향한 잘못된 환상 <칼리프의 나라>

혼란한 시대, 누가 이 세상을 구원할 것인가 <메시아>

영화 <시민 케인>의 탄생과 배경 <맹크>

그날, 시카고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지적이고 아름다운 공존 <두 교황>

새로운 '불평등'의 출현 <화이트 타이거>

파리 19구에서 탄생한 괴도 '뤼팽' <뤼팽>

아프리카의 굶주림은 '누가' 만든 것인가?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노동계 대통령 '호파' 실종사건의 진실 <아이리시맨>

"체스판은 곧 세상" <퀸즈 갬빗>

'복지 선진국' 우루과이의 투쟁 <12년의 밤>

개인의 '국가 세우기'는 가능한가?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진짜 '괴물'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 있다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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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덕질 -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이윤리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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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덕질》은 《이웃덕후 1호》의 2편이라 할 수 있다. 2호라는 제목으로 갈 줄 알았는데 컨셉은 같고 총 7명의 덕후의 취미를 들여다본다. 매년 열리는가 보다. 미래엔 북폴리오에서 개최한 단편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내 덕질을 커밍아웃하고 세상에 더 알리고 싶다면 3회 공모전을 도전해 보길!

덕질은 더 이상 숨겨야 할 민망한 취미나 시선을 받을 게 아니다. 소수의 취미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 오랫동안 한 가지에 꽂혀 즐기고 쌓았던 모든 시간과 열정을 존경하는 형태도 있다. 올해 선정된 에세이집의 경향은 취마가 더 다양해졌다는 데 있다. 게다가 필력도 좋아서 읽는 내내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졌다.

단숨에 나를 사로잡은 건 외증조할머니로부터 시작된 SF 사랑이었다. 지구가 아니 우주, 그리고 생명체와 현상에 재미를 붙이고, 과학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이윤리 덕후에 관심이 향했다. 의정부에 있는 집안 선산 이야기와 그로 인해 접했던 수많은 해적판 SF 책들. 공각기동대, 블레이드 러너나. 매트릭스. 그리고 심오한 정신세계의 소녀를 짝사랑하면서 내면이 성장하게 된 일. 대학에서 만난 선배와의 실연 후 《그리폰 북스》로 영혼의 상처를 메우고 매우 철학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이제부터 매우 공감했다. 나도 몇 년 전 테드 창을 알게 되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한 챕터는 영화 <컨택트>로 만들어졌으니까. 그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언어학자와의 교류는 충격적이었다.

이후 저자는 아버지의 파킨슨병 발병과 할머니의 치매를 들어 소우주인 나와 가족의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가족으로 열어 가족으로 끝나는 서사까지 완벽 깔끔하다. 가족의 병이 가져온 시간은 힘들었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누군가를 조금은 알아가기도 한다. 이윤리 덕후의 'SF와 나의 이야기'(그러고보니 테드 창 제목의 패러디?)가 처음인 이유(대상)를 알 것 같았다. 매력적인 글맛이 살아있다. 소설 써 보시는 건 어떨지 싶을 정도였다.


두 번째 최우수상 책덕후 조소영 덕후 사연도 만만치 않았다. 책덕후와 사회성 부족의 연결고리를 화두로 던진다. 사회성이 떨어져 덕후가 되는지, 덕후가 되고 나서 사회성이 떨어지는지. 뫼비우스 띠 같은 논리다. 조소영 덕후는 후자라고 한다. 나도 나름 영화, 책 덕후라고 생각하는데 내향인은 맞지만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안 들어 봤는..; 아무튼, 책과 나만 있으면 된다는 간편하고 쉬운 취미가 독서란 말은 동의한다.


어릴 적부터 친구를 사귈 줄 몰라 집어 든 책이 친구의 기쁨도 알게 해주고 도서관에서 책 정리 일인자로 뿌듯함도 주었다. 목돈 100 만으로 전자책을 샀다니. 대단한 덕심폭발이라 리스펙하고 싶다. 그러다가 드디어 수많은 책의 바다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성인도서'. 당시 중학생이었던 덕후는 그 책이 버젓이 도서관에 꽂혀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넘어 신세계로 떠나는 경험을 만끽한다.


나는 중고등학교 땐 그냥 조금 읽다가 대학생, 특히 사회 초년생 때 읽기 시작한 케이스다. 대학생이 되자 당시 연애, 알바, 공부 이 세 요소를 정신없이 돌리면서도 멋진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다. 그때 인도의 성교 책을 보다가 후방 주의를 몇 번이나 맛보았는지 모르겠다. 그때를 생각하니, 덕후가 중학생 때 느꼈을 성욕 판타지의 신세계가 상상되기도 해 또 라떼를 만들어 봤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도서전이 열렸다. 팬데믹 전에는 매회 갔는데 행사가 비슷비슷하고 상업적으로 바뀌어서 안 간지 3년 되었다. 대형 출판사가 도산하고 오프라인 강자였던 교보문고도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독서인구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도서전이 북적이는 건 아이러니다. 이 기이한 현상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몇 년 전 책의 자릿세와 비용을 생각해 전자책으로 갈아탔다고 했다. 환경도 생각하고 참 좋은 발상이라 느낀다. 아직 활자 책이 좋은 나는 집 앞 도서관을 이용해 독서 중이다. 사는 동네 시스템이 동네 서점과 연계해 신간을 월 2회나 무료도 대여해 준다. 이렇게 고른 책은 지역 서점을 살리고 나도 키워준다.

세 번째 우수상인 여돌 덕후 김창경 덕후도 재미있었다. 자주 토요일에 한국영상자료원을 가는데 근처에 MBC가 있어서 음악 프로그램 공개방송에 온 팬들을 마주한다. 대부분이 소녀지만 나이 지긋한 중년, 혹은 이모팬도 더러 있어서 신기했다. 주변에 BTS의 초기팬이 있어서일까. 놀랄 일은 아니라고 봤는데 이분은 여성 아이돌 덕후였다.

이분의 덕질 시초는 '하늘땅 별땅'의 '비비'였다. (랩퍼 비비 아님 주의) 당시 H.O.T 와 젝키가 인기있던 시절 비비라니 덕후 체질을 타고나셨다. 비비로 인해 세상과 마주하는 법, 관계 맺는 법, 오늘의 행복을 알았다니. 이런 게 스스로를 성장케하는 덕질의 순기능이다.

덕질장려 화이팅! 이후 유피로 넘어가고 여성 멤버 집에 들러 여러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직장 다니며 씨스타로 넘어가다 휴지기에 들어간다. 이유는 번아웃이 와서였다. 쉬다가 유튜브로 알게 된 게 바로 오마이걸. 곧 마흔 아줌마의 꺼져가던 덕질인생이 재정비 맞는 계기였다.

아이돌 덕후는 사계절처럼 피어다가 지는 아이돌계를 돌아보며 신선같은(?) 말씀으로 마무리하셨다. 힘든 시기를 이겨낼 용기와 응원을 서로 주고받고 성장하는 계기. 선한 영향력이 준 나를 일으켜 준 거름, 그리고 키워준 바탕이 덕질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앞으로의 나를 위해 오늘도 덕질을 멈추지 않는 덕후들이 있는 한 세상은 한껏 윤택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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