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 인생의 여행길에서 만난 노시인과 청년화가의 하모니
나태주 지음, 유라 그림 / 북폴리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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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의 협업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기분 좋게 읽었던 시화집도 그중 하나. 시인 나태주와 걸스데이 출신 배우 유라가 만든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은 역시나 좋은 시에 의외의 그림이 만들어낸 케미스트리다.

 

유라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처음 알았는데, 4계절로 구성된 시에 그림이 찰떡같이 어울린다는 점이다. 시를 읽고 영감받아 그린 건지, 그렸던 그림을 시에 맞에 구성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결과는 좋다. 최근 2년간 작업했다는 유화가 담겨 있다. 유라는 '계절''여행'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왔다고 한다.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너무 늦게 알았는데, 두 사람의 합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27일까지 이니 시간 되는 분들은 갤러리 화이트원을 방문해 보면 좋겠다. 전시 정보는 아래에 있다.

 

노년의 시인과 청년의 화가의 하모니

 

책은 '봄이 피고 여름이 흐르고 가을이 익고 겨울리 내리다'라는 4개 섹션으로 4계절을 표현했다. 두 사람은 나이, 직업, 성별도 다르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나 계절과도 같은 인생을 노래했다. 서로 다른 인생처럼 전혀 다를 것 같은 예술적 시각이 잘 스며들어있다.

 

어쩌면 계절의 반복은 세월의 흐름이기도 하기에 유사한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시작과 끝이 있는 인생과 닮았다. 쉽게 여행 가기 어려워진 시대에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은 덤이다. 끝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노시인과 시작점에서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청년의 화가. 제법 잘 어울린다.

 

시와 그림은 책 속에서 자세히 만나 보라고 인상적인 시 하나만 소개하겠다. 책에 엽서처럼 사계절이 담긴 달력이 수록되어 있다.

 

 

다시 만날때까지

 

 

미쳤지

 

금방 만나고 헤어졌는데도

 

자꾸만 돌아다 보이는 마음

 

헤어진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그래도 정신 차리고 잘 돌아가야지

 

보고 싶은 마음 잘 데리고

 

돌아가야지

 

그래야 다음에 또 만나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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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혹하는 사이 -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이 부정된다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제작팀 지음 / 책들의정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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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진실과 거짓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당신이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게 사실이기는 할까. 누가 뭐하고 하든 내가 진짜라고 믿으면 진실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실과 사실, 거짓, 음모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는 동명의 제작팀이 방송분을 요약해 만든 책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서프라이즈》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할까. 프로그램은 실제 본 적은 없지만 책의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런 유의 책이 사실 많다. 잘 된 교양, 과학, 인문학 프로그램을 엮어서 책으로 펼치는 일. 대부분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어서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거나,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내내 펼쳐지기도 했다. 때로는 지루하기도 했고, 재미없기도 했으며, 그저 그런 인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번도 시청한 적 없어서 인지, 확실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의 글재주 때문인지 술술 읽히고 묘하게 빨려 들어갔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들과 의혹들이 계속 책장을 넘기에 만들었다.

 

코로나19를 빌 게이츠가 일부러 뿌렸다는 둥, 백신으로 돈을 벌기 위한 음모론, 백신 맞으면 몸에 666바코드가 생성된다는 설, 갑자기 인기 절정에 사라져 버린 연예인, 중국의 유명 아나운서가 인체의 신비전에 나왔다는 의혹, 김정남 암살사건 등.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로 상상력을 붙여 충분히 만들어지기 좋은 소스를 모아 둔 이야기보따리다. 한 챕터 뒤에 '못다한 이야기'편에서 방송에서 차마 다루지 못했거나 이후 추가로 밝혀졌거나 첨언하고 싶은 게 담기는데 요것도 꿀재미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점은 물론 '카더라 통신', '음로몬', '의혹 덩어리' 등의 진짜와 가짜 사이에 부유하는 담론이지만. 모든 일에 물음표를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감춰진 진실을 들추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드라마 '구경이'에서 구경이는 항상 "의심스러운데?"를 외치며 팀원까지 의심해 버린다. 결국 드라마로는 사회정의를 비뚤어지게 바로잡겠다고 나선 어느 살인마와의 대결을 그리며 인간에 대한 믿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흔히 '사람이 무섭지 귀신이 무섭냐?'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라는 공포가 또 있을까. 갑자기 잘 보이던 사람의 안부를 묻고, 관심 가져 주는 일 어렵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금 다르지만 나에게 남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참 재미있게 읽었고, 의심은 더 커지게 생겼지만 그래도 내가 경험하지 않은 이상 믿지 않겠다는 신념을 덧칠하는 계기가 되었다.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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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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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다 이 책을 읽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읽은 척 사거 책장에 장식품으로 두거나 SNS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책 읽는 희박한 인구를 생각해 봤을 때 많이 팔렸지만 진짜 읽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서평단이라는 것을 해서 어쩔 수 없이 봤지만 어려운 용어와 인류 문명사를 한 권에 휘리릭 읽는다는 게 벅찼다. 당연히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고, 두꺼운 인문학서답게 무거워 읽기도 불편했다.


하지만 요놈은 달랐다. 그래픽 노블로 읽어 보면 조금 경량화된 볼륨과 이미지화된 내용 때문에 이해하는데 훨씬 수월하다. 그래픽 노블의 힘을 알게 된 게 《시녀 이야기》 였고, 《사피엔스》였다. 최근에는 《듄》도 나와 있으니, 독서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래픽 노블부터 읽어볼 것을 권한다. 원작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그 콘텐츠를 먼저 보고 그래픽 노블로 복습해도 좋다.


아무튼 벌써 두 번째 책으로 나온 (시간이 꽤 걸림)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vol2 문명의 기둥에서는 모든 종을 말살하고 혼자 독식한 '사피엔스'가 '농업혁명'과 만나 본격적인 문명을 쌓은 역사를 알려준다.


밀가루가 인류를 몸종으로 길들였다고?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수렵채집을 하며 떠돌아 살았다. 그러나 돌연 밀을 만나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기대하며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저녁이 있는 삶을 달콤하게 포장한 악마의 유혹이었으니. 밀을 길들이고 돌보는 시간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자유를 잃었다. 마치 우리가 편리하고 똑똑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스마트폰을 손에 들였지만 사실상 24시간 노예가 된 것을 생각해 보자.


그렇게 자식을 많이 낳았지만 모여 살다 보니 질병에 취약하게 되어 많이 잃게 된다. 그렇지만 더 많은 자손을 낳았고 농사를 해야 하기에 일손도 필요했다. 더 많은 경작을 위해 일손이 모자라자 도구를 발명하고 개선해 나갔다. 사유재산이 생겨났고 내 거 네 거 싸우다가 폭력이 난무하게 되었다. 때로는 농사를 망치는 기후변화나 기근으로 힘들기도 했다.


동물도 길들였고 계급이 생겨났다. 진화적인 성공일지는 모르나 개체의 고통이었다. 이익은 숫자가 아닌 행복에 있지만 더 많은 것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해 인류는 고통과 스스로 타협했다. 아직도 농업혁명에 관한 의견을 엇갈린다. 밀이 인류의 족쇄가 되었는가, 아니면 인류가 농작물을 길들이면서 번영한 건지. 하지만 일은 벌어졌고, 사유재산이 늘면서 정치, 국가, 문명이 생겨나게 되었다.


기원을 알 수 없는 허구가 시간이 흐르며 사회 질서가 되어갔다. 인도는 카스트제도로 오스만제국은 종교로 현대 미국은 인종으로 사람을 나누었다. 특히 흑인은 2세기 전 법적 자유를 얻었지만 아직도 편하게 살고 있지 않다. 짐 크로스 법(흑인 인종차별)으로 더욱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리적인 힘과 사회적인 힘 사이에 연관성은 없지만 권력은 폭력보다 사회적 기술(능력)이 뛰어난 사람 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렇다면 인종주의적 신화, 생물학적 차이의 신화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생물학적이지만 우월성 등을 거들먹거리는 신화는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신화다. 신화는 법을 낳고 법은 신화를 공고히 한다.


아직도 교사, 변호사, 의사 등 화이트칼라는 백인이 차지하고 있어 흑인, 여성의 비율은 낮다. 남성, 백인은 수천 년 동안 여성, 흑인을 스스로 열등한 유전자라 느껴버리도록 세뇌했고, 이 악순환은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졌다. 현재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평등한 수준으로 오르지 못했다. 이 문제는 1세기를 더 지나야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유발 하라리는 유대인이지만 무신론자이며, 동성애자이다. 그런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서술된 인류사라는 점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는 이유다. 다만, 외국에서 만든 거라 서양인 기준으로 동양적인 부분은 제외되어 있으니 가감해서 읽기를 권한다. 성인들이 교양을 쌓기 위해 읽기 가장 좋고, 중고생이 학습을 위해 본다면 추천하고 싶다.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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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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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등반가, 산악인, 오지 탐험가가 이해 가지 않는 1인이다. 엄홍길 산악인은 왜 산을 오르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힘들게 올라가서 어렵게 내려오는 산. 대체 왜 끊지 못하는 걸까?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은 도움받을 수 있다. 어제 서울의 산이라고도 뭐한, 성곽따라 인왕산 자락을 다녀왔으니까. 느끼는 바가 좀 달랐다. 사실, 확실히 몸은 고되었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전경이 멋있더라.

천혜의 자연 노르웨이에서 자란 저자 '아레 칼뵈'는 등산과는 담쌓고 살아갔던 사람이었다. 바쁘게 살다 정신 차려 보니 친구들이 다 산에 올라가 있었고, 그 사진을 인증하는 SNS 홍수 속에서 외톨이인 것 같았다.

그때 "내게 무슨 하자가 있는 게 아닐지.." 깊게 생각했고 확인하기 위해 최신 장비를 들고 산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이해해 보려고 굳이 높은 정상까지 기어올라가는 의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위로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별별산을 다 가보질 않나, 별별사람을 다 만나게 되었다.

그는 노르웨이에 사는 것은 구동독에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항상 감시하는 국가안보부 역할을 하는 게 자연이라는 생각이다.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인간은 감시당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고 말한다. 광활한 대자연의 매력 속에서 압도당하면서도 은근한 부담감에 도망가고 싶어진단다. 한국에서 너무 먼 나라 노르웨이. 알면 알수록 독특한 북유럽 문화가 낯설지만 재미있게 펼쳐진다.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지구에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가까운 미래의 심각성도 곱씹었다.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하고 자연에서 영감을 얻으라는 사조가 퍼지면서 사람들은 북유럽으로 많이 떠났다. 이를 미리 간파한 걸까. 노르웨이는 이미 투명 엘리베이터, 자급자족 호텔, 고요하고 홀로 떠올라있는 여행을 추진했다. 결과는 대성공! 오두막 속의 세상이 펼쳐지는 월든처럼 전원생활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 충분했다.

좋아하는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책 중에 《주말엔 숲으로》에서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주말이면 숲을 찾아 힐링하고 피톤치드도 마시며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푸는 세 여성을 그리고 있다. 도심에서 경험할 수 없는 평화를 찾고 싶은 자들이 산을 오르는 거다.


하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산은 오르라고 있지만 정상에 서면 내려갈 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래 직업까지도 톺아본다. 여전히 미래 사람들은 모두 IT 관련 직종에만 몰두할까? 30-40년 전만 해도 미용사, 네일아트사, 헬스트레이너, 바리스타 등 사람들의 여과 시간과 관련된 일은 직업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반면 과거에는 노동이었던 일이 여가가 되기도 한다. 산장은 인부들의 일자리였지만 지금은 여가 행위로 전락했다. 과거에는 직업이었던 일들이 현재는 여가 시간을 이용해 생계를 유지한다.

어쩌면 저자의 생각대로 근미래 모든 사람들이 과거로 돌아가 농사짓고, 고기 잡아, 산꼭대기로 배달해 주는 사람, 지친 사람들을 발마사지를 돕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도시는 텅 비어있고 산속이 북적이는 역전현상, 이런 재미있는 상상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터무니없어서 피식거리지만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를 미래, 장난 속에서 삶의 가치를 깨닫는 일이 머지않아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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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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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일부가 자꾸 떠오른다. 어떤 괴생물체가 나타나 '넌 며칠 후에 지옥에 갈 것이다'라고 예고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드라마 속 상황은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지옥, 악마, 천사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이미지가 원형의 공포를 이루어 만든 가상의 존재기에 더욱 기괴하기만 하다.

《라틴어 수업》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한동일 교수의 두 번째 책 《믿는 인간에 대하여》는 '인간의 믿음'이라는 주제로 쓴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전작이 '언어'를 매개로 개인의 정체성, 역사, 문화를 설명해 주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포괄적인 통념에 집중해 고대, 중세와 현대를 이어준다. 그리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을 되묻는다. 당신의 삶의 가치는 무엇이냐고 말이다. 정답도 끝도 없는 문제지만 잠시 멈추어서 곱씹어 보길 권유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앞서 말한 지옥, 중세에 끊이지 않았던 종말론은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먹는 문제는 잦아들었지만 감염병, 전쟁, 데이터 등 또 다른 위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코로나19 이후 현대에서 초현대로 나아가게 되었다고 밝힌다. 코로나 뉴노멀을 뜻하지 않게 맞이했지만 현실 속에서 자신을 살피고, 가능성을 발견해 뻗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고 미래를 내다보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종교를 믿지 않지만 모든 사람의 두려움이 되는 죽음과 지옥의 연결고리를 훌륭하게 건드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믿는 인간에 대하여》을 보면 뚜렷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실마리를 건드리는 내용이 많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확고한 믿음 대신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돌아볼 수 있는, 그 마음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P266

한동일 교수는 존재의 태도가 천국과 지옥을 결정한다며,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을 전한다. 인간이 인간을 돕고 연대하는 순간 천국은 지옥보다 가까워져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천국에 간다고 행복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천국도 지옥도 가고 싶지 않다. 죽으면 그냥 연기처럼 휘발되길 바란다. 차라리 불교 경천처럼 환생이 낫겠다.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하게 도와준 건 미드 [굿 플레이스]였다. 주인공 엘레노어가 자신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자기계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선과 악의 진정한 의미를 배워가고 새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사후세계와 현실 세계, 철학적인 깊이와 시트콤 형식의 재미도 담겨 있는 수작이다. 넷플릭스에 있으니, 연말 꼭 챙겨 볼 것을 권한다.

내가 사는 곳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건 개인의 선함과 차별하지 않고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이란 생각이다. 이 책을 보면서, 코로나로 인해 선진국이란 나라들의 어이없는 실수를 보면서, 얼마 전 드라마 [지옥]을 보면서 느꼈다. 결국 인간은 지옥도 천국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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