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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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특유의 감성으로 팬층이 두꺼운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 헤르만 헤세 등으로 좋아하는 작가를 주제로 다양한 글을 쏟아냈다. 이번엔 '어린 왕자'. 과거 생텍쥐페리에 관한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읽었을 때 느낀 감성이 되살아났다. 말랑말랑한 문체와 사유하며 읽게 되는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어 옆에서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이야기가 부담없이 읽기 좋다.

 

신작에서는 어린 왕자를 왜 작가가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유년 시절 어린 왕자를 읽고 펑펑 울었던 사연이 시초다. 중학교 1학년 때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토해냈던 날. 어른이 되어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면아이'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지나고보니 알게 된 것들. 내면아이, 어린 왕자와 헤어지게 될까 두려웠던 게 아닐까 곱씹어 보게 되었다.

 

"내 안의 내면아이의 서글픈 고백에 가슴이 저려 왔다. 나에게도 나만의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한때는 너무나 사랑했던 이야기 속의 어린 왕자, 그 이야기가 도저히 머나먼 프랑스의 비행기 조종사가 쓴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완전히 내 이야기'같았던 그 시절의 나를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P19

 

'내면아이(inner child)'는 피터 팬처럼 영원히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아이를 말한다. 아이는 자라고 싶지 않지만 나이를 먹고 가족과 사회적 눈을 의식해 어른처럼 행동하게 된다. 몸과 마음 성장의 불일치, 이 간극이 비등해져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생기게 된다.

 

마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방구뽕 씨 처럼 말이다. 방구뽕 씨는 입시에 지친 초등학생의 해방군사령관이라 스스로 지칭하고 밤늦도록 학원에 매여 있는 아이들을 위로했다. 자신도 어릴 적 강압적인 부모의 등쌀에 떠밀려 공부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살다 어른이 되었다며. 부모의 바람과 성적 향상이 본인을 향한 관심이라 생각했고, 이를 어기는 순간 모든 게 사라진다고 믿었다. 그가 내면아이를 더 빨리 만났다면 어땠을까. 괜한 상상력을 이 책을 읽고 해보았다.

 

작가는 성인 자아가 내면아이와 지속적인 대화를 한다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내면아이를 '조이', 성인자아를 '루나'라고 부르기도 했다. 어린 왕자의 이야기에 빗대어 성인자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위로한다. 재미있는 점은 어린 왕자처럼 돌직구를 날리는 내면아이를 기쁨이라 부르고, 성인자아를 밤이 되면 뜨는 달이라 부른다는 거다. 어린 왕자를 인용해 영감받아 창조한 조이와 루나로 재해석된 어린 왕자가 탄생했다고 봐도 좋다.

 

책 속에는 작가의 이야기인지 누군가의 사연인지 모를 열 개의 순간이 어린 왕자의 구절과 맞물려 돌아간다. 한 챕터가 끝나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접 생각하거나 써보길 권유하고 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던 K 장녀, 언니 오빠들만 예뻐하는 것 같아 그늘이 생긴 막내, 말 잘 듣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대기업에 취직해야만 된다고 생각했던 자식.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은 아이, 외모에 자신감 없는 분, 매사에 완벽해야 한다고 느끼는 어른,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 등등. 내 이야기 같은 사연이 등장한다.

일상에서 내면아이와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내 안의 여리고 순수한, 덜 자란 자아를 보듬어 주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일기를 쓰거나, 책이나 영화를 보고 깊은 사유를 해본다거나, 또는 타인과 대화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부모 혹은 그 위 부모 세대부터 대물림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고 느낀다. 내면의 어린아이는 성인이 되었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아 소중한 잠재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때마다 꼭 안아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좋다. 유년 시절에 받았던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모두가 오은영 박사와 만날 수 없기에 가성비 좋은 책으로 진단해 보고 치료해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 타인과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자신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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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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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 무명의 사진작가를 알게 되었다. 대체 '비비안 마이어'는 누구일까? 자신을 꼭꼭 숨긴 사람, 필름을 강박적으로 남긴 사진사, 독특한 유모, 비밀스럽고 유별난 사람, 큰 키에 프랑스 억양을 쓰는 독신녀, 수집광 등 부르는 이름이 여러 개다. 그녀를 알던 사람들은 그렇게 기억하고 있기도 했다. 단순히 정신질환 중 하나 인 저장장애(호더)가 있는 한 가지 모습으로 규정할 수 없고, 모순적이며, 다층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 중 일부는 이렇게 회상하기도 한다. 이상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었던, 주의를 끌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너무나 다른 평가에 헷갈리기 시작했다. 대인 관계를 거부하지만 않았더라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을 거다.

 

조용한 거리의 사진사 '비비안'

 

비비안 마이어를 세상이 발견한 건 2007년 경매장을 찾은 한 남자가 우연히 수십만 통의 필름이 발견되면서 시작되면서였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네거티브 필름, 사진들, 감독이자 발굴자인 '존 말루푸'는 작가를 찾기 시작했다.

 

누구였고, 어디 살았으며,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대체 이 멋진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거지? 궁금증은 커져갔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그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자기 말고 또 다른 사진 구매자 '제프리 골드스타인'과 아카이브 작업을 해갔다.

 

그 과정이 영화에 담겼고 가족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으나 'TV는 사랑을 싣고'처럼 명확한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 영화에서 담지 못한 더 많은 정보가 이 책에 담겼다. 비비안이 사진을 찍은 이유와 목표, 가족과 자신의 인생에 대한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아 준 전기다.

 

한 사람의 생애를 위해서는 주인공의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상과 관심, 세상을 보는 시각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과정과 가족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만 한다. 비비안 마이어를 추적해야 한다. 비비안은 어떤 가정에서 컸을까?

 

불운했던 가족, 모든 것의 시작

 

 

가계도를 그리는 건 그 사람의 역사를 따라가는 일이다. 비비언 마이어 가(家)는 대체로 흐릿했고 우울했으며 안타까웠다. 부모의 양육 거부와 학대, 폭력, 알코올과 약물 중독, 정신질환, 불법 중혼 등으로 얼룩진 그림자는 대를 이어 계속되었다. 3대의 불행은 바일과 외제니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 쪽은 독일계 어머니 쪽은 프랑스계였다. 비비안이 사진과 가까이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아무래도 외할머니인 상류층 입주 요리사였던 '외제니'의 영향이었을거다. 아버지 되기를 거부했던 외할아버지 니콜라스 바일 사이의 사생아로 태어났고, 그래서 어머니 마리는 비비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릴 적 비비안은 엄마가 나를 방치했다고 전했고, 외할머니 외제니와 이모 할머니 마리아의 뒤늦은 보살핌으로 살아갔다. 마이어 가(家)의 명맥이 비비안과 오빠 '칼'로 끊어졌다. 둘 다 결혼하지 않은 채로 자식도 없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유년기나 청년기에 비비안을 알고 있거나 가까운 가족과 교류한 사람을 찾아 정보를 수집할 수 밖에 없었다.

 

비비안의 사진 특징

 

로버트 카파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아서라고. 비비안은 누구보다도 은밀히, 가까이 피사체에 다가갔던 사람이다. 비비안의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세밀한 희로애락은 그 사람만의 필터가 되어 준다. 인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아름다움과 유머가 비비안 사진의 특징이다.

 

자신처럼 가난하거나 아픈 사람, 우는 아이, 죽은 동물들 등을 비참함을 소재 삼아 거리의 사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아마 답답한 삶 속에서 유일한 숨통은 사진기를 통해서 였지 않았나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진뿐만 아니, 당시 정치적 상황이나 범죄에도 관심이 많았다. 유명인이나 셀카도 많이 찍었다. 셀피가 흥미로운데 요즘 대부분의 셀피 기법이 담겨 있다. 유독 화가의 그림에 자화상이 있는 것처럼 자연, 정물, 건물을 지나 자신에게 향하는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모델료를 아낄 수 있고, 언제나 불러내 포즈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비안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온기, 유머도 잃지 않았다. 인간의 어리석음이나 엉뚱하고 기괴한 것을 쫓는 어두운 면이 많던 사람이었다. 때론 정이 넘치고, 기자처럼 사건 현장을 찾아 기록하는 대범함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강박적으로 인화하지 않은 네거티브 필름과 신문을 그저 보관하는데 그쳤다. 인화한 사진은 대부분 보모로 일하던 중 친밀함을 쌓기 위해 가족을 찍거나, 엽서를 만들기 위한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했다.

 

비비안은 생전 반 고흐를 언급했다. 잉어 레이먼드라는 사람에게 "살아 있을 때는 인정받지 못하다가 죽은 뒤에야 인정받는 것이 예술가들에게 흔한 일이라" 말했다고 한다. 미술계에서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자르고, 인쇄하는 작업도 사진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여긴다. 원본 사진만큼 중요하다는 것. 직접 고르고 편집한 사진이 많지 않아 전시나 가치 환산이 쉽지 않은 이유다. 예술적 가치가 있는 사진은 인화하지 않고 보관하기만 했다.

 

비비안은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전문 사진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상업적 판매를 도모했으며, 지인들에게 뿌리기도 했다. 그러다 정신질환이 발병해 병적으로 찍고 수집하고 집착했다. 하지만 재능을 알아차렸고 유명인을 동경하며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수 있음을 믿었다는 거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어느 것도 확신할 수는 없다.

 

영화에서 충족되지 못한 물음표가 어느 정도 상쇄되는 비비안 마이어 전기다. 비비안의 사진은 인물의 가장 처참하고 굴욕적인 순간이 다수 기록되어 있다. 아마 강박적이고 절제할 수 없는 이끌림 탓이었지만 타인의 동의 없는 초상권과 기록 저장은 불쾌함을 넘어 불법인 셈이다. 하지만 고용주와 사이가 틀어지면서까지, 피사체와 싸우면서까지 기록한 탓에 과거와 비비안을 알 수 있는 아이러니다.

 

 

유언장도 없이 사망했기에 이후 사진이 전시되거나 유명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수 있다. 이런 문제까지 고루 생각해 봐야 한 것이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섣불리 장담할 수 없지만 어쩌면 꽤 성공한 포토그래퍼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생전에 공개되었다면 훨씬 풍족한 삶을 외롭지 않게 보내지않았을 텐데 괜한 씁쓸함이 커진다.

 

 

참고로 성수에서 진행중인 전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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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검법 50수 - 한 칼로 속이 후련해지는
김용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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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전 저자는 KBS1 라디오 '성공예감: 김용전의 성공학 개론' 진행자다. 12년 동안 직장인 상담을 토대로 한 내공을 책 한 권에 담았다. 검법이란 단어를 쓰는 이유는 한칼에 속이 후련해진다는 말의 비유다. 그 50가지 방법을 이야기한다.

연애상담을 자주 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저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교사, 강사, 직장인으로서 오래 지내왔다. 특히 회사를 키우는데 17년을 바쳤다는 말이 왜 이 책을 직접 썼는지 이유가 되어준다.

시니어, 팀장, 과장 정도까지. 이상이 볼 책이 아니나. 특히 사회 초년생, 대리 정도가 보면 적당한 책이다. 알바생, 직장에서 황당한 상사, 불안한 경력, 힘든 업무, 이직 고민 등 라디오로 접한 사연을 긁어모았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에 내 이야기인가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배부른 푸념일 수 있다. 일단 50가지 사연의 주인공은 일단 마음에 안 들어도 취업한 사람이다. 취준생의 입장에서는 모두 부러운 소리란 거다. 따라서 현명하게 50검법을 휘두르고 사표란 폭탄은 되도록 쓰지 않는 쪽으로 생각해 보란 거다. 물론 평생직장은 없다. 그렇지만 현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본 후 후회 없이 떠나도 나쁠 거 없다. 큰 충동 앞에 완충재로 이 책이 도움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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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웨스 앤더슨 -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
월리 코발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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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에서 작년부터 했던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를 못 가서 아쉬웠는데 책으로 만나 볼 수 있었다. 읽는 동안 "이거 웨스 앤더슨이 좋아하겠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공인 서문까지 남기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더라. 역시 덕질도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라는 부제답게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카메라에 담은 책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에게 영감받은 하위문화가 상위 예술인에게 역으로 칭송받은 독특한 책이기도 하다.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세상에 이 책 하나면 방구석에서 해외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현실에는 없을 것 같은 동화 같은 장소 200군데를 찾아다닌 윌리 코발에게 찬사를 보낸다.

 

한 가지 더! 북한도 있는데 우리나라만 없어 서운했다. 옆 나라 일본은 많고 중국도 있던데, 우리나라는 넘기다니. 한국콘텐츠 전성시대에 아쉬웠다. 언젠가 오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했다.

 

일단 사진 속 건물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완벽한 좌우 대칭이거나 독특한 색감을 자랑한다. 거의 편집증 수준의 집착이다. 이렇게 찍기 위해서 사진가의 노고가 필요하다는 건 말로 해봤자 입 아프다. 죽을 때까지 한곳도 못 가볼 것 같다. 현실에 존재하지만 꾸며낸 것 같은 사진 속 피사체는 매우 영화적이다.

 

신기하게 사람이 없다. 몇몇 사진에 사람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낮에 찍었을 텐데 대체 인원 통제는 어떻게 했을까? 경이로운 찬사를 보내게 된다. 이 장소들을 발로 밟았을 거리와 시간을 환산해 봐도 머리 아프다. 월리 코발은 단단히 좋아하는 것에 미쳐있는 사람이다. 덕후가 세상을 바꾸는 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행운아고 행복한 사람이다. 재능으로 밥벌이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부러움은 여기까지! 웨스 앤더슨 영화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거나, 윌리 코발이 찍은 지구상에 없을 법한 환상의 나라로 떠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카르페디엠!!

 

우연히, 웨스 앤더슨에서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폴란드에 있는 'BGZ BNP 은행 파리바 지점'이다.

 

마치 수박을 연상케하는 연두, 녹색 계열과 분홍색, 그리고 골드 계열의 조화가 맛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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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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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를 기다렸다. 차기작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이고 장르는 SF. 이미 <설국열차>에서 보여준 원작 각색력을 알기에 무척 기대되었다. 제작사는 브래트 피트의 '플랜 비''워너브라더스'가 함께 한다. 로버트 패틴슨,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나오미 애키가 합류하는 것으로 안다.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버트 패틴슨이 미키7, 미키의 여인으로 나오는 나샤는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이 재수 없는 베르토를, 틸다 스윈턴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령관 마샬, 익스펜더블이 되지 않길 바라는 심사원 그웬은 토니 콜렛이 맡을 수도 있겠다. 마크 러팔러는 사채업자 다리우스 역할, 아니면 앨런 매니코바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아니면 말고..)

 

봉준호 감독은 '곤경에 처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하며, "지질하기도 하고 연민이 가기도 하는 인물이 특별한 상황에 부닥친다. '기생충'과도 묘한 연결 고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 320여 페이지 중 봉 감독은 120페이지를 스크립트로 바꿨다고 한다. 각색이 엄청나게 들어갔을 거라 본다. 대체 원작은 무슨 이야기일까? 들여다보자!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떠나왔다

 

미키7은 복제인간이다. 정확히는 '미션 익스펜터블'이라 불린다. 지구는 인류가 살 수 없을 지경에 왔고 디아스포라(행성 이주)를 시작했다. 환경오염도 그렇지만 인류끼리 치고받고 하다가 생긴 자업자득이다. 인류는 다른 행성 개척에 열 올렸다.

 

식민 행성은 에덴, 애셔 월드, 로어노크, 미드가르드, 니플하임으로 이어진다. 미키7은 미드가르드에서 살고있는 역사학자였다. 지구는 더 이상 역사학자가 필요 없는 상황이었고 미키 반스(본명)는 그저 미드가르드를 탈출하고 싶었다. 순간의 선택이 큰 재앙을 몰고 오리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200년 만에 우주선이 발사될 예정이었고 미키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익스펜더블에 유일한 지원자였다. DNA를 넘겨 무한 복제할 수 있다. 대신 개척지에서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것이다. 그 대가로 생긴 불멸의 삶은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미키7과 미키8이 중복되기 전까지는..

 

미키7은 여느 때와 같이 탐사를 나가던 중 크리퍼(행성 괴물)가 사는 동굴에 빠졌다. 통신 중인 베르토는 그가 돌아올 확률이 없다고 여겨 포기해버린다. 바로 연인 나샤도 구하러 가던 중 교신 중에 포기해 버렸다. 왜냐고? 많은 에너지와 식량이 낭비되지만 고쳐쓰기(?)보다 버리고 새로 사는 게 이득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키7은 동굴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생명체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크리퍼가 미키7을 구해주었다. 그 시각 미키7이 가망 없다고 느낀 본부에서는 미키 8을 곧바로 깨워냈다. 그렇게 둘은 한 공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미키7과 미키8은 공존을 위해 둘만의 비밀을 유지한다. 들켰다가는 둘 중 한 놈만 살거나, 둘 다 죽고 미키9이 깨어나는 건 일도 아니다. 일단 미키7의 손을 다쳤으니 미키 8도 손에 붕대를 감고, 정해진 하루키 칼로리는 쪼개서 나눠 먹는다. 그러다, 연인 나샤와의 사랑까지 나눠야 할 판이다.

 

 

미키7는 자기를 아니 엄밀히 말하면 자기가 아닌 미키8을 질투하기 시작한다. 일도 더 많지만 늘 배고프고, 연인의 사랑도 부족하다. 불만투성이다. 이 녀석을 죽일 수도 없다. 내가 나를 죽이는 건 어쨌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미키7과 미키 8은 복제인간인가 쌍둥이인가?

 

익스펜더블은 일종의 복제인간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미키1의 기억을 미키2가 잇는 구조란 것이다. 그러니까 기억은 유지한 채 몸만 계속 바뀌는 거다. 태어날 때부터 DNA를 나누는 쌍둥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좀 더 가까운 설명은 '테세우스의 배'로 설명할 수 있다.

 

테세우스는 고대 영웅이다. 테세우스가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는데, 여기저기 망가져서 뜯어고치고 새로 덧붙이고 하다 드디어 귀환했다. 하지만 수십 년을 떠돌면서 고친 관계로 처음 출발할 때 나무 재질은 새 나무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출발할 때 바와 도착할 때 배는 다른 배인가? 아니면 여전히 테세우스 배인가?

 

인간에게 적용해 보자. 인간은 태어날 때 있던 세포가 분열하고 일부는 죽고, 새로 생성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처음의 나와 지금은 나는 다를까?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세포가 생기고 사라지는데 기억이 남아 있다면 진짜 죽은 게 아닐까? 소설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고찰하고 있다. 여기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점, 상상력을 유쾌하거나 기괴하게 다루고 있다.

 

일단 기억을 유지한 채 계속 복제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다. 9년 전 미키 원본부터 기억이 있다고 해도 미키7은 데이터 업로드를 6주 동안 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중간에 비어 있는 기억은 온전히 미키7의 것이다. 미키 8은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미키7과 미키8은 기억이 다른 생명체다. 미키8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식량을 나눠야 하고 매우 힘들어한다. 이는 미키7도 마찬가지다.

 

죽음도 계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 지구를 떠난 인류가 또다시 계급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설국열차>, <기생충>과의 접점이다. 주목받지 못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존재는 그저 3D 프린터로 뽑아 쓰듯이 죽이고 다시 만들면 되는 걸까. 영화에서 각색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

 

또한, <옥자>에서 보여준 환경과 공존과 화해 메시지가 담요 있는 작품이다. 자원이 부족한 인류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지구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안건이 들어 있다. 요 이틀 동안 미친듯이 비가 퍼부었다.

 

여기저기 물난리 난 곳을 보니 <기생충>의 기택네가 생각났다.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반지하 살아도 저 정도로 물이 들어올까. 저건 영화야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현실이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영화 같은 삶, 현실을 반영한 영화가 많아지는 건 좋지만 무섭기도 해서 미키7속 일들이 곧 현실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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