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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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친 현대인에게 스페인 순례길이 인기입니다. 전 세계적인 붐이 일고 있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서부를 향해 뻗어 있는 기독교 순례길을 말하는데요. 최종적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목표로 걷는 길입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자아를 찾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이 길을 걷는 사람들. 최근 영화 <나의 산티아고> 개봉일과 겹치며 스페인 순례길을 재촉하는 책이 나왔네요.

 


저자 '오노 미유키'는 어느 날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고심 끝에 산티아고로 떠납니다. 최장 800km에 이르는 길을 도보나 자전거, 말, 차나 버스 등으로 돌아보는 순례길에 오르며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만나 인생을 재정비하게 되죠. 길에서 만난 사람들, 먹거리, 인생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았는데요. 순례길을 다녀온 자전적인 에세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서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정보를 사진과 함께 열거하는 여행사가 아니라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어요. 스페인 순례길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고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서에 나오지 않는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있는 맛집, 숙박업소, 느낌이 특정 정보를 홍보한다는 느낌이 덜합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최종 목표로 걷는 카미노는 예루살렘과 로마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독교 3대 성지 중 하나인데요. '산티아고'란 기독교의 성인 '성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입니다. 야고보(야곱)는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예수 최초의 제자로 예수의 사후,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포교활동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순탄치 못한 삶을 산 야고보는 포교 활동의 어려움, 포교를 두려워하는 왕의 살해로 유해가 배에 실려 표류하게 됩니다. 유골은 흘러흘러 스페인의 파드론에 도착, 이곳에서 매장을 허락받습니다.


9세기 초 야고보의 묘가 발견되면서 그 땅에 세워진 '산티아고 대성당'이 거리의 상징이 되었는데요. 11세기 이전, 유럽의 기독교 신자는 예루살렘을 성지로 순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 셀주크 왕주가 점거한 후 순례가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산티아고'를 주목하게 됩니다. 그 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성지순례 장소가 되고 있는 곳이 바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고 합니다.

 

 

책 후반부에 순례길에 관한 정보와 지도가 있는데, 순례길이 세 구간이나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1부인 생장에서 그라뇽까지 215km는 '몸의 길.' 그라뇽에서 레온까지 245km는 '머리의 길'. 레온에서 성지 산티아고까지 300km는 '영혼의 길'이라고 불린데요. 순례길은 따로 이정표가 없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최종 목표지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스페인어를 몰라도 상관없고, 걷는 게 무리가 있다면 자전거나 차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순례자는 '크레덴시알'이라고 부르는 순례자 여권을 출발지에서 발급받아 중간중간 '세요'라는 스탬프를 모을 수 있는데요. 이 여권이 있으면 길에서 만나는 숙박업소 '알베르게'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이 가능합니다. 알베르게는 대체적으로 깨끗한 편이고,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포도주를 거의 물처럼 마실 수 있고, 음식도 저렴해 순례자들은 사실상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여행에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얻으려고만 하는 것 같아요. 때로는 여행길에 나의 짐을 내려놓고, 버릴 줄도 알아야 또다시 채워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무언가로 꽉 막혀 더 이상 뒤로 물러나갈 힘이 없을 때 읽어보면 편안해지는 마음은 덤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책으로 나마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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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6-07-1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티아고 카미노 걷기는 제 버킷리스트 1번입니다. 몇년전 한번 기회가 될뻔 하다가 안되서 제주도 올레길을 완주 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그 길에 서 있겠지요~

doona09 2016-07-18 16:06   좋아요 0 | URL
우아 ^^ 버킷리스트시군요. 저도 언젠가 카미노를 걷게 될까, 고대하고 있습니다.
 
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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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저 깊은 웅덩이 속에 있다.





인간의 교묘하고 악한 본성을 집요하게 파헤친 스릴러 소설을 만났습니다. '사샤 아랑고'라는 독일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책이네요.  읽는 내내 영화를 보고 있는 듯 눈앞에 펼쳐지는 선명한 핏빛 그림자가 오싹함을 배가시킵니다.


거짓말로 만들어진 사상누각 주인공 '헨리 하이든'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거짓말로 시작해 거짓말이 되어버린 인생은 아내 '마르타'를 만나면서 더욱 확고해졌죠.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좋은 허울은 아내가 만들어 준 것입니다. 매일 밤 마치 악마가 글을 쓰듯, 그 많은 이야기를 토해낼 수밖에 없는 아내의 업을 헨리의 이름으로 세상에 공표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잘 것 없었던 한 남자가 희대의 사기꾼이 되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포착합니다.


단 한자의 글도 써본 적 없는 헨리는 아내를 사랑을 넘어 존경으로 대합니다. 마르타는 내 영혼을 구해 준 나의 구원자, 나의 모든 것입니다. 하지만  육체적인 아름다움으로 유혹하는 출판사 편집장 베티와의 아슬아슬한 내연관계도 이어가고 있죠. 어느 날 내연녀 '베티'의 임신 소식을 접하면서  숨겨온 그의 본성을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합니다. 


아내를 배신할 수 없었던 헨리는 중대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아내에게 불륜 사실을 고하는 대신, 불륜녀 베티를 없애버리기로 하죠. 뱃속의 생명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고, 일이 꼬이게 되면서 소설의 새로운 2 막을 선사하게 되는데요. 장르적인 쾌감과 빠른 속도감, 거듭되는 반전의 반전을 더하는 묘미가 독자로 하여금 공모자의 개입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나이 든 여자는 헨리를 알아보고 놀라서 곱상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오 마이 갓.....". '저스트 헨리, 맴."

헨리는 이 순간을 사랑했다. 좋은 일을 하고 뿌듯한 기분에 젖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기분 좋으면서도 보람 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들은 그를 만나려고 먼 길을 왔을 것이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잠시 얼굴 한 번 보려고 말이다.

P57


세상의 모든 여성이 헨리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한껏 자존감이 차오른 헨리, 그의 거짓된 삶을 알고 있는 '기스베르트', 또 다른 목격자 '오브라딘', 출판사의 늙은 사무원 '호노르' 까지 생생한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쉬죠. 그 누구도 조력자인지, 배신자인지 알 수 없는 촘촘한 사건 구성이 점점 독자의 숨통을 조여 옵니다.  


《미스터 하이든》의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 '헨리'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리플리'나  《핑거 스미스》의 '수'와 '모드'처럼 가짜와 진짜가 뒤섞인 다변적인 인물입니다. 악인이지만 미워할 수 없이 빠져드는 나쁜 남자이기도 한데요. 아버지를 해한 것부터 세상의 악행에 몸담아왔던 헨리, 영리하고 억세게 운이 좋은 살인자입니다. 죽음을 관장하고 지하 세계를 다스리는 그리스 신 하데스가 환생한 듯 가짜의 인생도 능수능란하게 살아가는 캐릭터는 《미스터 하이든》 속 최고의 재미입니다.

 


아내가 말하는 '담비'는 일종의 맥 커핀으로 히치콕 영화에서 자주 선보이는 일종의 관객 속이기 수법입니다. 계속해서 신경 쓰이게 하는 담비의 정체를 좇으면서 독자는 담비가 어떤 일에 엮였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이야기 덫에 걸려든 독자에게 한눈을 팔게 한 후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끝도 없이 몰아치게 만드는 질주가 이어집니다. 그 끝의 열린 결말은 허무함과, 당황스러움, 의뭉스러움이 한꺼번에 피로감으로 다가오지만 장르적 카타르시스는 묘하게 남습니다.


 《미스터 하이든》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되었고, <캐리>,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화로 스크린에서 헨리를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진실과 거짓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소설 《미스터 하이든》.  잘 짜인 구성과 치밀한 전개, 예측불허한 반전과 결말, 완벽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소설로써 한 여름 더위를 식히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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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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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은 시공간을 초월한 글쟁이들 39인의 특징을 총망라합니다. 동양과 서양 14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한 획을 그었던 문호들을 아홉 개의 글쓰기로 비교하고 있는데요. 물론 한정주 저자의 주관적인 관점일지라도 읽는 독자에게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되어 역사, 인문, 철학 등의 식견도 덤으로 넓히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자 본인도 2년 동안 조선을 비롯한 중국, 일본, 서양 글쓰기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며 하나의 철학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혀 저자와 독자 모두를 성장하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당대 사람들이 도대체 배운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을 만큼 기이하고 괴이할뿐더러 아주 날카롭고 완전히 새로운 글을 썼다는 얘기다. 그것은 문장에 관한 기존의 관념과 상식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자 그것을 전복하는 글쓰기였다.

P214 





책은 총 아홉 가지의 글쓰기를 빌려 문장가들을 소개합니다. 동심의 글쓰기, 소품의 글쓰기, 풍자의 글쓰기, 기궤첨신의 글쓰기, 웅혼의 글쓰기,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일상의 글쓰기, 자의식의 글쓰기, 자득의 글쓰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에 수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명필가가 아니란 소리도 명필가란 소리도 아닙니다. 다만 책 속에 등장하는 문장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견해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특수적이고 상대적인 것으로 통함을 이해했으면 합니다.

 

아이처럼 동심의 마음으로 목적 없는 글쓰기와 주관적인 글쓰기를 추구했던 18세기 문장가들. 성인의 입신양명보다는 날카로움과 비판적인 글쓰기로 썩어빠진 사회에 칼을 겨눈 풍자의 글쓰기. 기이하고 괴이하며, 날카롭고 새로운 기궤첨신의 글쓰기로 파격적인 독창성을 추구했던 글쓰기. 책 속의 활자에서만 그치지 않고 광활한 세상과 마주하며 다양함과 웅장함을 담고자 했던 웅혼의 글쓰기. 타인과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글쓰기. 무목적성과 주관성, 일상성을 통해 최고의 글이 나온다는 일상의 글쓰기를 추구한 문장가를 한몫의 만나볼 수 있습니다.


18세기를 살았던 '이옥'이란 문장가를 알게 되었는데요. 일상을 글쓰기 소재로 삼아 호방하고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는 문체에서 현대 작가의 모습이 스쳐갑니다. 이옥은 앞에서도 열거한 바와 같이 좋은 글은 목적이 없고 사소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을 담아내는 '일상의 미학'이 주는 순수성과 참신함을 포착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정조의 '문체반정'의 최대 피해자라 해고 과언이 아닌, 끝까지 자신의 문체를 고수하며 문체반정에 저항했던 유일한 지사였음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패관소설체로 지목당해  과거를 응시하지 못한다는 처분을 받고 귀양을 가는 등 초야에 묻혀 53세라는 나이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문장가도 중요하지만 시대를 잘 못 태어난 명필가를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도 놓칠 수가 없네요. 이옥의 《백운필》에 담긴 문장을 잠시 소개합니다.



처음 상추쌈을 씹을 때에는 옆 사람과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삼가 그렇게 하지 않고 한 번 깔깔거리며 웃기라도 하면, 입에서 내뿜은 하얀 밥알이 이리저리 튀고 파란 상추 잎이 이곳저곳으로 흩뿌려질 것이다. 반드시 입에 든 모든 것을 다 뱉어내고 난 다음에야 멈추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10여 차례 상추쌈을 목구멍 아래로 삼키고 나면, 나는 진실로 천하의 진기한 맛인 용미봉탕과 천하의 진귀한 맛인 팔진고량과 같은 허다한 음식조차 알지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만다.

_이옥, 《백운필》, <담채>,P450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완독함으로 인해 개성(자기다움)과 자유(자유로움)과 자연(자연스러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필자도 마지막 책장을 덮고 세 가지 이상의 새로운 견해를 찾았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문장가를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시대를 잘못 태어난 탓에 당시에는 혹평에 시달리거나 유배를 가는 등 괴로운 나날들을 보냈을 글쟁이들이 책 속에서 즐거운 영회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지만 독특하고 신선한 명필가들을 소환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동서양을 넘나드는 문장가들의 개성과 자유, 자연스러움을 탐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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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루비박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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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수이나 일본과 우리나라에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의 글쓰기 책입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에는 교편을 잡으면서 요즘 젊은층에게 느끼는 어투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문학부 교수답게  간결하고, 체계적인 정리가 중점이기 때문에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초보자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논술, 자소서, 논문, 보고서, 기획서 등 실용적인 글쓰기의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책이네요.


 

왜, 2000자인가?

⁠대한 논술이나 시험, 자기소개서 등에서 정해진 분량을 요구할 때가 많습니다. 요즘 현대인들은 대부분 짧은 글은 잘 쓰지만 긴 글에는 염증을 넘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교수는 어떠한 글쓰기든지 2000자 정도를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호환이 가능해  최대한의 보루인 2000자, 즉 원고지 10장, A4 1장을 전면에 내세운 듯 보입니다. 2000자는 일반적인 자소서나 리포트의 분량이기 때문에 2000자를 완수한다면 더 긴 글도, 짧은 함축적인 글도 잘 쓰게 된다고 봅니다.

나는 2000자, 즉 원고지 열장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는지 여부가 글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고지 열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P12


저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2000자를 쓰자!'라고 말합니다. 1장에서는 글 쓰는 능력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2장에서는 글을 구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마지막 3장에서는 문체를 익히는 방법일 제시합니다. 결국 글쓰기는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훈련을 반복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3.3.3 3가지 법칙!

 

유독 이 책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자주 등장합니다. 글을 구성할 때 키 컨셉을 3가지로 하면 좋은데요. 세 개의 키워드의 연결은 뇌의 연결 방식이자 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선택할 때는 독창성이 별로 나타나지 않지만 세 개까지 고르다 보면 타인과 구별되는 개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방법은 글 쓰는 사람의 잠재의식을 깨우는데 도움이 되죠.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글을 쓴다는 전제로 읽으면 도움이 되는데요. 그때 중요한 것이 바로 후에 인용구에 쓰면 좋은 문장을 밑줄 긋기를 하며 읽는 방법입니다. 삼색펜을 준비합니다. 빨간색은 나중에 인용할 중요한 부분, 파란색은 그다음 중요한 부분, 녹색은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밑줄 긋습니다. 책을 읽고 나중에 글을 쓰고자 할 때 줄쳐 있는 부분을 토대로 구성하고 써본다면 훨씬 수월한 문장이 완성되겠지요.


내용이 서로 다른 세 가지 인용문을 고르는데, 읽는 사람이 그 인용 부분만 읽어도 만족할 만큼 흥미로운 것을 고르는 것이 비결이다. 즉 인용문을 핵심으로 세 개의 주요 컨셉을 완성한다. 그런 다음 그 세 가지를 연결하는 문장을 간단히 메모한다. (중략) 물론 인용구는 글쓴이 자신이 쓴 문장이 아니지만 그 부분을 선택함으로써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나타낼 수 있다. (중략) 결국 독창성은 언어 그 자체에 있지 않고 내용에 있다.

P72-73


밖에도 글 쓰는데 활용하면 좋은 여러 스킬이 책 속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점점 세상이 발달하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정작 방대한 양의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종이책과 신문, 잡지는 없어질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견했죠. 물론 줄어들기는 했지만 퇴보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얕은 지식과 생각,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가 넘쳐나게 되면서 '제대로 된 글쓰기'가 중요해졌습니다. 처음부터 멋진 작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드뭅니다. 누구나 꾸준한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물일 것입니다. 다만 막막한 글쓰기에 체계를 만들고 쉽고, 좀 더 수월하게 배우고 싶다면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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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고맙다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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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회, 가족, 친구 등 유독 관계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멍든 심신을 위로하고자하는 움직임도 보이는데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에서 100만 독자의 감성을 어루만져준 '책 읽어주는 남자'의 마음처방전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초판 한정으로 수록된 'BOOK MAP'과 흔히 버려지는 띠지를 엽서로 활용한 아이디어로 돋보입니다. 띠지 엽서는 선물용 작은 엽서로, 때로는 나에게 주는 편지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네요. '나에게 쓰는 편지'는 토닥토닥 우체통을 이용하면 1년 뒤 다시 보내주는 프로젝트도 있어 재미있습니다.  《나에게 고맙다》의 띠지는 버릴 수 없는 소품이 됩니다. BOOK MAP은 5년 동안 '책 읽어주는 남자'가 소개한 1,000 여권의 책 중 엄선한 추천 도서 100권을 나라별로 지도에 표시했는데요. 책 뒤편에 별책부록으로 담겨 있습니다. 몽글몽글 감수성이 피어나는 책 《나에게 고맙다》과 함께 촉촉하고 시원한 한 여름밤을 보낼 설렘이 기대됩니다.

 

작은 돌들이 모여 흐르는 강을 막는 댐이 되듯,

즐겁게 흘려보내기도 모자란 우리네 인생을 걱정이라는 돌로 막지 말자.

걱정은 이제 그만,

걱정의 돌은 그냥 던져 버리면 그만이다.

p256

 

 

 

 

 

바쁜 하루 동안 나 자신을 돌아볼 때가 언제인가요? 떠밀리다시피 올라탄 전철 문에 비친 내 모습인가요, 폭풍이 몰아친 업무 스트레스 속 짬을 내 들어가 본 SNS 속 내 모습인가요, 아니면 더위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내 모습인가요. 우리의 24시간은 누구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건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잠시라도 짬을 내 '수고했다'라고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여유가 버거운 하루, 당신은 어떤 위로를 원하세요?

 


 

SNS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쇼핑, 식당, 여행지 등에서도 사진 찍기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책장을 넘기던 그때, 대에 나는 무엇을 찍고 있었는지 반문하게 합니다. SNS에서 좋아요 수를 늘리려고, 나중에 생각나면 보려고, 같이 오지 못한 누군가를 위한답시고 사진을 찍고 있는 내 모습. 과연 나는 그때 그 상황을 의미 없게 보낸 건 아닐까요.

그렇다. 우리는 지금 너무 작은 화면 속의 모습만 보고 실아가고 있다. 마치 그 속에 내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이 있는 것처럼.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느라 눈을 마주칠 기회를 포기하고, 멋진 풍경을 봐도 카메라로 그 풍경을 찍기에 바쁠 뿐 그 자리에서 여유롭게 주의를 둘러보고 감상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풍경을 찍는 사람들은 실제 그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없다. 스마트폰의 뷰 파인더에 들어간 세상만큼만, 딱 그만큼만 볼 뿐이다.

P217

 

​책 읽어주는 남자가 건네는 따스한 말 한마디와 토닥거림이 작은 위로가 되는 여름 날입니다. 타인의 상처는 크게 생각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잘 다독여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괜찮아 다음에는 더 잘할 거야, 늦어도 괜찮아. 넌 이미 충분해! 이 모든 말을 자신에게 먼저 해주는 날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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