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를 종료합니다 - 나를 괴롭히는 108번뇌 탈출 필사
필로소피랩 지음 / 각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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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불교 박람회가 젊은 층을 기점으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종교를 마켓팅을 잘 한 결과지만 일상과 연결 짓는 탓에 거부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이미지가 급상승한 불교는 현대인이 겪는 복잡한 괴로움인 번뇌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라 말한다. 이 책은 복잡한 번뇌 등 중 일상을 흔드는 5가지 방해물을 다섯 가지로 나누며 쉽게 다가간다. 


탐욕계(끊임없이 원하는 마음), 진에개(화내고 원망하는 마음), 수면개 (멍하고 무기력한 마음), 도회개(들뜨고 후회하는 마음), 의개(의심하고 주저하는 마음)이다. 인간의 108번가지 번뇌를 쉽게 해석해 주고 경전 초역이나 해석을 읽으며 마음에 남는 말을 필사한 후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식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 마음을 다잡고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초작업을 통해 번뇌를 막아 보자는 취지다. 중간중간 일상 속 불교 용어라든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도 마련한다. 끝에는 선불교를 믿어 잡스의 일화를 간단히 소개한다. 일본의 선승 고분의 영향으로 극도의 미니멀리즘도 따랐던 사례, 죽음에 집착했던 것도 흥미롭게 적었다.


인간만큼 삶과 죽음에 집착하는 동물은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힘들고 이 때문에 행복감과 자존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사회의 후기 자본주의를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 나만 혼자 뒤처졌다고 느껴질법한데, 그럴수록 내면의 중심을 잃지 않는 방법이 필요하다. 마음 챙김과 미니멀리즘은 관계에서도 필요하며  오늘의 마음을 돌아보며 내일을 준비하는 일은 번뇌를 지혜로 바꾸는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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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포드의 원칙 - 100년의 격변을 이겨낸 일과 삶의 태도 위대한 유산 2
    헨리 포드 지음, 정지영 옮김 / 와이즈맵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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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자본주의에서 다시 '헨리 포드'를 논하는 이유가 뭘까.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고 자연을 지배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는 다 함께 소멸을 부르기 때문일까. 분명 지구는 자원의 한계와 기술의 집약, 인간이 욕심이 명확해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할까. 더 많이 벌려는 욕망이 한쪽에서는 진행 중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다수의 사람들이 짊어지고 있다.

    포드 자동차를 만든 자산가로만 알았던 헨리 포드를 좀 더 심도 있게 만나볼 기회가 생겼다. 바로 책 《헨리 포드의 원칙》인데 우리나라의 유한일 박사(유행양행)가 생각나는 사업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에서 어떤 가치를 찾을 것인지, 신념과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누구나 돈에 쉽게 압도 당한다고 생각했다. 본인 혼자만의 영리를 위해 일하기 보다 봉사하는 사업가의 모습, 더 나은 것을 제공하는 변화의 물결을 선도하고자 했다. 즉 인류의 발전 자체에 공헌하던 태도는 여전히 귀감이 되어준다.

    서문에 적힌 글이 좋아 헨리 포드의 생애를 그대로 옮겨 왔다. 이 글에 방대했던 삶을 다 닮기 어렵지만. 그나마 (?) 짧게 압축한 좋은 글이라 소개한다.



    헨리 포드는 120년 역사의 '포드 모터 컴퍼니' 창립자. 20세기에 자동차 기술을 보급한 혁신가다. 1863년 미시간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고 어릴 시절부터 기계과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1879년에 디트로이트에서 견습 과정을 거쳐 기계공 자격을 취득했다.

    당시는 석탄으로 고압 증기 보일러로 달리는 차였는데 등유로 보일러를 가열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간행물 <과학의 세계>를 보고 오토 엔진을 접했고 가스 내연기관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결혼 후 작은 부지에서 이중 실린더 엔진에 개발을 시작한다.

    말을 타고 달리던 시대 말 없는 마차를 꿈꿨고 자동차를 보급해 인류의 이동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에디슨의 눈에 띄어 에디슨 일렉트릭 라이트 컴퍼니에 입사하고 가스가 아닌 가솔린 오토 엔진 개발을 시도한다. 1892년 첫 자동차를 완성한다.

    1903년 포드 모터 컴퍼니를 설립해 상류층의 사치품이었던 자동차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일상의 도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1908년에 출시한 모델T는 약속의 결실이었고, 1913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컴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일하는 방식을 근본부터 바꾼 대량 생산 혁명의 시작이었다.

    즉 그는 인간의 발과 손을 자유롭게 만들었는데 이후 인간 문명의 발전 속도는 급변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파산할 수 있지만 남편의 꿈을 믿어준 아내도 호인이다. 전폭적인 아내의 지원으로 퇴사후 자신의 회사를 차려 실험을 할때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부창부수였다고 한다.

    기계만 잘 만지는 엔지니어가 아닌 경영에도 철학을 접목한 멋진 CEO였다. '일을 잘해서 정당한 대가를 얻는다'는 원칙은 무시당하고, 최대한 큰 자본금을 끌어들여 사업을 시작한 뒤 모든 주식과 채권을 비싼 가격에 파는 게 목적이었다.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했다. 당시에는 고장 나면 정비소에 맡겼고 정비소 마음대로 비용이 늘어났지만 제조사에 맡기도록 했다.

    하지만 포드는 모든 직원의 임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하고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근로자가 소비의 주체가 되는 현대 중산층의 삶을 설계한 혁명가였다. 시가총액 수백억 달러인 거대 기업 포드 모터 컴퍼니의 뿌리는 인간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었다. 기술보다는 인간을, 변화보다는 본질을 우선시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헨리 포드의 원칙>은 1922년에 남긴 유일한 자서전으로 100년이 지나 AI가 일상이 된 시기에 '흔들리지 않고 일하며 성공하는 법'에 관한 명확한 답을 찾는 귀한 원서다. 오늘 날 다시 이 책을 읽어본다면 자기 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세상에 자기만 잘 난 줄 알고 갑질경영에 사람 귀한 줄 모른다면 결국 망하게 되어 있다. 사업이 아니러라도 직장이나 학교에서 인간 관계를 잘하고 싶거나 사명감을 높이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기고만장 해질 때마다 곁에 두고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게 만드는 귀한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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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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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사람은 말이야" 요한이 말했다. "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

    p 23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제목이었다. 하지만 2001년 생 스즈키 유이는 연간(10년이 아니다;;) 천권의 책을 읽는 독서력으로 이 소설을 완성했다. 고전문학을 폭넓게 탐독해왔다고 하니, 귀하디 귀한 인간 GPT다.


    후쿠시마현 태생으로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 언어와 진실에 관한 깊은 사유를 덧입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쓴 소설이 출발이었다고 한다. 젠지 세대들이 모든 정보를 유튜브, 숏츠, 챗 GPT에서 얻는 것과 차별화된 방식이다. 


    이후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책이 필요한가》로 제10회 하야시 후미코 문학상 가작을 받아 데뷔했고, 이 책을 두 번째 작품으로 내놓았고 제172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최근에 시리즈 <블러디 플라워> 원작이라 읽었던 2000년 생 이동건 작가의 <죽음의 꽃>과 필력차이가 확연했다. 이를 두고 한일 젠지 세대의 차이로 확대할 수 없지만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실제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식사 중 홍차 티백의 적힌 명언집에서 영감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일본의 괴테 연구 일인자이자 문학자 히로바 도이치가 괴테 명언의 출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탄생했다.


    소설은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중단편의 형식이지만 속독하기 어려웠다. 발길을 잡는 수많은 인용문과 서적, 영화 문화 현상의 전반을 알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 수많은 각주를 따라가면 흐름이 끓어지기 마련이다. 얇다고 얕잡아 봤다가는 재미없다고 중간에 놓아 버릴 수 있다.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참아보자. 영화로 치자면 <리스본 야간열차>(소설  원작)도 떠올랐다. 우연히 발견한 고전문학 선생이 묘령의 여인이 남긴 한 권의 책과 리스본행 켓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찾아 떠나는 이야기의 맥락이 비슷했다. 


    중후반부터 미스터리가 조금씩 풀리면서 초반부 떡밥이 모두 수거 된다. 아내, 딸, 장인, 딸의 남자친구, 도이치의 오랜 친구, 하물며 아내가 시청하는 독일인 원예 유튜버까지 도이치의 궁금증에 일조하게 된다. 


    방대한 자료조사와 작가가 쌓아 온 교양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작품이다. 일 년에 천권 읽으면 레이어드가 복잡한 글이 나오나, 짧지만 많은 게 담긴 이야기라 20대가 썼다는 게 신기하고 부러웠다. 긴 글이 아니지만 적절하게 비유와 상징으로 등장하는 대부분 고전문학(성경 포함)에서 비롯된 인용이라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독자마다 이 책이 지닌 주제 혹은 메시지를 다르게 생각할 것 같은 이야기다. 좁디좁은 사견을 드러내 보자면. 혼자 괴체 전집과 본인이 쓴 글, 인터넷을 뒤지고, 학계 사람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는 등 천신만고 끝에 작은 실마리를 얻어 내게 된다.


    괴테의 명언의 출처를 알 길이 없던 도이치는 TV 강연 녹화에서 질문에 영감받아 마치 괴테가 했던 말처럼 인용해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녹화 날짜가 다가올수록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의 무게감을 실감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어떻게든 인용문의 정확한 출처를 확인하려 백방으로 노력했던 것, 아내는 홍차 회사에 자문을 구하라고 했고, 홍차 회사는 명언집 모음 사이트를 참조했다는 답을 얻는다. 


    하지만 명언 사이트를 뒤져본 결과 괴테가 했다는 그 말은 출처 확인중이었다. 우연히 아내가 즐겨 보면 독일인 유튜버와 딸의 남자친구가 만든 명언 모음 사이트에 힘입어 독일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도이치는 괴테, 아내, 딸 그리고 세상의 이치와 풀리지 않는 인생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결말 부는 매우 드라마틱 하다. 모두가 독일로 떠나 베버 씨(유튜버)를 만나는데 하필이면 그녀의 친할아버지의 할머니가 괴테의 연인이었단 거다. (확인된 바 없지만) 괴테에게 받은 편지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아마 가보인 듯) 괴테의 육필 원고를 봤던 도이치는 친필로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그 문장을 찍어 둔다. 베버 씨의 아버지가 연구소에 기증하려고 했지만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거절당했고 보전하라고 명했다고 한다.


    도이치의 뇌피셜에 따르면 베버 씨가 '조물주의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 없이 뒤섞는다'라고 요약했고, 이를 본 중국인 명언 사이트 운영자가 조물주(중국은 종교를 허용하지 않음)를 빼고 영어로 옮겼으며, 이를 본 미국 티백 회사가 자사 꼬리표로 실어 버린 것이라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본질도 중요하겠지만, 자기의 언어로 다시 재해석(재생산)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딸 노리카가 아빠에게 하는 말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어차피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어도 자기가 말하지 않으면 재미없지'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무언가를 베끼고 인용하며 발전해 체화한 것이며, 자신이 얼마만큼 글에 확신과 믿음을 투영한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 같다. 도이치는 방송 후 아나운서의 말로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고 괴테의 비밀 편지였을지 모를 문장의 도이치 버전으로 의역한 말을 읊는다. 마지막 부분을 몇 번이고 읽는데 그 나라의 문화, 역사적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초월 번역'과 번역가 '황석희'가 생각났다. 과연 인간이 만든 언어란 무엇인지 깊은 사유를 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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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 엔지니어링 - 모든 장르에 활용 가능한 AI 콘텐츠 전략
    김우정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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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시작하고 인간이 마무리한다



    AI로 대체될 거란 직업 '기자'. 기자가 없어진다고 호들갑 떨었던 지난 1년 동안 솔직히 한 건 없다. 그렇게 따지만 자주 만나는 통역사, 작가, 블로거, 배우, 감독 등등 다 없어질 거란 소리인데 그때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까. 생각을 고쳐먹기 시작한 게 몇 달 되었다. 어떤 거래처에서 AI로 기사를 쓸 수 있냐고 했고,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배우면 다 적응하지 않겠냐고 답변했다. 결국 하던 걸 하기로 했지만 이러나저러나 이번 기회에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건 맞다.


    2025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는 제98회(2026)부터 AI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AI 사용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인간이 창의성의 중심인지를 판단했다는 거다. 작년 배우의 외국어(헝가리어) 억양과 발음 때문에 일부 AI를 쓴 <브루탈리스트>가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2023년 미국은 AI 도입으로 밥줄이 끊어질 걸 염려한 배우, 감독, 작가 등이 무기한 파업에 이르기도 했다. 


    《스토리 엔지니어링》의 핵심은 이거였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질문을 던지는 건 인간의 몫이라는 것. AI는 답을 줄 수는 있지만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른다. 기술장벽(기술+비용)은 낮아졌기에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중요해졌다. AI로 답을 요구하는 시대를 끝났고 대화를 설계할 줄 알아야 한다. 창작자의 마무리는(최종결정)는 언제나 인간이란 거다.  


    AI에서 무턱대고 "재미있는 시나리오 써줘"라고 할 게 아니라 생각의 사슬에 따라 한 고리씩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AI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의도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 일을 '프롬프팅'이라고 한다. 프롬트핑의 본질 이해를 위해 '휴릭스 프롬프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직관은 AI가 이해하도록 번역하는 것을 뜻하는데, 글쓰기와 유사하며 글 잘 쓰는 사람이 유리하다. 


    휴릭스 프롬프팅에 관한 자세한 예시는 책 속에 들어 있으니 읽어보길 바라며, 필자는 간단한 소개 정도만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구체적이고 명징한 단어와 기호를 쓸 때 구체적인 답안이 나온다. 예를 들면 애매한 동사를 사용한다거나, 맥락 없는 요청, 너무 긴 문장은 지양하는 게 좋다. 또한 클로드에서 생성한 대본을 챗지피티나 제미나이에게 검토 요청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수정한다. 인간 전문가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놀라웠던 게 있다. 현재 영화 업계를 잘 알고 있었다. 예로 드는 사례는 구닥다리가 아니라. 현재 영화, 엔터 업계의 화두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나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백영옥 소설 원작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를 예로 들어 프롬프팅하는 데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임선애 감독의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소설을 읽어봤던 게 생각나서 '이렇게 시나리오를 고치면 어땠을까' 싶어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2026년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AI 영화제 대상이 9분짜리 단편 <LILY>였는데 <중간계> 이후 기획 투자한 <코드: G 주목의 시작>도 예를 든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기술에 집착하지 말고 스토리텔링에 신경 쓰라며 재미와 제목 설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업계 가장 큰 화두인 AI 창작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일단 추천사 때문이었다. 류승완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제작사 외유내강의 대표 강혜정과 소설가 차무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드라마 <모두가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업계를 다루고 있어 드라마 배경과 캐릭터 설정에 깊은 이해가 동시에 진행되리라 기대였다.


    또한 2025년 11월 글로벌 영상 플랫폼 카프윙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AI슬롭(Slop, 음식물 쓰레기) 소비 국가 1위로 선정되었다는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2026년 1월 22일 대한민국은 이재명 정부에 의해 세계 최초로 AI 기본법을 시행한 국가가 되었다. AI 창작물에는 반드시 AI 마크를 달아야 한다는 법안이다. 한국은 AI 제작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콘텐츠의 맥락과 의도, 사회적 악영향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한계다. 법적 외형을 규제할 수 있으나 콘텐츠의 양질은 규제하기 어렵다. 

    1991년 스필버그 감독의 요청으로 <쥬라기 공원>의 공룡 스톱 모션 연출을 맡았던 '필 티펫'은 수개월 동안 스톱 모션으로 구현한 공룡 움직임이 CG로 몇 분 만에 대체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톱 모션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그는 30년 동안 갈고닦은 기술로 업계를 평정했지만 CG의 등장으로 퇴물이 되어 버렸다. 업적이 한순간에 부정되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두 기술을 결합한 시스템을 완성하는 혁신을 거듭했다.


    이후 CG 특수효과 회사 티펫 스튜디오를 서립해 <스타쉽 트루퍼즈>, <트와일라잇> 시리즈, 만달로니안 등 VFX를 담당했다. 혼자만의 작업도 놓치지 않았다. 30년에 걸쳐 완성한 스톱 모션 100% 영화 <매드 갓>을 2021년 내놓았다. 그가 남긴 유산은 35년의 세월이 흘러 '페펫티어'라는 기술로 발전시켜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로키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멸종한 게 아닌 변화를 택한 그가 남긴 유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다. 


    따라서 내 직업이, 내 기술이, 혹은 내가 멸종한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당신의 기술을 접목한다면 또 다른 업을 창출할 수 있는 거다. 저자는 업계 종사자인 만큼 콘텐츠 산업의 변화도 빠르게 분석했다. 샘  알트만은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으로 '높은 주체성', '아이디어 생성 능력', '회복 탄력성', '급변하는 세상에 대한 적응력'을 들었다. 


    첫째, 숏폼의 폭발적 성장으로 틱톡, 쇼츠, 릴스 등 60초 안에 사용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와이프(패싱) 당하기 일쑤인데 2024년 이후 중국 숏폼의 성장으로 짧고 강렬한 콘텐츠의 성장이 대세다. 


    둘째, 제작 비용과 시간의 압박은 시작되었다. 팬데믹 때만 해도 무언가가 나와 주는 게 집에서 맞는 행복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 따라가기 벅차다. 이처럼 OTT는 포화 상태이다. 드라마 제작에 3-4 년 걸렸던 옛날은 가고 3개월 만에 기획부터 제작까지 뚝딱이다. 넷플릭스, 디즈니도 주간 추천 뉴스레터를 수시로 보내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증명한다. 


    셋째, 창작자 간의 경쟁이 심화되었다. 예전에는 방송국 PD, 출판 편집자, 영화 기획자 등 게이트 키퍼가 있었지만 현재는 경계가 무너졌다. 다이렉트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다. AI가 해결책인지 위협인지는 사용자의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소리다. 


    따라서 이 책은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에 종사하는 수많은 창작자를 위한 가이드다. 드라마와 시리즈, 영화의 시나리오 구조와 에피소드 설계부터 AI로 세분화해볼 다양한 사례를 예시, 저작권과 율리적 책임도 논한다. AI로 만든 장단편 영화를 본 필자로서는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물론 오늘의 AI가 내일의 AI가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실에서 매일 업데이트하고 공부해야 하지만 티끌만 한 개념은 짚고 넘어갔으니 나름의 성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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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와의 안전 이별 - 보복 없이 손해 없이 나르시시스트와 멀어지는 법
      레베카 정 지음, 고영훈 옮김 / 생각정거장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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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를 주제로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어떤 상대방 때문에 주말이고 뭐고 스트레스받던 타이밍이라 심히 괴로웠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해방감을 맞았다. 그들을 두고 나르시시스트라 규정한다. aka로는 에너지 뱀파이어나, 거머리라고도 한다. 주변에 이런 유형이 한 명 이상은 있을 텐데,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조용히 멀어질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흘러 이 책을 만났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복습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아직 내 주변의 몇몇 나르시시스트를 손절한 건 아닌데, 나름의 대처법을 만들어서 이용할 뿐이다.  그랬더니 지금은 조금 편해졌다. 


      이 책의 저자 레베카 정은 'X'라는 명칭으로 나르시시스트를 말한다. 현재는 변호사인데 20년 동안 남편, 친구, 지인, 의뢰인으로 만난 나르시시스트를 통해 그들과 타협해 나갈 협상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백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릴 때부터 칭총(중국인 비하)이라며 놀림받기 일쑤였고,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를 겪어 왔다. 


      아니, 변호사도?라고 반색할지 모르지만, 전청조가 가스라이팅 한 펜싱선수 였던 남현희를 보자. 나르시시스트는 유명인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부자를 노린다. 자신의 공허함을 한껏 채워 줄 공급원을 찾아 헤맨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를 겁먹어서는 안 된다. 한 마디로 속 빈 강정. 자기 하찮음을 가리려 롤 플레잉(연)를 할 뿐이다. 텅 빈속을 타인으로 채운다. 책 속에서는 나르시시스트 유형의 성격 장애가 병원을 찾을 확률이 가장 낮다고 말한다. 본인은 절대 모르며 완치가 드물기 때문에 개과천선하기도 어렵다. 


      이들은 자기혐오가 깊어 자존감이 결어 되어 있다. 즉, 에너지에 빨대 꽂아 상대의 고통을 즐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릴 적 트라우마나 충격으로 방임, 방치되었을 확률이 크다. 욕구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타인을 끌어들인다. 


      나르시시스트 체크리스트 9가지

      1. 과대 포장된 자기도취와 허풍

      2. 권력, 무한한 성공에 대한 집착

      3. 스스로 특별 대우받아야 한다는 특권의식

      4. 끊임없이 칭찬과 찬사에 대한 욕구

      5. 거리낌 없이 타인을 도구로 이용

      6. 상대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공감 결핍

      7. 자신의 질투를 타인의 질투로 투사

      8. 타인을 깎아내리는 오만함



      특징은 과장되고 자아도취가 반영하며 허풍이 심하다. 외모나 권력에 집착하고 카리스나 넘치는 사람처럼 보이나 특정한 사람에게만 민낯을 드러낸다. 무한한 성공 강박을 지닌다. 본인을 특별대우해 주어야 직성이 풀리며, 끊임없이 찬사를 갈구한다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고 공감 능력이 없다. 질투심과 오만함도 끝판왕이다.


      책은 이런 유형에 관하여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부분을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그 방식은 스스로 찾아야 하며, 출판사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나르시시스트라는 무거운 거머리가 붙었다고 자책하지 말자. 그들의 먹잇감, 즉 공급원이라는 소리는 당신이 가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기회주의자인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달라붙었을 뿐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다. 조련과 세뇌, 가스라이팅을 반복하며 자기 손아귀에 넣고 쓸모 없어지면, 그러니까 껍데기만 남으면 버린다. 


      누구나 사회생활, 연애, 결혼 등 타인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사랑과 상처를 동시에 얻는다. 인간은 무지하게도 경험을 통해 성장하며, 만났다고 해도 제대로 이용하면 그만이다. 설사 이용당했다고 해도 재수 없었을 뿐이라고 툴툴 털고 나아 가보자. 힘들어하는 모습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다. 원하는 걸 주지 않는 것도 손절하는 방법이다. 길고 긴 당신의 인생에 이런 똥파리 하나쯤은 대수가 아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다음 챕터로 나아가는 연료로 써 버리면 그만, 당신의 길을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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