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 요금제에 부가세액을 제외한 금액으로 월정액을 표기하면서 소비자한테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를 시정하고자 7 월에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요금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10 월부터 요금제 금액은 부가세를 포함한 실제 납부액을 표기하여야 하고, 요금제 명칭에 부가세액을 제외한 금액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지난 달에 SKT는 월정액 대신에 데이터 제공량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밴드 데이터 요금제의 명칭을 변경했다. 기존 29,900 원에 무제한 통화가 가능한 ˝밴드 데이터 29˝ 요금제는 ˝밴드 데이터 세이브˝로 명칭이 바뀌었다.
새로운 요금제 명칭만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지출 금액을 알 수 없다. 이건 꼼수가 아닐까 싶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보탠다. 앞에서 예로 든 요금제는 통화는 무제한이지만,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300MB로, 저화질로 드라마 한 편도 끝까지 볼 수 없고, 음원 서비스로 음악을 하루 한 곡을 들을 수 없다. 500 MB만 되어도 말을 아낄 텐데… 비교해 보면, SKT는 다른 통신사보다 데이터를 적게 준다. 아주 짜다. 소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입장에서 ˝데이터 세이브˝하는 요금제임을 이번에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10/1부터 LG유플러스도 데이터 제공량 위주로 요금제 명칭을 변경한다고 한다. 이제까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월정액을 요금제 명칭에 붙였었다. 앞으로, 월정액 35,900 원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 1.3 GB에 맞춰 ˝데이터 1.3˝으로 바뀐다.
KT는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 명칭에 부가세를 포함한 총액을 표기하고 있다. 부가세 제외한 월정액이 29,900 원인 ˝데이터 선택 299˝는 부가세를 포함한 금액이 32,800 원이므로 ˝데이터 선택 32.8˝로 바뀌었다.
서비스 내용은 그대로인데 명칭에서 숫자가 바뀌었다. 금액에 부가세액이 포함되어야 하지만 금액 표시가 커지는 것이 못마땅한 통신사는 금액 대신 데이터양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고객이 데이터 제공량을 알지 못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불편함을 겪는다고 여기는 것인가. 데이터 중심 시대에 데이터 제공량을 바로 확인 가능한 이름이라서 소비자 선택에 도움이 된다? 글쎄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도입한 새로운 요금제 이름이 ˝기존보다 기억하기 쉬운 방식˝인지는 두고 볼 수 밖에.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이는 꼴을 면하기 어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