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평생 고통을 피했던 노인
고통 받는 것을 무지 싫어했던 소년은 평생 고통을 피해온 노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존경심까지 들었다. 소년은 그 노인을 찾아서 어떻게 하면 고통을 피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집념이 얼마나 강했는지 몇 년 동안 찾아 헤매었고, 산 넘고 물을 건너서 갖은 고생을 다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그 노인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인적이 뜸한 산속에서 한 노인을 발견했다.
소년 : 혹시 노인께서 평생 고통을 피했던 노인이십니까?
노인 :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고는 하던데 너는 왜 나를 찾느냐?
소년 : 저도 고통을 평생 피하고 싶어서 비법을 알고 싶습니다.
노인 : 비법이라고 할 것이 있느냐? 고통스러운 것을 사전에 피하면 되지. 네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라!
소년 : 이별은 어떻게 피합니까?
노인 : 만남이 없으면 된다.
소년 : 그러면 만남의 기쁨은 생각도 할 수 없겠군요?
노인 :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은 따라오게 되어있는데 만남 뒤에 이별의 고통을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 애초에 만남이 없으면 이별도 없는 것을!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그래서 소년은 다른 것들을 물어보았다.
소년 : 불행은 어찌 피하십니까?
노인 : 행복조차 없으면 불행도 없다.
소년 : 그렇다고 행복조차도 누리지 못하면 너무 불행하지는 않습니까?
노인 : 불행은 행복과 비교되어서 불행하게 느껴지지. 그러나 애초에 행복을 느끼지 않으면 불행조차도 없는 것!
소년이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소년 : 마지막 질문입니다. 가슴 아픈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노인 : 가슴 뛰는 일이 없으면 된단다. 시작 없으면 끝도 없는 것을 왜 시작을 해서 끝을 봐야 하느냐?
소년은 노인의 절제된 생활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어서 포기하기로 했다.
소년 : 저는 너무도 평범한 인간인지라 감히 그렇게까지는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하겠습니다.
노인 : 그렇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절대 아니지! 그런데 하나 묻겠다.
소년 : 네, 물어보십시오.
노인 : 그게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더냐?
소년 : 그것을 피한다고 이렇게 깊은 산속으로 피신해서 들어오신 것 아닙니까?
노인 : 그렇지, 나는 피한다고 세상을 등지고 들어왔는데 그게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 늙은 지금에서야 느꼈다.
소년 : 그 말씀은 지금 후회를 하신다는 말씀인가요?
노인 : 음 …… 그렇게 느껴지느냐?
소년 :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노인께서는 이미 피하신 것 같은데요.
노인 : 나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틀린 판단이었다.
소년 : 그럼, 피할 수 없다는 것인가요?
노인 : 절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너에게 주어진 고통을 피해서도 안 된다.
소년 : 그 말씀은 또 무슨 뜻인가요?
노인 : 지금 피하면 나중에 피했던 것들이 다 똘똘 뭉쳐서 한꺼번에 다가온다. 아니 덮쳐온다.
소년 : 어떤 것들이 오는지요?
노인 : 노화, 사랑, 불행, 이별, 시간 등등 이 모든 것들이 피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한꺼번에 노화된 몸으로 감당을 하는데 지금 나는 너무 힘들단다.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서 그 고통을 감당하기가 더욱 힘들어졌지. 지금의 고통은 지금 받아들여라! 그러면 고통에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고통스럽지가 않단다. 고통 속에 있으면 고통을 못 느끼게 되지. 고통을 받아들이면 고통에 내성이 생기고 마음은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생기니까. 그러니 피하지 말고 즐겨라! 아니면 나처럼 다 늙어서 한꺼번에 고통을 받게 된단다. 고통을 피하는 것보다 고통과 부딪혀서 이겨내는 것이 덜 고통스럽단다.
소년 : 고통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군요.
노인 : 그래, 고통을 피할 수 있다는 착각만 있지. 고통이란 조금 늦게 찾아오고, 조금 빠르게 찾아올 뿐 누구도 피할 수가 없단다. 그게 인생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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