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혈액형 종교

 

두 친구 ‘승미’와 ‘선영’은 혈액형이 똑같고, 남편들도 혈액형이 똑같았다. 하지만 승미는 성격차이로 이혼을 했고, 선영은 아직까지 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두 친구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혼이야기까지 나왔다.

 

승미 : 남편하고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성격차이로 이혼했어. 너무 안 맞더라! 혈액형, 그것 무시할 수가 없더라!

선영 : 나는 남편하고 잘 맞던데.

승미 : 가끔씩 티격태격 싸우지도 않나 보네? 잉꼬부부인가보네, 부럽다!

선영 : 안 싸우는 부부가 세상에 어디 있니? 싸우면서 서로가 몰랐던 부분도 알아나가고, 그 부분 가지고는 계속해서 싸우지 않도록 이해하고 넘어가는 거지.

 

승미 : 나는 상대방이 바뀔 때까지 변화하기를 원해서 끝까지 싸웠는데.

선영 : 지난날 우리 둘이 왜 헤어졌는지 알고 있니?

승미 : 그거야 결혼하다보니 이래저래 서로가 연락할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겠어.

선영 : 그것은 너 사정이고, 내 사정은 너하고 나하고 종교가 안 맞아서 헤어진 거야.

승미 : 어머, 나는 종교 없어!

선영 : 너는 종교가 없다고 하지만 혈액형 종교에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하잖아.

 

 

승미 : 그게 무슨 종교니? 그냥 재미로 보는 건데.

선영 : 재미로 보는데 이혼까지 하니? 나는 네 남편 심정 이해가 된다.

승미 : 나도 모르는 내 남편의 심정을 네가 어떻게 아니?

선영 : 사실 나도 너하고는 성격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성격적으로 전혀 안 맞는데 너하고 다니느라 피곤했었거든.

승미 : 그 정도였니? 나는 잘 맞는 것 같았는데.

선영 : 뭐가 잘 맞니? 티격태격 많이 싸웠잖아!

 

 

승미 : 서로가 말로 싸우는데 그런 게 재미지! 너는 재미있지 않았니?

선영 : 너는 재미있었냐? 나는 마음고생 많이 했다!

승미 : 그 정도였어? 그래서 우리가 헤어졌구나? 나는 자연스러운 이별로 받아들이고, 너는 의도적으로 나를 피한 이별인 거네?

선영 : 그게 그렇게 되나? 아무튼 너는 혈액형에 맞추어서 사람을 사귀었어. 모든 대인관계를 그런 식으로 했지.

승미 : 그거야 내가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 사람을 가려서 사귀는 건데.

 

 

선영 : 그래서 사귄 친구들은 잘 맞았니?

승미 : 대체로 잘 맞았다고 생각해.

선영 : 너만의 착각이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니? 한 번도 다른 친구들한테 물어보지는 않았니?

승미 : 혈액형도 맞으니까, 그리고 내가 좋으니까 별로 물어보지는 않았어. 혹시 너는 다른 사실을 알고 있니?

선영 : 그렇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너랑 같이 친했던 친구들하고 모임을 할 때 너는 그때 일이 있어서 못 나왔지? 그때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

승미 : 무슨 얘기?

선영 : 나는 친구들에게 너하고 어떤 점이 잘 맞아서 친한지를 물어봤었어.

 

 

승미 : 아깝다! 딱 한 번 빠진 그날 그런 이야기를 했어?

선영 : 그런 이야기는 당사자 앞에 두고는 절대 못하니까.

승미 : 뒷담화 같은 거네.

선영 : 그런데 별로 나쁜 이야기는 안 나왔어.

승미 : 휴우~ 다행이다.

선영 : 그런데 다들 네가 잘해줘서 만나는 거지 혈액형이 같아서 친한 경우는 거의 없었어.

승미 : 그래? 의외네!

선영 : 아무도 혈액형 때문에 너랑 친한 사람은 없었고, 네가 잘해주니까 계속해서 인연으로 이어지는 거였어.

승미 : 나는 혈액형이 맞아서 만났는데 그러면 내가 잘 안 해주면 아무도 못 볼 사이구나?

선영 : 그렇지, 너만 잘해준 거지! 만약에 네가 잘 안 해주었으면 인연도 아무것도 아닌 관계였을 거야. 네가 혈액형으로 잘 맞는다고 생각을 해서 노력해서 얻은 관계였지!

 

 

승미 : 내가 잘 맞는다고 생각을 했던 사람은 잘 맞던데.

선영 : 그거야 네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이해하면서 다가가서 그런 거지.

승미 : 내가 안 맞는다고 생각을 했던 사람은 잘 안 맞던데!

선영 : 그건 마음속에 이미 상대방을 배척해서 무엇을 해도 잘 맞는 거 아닐까?

승미 : 그래도 나는 한 번씩의 기회를 다 줬어! 그래도 안 맞는 것을 어떻게 해?

 

 

선영 : 맞아, 너는 한 번씩의 기회를 다 줬어! 네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 번의 기회밖에 안 줬고, 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몇 번의 용서와 기회를 주었지. 그게 인연이 되고 안 되고의 차이인 것 같아! 근데 지금까지 혈액형을 믿고 행복했니?

승미 : 행복할 때도 있었고, 불행할 때도 있었지.

선영 : 행복하고 불행하고 할 것도 없어! 혈액형은 그것을 선택할 여지가 없으니까. 하지만 너의 행동은 불행과 행복을 충분히 선택을 할 수가 있어! 혈액형에 휘둘리지 말고 너 스스로가 혈액형의 주인이 되어서 탈피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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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성격이 욱하는 세 친구

 

‘상철’과 ‘상진’, 그리고 ‘마루’ 이 세 친구는 만났다 하면 서로가 서로의 욱하는 성질을 탓했다.

상철 : 우리는 왜 자꾸 만났다 하면 화를 내고 짜증나는 거니?

상진 : 왜 그럴까? 우리의 만남은 오히려 안 만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마루 : 그러게, 모임이 만나면 즐거워야 하는데 왜 만나면 자꾸 짜증만 나는 거지?

상철 : 나처럼 짜증을 안 낼 수는 없는 거야?

상진 : 그러게, 왜 너는 짜증을 안 내는 거니? 부럽다!

 

셋 중에서 상진은 욱하고 나면 이내 후회를 하는 성격이었다.

상진 : 내가 욱하는 성질이 있구나! 나는 왜 바보같이 욱하는 걸까? 욱하고 나면 또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을! 혼자 있으면 욱하지 않으려나?

 

그래서 그는 혼자 있어도 보았지만 혼자서도 텔레비전을 보면서 화를 내고 욱했다. 결국 마루는 그 모임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마루 : 만났다 하면 화내고, 짜증을 내는 모임을 굳이 할 필요가 있니? 우리 이런 모임을 깨자!

상철 : (펄쩍 뛰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서로가 말을 해야지 왜 그래?

마루 : 문제는 네가 문제인 것 같아!

상철 : 나는 화를 내지 않는데 뭐가 문제니? 너희들이 성격이 더러워서 그런 거지! 그것을 왜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니?

마루 : 그게 문제야! 너는 화를 내지 않지만 항상 우리가 화를 내도록 상황을 만들어가잖아! 너를 만나면 우리가 너 대신 화를 내어주고, 너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좋은 친구를 두었다고 좋아하잖아!

 

상철 : 그랬지, 그게 무슨 문제가 되니?

마루 : 그것보다도 너의 그런 행동들이 항상 주변을 시끄럽고, 욱하게 만드는 행위들이란 거야! 네 주변의 만남들을 보니까 모두가 주변 사람들 화를 돋우고, 욱하게 만드는 그 중심에 네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어!

상철 : 지금 내가 그런 상황을 만드는 주범이라는 거야?

 

마루 :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네가 오기 전과 오고 난 후에는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거야! 내 생각은 그래! 세상에는 나를 욱하게 만드는 자를 피하고, 자신은 욱하지 않는데 주변 사람을 욱하게 만드는 자를 피하고, 내가 먼저 욱하여 주변 사람을 욱하게 만드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 그런데 우리의 모임은 항상 나를 욱하게 만들어! 그래서 탈퇴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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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용서하는 자 vs 용서 못하는 자

 

어릴 적 사랑으로 미혼모가 된 두 여인 ‘상미’와 ‘장미’가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지금 태어난 두 아이는 아버지의 외모나 성격조차도 몰랐다. 아이의 실수나 잘못을 봤을 때 둘의 반응은 서로 달랐다.

 

장미 : 지 아버지 피를 닮아서 그런 걸 어쩌겠어!

상미 : 아버지의 잘못된 부분을 배우면 안 되니까 반드시 고쳐야 돼!

장미 : 에휴~ 지 아버지 아들 아니랄까봐서 하는 짓이 똑같네!

상미 : (눈물로 호소하면서) 그렇게 사는 것은 잘못된 거야!

 

이처럼 서로의 교육방식이 달랐다. 장미는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걷는 것을 아버지의 아들인 것에 체념하고 방치했었고, 상미는 아이가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가려고 하면 말리고 눈물로 호소를 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0년 후, 두 아이의 미래는 판이하게 달랐다. 장미의 아이는 아버지하고 똑같은 사람으로 성장했고, 상미의 아이의 아버지하고 다른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을 한 것이다. 과연 사람의 운명은 이처럼 정해진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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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유명한 점쟁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점쟁이가 있었다. 그는 방의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그 사람이 무슨 일로 왔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하면 다들 한마디씩 했다.

 

점쟁이 : 당신은 보기보다 성질이 있어요. 당신은 그 성격이 문제입니다. 성격 문제로 오셨죠?

사람들 : 어떻게 아셨어요?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 : 성격 문제 때문에 온 것이 아닌데요.

점쟁이 :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당신이 예사로운 분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면 보통은 자신을 알아봐준 것에 감사를 하면서 ‘어떻게 아셨죠?’라고 감탄을 쏟아냈다. 그 점쟁이가 자주 쓰는 말들은 이러했다.

 

“화를 잘 안 내는데 한 번씩 성질이 나면 무섭겠군요?”

“집에 우환이 있군요?”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군요?”

“요즈음 굉장한 고민이 있군요?”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세상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군요?”

“요즈음 하는 일이 잘 안 되는군요?”

 

사람을 보자마자 이런 말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족집게 또는 용하다는 생각에서 이것저것 다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렇게 용한 점쟁이도 자신이 죽을 날이 다가왔지만 피해갈 수는 없었다. 스승이 죽을 때가 되자 제자에게 비결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 제자가 좀 모자란 사람이었다.

 

스승 : 나한테 궁금한 것이 있거든 다 물어보아라!

제자 : 사람을 척 보고는 ‘당신은 보기보다 성질이 있어요.’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스승 : 성질 없는 사람도 있나? 다 가지고 있는 성질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제자 : 아! 다음 질문이요. ‘화를 잘 안 내는데 한 번씩 성질이 나면 무섭겠군요.’라고 말을 했는데 어떻게 그리 잘 아시죠?

 

스승 : 성질내면 똥개도 무섭고, 어린아이도 무섭지! 안 무서운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제자 : 그렇겠군요! 그럼 ‘집에 우환이 있군요?’라고 말을 하던데 그 사람의 집안에 우환이 있는지 어떻게 그리 잘 아세요?

스승 : 집에 우환 없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바꾸어 말하면 우환 없는 집은 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이곳에 왔겠지.

제자 : 그게 그런 말이군요!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는지는 어떻게 아셨죠? 정말 대단하세요!

스승 : 물파스를 발라도 아픈 것은 맞잖아? 부모들이 나이 들면 당연히 다 아프고 말이야.

 

 

제자 : 그게 그런 말이군요! ‘요즈음 굉장한 고민이 있군요?’라고 말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어요. 상대방이 고민 있다는 것을 다 아시는 것을 보고요.

스승 : 고민 없으면 여기에 돈 써가면서 오겠어!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은 또 어디 있어!

그렇게 모자란 제자는 조목조목 적으면서 평소에 궁금했었던 것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질문했다.

제자 :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세상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말로 어떻게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어볼 수가 있는 거죠?

스승 : 알기는 뭘 알아? 그냥 열심히 산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면서 자신의 고민을 술술 불게 되어있어.

 

 

제자 :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요즈음 하는 일이 잘 안 되는군요?’라고 말을 했는데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잘 안 되는 것까지 어떻게 그리 잘 아세요?

스승 : 잘 되면 돈 써가면서 여기에 왜 오겠어! 당연한 걸 가지고 사람들은 족집게래!

제자 : 아, 그렇군요! 그동안 제가 궁금했던 것을 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승 :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람들은 내가 족집게라서 여기에 오는 것이 아니란다.

 

 

제자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족집게라서 유명해서 오는 것이 아니면 다른 비결이라도 있으세요?

스승 : 사람들의 말만 잘 들어주면 돼!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하소연하려고 오는 사람들이라서 경청만 잘하면 족집게라고 소문이 금방 난단다. 나의 대박의 비결은 점괘가 아니라 바로 경청이지.

제자 : 경청이라니요? 사람들은 점괘를 듣고 싶어서 오는 것이 아닌가요?

스승 : 내가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안 주고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에 있는 고민을 여기서 다 털어놓으면 나의 점괘보다는 그것으로 흡족해들 한단다. 이곳에서 하는 고민은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 많이 있으니까 경청을 잘하면 또 찾아오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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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얼굴미인과 성격미인

 

자신의 얼굴이 빼어나게 예쁜 여자인 ‘수나’와 얼굴은 못생겼지만 성격이 좋아서 함께 어울리는 ‘정인’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평소에 수나는 정인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쏟아냈다.

 

수나 : 너는 그것도 얼굴이라고 달고 다니니? 내 앞에서 잠시 치워줘!

정인 : (그 말에도 웃으며) 응!

수나 : 너는 비위도 좋다. 그런 말에도 웃고! 하기는 얼굴이 그러면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수나는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내었지만 이렇게 정인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었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수나는 주변에 있던 모든 친구들이 자신의 거침없는 말투에 질려버려서 하나같이 다들 떠나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정인과 수나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아름답던 수나는 얼굴에 주름이 생겼고, 정인도 주름이 생겼다. 하지만 수나의 주름은 날카로운 인상의 주름이라서 사람들이 인상을 봤을 때 슬슬 피하고 싶은 인상이었고, 정인의 눈가의 주름은 온화하고 자애로운 표정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수나 :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니?

정인 : 응, 그래! 너도 잘 지내지?

수나 : 결혼은?

정인 : 응, 했지! 너는?

수나 : 했는데 그게 오래 가지는 못했어. 너는 결혼생활 잘하고 있지?

정인 : 그랬구나! 응, 나야 그렇지 뭐.

수나 : 너의 남편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그때 마침 정인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런데 휴대폰에 남편의 얼굴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

 

수나 : 네 남편 잘생겼다!

정인 : 내가 생각해도 좀 그래.

수나 : 어떻게 이런 좋은 남편을 만났니? 대단해!

정인 : 사실은 네 덕분이기도 해.

수나 : (자신의 덕분이라는 말에 의아해하며)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덕분이라니?

정인 : 예전에 네 성격과 비위를 맞추다보니 세상에 비위 못 맞출 사람도 없겠더라.

 

 

수나 : 하긴 …… 내 성격이 좀 지랄 같지, 뭐!

정인 : 좀이 아니라 많이 그렇지!

수나 : 얘는! 그렇다고 많이까지는 좀 아닌 것 같은데?

정인 : 결혼 전에 남편은 자신의 얼굴에 자신이 있었던지 세상에서 자신보다 더 예쁜 여자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수나 : 그럼, 나 좀 소개시켜주지 그랬어!

정인 : 남편은 나의 얼굴보다는 마음을 더 보았었던 거야! 남편도 성질이 좀 고약하거든.

 

 

수나 : 네 팔자도 참 고약한 사람만 만나네.

정인 : 너에 성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서 그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받아주다보니 나한테 호감을 가지게 되었던 거였어.

수나 : 어떤 호감 말이니?

정인 : 자신의 더러운 성질을 받아들이는 여자는 나밖에 없다고 말을 하더군! 그러면서 나 같은 여자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결혼하자고 했어. 이제는 칼자루를 내가 쥐고 있지!

수나 : 좋겠다, 부럽다!

정인 : 다 네 덕이야!

수나 : 그런데 우리 다시 예전처럼 만나면 안 될까?

 

정인 : 아니, 이제는 그럴 수 없어! 가정도 있고, 남편도 있어서 좀 그래.

수나 : 네가 한가한 시간에 만나서 대화나 하면 되지, 뭐!

정인 : 이제는 내가 그러기 싫어.

수나 : 나한테 맺힌 것이 많은가보네.

정인 : 다시 과거로 돌아가라면 다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수나 : 왜?

정인 : 너한테 못생겼다는 소리를 하도 듣고는 성격이라도 좋아야겠다는 생각에 칼을 갈았었어. 나는 대인관계라도 좋아지려고 무지 노력을 했었지. 그래서 너하고 어울리다 떠난 친구들하고는 아직도 잘 지내고 있어.

수나 : (반가운 마음에) 그래? 나도 지금 그 친구들 만날 수 있을까? 갑자기 추억도 생각난다.

정인 : 그 친구들이 너를 안 보려고 해.

수나 : 이제 다 지난 일인데, 뭐! 가볍게 만나면 되지, 안 그래?

정인 : 너한테는 가벼운지 몰라도 그 친구들한테는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단다.

 

 

수나 : 내가 그 정도였니?

정인 : 왜 오랫동안 내가 너 주변에 있었는지 모르지? 사실 네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궁금해서 그랬었던 거야!

수나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무너져!

정인 : 예전에 얼굴만 예쁘고 성질이 안 좋은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는 게 너하고 어울리는 유일한 이유였었거든.

수나 : 그래서 결과는?

정인 : 너도 알다시피 친구들은 하나둘씩 모두 떠났고, 너는 항상 외로움의 연속이었어.

 

 

수나 : 그래서는 너는 고소하고 기뻤니?

정인 : 그런 것보다 나는 저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

수나 : 저렇게 사는 것이 어떤 건데? 이건 따지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정인 : 얼굴만 예쁘고, 거침없이 말을 하고, 배려하는 매너가 없으면 주변의 친구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다들 떠나간다는 진실을 나는 보아서 알았지. 한편 마음의 상처를 입은 친구들을 위로하고 다독여주다보니 지금의 나는 친구 부자가 되었고, 너는 친구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거고.

 

수나 : 그래, 사실이야! 나는 지금 많이 외로워!

정인 : 네가 만든 외로움의 늪인데 네가 다시 그 구덩이를 메워나갈 수도 있단다.

수나 : 그럼, 네가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정인 : 네 덕분에 내 성격이 원만해진 것은 고마운데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나는 정말 자신이 없어. 미안해!

 

수나는 늘 외로움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는데 그 외로움이 자신의 성격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을 정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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