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 몫의 삶을 살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기 몫의 삶, 자기 그릇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 그릇에 자기삶을 채워 가며 살아야지, 남의 그릇을 넘본다든가 자기 삶을 이탈하고 남의 삶처럼 살려고 하면 그건 잘못 살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저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 - P6

다. 태어날 때 홀로 태어나듯이 저마다 독특한 자기 특성이 있기때문에 누구를 닮으려고 하면 자기 삶 자체가 어디로 사라지고맙니다. - P7

모든 것은 항상 변합니다. 꽃이 항상 피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 꽃들도 며칠 지나면 다 지고 맙니다. 안팎으로 내면과 외부에서상황은 늘 변하면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행무상이다. 모든 것은 덧없다고 한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도 저마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과 능력이 다하게 되면 언젠가는 이 지상에서 덧없이 사라져 갈 것입니다. 이 순간순간 우리가 하는 일이 곧 구체적인 내 인생의 내용이 되고 개인의 역사가 됩니다. 내 인생은 내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지 누가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마다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시시로 현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 P12

그래서 떳떳한 인간으로서 향상의 길로, 보다 값있는 길로 털고 나서야 합니다. 그때마다 내 인생을 내가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새롭게 살아갈 때,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됩니다. - P13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에 보면 이런 법문이 있습니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편함과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고,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해서도 아니다. 생과 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며,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고, 끝없는 중생을건지려는 것이다."
이것이 출가 정신입니다. 이 각오, 이 정신을 늘 지녀야 합니다.
출가란 모든 집착과 얽힘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이것은 수행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닙니다. 진정한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 누구에게나 이 출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게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 삶을 변화시켜야 하고, 낡은타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혼하고 집을 나오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릇된 생활 습관과 잘못된 업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업을 지으라는 것입니다. - P23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입니다. 자식에 대한 집착, 살림에 대한집착, 복잡해진 관계에 대한 집착, 재산에 대한 집착, 명예에 대한집착, 이런 것들 때문에 괴로움이 찾아옵니다. 출가란 집착의 집,
욕망의 집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 필요합니다.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집을 떠났다가 언젠가는 영영 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날이 올 것입니다. 도중에마주치는 어떤 사건 사고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것이 죽음입니다.
따라서 여행을 통해 비본질적이고 일상적인 삶을 주기적으로 털어 내야 합니다. - P27

출가는 고통입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고통이 있습니다. 하나는 더 많은 고통으로 인도하는 고통이고, 하나는 고통의 끝으로 인도하는 고통입니다. 모든 욕망과 인연으로부터의 떠남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생가지를 찢는 듯한 아픔이 뒤따릅니다. 출가를꿈꾸는 자에게는 그 아픔은 숙명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 큰 고통을 통해 모든 고통의 끝에 이르는 것이 출가입니다. - P36

끝으로 옛사람의 말을 안으로 새기면서 이 사연을 마친다.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배 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
처음 세속의 집을 등지고 출가할 때 그 첫 마음을 잊지 말라!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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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에 빠지는 능력은 과제에 계속 집중하는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잡념이라는 문제는 최신 연구 분야지만 걱정과 반추를 벗어나게 해주는 잡념 촉진법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면, 이로운 잡념을 처방받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잡념은 우리가 즐겨 빠지지만 어쩐지 죄책감이 드는 것,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일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잡념은 휴식으로 간주된다. 문제는잡념이 우리가 현대 생활에서 골몰하는 다른 것들과 별로 사이가 안좋다는 것이다. 잡념은 자연스러운 상태이고 어디서건 가능하지만,
일단 자신에게 잡념을 허용해주어야 하고, 잡념에 편안하게 빠질 수있는 안식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다음장에서는 그러한 안식처 하나를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 욕조다. - P107

목욕이 이제 내가 속해 있지 않은 청년층에서 특히 인기가 많았기때문이다. 목욕을 휴식 활동으로 꼽은 18~30세 청년층의 숫자는 60세이상 노년층 숫자의 두 배에 가까웠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요즘 젊은이들은 전보다 물이 귀한 시대에 살아서인지 샤워기에서물이 펑펑 나오는 시대에 자란 기성세대보다 목욕을호사라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젊은 내 친구들도 나도 목욕이야말로 좋은 휴식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목욕은 매력적이고 편안할 뿐 아니라 이롭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할 증거도 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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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틀, 비법을 가르쳐주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막막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나름대로 터득한 요령은 있지만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건 ‘붕어빵 틀‘을 가르쳐주는 것이고, 그틀은 사람들을 굴레에 갇히게 한다. 틀은 남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자기만의 형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남의 글을 참고하는게 좋다. 신문 칼럼에 관심 있으면 신문을 집중적으로 보며 관찰하고, 잡지 글을 쓰고 싶으면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자꾸 써보면 뭔가습득되는 게 있다. 여행에세이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얘기한 것들을 상기하면서 글을 분석하다 보면 뭔가 보일 것이다. 그걸 스스로 터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같은 노력과 고민 없이 붕어빵틀을 통해 쉽게 글을 쓰면 발전이 없다. 물론 무조건 쓰라는 게 아니다. 틀이 필요하지만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틀을 만들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고민이다. - P143

저자로서 남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표절과 다르다. 나는 남의 여행서도 가끔 읽지만, 특히 철학·사회학 분야의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공부하고 익혀서 그 내용들을 여행기에 풀어 넣는다. 그리고 출처를 밝힌다. 그건 표절이 아니라공부하고 배우는 것이다.
문장의 표절뿐만 아니라 주제, 편집, 구성의 표절도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법적으로 명확하게 가리기 힘들어 보인다. 현실에서는 ‘어떤 책이 떴다‘ 하면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종종 비슷하게 글을 쓰게 될 수도 있다. 같은 영역의 책을 참고할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가이드북이 가이드북을 적당히 베낀 후각색하고, 여행기가 여행기를 흉내 내면 근친상간과 비슷하다 생물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책에서도 그건 안 좋다. 서로 영역이 다른것들을 참고하고 출처를 밝힌 후, 자기 식대로 표현하면 문화의 발전이 되지만, - P160

대중서, 여행기에 주석을 달거나 참고문헌을 밝히면 지적 허세를 피우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밝히는 이유는 표절을 피하고, 원저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며 수많은자료를 건드릴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독자에게좋은 책을 소개하는 서비스의 의미도 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학설, 역사적 사실 등을쉽게 쓰려면 완전히 이해한 후 자기 말로 요약 혹은 해설을 곁들여야 한다. 그건 인용의 수준을 넘는다. 읽는 사람은 쉬워도 쓰는 사람은 힘들다. 그래서 덜 익히거나 잘못 이해한 내용을 자기 식대로쓰다 보면 오류가 발생한다. 이걸 제대로 하려면 자료를 두루두루섭렵하고 고민해야 한다. 책 하나 달랑 보고 글재주로 녹이는 태도는 많은 오류를 생산할 수가 있다. - P176

콘셉트는 작가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중심이지만, 독자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사회적인 관점, 시장성의 관점에서도 접근한다. 책을 내려면 글만 잘 쓰면 안 된다. 무조건 시장 트렌드를 좇는 행위도 바람직하지 않다. 작품성, 사회성, 상품성 등을 모두 감안하면서 콘셉트를 잡는데 이 과정이 힘들다. 콘셉트를 잘 잡아야구성도 잘 세워지고 글도 잘 써지며 출판사에서도 환영받는다. 무조건 여행 많이 하고 글의 재능이 있다고 콘셉트를 잘 잡는 것은아니다. 삶, 세상, 인간, 여행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고민과성찰이 있어야 한다. 콘셉트를 외부의 트렌드에서만 잡으면 선동적인 구호 혹은 광고 카피처럼 전락된다. 자신의 뻑적지근한 삶과 사회적인 흐름이 조화롭게 결합되면 좋은 콘셉트가 나온다. - P192

사진에세이에서는 어떤 사진들을 선택해야 할까?
멋진 사진도 필요하지만 에세이가 결합되는 장르이기에 글이 잘 나오는 사진이 중요하다. 글이 잘 나오려면 메시지가 분명한 사진이좋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사건이든, 감성이든 사진을 보는 순간독자를 확 빨아들이는 초점과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내가 왜 이사진을 찍었으며, 이 사진을 찍는 순간 나를 빨아들인 것이 무엇이었나? 그걸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일반 여행가의 사진은 글을보조하는 역할을 하지만 사진에세이에서는 사진 자체에 힘이 있어야 한다. 아름답거나, 멋진 사진 이전에 강렬한 메시지, 초점이 있는 사진이 글을 잘 불러낸다. - P208

또한 전업작가들은 한때 여행 경험을 평생 우려먹는 게 아니라 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공부해야 한다. 시간, 에너지, 비용이 계속 재투자되어야만 하는데 수익성은 높지 않다. 결국 돈을벌기 위해 신문·잡지 등에 글을 쓰고, 대학·문화센터 · 기업체 등 - P224

의 강의, 방송 등 다방면으로 뛰어야 한다. 그나마 이 길에서 10,
20년 버틴 사람들에게 그런 기회가 온다. 그게 현실인데 출판사에는 여행기 원고가 끊임없이 투고되고, 여행작가 글쓰기 강의에는사람들이 몰린다. 여행을 즐기고 나서 책이 나오면 좋고, 안 나와도 좋다는 생각을 하면 괜찮지만 전업 여행작가의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다.
나는 히피처럼 살다가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책이 늘어날수록 살림은 쭈그러져 왔다. 그 과정에서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은 평생 가슴에 안고 갈 짐이 되었다.
그런데도 왜 이 길을 가는가? 내가 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단지 여행과 글을 생계 수단이 아니라 나의 삶을 열어가는 행위로 대했기때문이다. 그게 운명이라고 생각하니 희열도 느꼈다. 이런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내 주변에는 가끔 보인다. 생활은 여유롭지 않지만그래도 정신은 살아 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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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리기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달리기는 삶의 본질적 가치를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는 달리면서 그러한 본질적 가치를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런 방법에 달리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세속적이고 평범해도 가장 합리적으로 삶의 의미를 설명해 주는 방법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삶의 의미에 대한 대답이 늘 취약하고 변화한다. 그것은 몇 분 만에 쉽게 이해되었다가는 곧 사라진다. 그러나 이들이 어쩌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 P15

달리기에 대해 쓰려면 글의 구조도 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나는서서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글을 구성하는 생각은 아귀가맞지 않아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특별한 것이 없는 활동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발을 내딛고 팔을 흔드는 움직임은 모두 한 동작에서 다음 동작으로 흘러간다. 이 책을 구성하는 생각도 이와 같다. 달릴 때처럼 생각들도 하나에서 다음으로 물 흐르듯 한 순간도 똑같거나머물러 있지 않고 늘 변화하며 흘러 간다. - P17

전통적인 중년의 위기는 자유에 관한 것이지만 이것은 특별한 종류의 자유이다. 서서히 미세한 먼지가 되어 결국은 소멸하는 인생에서어른을 짓누르는 책임감을 벗어던지려는 자유임이 틀림없다. 그러나그 형태는 젊음의 자유를 흉내 내려고 한다. 젊은 여성과 빠른 스포츠카가 젊음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은 노년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이며, 우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격해 오는 삶의 자유인 빠른젊음의 자유를 재현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필요에 맞게 행동하는스피노자의 자유이다. 그러나 장거리 달리기에 체화된 자유는 매우 다르다. 이것은 스피노자의 자유, 젊음의 자유가 아니다. 스피노자의 자유는 육체와 정신의 경계를 허문다. 실제로 스피노자는 육체와 정신은결국 하나라고 생각했다. - P50

데카르트에 따르면, 뇌를 포함한 육체는 다른 물질과 상세 구성이다를지언정 역시 하나의 물질이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보통 동일한 것으로 본 정신, 영혼, 이성 혹은 자아는 매우 다르다. 정신은 물질적 대상이 아니며 물질과는 다른 실체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법칙을 따른다.
그 결과로 나온 데카르트식 이원론은 인간을 물질적 육체와 비물질적정신의 전혀 다른 두 가지가 결합된 것으로 본다.
정신에 대한 데카르트의 견해가 옳다고 보기는 매우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장거리 달리기의 자유는 스피노자보다는 데카르트의 자유인 것이 분명하다. 약한 쪽은 육체이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거리를 늘려 나가는 것은 육체를 속이고 설득하는 정신의 능력이다. 104번가에도달해도 계속 달려야 한다. 나는 내 육체가 여전히 내가 지정한 페이스대로 한 발 한 발 내딛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신은 성공적인 달리기를 위해 가끔은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 인내심의 저변에는 자기기만이있는 것이다. - P51

철학적 질문이 삶에 대한 질문, 즉 삶에서 중요하거나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라면, 문제의 강도과 긴급성은 살면서 스스로느껴야 한다.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매력적인 대안과 그 매력에 굴복하고 마는 것은 근본적으로 살면서 직접 느끼고 실행하는 것이지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의미 혹은 가치라는 문제를 느낄 수 없는 한,
어떤 대답이 주어져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대답은 우리 정신 속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그 가치를 이해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피와 뼈 속에 있다. 삶이라는 문제의 의미를느끼는 것은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살아가면서 삶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창자와 혀에서 느껴지 - P56

는, 저린 뼈와 시린 피이다. 삶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삶을구원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 준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정확히 무엇으로부터 삶이 구원받아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 이해하는 것이고, 피가 묽어지고차가워지며 체력과 지력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느낄 때 알게 되는 것이다. 삶에 의미가 있다면,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1960)가 말한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그 무엇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삶의 의미, 즉 삶의 가치를 묻는 것은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 P57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경험하는 자유는 정신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자유이다. 장거리 달리기에는 일종의 앎도 있는데 아직 젊었던 경쾌한 시절로 스며들었던 바로 그 앎이다. 이것은 가치의 앎이며 삶에서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리는 앎이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경험하는 자유는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자유가아니다. 이것은 제약이 없음에서 오는 자유가 아니다. 오히려 장거리달리기가 내게 가르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의 자유로부터 내가 얼마나 멀어지는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종류의 자유가있는데, 바로 나도 모르게 생기는 자유, 의심 없이 찾아오는 자유이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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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먹듯 책을 편식하던 파타는 어느 날 언니에게고전소설의 즐거움을 알게 된 마음을 흥분된목소리로 전했다. "축하해. 사람들과 한 발짝 더멀어진 걸. 언니는 웃었다. 파타도 따라 웃었다.
혼자 있는 그 시간 자체가 고전임을 알아버린두 자매는 혼자이면서도 동시에 함께였다. - P23

"전 정체성을 찾고 있어요."

"아주 좋은 시기네요."

"근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파타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고 경계인은 파타를보지 않은 채 말했다.

"매년 올라가야 하는 계단은 높이도 다르고 깊이도달라요. 작년보다 이번 계단이 유독 높았나보네요. 그래서 적응하는 중인가 보다. 그건혼돈의 시기가 아니라 빨리 온 축복이라고 하는거예요. 정체성을 찾아야 해. 그게 앞으로의 몇년을 책임질 거야.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비빔밥을 만들어버려요. 아주 좋은 축복이니자꾸 연구하지 말고, 그냥 관찰해." - P32

파타에게 이때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는지 물어본 적이있다. 한참 뜸을 들이던 파타는 오래도록 눈을굴리다 말을 시작했다.

"자꾸만 내 행복을 빌어줘서..."

"사람들이 자꾸만 내가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거야.
그들의 소망이 덕지덕지 내 몸에 붙어서떨어지질 않아." 널 사랑하기 때문인 걸 잘알지 않냐는 말에 "알아. 내가 나쁜거 알아.
아니, 이게 싫은 거야. 자꾸만 내가 나쁜 사람이되게끔 만들어. 그저 사는 나에게 자꾸만행복하라고 하잖아! 그게 잘못된 건지 사람들은모르나 봐. 그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 P39

"난 그 무거운 임무에서 도망친 건데, 떠난 나에게 또물어보더라. 여행은 행복하냐고, 돌아온 나에게또 물어보더라. 어땠냐고 다녀오니 행복하지않으냐고.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게."

"행복하다고, 홀가분하다고 이야기했어. 원하는 답을해주고 말았어."
파타의 인정에 그들의 표정은 그제야 흡족해졌다는이야기를 끝으로 그녀는 입을 다물다 들릴 듯말듯 읊조렸다.

"내가 진거야." - P40

"잘해준다는 건 선의의 일이지만 아무도 모르는숨겨진 또 하나의 의미가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친절하더라도 손해 볼 일이 하나도 없다는말이야. 내 진심을 의심하지는 마. 그냥 엿이따라올 뿐이야."

그녀는 경쾌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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