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 2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모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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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긴 설 연휴에 읽을 책을 고르다가 눈에 띈 책입니다. 일본근대문학기행을 하면서 도쿄의 롯폰기, 진보초 등 도심에서 자유 시간을 즐겼는데, 그때 만난 거리의 어느 구석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고를 때는 몰랐습니다만, 이 책을 쓴 오야마 준코(大山淳子)남다른 시선과 감각적인 서술로 일상을 어루만지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연속극 각본 작가라고 합니다. 전업주부이다가 43세에 시나리오 학교에 입학하였고, 45, 47살에 각각 각본상을 수상하였지만, 무명에게 작업을 맡길 수 없다고 하여 각본의 바탕이 되는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50살이 되던 해에 <고양이 변호사>가 원작 대상을 받게 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는데, 2013년에 발표된 <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는 지금까지 5권의 연작을 발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3권까지 옮겨져 있습니다. 저는 1권도 미처 읽지 않은 상태에서 2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서문은 중학생 시절 국어를 가르친 선생님께 보낸 누군가의 편지에서 시작합니다. 편지를 쓴 이가 중학교 1학년 때 첫 수업에서 하루에 100엔으로 어떤 물건이든 맡아준다는 가게 이야기를 듣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물건을 맡기고 싶은지 적어보라는 숙제를 내주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처음 만난 친구들이니 자기소개를 하라는 뜻이었던 모양입니다.


<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2>에는 모두 4꼭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기소(木曾)라는 곳에서 뛰어난 장인이 만들었다고 하는 후주쿠에가 주인공입니다. 좌식책상인데 고물상에 오래 보관되다가 작가가 되겠다는 아쿠류가 찾아와 샀습니다. 아쿠류는 후주쿠에게 아니라 분주쿠에라고 부릅니다. 한 때 피카소를 꿈꾸었던 아쿠류가 이번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꿈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엄마가 찾아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의 분주쿠에는 보관가게에 맡겨지게 된 것입니다. 엄마로부터 받은 돈 2만엔을 모두 주고 맡겼으니 200일을 맡기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 가게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1. 보관료는 하루 100, 2. 정해진 기간 안에 물건을 찾으러 와도 보관료는 돌려주지 않는다, 3, 정해진 기간이 되면 보관물품은 주인의 것이 된다. 4. 맡긴 사람의 이름은 꼭 밝힌다. 등입니다. 결국 아쿠류는 분주쿠에를 찾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좌식책상은 가게의 주인의 소유가 되어 점자책을 올려놓게 되었습니다.


두 번 째로 등장하는 물건은 푸른 연필입니다. 마사미는 할머니가 사시던 가마쿠라 해변의 바다를 닮은 푸른색 2B연필을 새학기에 친구가 된 유리에를 위하여 새로 전학 온 오다의 필통에서 훔쳤습니다. 동생 나오키가 입에 넣고 깨무는 바람에 상처가 생긴 연필을 돌려주지 못하고 보관가게에 3일간 맡기게 되지만, 결국은 오다에서 연필을 훔쳤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오다는 이 연필을 유리에로부터 훔쳤다고 했습니다


오다는 다시 전학을 가면서 마사미에게 프랑스판 <어린왕자>를 맡기고 푸른 연필을 유리에에게 돌려줍니다. 20년이 흐른 뒤에 마사미는 가마쿠라의 할머니 집에 살면서 가맹 식당에서 점장으로 일하게 됩니다. 어렸을 적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푸른빛이었던 태평양이 초록일 때도 있고 물빛일 때도 있고 회색일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필자가 가마쿠라 해변에 갔을 때는 바람이 세게 불고 파도가 높았던 탓에 바다 빛을 유념해서 보지 못했습니다만, 회색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물건은 시계의 나라 스위스에서 제무스라는 장인이 만든 오르골입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얹어 만들었습니다. 오르골은 짧은 곡만 연주한다. 반복만 할 수 있다. 속도가 느려진다.’는 세 가지 결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무스의 아내는 짧은 소절을 반복하는 것과 서서히 느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멈추는 것이 좋은 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 몸에 새겨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에 좋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아서 휴대하기에 간편하다는 점도 좋은 점에 더해집니다. 하지만 아내가 아이를 낳다가 잘못되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결국 제무스가 만든 오르골은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서 오스트리아의 골동품 가게에 맡겨졌다가 일본에서 여행 온 신혼부부의 손에 넘겨져 일본까지 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나이 들어 죽음에 이른 부부는 오르골을 50년 동안 보관가게에 맡기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도오루 기리시마가 보관가게의 주인이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에는 보관가게에 맡겨지는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도오루가 다니던 학교에 전학 온 이시가마와 함께 가마쿠라의 유이가하마 해변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보면 가마쿠라는 일본작가들에게는 중요한 소재가 되는 모양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거나 약시인 두 사람이 전철을 타고 해변에 이르는 과정은 가능할까?’ 라고 생각하는 독자의 편견을 버리게 만듭니다. 두 사람은 다리가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지나 파도에 다리를 적시기도 했는데, 저는 파도에 발을 담가보지는 못했습니다. 겨울해변에서는 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수습할 방도가 마땅치 않았던 것입니다.


파도에 발을 적신 두 사람이 동반자살하려는 것으로 오해하고 쫓아온 아주머니에게 지금 바다는 어떤 색인가요?’라고 묻는 이시가마에게 아주머니는 아름다운 색이라고 말합니다. 두 사람은 바다가 분명 아름다울 것이라고 믿고, 파도소리가 가슴을 기분 좋게 울린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한동안 바다의 색을 상상하며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도오루는 가마쿠라 해변에서 이노우에 야스시의 <북쪽 바다>를 연상하지만 이 책은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인용한 <시로밤바><이노우에 야스시의 여행 이야기>를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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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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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설연휴에 읽을 책을 고르다가 눈에 띈 책입니다. 어쩌면 얼마 전에 다녀온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 나쓰메 소세키 산방을 방문했을 때 고양이가 산방을 지키는 모습에 기억에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진보초에서는 고서를 파는 서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나쓰카와 소스케(夏川 草介)라는 필명을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나쓰는 나쓰메 소세키(夏目 漱石), 카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 康成), 소는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풀베개(草枕), 스케는 아쿠타카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에서 각각 따왔다는데 본명은 밝히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신의 카르테>로 이미 만나본 적이 있는 나쓰카와 소스케는 신슈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현직 의사입니다. 수련의 시절에 신의 카르테으로 등단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3종의 연작(2,3,0)으로 합계 320만 부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합니다.


옮긴이가 책 말미에 붙인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묻는 책 이야기 우리는 왜 책을 읽는 걸까?’”에요약해 놓은 이 책의 줄거리를 요약합니다. “나쓰키 린타로는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서점을 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더구나 학교에 가지 않고 서점에 틀어박힌 채 하루 종일 책만 읽는다. 외톨이인 그에게 책은 유일한 친구다.(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린타로에게 일생일대의 변화가 찾아온다.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것이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자 그는 일면식도 없는 고모와 같이 살게 될 처지에 놓인다. 그러던 어느날, 인간의 말을 하는 고양이가 나타나 책을 구하기 위해 힘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린타로는 얼룩고양이의 안내에 따라 서점 안쪽에 숨겨져 있는 4개의 미궁을 차례로 방문하여 책에게 닥친 위기를 구해내게 됩니다. 첫 번째 미궁은 빠르게 책을 읽고 읽은 책은 커다란 유리장에 가두어놓는 사람의 세계입니다. 두 번째 미궁은 바쁜 현대인을 위해 속독법을 개발하고 책의 내용을 최대로 요약하는데, 나머지 부분은 가위로 잘라버리는 독서연구소 소장의 세계입니다. 세 번째 미궁은 책을 소모품으로 여기며 책을 팔아서 이익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출판사 사장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미궁은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다양한 이유로 큰 상처를 입은 책 자신입니다.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미궁에 갇혀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 없게 되는 엄중한 상황입니다만, 린타로는 평소에 할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책에 관한 심오한 철학을 떠올리고 자신이 책을 읽어 터득한 생각을 바탕으로 미궁의 주인공들을 설득해나갑니다. 첫 번째 미궁에서는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거야(26)”라고 하셨던 할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해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두 번째 미궁에는 린타로네 학급의 반장인 사요가 함께 미궁으로 향합니다. 두 번째 미궁에서는 책을 읽는 것은 산을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124)”라는 말씀을 기억해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미궁에서는 돈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하신 할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해내곤 당신이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당신 뜻대로 되지 않아도 책을 소모품이라고 말해서는 안돼요. 큰 소리로 당당하게 말해야 합니다. ‘나는 책을 좋아해요!’하고요라고 말해서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 미궁에서 책 자신은 앞선 세 차례의 과정에서 린타로가 책을 구해낸 결과 세 사람이 힘든 사왕에 처했는데 그들이 지금 그토록 괴로워한다면 네가 한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묻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냈지만 책 자신에게는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했던 듯 서점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사요는 어떻게 될 것인지 답답해진 린타로는 열심히 생각한 끝에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라고 말합니다. 그 대답은 책 자신의 마음을 얼마쯤은 채워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상황이 행복하게 마무리되었고, 린타로는 할아버지의 서점을 지킬 수 있었고, 학교에도 다시 나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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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 교육 강좌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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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다녀온 일본근대문학기행의 첫날 찾은 일본근대문학관에서 미시마 유키오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구경하고서 <금각사>와 함께 읽게 된 책입니다. 제목으로 보아 미시마 유키오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작가가 이런 성격의 책을 쓰려면 적어도 기획 의도를 밝히는 글쯤은 앞에 붙어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지만 없었습니다. 다만 문학평론가 오쿠노 다케오가 말미에 붙인 해설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성품에 대하여 설명한 다음, “(미시마)는 대단히 웅대하고 진지한 장편에만 힘을 쏟았다. 그리고 그곳엔 놀이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하지만 <부도덕 교육 강좌>에서는 미시마의 소설에 나타나지 않은 기지와 역설, 웃음이 충분히 발현되었다. 연재 무대가 <주간 명성>이라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대둥적인 주간지였던 만큼, 미시마 유키오는 격식을 버리고 마음껏 장난을 친다.(414쪽)”라고 적었습니다.


‘모르는 남자와도 술집에 갈 수 있다’라는 글로 시작해서 ‘끝이 나쁘면 모든 게 나쁘다’까지 모두 67꼭지의 글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작가가 34세이던 1958년에 연재되었고, 이듬해 중앙공론사에서 단행본으로 나왔으니 지금으로부터 67년전에 쓰인 글입니다. 제목과는 달리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현대(당시)를 향한 날카로운 풍자와 함께 예술에 대한 동경이 녹아들어 있다.(415쪽)”라고 다케오는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50년 전의 글인데도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다.(416쪽)’라고 하였습니다. 저처럼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기 전에 <금각사>를 읽었다는 옮긴이는 “혹시 예언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5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010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온통 뒤흔들 만큼 위력적이다.(419쪽)”라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요즈음의 세태와 많이 닮은 점도 있지만, 여전히 충격적인 주장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 점은 먼 훗날 현실화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에는 제가 지난 해 읽은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 사회심리학과의 로랑 베그 교수가 쓴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와 맥을 같이 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https://blog.naver.com/neuro412/223688253461>의 경우는 이미 드러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면, 미시마 유키오의 <부도덕 교육 강좌>는 지금까지 도덕적이라고 생각해온 명제를 뒤집어 생각해보라는 권고라는 생각입니다.


몇 가지 의표를 찌르는 작가의 생각을 읽어보기로 합니다. 먼저 ‘청년이여, 나약해져라’에서는 체육이 강조되고 영양이 좋아지면서 10대 남녀의 체격이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유념해야 하는 점은 “정치가는 청년의 사상을 활용하는 시늉만 보이지 실제로 이용하고 싶은 것은 오로지 청년의 육체뿐이라는 사실이다. (…) 그러므로 정치가의 의표를 찌르려면 청년들이 ‘문약’에 흐르고 ‘유약’에 빠져서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흐늘흐늘한 육체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119쪽)”라는 주장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노회한 정치가들이 청년들의 참신한 생각을 정책에 반영하기보다는 구닥다리 정치행태를 지키는 행동대원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이런 속셈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하고, 이들의 속셈에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젊은 세대다운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매사에 투덜거려라’라는 글에서는 “인생만사 무슨 일에든 ‘지당하십니다’로 일관하면 손해만 볼 뿐 이득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358쪽)”라고 일갈합니다. 어수룩한 삶의 전형이라는 것입니다.“나는 몹시 화났어”라고 세상에 선언하는 즐거움, 이것이야말로 어른의 즐거움이며 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쾌락이다.(362쪽)라고 주장합니다. 생각해보면 불평을 털어놓으려면 스스로도 분명한 무언가를 보여야 합니다. 책잡힐 바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주장할 것은 분명하게 주장하도록 해야 스스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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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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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다녀온 일본근대문학기행의 첫날 일본근대문학관을 찾았습니다. 도쿄 메구로구의 고마바 공원에 있는 일본근대문학관은 패전을 딛고 경제성장을 이루어가던 과정에서 문학자료의 분산을 막기 위해 1967년에 개관하였습니다. 150명 이상의 현대 일본 작가와 관련된 수십만점의 도서, 서신, 잡지, 일기, 육필원고, 동영상 등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의 일정에 따라 방문한 일본근대문학관에서는 미시마 유키오 탄생 100주면 기념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전시회에 나와 있는 자료들은 대부분 일본어로 되어 있어 해독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번 여행의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근대작가의 한 명으로 당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1970년 할복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짧은 생애였지만 단편소설 156, 장편소설 36, 희곡 및 시나리오 73, 수필 비평, 대담 등 400편 이상을 남겼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전시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그의 작품 중 수작으로 꼽히는 <금각사>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금각사>1950년 교토에 있는 금각사를 불태운 승려에 초점을 맞추어 범행과정의 심리상태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킨가쿠지(金閣寺)라고 하는 교토의 로쿠온지(鹿園寺)는 오사카에서 학회가 열렸을 때 가본 적이 있습니다. 벽을 온통 금빛으로 칠한 사찰건물이 연못에 비쳐 보이는 특이한 풍광으로 기억합니다이 절은 무로마치 막부의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가 부처의 사리를 모시기 위해 건립하였는데 1950년의 화재로 불탔던 것을 1955년에 복원했다고 합니다.


방화범 하야시 쇼켄은 조그만 절간의 주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병약하고 말을 더듬어 주위로부터 놀림을 당하였지만, 태연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금각사 주지의 도제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외톨이로 지내면서 성격이 괴팍해져 다른 도제들과 다툼이 잦았다고 합니다. 조서에 따르면 장로는 친절한 듯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한 데가 있고, 나만을 따돌렸다.’고 했습니다. 방화사건 이후의 정신감정에 따르면 가볍기는 하지만 정신이상증세가 있기에, 분열병질로 진단하여야 할 상태에 있었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본 범행은 동증병질에 의 부분현상인 병적 우월 관념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동 사건을 소재로 삼아 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는 주인공 미조구치의 고백으로 일관되는 1인칭 소설입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들어온 금각사에 유별난 관심과 애정, 심지어는 일체감마저 갖게된 미조구치입니다. 금각사에 대한 이런 감정들은 성장하면서 불가피하게 마주하는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을 방해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금각사를 불태우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미조우치가 작은 아버지 집에 맡겨져 중학에 다닐 무렵 같은 동네에 우이코라는 소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해군병원의 간호사가 된 우이코 앞에 나섰지만 말을 더듬는 바람에 곤혹을 치루고 말았습니다. 얼마 후 해군기지에서 병사가 탈영한 사건과 관련된 우이코가 탈영병과 함께 사살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은 미조구치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남았습니다.


미조구치가 아버지로부터 말로 듣던 금각사를 처음 보았을 때 아무런 감동도 일지 않았다. 그것은 낡고 거무튀튀하며 초라한 3층 건물에 지나지 않았다. 꼭대기의 봉황도, 까마귀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아름답기는커녕 부조화하고 불안정한 느낌마저 들었다. 미라는 것은 이토록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29)”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실망을 주었던 금각이 야스오카에서 돌아온 후 나날이 미조구치의 마음속에서 다시 아름다움을 되살렸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미조구치는 교토의 금각사로 가서 도제가 되었고, 득도하였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득도(得度)는 불교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는 득도(得道)가 아니라 불교에서 승려가 되기 위한 출가의식을 이야기합니다.


교토의 중학교로 전학을 하고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쓰루가와라고 하는 동료 도제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 무렵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달했고 금각사가 불에 타게 될 것이라고 미조구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생각이 훗날 금각사를 불태울 생각으로 전이된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심한 안짱다리를 가진 가시와기와 친구가 되는데 그 이후로 미조구치의 행동에 변화가 생깁니다. 수업을 빼먹고 여자들과 어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자와의 관계를 통하여 자신의 인생을 찾아보겠다고 시도할 때마다 금각이 나타나 관계를 방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시와기의 꽃꽂이 선생과 관계를 시도할 때 역시 금각이 나타나 방해받게 되면서 금각사를 불태우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 것입니다. 금각사 주지의 일탈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되어 후계자 구도에서 밀려난 것도 결심을 실행에 옮기는데 힘을 더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는 금각사를 사랑하던 미조구치가 금각사를 불태우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심리상태를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어 미주구치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하면서, 과연 그토록 대담한 생각을 행동에 옮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미조구치의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미조구치의 치명적인 생각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묘안은 없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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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은경 옮김 / 향연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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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다녀온 일본근대문학기행의 일정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산방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활동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의 초기작품인 <산시로>를 읽고서 산시로의 모습에서 젊은 날의 제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산방에서 <그 후><><산시로>의 후속작이라 해서 읽기로 하였는데 <그 후><>을 순서가 바뀌어 읽게 되었습니다.


산시로의 작품소개를 보면, “나쓰메 소세키가 문학과 학문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하고자 천착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이며 이는 곰곰이 생각해볼 인생의 화두가 된다.”라고 했습니다. 소세키는 <그 후>가 산시로의 그 후의 모습이었다고 했다고 합니다.


<>의 모두에 있는 역자의 글에서는 “<그 후>에서 도쿄대학을 졸업한 다이스케를 주인공으로 하여, 대학 시절 의협심 때문에 친구에게 양보했던 미치요라는 여성을 천의에 따라 되찾으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라고 하였으며, “<>에서는 천의에 맞지만 사람의 도리에는 어긋나는 사랑을 하게 된 <그 후>의 다이스케와 미치요의 바통을 이어받은 소스케와 오요네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절벽 밑의 셋집에서 쓸쓸하지만 금실 좋은 부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5)”라고 했습니다.


<산시로>의 주인공이 구마모토에서 도쿄로 올라와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려냈습니다. 구마모토에서 도쿄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여성과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두 사람은 손도 잡지 않고 밤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이 그냥 헤어졌더라면 별다른 의미가 없었을 터인데, 그녀가 산시로에게 건넨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라는 말을 곱씹어보게 합니다.


기차에서 처음 만난 산시로를 따라 여관에까지 쫓아온 그녀의 속셈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런 그녀는 왜 적극적으로 산시로를 유혹하지 않았을까요? 산시로는 배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순수했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 같고, 순수하지 않았던 그녀야 말로 배짱이 없었던 것 아닐까요?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 3부작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만, 주인공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산시로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3명의 젊은이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를 비교해본 작품들이라고 보아야 하지 싶습니다.


<>19103월부터 6월까지 도쿄 아사히신문과 오사카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소설입니다. 전작이 끝날 무렵 차기 작품을 예고하게 되었는데 그 제목을 작가가 정하지 않고 문하생들이 정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목을 의뢰받은 문하생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들춰보고 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 을 제목으로 해보라고 권했다는 것이니 작품의 얼개를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면 거기에 의 의미를 녹여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작품에서는 잇소암에 참선을 하러갔다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 소스케의 독백에 제목인 의 의미를 새겨 넣었습니다. “나는 나의 문을 얼려고 왔다. 하지만 문지기는 문 뒤에 있으면서 아무리 두드려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아무리 두드려도 소용없다. 네 힘으로 열고 들어 오너라하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 그는 그 문을 통과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아니었다. 요컨대 그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244-245)”


문의 주인공 소스케는 우유부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어렸다고 해도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탓인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모든 일을 숙부에게 맡기고는 내버려 둔 탓에 동생의 학업조차 돌보아줄 수 없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그런 성격인 소스케가 친구 야스이와 함께 살던 오요네가 여동생이라는 말만 믿고는 결혼해서 살게 된다는 설정도 애매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세키를 존경하는 분들은 그의 문체나 이야기의 구성이 빼어나다고 합니다만, 모호한 부분이 많고 마무리 역시 모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재소설의 경우 회차가 끝날 무렵에 갈등구조를 키워서 독자들이 다음 회차에 관심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전반적으로 이런 구조를 볼 수 없고, 비슷한 상황도 유야무야 정리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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