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60>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 - 굶어죽기도 어려운데...
 

흔히 감상하기 어려운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영화입니다. 프랑스영화지만 무대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입니다. 아마도 뱅상 파로노와 같이 메가폰을 잡은 마르잔 사트라피가 고국 이란에 헌정하려는 뜻이 담긴 것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나세르 알리 칸(마티유 아말릭 扮)이 바이올린을 구입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악기상에서 연주해볼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집에 와서 다시 연주해보니 음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악기상에 돌아가 화를 내면서 반품을 하고 맙니다. 평소 아끼던 바이올린이 망가져 새로운 바이올린을 구입하는 일에 몰두하는 남편 나세르를 아내 파린기세(마리아 드 메데이로스 扮)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돈을 버는 일은 물론 집안일에는 관심이 없는 남편을 몰아세우기 일쑤입니다. 음악하는 사람은 자신 뿐 아니라 음악을 이해하는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드는 바이올린을 구하지 못해서 낙심해 있는 형 나세르에게 동생은 다른 도시에 있는 악기상에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있다는 소문을 전해주고, 나세르는 맡길 데가 없는 작은 아들을 이끌고 바이올린을 사러 갑니다. 하지만 이 바이올린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아 낙망한 끝에 나세르는 더 이상 바이올린을 구하려 들지 않고 죽음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이제 나세르는 먹는 것마저도 거부하고 침대에 누워 죽음이 찾아오는 날을 기다립니다. 영화를 보면서 스콧 니어링이 떠올랐습니다. 대공항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던 1930년대 아내와 함께 뉴욕을 떠나 버몬트에 자리를 잡은 스콧 니어링은 조화로운 삶을 화두로 삼고 살았는데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들은 최대한 자급자족하고, 이웃과 협동해서 일은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살다가 100세가 되던 해에 스스로 살만큼 살았다면서 음식섭취를 줄여가다 죽음을 맞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 나세르는 어느 날 갑자기 음식을 끊고 죽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낸 것이라서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독일이 유태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얻은 결과라고 합니다. 대체로 물만 먹고 사는 경우에 남자는 2주 정도 여자는 1~2달 정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조차 먹지 않는다면 남자는 4~7일, 여자는 2주까지도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영화에서 말하는 죽음에 이르는 일주일이라는 설정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단식을 하게 되면 우선은 혈중에 있는 혈당을 사용하고 간에 저장되어 있는 글리코겐을 끌어내게 됩니다. 글리코겐이 소모되면 지방과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단식을 해본 사람들은 메스꺼움과 피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기력이 떨어지면서 화청과 환시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영화에서 단식 엿새째인가 죽음의 사자가 등장하는 것도 주인공이 환청과 환시로 만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죽기로 결심한 주인공이 단식을 선택했을까 궁금해집니다. 흔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실행을 주저하는 단계를 건너게 되면 스스로의 선택을 포기할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은 ‘기찻길에 누워서?, 아니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까? 독약을 먹거나 총으로 머리를 쏘면?’하고 다양한 방법을 머릿속에서 그려봅니다만, 결론은 너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하게 됩니다. 그런 것을 보면 충동적인 성격은 아닌 것 같고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심사숙고하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결국은 식음을 전폐하기로 한 것인데 덕분에 감독은 우리의 주인공이 죽으려는 결심에 이르게 된 과정을 조금씩 보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찍 바이올린에 재능을 보인 주인공은 좋은 선생님을 사사하게 되지만 스승은 나세르의 연주는 기술적으로는 완벽할지 모르나 연주에 혼이 들어있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흠이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시계점에서 만난 이란(골쉬프테 파라하니 扮)에 빠져들고 그녀 역시 나세르에게서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앞날이 불투명한 예술가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완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실연의 아픔을 겪게 되고, 그 아픔이 승화되어 그의 바이올린연주는 완성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세르의 연주가 완성되어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며 하산하라고 이른 스승께서는 역시 자신의 스승으로부터 받은 바이올린을 나세르에게 건네주고, 그 바이올린은 나세르의 연주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그런 바이올린이 부서졌으니 아무리 훌륭한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하더라도 나세르의 마음에 드는 음색이 나올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일찍 바이올린에 재능을 보인 주인공은 좋은 선생님을 사사하게 되지만 스승은 나세르의 연주는 기술적으로는 완벽할지 모르나 연주에 혼이 들어있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흠이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시계점에서 만난 이란(골쉬프테 파라하니 扮)에 빠져들고 그녀 역시 나세르에게서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앞날이 불투명한 예술가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완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실연의 아픔을 겪게 되고, 그 아픔이 승화되어 그의 바이올린연주는 완성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세르의 연주가 완성되어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며 하산하라고 이른 스승께서는 역시 자신의 스승으로부터 받은 바이올린을 나세르에게 건네주고, 그 바이올린은 나세르의 연주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그런 바이올린이 부서졌으니 아무리 훌륭한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하더라도 나세르의 마음에 드는 음색이 나올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나세르도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지 오로지 그만을 바라보고 기다리던 파린기세의 은근한 사랑을 받아들여 결혼하고 두 아이를 얻게 되는데 아마도 파린기세도 남편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투정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투정이란 것도 상황을 보아가면서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하는 것인데, 한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던 것이 결국은 가냘프게 이어주던 인연의 실마저도 단호하게 끊어버리는 결심으로 치닫고 말았으니 결국 욕심이 과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교훈을 깨닫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한 것도 아픔이었을 나세르로서는 아버지의 반대를 받아들여 떠나버린 이란에게서 배신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배신한 여인에 대한 첫사랑도 유효한가요? 첫사랑이 그토록 절절했다면 파린기세의 사랑을 단호하게 거절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현실의 삶을 어쩔 수 없다하여 파린기세의 사랑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한다면 나세르는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간절하게 기도하는 경우에 죽음을 늦출 수 있다는 생각은 아마도 이란사람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산만해서 정신없어 보이는 작은 아들이 아빠를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에서 말썽꾸러기 아이가 오히려 부모에 대한 간절함이 더 하다는 생각은 우리사회만이 아니라 이란에서도 공통적인 특징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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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2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2
고든 리빙스턴 지음, 노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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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든 리빙스턴의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세 번째 책입니다. 정신과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그는 참 매력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상담을 원하는 분들에게 다른 치료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은 삶이 주는 고통에 대하여 위로받고 명쾌한 해답을 듣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의 치료철학을 함축하고 있는 구절을 발견하였습니다. “삶은 때로 우리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주고 시간과 운명의 무거운 짐을 견디어낼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도움을 주는 사람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위안을 받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44쪽)” 이런 그의 철학은 두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고통을 겪었고 베트남전에서 많은 죽음을 직접 목격하였기에 얻은 것이라서 더욱 절절한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은 보통 소크라테스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심리치료사는 적절한 질문을 던져서 상담을 받는 분들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치료사가 특별한 조언을 해주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치료사들이 그런 인식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신과의사로서 그는 상담하고 약물을 처방하는 전통방식의 효과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가 변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져야만 변화의 물꼬를 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수면제를 처방하기보다는 원인을 먼저 찾기 위하여 노력하고, ‘잠드는 것’을 환자의 관심 우선순위에서 낮추게 되면 초조한 기분이 사라지면서 잠을 잘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약물보다는 상담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생각하는 방식에서 흥미로운 구절을 찾았습니다. “만일 각종 매체들이 우리가 언제 어디서 광우병에 걸릴지 모른다고 두려움을 자극하면 스테이크를 먹는 즐거움을 거부하게 될 것입니다.(135쪽)” 바로 2008년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렸던 제2차 광우병파동의 핵심을 짚은 것입니다. 아마 지금도 쇠고기를 먹지 않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소가 처음 발견되었을 무렵 아마도 2004년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국립환경보건연구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만났던 분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확산된 가능성과 쇠고기를 먹는 문제를 물어보았지만, 큰 문제가 될 것 없다면서 쇠고기 먹는 것을 피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미국의 도축시스템이 그때보다 더욱 강화된 시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기회가 더 적을 우리나라에서 더 요란을 떤 셈입니다.

 

나이들어감에 대하여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나이먹는 것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늙어간다는 사실을 죽음만큼이나 두려워하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도 우리 처지를 말하는 것 같은 재미있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회에 존재하는 세대간의 갈등을 감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노인들의 느린 동작과 무능함에 대한 농담들, 운전에 부적합한 나이가 얼마인지를 놓고 벌이는 토론, 나이를 근거로 한 폄하와 차별 등에서 언젠가 자신들도 늙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179쪽)”

 

“바로 그 늙은이들이 없었다면 자네 같은 젊은이들도 없었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알려주고 싶습니다만 저자는 나이를 먹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그때의 젊은이들에게 같은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확연하게 드러난 우리사회의 세대간의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옮겨보았습니다.

 

인생은 시행착오에 의한 학습의 결과이고, 지나간 잘못과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고 개선과 변화를 시도할 수 있기에 우리는 날마다 조금씩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돌아보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 마음을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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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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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보기 전에는 ‘공항’하면 ‘이별’이란 단어가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문주란씨가 불러서 히트를 쳤던 ‘공항의 이별’의 영향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회참석차 혹은 공무로 비행기를 타는 일이 많아지면서부터 ‘공항’은 ‘출발’ 혹은 ‘여행’이라는 단어가 우선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순수하게 관광을 목적으로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는 탓에 설레임보다는 은근한 압박감을 안고 떠나는 여행이다 보니 공항에서도 들고가는 일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아 공항을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을 마치고 귀국길에 만나는 외국의 공항 역시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구경하는 일보다는 들고갔던 일을 마무리하고 난 다음에 쏟아지는 피로감에 어서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생각, 혹은 비행기가 제 시간에 떠날까하는 걱정에 더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여행의 기술; http://blog.joins.com/yang412/13104741>에서 공항에 대한 작가의 소회의 단편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공항에서 일주일을>은 지금까지 제가 공항에서 보낸 천편일률적인 시간을 알랭 드 보통은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읽게 되었습니다. ‘1. 접근, 2. 출발, 3. 게이트 넘어, 4. 도착’으로 글을 구분하여 쓴 것으로 보아 공항을 통하여 어디론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들어본 기억이 없는 최초의 ‘공항상주작가’라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된 보통의 입장에서 보면 공항에서 상주하면서 맡은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기까지의 과정을 나눈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 자신은 데번셔 백작들의 재정지원을 받아 책을 쓰고 그들에게 화려한 헌사까지 바쳤다는 토마스 홉스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자신은 히드로 공항에 임시직이었지만 상주작가로 고용되면서 아무런 요구를 받지 않았음을 강조하여 자신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만, 사실은 누구나 보통의 맛깔나는 글솜씨와 그의 명성을 염두에 두고 색다른 방향에서의 공항 홍보전략의 하나로 그를 초청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일 것 같습니다. 특히 일반 여행객은 당연하고 공항에 상주하는 직원들도 출입할 수 없는 제한구역까지도 돌아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고, 사람들이 왕래하는 공항로비에 책상을 두고 집필하는 모습을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까지 한 것을 보면 그가 어떠한 말로 설명하더라도 저의 생각을 바꾸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몇 해 전에 영국의 전염병관리정책을 살펴보기 위한 짧은 출장길에 히드로공항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작가처럼 히드로의 속살까지 살펴볼 수는 없었습니다. 공항에서는 소피텔이라고 하는 공항호텔을 보통에게 숙소로 제공하여 24시간 공항을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하는데, 사실 저도 공항구역에 있는 호텔에서 하루 정도 묵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비행기를 놓치고 연결편을 타기 위하여 하루밤을 머물러야 하는 경우에 말입니다.

 

보통은 호텔시설에서부터 근무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공항에서도 시설에서부터 근무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관찰한 듯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만, 그들의 삶 혹은 애환을 제대로 적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2004년 작 영화 <터미널>에서 동유럽에서 날아온 톰 행크스가 좌충우돌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공항의 진면목이 아닐까합니다.

 

유명한 다큐멘타리 사진작가 리처드 베이커가 마치 보통과 함께 움직인 듯 찍은 히드로공항의 속살 같은 사진들은 분명 볼거리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공항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도 글에 녹여냈다고 합니다만, 보통의 눈으로 본 것들을 그의 생각으로 풀어낸 것이란 느낌입니다. 가끔은 만나는 그의 독특한 시각은 그래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비행이라는 의식은 겉으로는 세속적으로 보이지만, 이 비종교적인 시대에도 여전히 실존이라는 중요한 주제 그리고 세계의 종교 이야기에 그 주제들이 굴절되어 나타난 모습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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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뻔뻔한가 - 부도덕한 특권 의식과 독선으로 우리를 욱하게 하는 사람들
아론 제임스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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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무례하고, 잘난 체하고, 뻔뻔하기까지 한 사람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뇌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한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를 해주시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 뻔뻔함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치열하게 싸운 적은 없으신지요. 아니면 ‘X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생각하시면서 상대조차 하지 않으시는지요. 저도 그런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싶은데, 막상 서두를 이렇게 시작하면서 저 자신은 남에게 그런 상처를 준적은 없는지 절로 돌아보게 됩니다.

 

한마디로 요약해서 부를 마땅한 말을 찾기가 어려운 이런 사람들을 심층분석하고, 상대하는 방법도 안내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캠퍼스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아론 제임스교수가 쓴 <그들은 왜 뻔뻔한가>입니다. 이야기들을 묶은 제목에서부터 저자의 의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1장 무례하고 잘난 체하고 뻔뻔한 사람들, 2장 어딜 가나 이런 사람들 꼭 있다. 3장 전혀 새로운 골칫덩이들이 몰려온다. 4장 그들은 욕먹어도 싸다. 5장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6장 자본주의가 위험하다. 7장 현실을 인정하면 희망이 보인다. 등입니다.

 

원저의 제목은 <Assholes: A Theory>입니다. 직역하면 항문이라는 의미의 단어를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는 우리말을 찾아 많은 고민을 한 끝에 ‘골칫덩이’로 했다는 옮긴이의 고충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왔던 해리가 부르는 ‘빵꾸똥꾸’가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적당한 용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 골칫덩이를 정의하고 그들의 행위를 분석하고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지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어서 흥미롭기까지 합니다만, 아쉬운 점은 골칫덩이를 조금 더 분명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하겠다 싶습니다. 예를 들어. 습관적으로 새치기를 하는 사람, 걸핏하면 대화의 흐름을 끊는 사람, 도로에서 곡예 운전을 하는 사람, 집요하게 다른 사람의 잘못만 강조하는 사람, 본인의 무신경한 태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당했다고 여겨질 때는 극도로 민감하게 구는 골칫덩이, 즉 개념없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1. 스스로 특전을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조직적으로 그렇게 한다. 2. 이러한 행동의 바탕에 뿌리 깊은 특권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3. 이러한 특권 의식으로 다른 사람의 불만에 면역되어 있다.(21쪽)“

 

저자는 미국에 특히 골칫덩이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저자가 골칫덩이라고 콕 짚은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애플신화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더글러스 맥아더, 랄프 네이더 등등 저자의 골칫덩이 명단에 오르지 못하면 명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인 것 같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골칫덩이들은 미디어를 통해서 존재를 드러내려는 독설가들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방송가에서도 독설을 무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트위터를 통해서 이슈를 생산하고 이를 언론이 받아주는 식으로 급부상하는 골칫덩이들을 보고 흉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무언가 잘 못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자가 ‘겸손한 한국인, 눈에 띄는 미국인’이라고 제목을 달 정도로 한국에 대하여 호의적인 것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골칫덩이를 대하는 좋은 방법은 있는 것인가? 저자는 일단 우리 자신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개인적 차원의 골칫덩이 대처법은 많지 않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체념하거나 저항하는 방법도 최선이 될 수 없는 것은 웬만하면 그들을 피할 수 없는데다가 당신이 피한다고 골칫덩이가 당신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핵심은 자신만의 태도를 세우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에픽스테토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만약 누군가 너를 무례하게 대하거나 너에 대해 나쁜 말을 했다면 그 사람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176쪽)” 결국 자신이 꼬투리를 제공한 셈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길이 보인다는 것인데, 그 길이 무엇인지는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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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알면 완치할 수 있다 - 소아뇌종양 환자의 투병일기
김태형 외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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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커서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만,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어려웠던 일은 아플 때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큰 아이의 경우는 감기로 열이 날 때 경기를 하는 바람에 혹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나 마음 조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파도 참거나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바람에 병을 키워서 중한 상태로 발전할 수도 있어 더욱 신경이 쓰이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아이들 질환에 대하여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아암, 알면 완치할 수 있다>가 반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은 소아암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소아암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소아뇌종양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1967년에 만들어진 홍콩영화 <스잔나>에서 리칭이 연기한 여주인공이 뇌암에 걸려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을 보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이야기입니다만, 그때만 해도 뇌종양하면 손쓸 방법이 별로 없는 치명적인 병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아뇌종양의 경우도 일찍 발견하여 적절하게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추천해주신 분께서 적어주신 추천의 말씀이 이 책을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서적은 어려운 용어 때문에 읽기가 어렵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은데, 실제 환자를 치료하면서 겪었던 당신의 고충, 부모와 환아의 어려움 등 모든 과정을 쉽게 그리고 전인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여 설명해주셨습니다.” 이 책은 부모님과 환아가 궁금해 하고, 알아야 할 소아뇌종양에 대한 기본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 환아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치료를 마쳤을 때까지 전 과정을 통하여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고, 학교생활과 사회 적응 등 치료 후의 문제까지도 다루고 있습니다.

 

뇌종양은 단단한 머리뼈 안의 폐쇄된 공간에 들어있는 뇌에 생기기 때문에 생기는 특별한 증상들과 뇌가 관장하고 있는 부위에 따른 특별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두통, 구토, 경련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밖에도 피로감, 졸림증, 불면증, 불안증, 우울증, 성격변화와 같은 증상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이런 증상들을 보일 때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신경병리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만, 뇌에 생기는 질환은 정말 다양한데다가 다른 부위에 생긴 암이 전이되는 경우도 많아서 신경계의 질환을 진단하는 일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병리학을 전공하시는 분들도 기피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저자들도 지적을 했습니다만, 뇌종양은 종류도 다양하고 발생 부위 및 연령 등에 따라서 치료방법과 결과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만을 가지고 추측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저자를 대표해서 김태형교수님은 이 책이 소아뇌종양을 앓는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될 의학정보와 병원에서 의료진과 의사소통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상식을 제공하고, 부모들이 병원생활에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하고,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의 눈높이에서 이해가 가능하도록 전문용어를 가급적 피하고 쉽게 썼다고 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소아뇌종양에 걸린 어린이가 그림일기로 치료과정을 적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느낀 점을 진솔하게 적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중3때 백혈병으로 치료를 받고 완치된 이은혜씨가 자신이 치료받으면서 겪은 병원생활을 바탕으로 하여 구성했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저자들은 책말미에 환자와 부모 그리고 소아뇌종양을 치료하는 의료진에 특별한 당부를 적고 있습니다. 핵심되는 내용만 옮겨보겠습니다. 환자에게, “암을 극복한 용기 있는 아이는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에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주어진 순간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기를 바란다.”, 환자보호자에게, “아무리 어린 나이의 아이라도 완벽한 인격체임을 간과하지 마십시오. 때론 아이도 크나큰 고통으로 엄마에게 화를 풀 수밖에 없다는 심정을 이해해 주십시오”. 그리고 의료진에게, “때때로 당신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두려움에 떠는 환아에게 큰 용기를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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