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품격 - 북경대 인문 수업에서 배우는 인생 수양법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2
장샤오헝.한쿤 지음, 김락준 옮김 / 글담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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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처드 니스벳교수는 <생각의 지도; http://blog.joins.com/yang412/13258160>에서 현대의 동양인과 서양인이 지각하고, 사고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차이들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서양인과 비교대상이 된 동양인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인과 일본인, 즉 동아시아 지역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니스벳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서양사상의 원류로, 공자를 동양사상의 원류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니스벳교수는 서양인과 동양인은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동양인들은 작은 부분보다는 큰 그림을 보기 때문에 사물과 전체 맥락을 연결시켜 지각하는 경향이 있고, (중략) 서양인들은 사물에 초점을 두고 주변 맥락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즉 동양인은 통합적 사고를 그리고 서양인은 분석적 사고를 하는데 익숙해 있다는 것입니다.

 

근대 이전 시기에 동아시아 국가들은 찬란한 유서가 깊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왔습니다. 다만 근세 들어 급속한 과학의 발전을 이룬 유럽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하여 심지어는 전통을 부정해가며 서구의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일본이 가장 먼저였고, 중국 역시 뒤따랐지만, 우리나라가 가장 늦었던 것 같습니다. 근대 이전 유교는 국가를 통치하는 핵심 사상이었지만, 근대화를 가로막는 봉건적 유물로 부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큰 줄기에서는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만,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변화가 일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 변화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대체하기 위하여 공자의 권위를 되살리고 유교를 권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정부가 주도한 바도 있지만,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무너져 내린 개인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주장이 대두된 바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선도한 사람들이 바로 중국의 최고지성이 모이는 북경대학의 인문학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 분들은 산업화가 초래한 문제에 대하여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서구적 가치관보다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문화유산에서 해답을 구하려고 한 것입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북경대학의 그러한 움직임을 담은 책이 ‘북경대 인문 수업에서 배우는 인생 수양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인생의 품격>입니다. 중국과 대만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장샤오형과 국학연구자 한쿤은 <인생의 품격>에서 세계 최고의 지성, 북경대 인문학자들의 명언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풀이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요약을 인용하면, “5장 67강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루쉰(노신), 린위탕(임어당), 지셴린(계선림), 펑요란(풍우란) 등 스무 명 남짓한 인문학자와 100여 권이 넘는 고전, 수 백여 명의 역사 속 인물이 등장한다. 인문학자들의 주옥같은 명언은 공자와 노자, 장자의 가르침, 〈사기〉, 〈한서〉를 비롯한 역사서들과 씨줄과 날줄이 되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인문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내면을 성찰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저자들이 책에 담은 내용을 보면, 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나 자신에서 출발해서 타인과 삶에 대한 예의를 차리고 마음을 관리하는 방법을 깨달은 다음에 비로소 리더로서의 품격을 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은 첫 번째 강의를 북경대학교수였던 루쉰의 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본으로 유학하여 센다이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루쉰은 교수들의 편향된 시각으로 고통을 받다가 종국에는 의학을 공부하여 중국 사람들의 신체의 병을 고치는 것보다는 정신을 깨워 희망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를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내면의 소리를 들어라’는 제목의 글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현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저자들의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루쉰과 같이 작가적 역량을 가진 사람의 경우가 아니라면 의학을 공부하여 사람들의 신체의 병을 고쳐주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모두 마음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좋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포부와 기개가 부족하면 그저 ‘털’만 더듬어 만지고 ‘역린’을 건드리지 못한다. 지도자는 이렇게 소심하고 허약하면 안된다.(111쪽)” 라는 구절은 역린을 건드려 화를 부르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과는 다른 해석이라서 놀랐습니다.

 

이 책에서는 “남이 뭐라고 하던 자신의 길을 가라.”는 단테의 말(131쪽)과 기독교가 중세 유럽을 통치할 수 있었던 것은 통치자가 기독교의 교의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어리석게 만들었다는 말(210쪽)을 제외하고는 모든 금언과 사례들을 중국의 고전에서 취하고 있는 점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열풍이 불고 있는 인문학 공부의 재료를 서양에서 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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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7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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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 http://blog.joins.com/yang412/12935937>에서 소설을 그림과 비유한 프루스트와 비유할만한 작가로 헨리 제임스를 소개한 것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http://blog.joins.com/yang412/13259819>을 먼저 읽었는데, 주목할 점이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번역하신 최경도교수님께서 작품해설에서 설명하신 성적욕구의 투사라고 하는 정신분석학적 해석까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가정교사로 생활하면서 만나게 되는 유령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일체 접촉을 끊고 있는 고용주를 만날 구실을 찾고 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길지 않은 작품 속에 많은 복선을 깔아 서로 연결되도록 장치하고 있어 읽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인의 초상>은 <나사의 회전>보다 17년 먼저 발표된 비교적 초기 작품입니다. 번역을 하신 최경도교수님은 작품해설을 통하여 “중심인물 이사벨 아처에 대한 묘사와 그녀의 내면 심리 전개는 소설가들로부터 인물 묘사의 전범으로 거론된다. 오늘날 미국 문학에서 이 소설은 호손의 <주홍글자>와 멜빌의 <모비 딕>과 더불어 19세기를 대표하는 미국 소설의 반열에 올라있다.(474쪽)”고 소개하셨습니다.

 

쉽지 않겠습니다만 997쪽이나 되는 방대한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언니 집에 얹혀살고 있는 이사벨 아처에게 영국에서 사는 이모 터쳇부인이 찾아와 영국에서 같이 지낼 것을 제안하게 됩니다. 런던에서도 떨어진 시골에 있는 터쳇가에 도착한 이사벨과 같이 지내게 된 터쳇부인의 아들 랠프는 설레는 감정이 일지만 폐결핵으로 투병하고 있는 입장을 고려하여 그녀가 품고 있는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선택으로 즐거움을 채우기로 합니다. 아버지를 설득하여 이사벨이 꿈을 이루기에 충분한 유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랠프의 이러한 배려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이사벨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힘이 되었던 반면, 그녀에게 다가서는 구혼자들을 가려내는데 오히려 악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사벨에게는 모두 세 사람의 구혼자가 등장하게 되는데, 먼저 터쳇가에서 만난 워버튼경입니다. 워버튼경은 재력과 영국 귀족이라는 상징적인 지위를 겸비한 최상의 남편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사벨은 워버튼 경은 유럽 전통의 귀족이라는 틀에 박힌 존재로 자신의 이상을 펼치는데 제한이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청혼을 거절하게 됩니다. 두 번째 등장하는 구혼자는 미국인 사업가 캐스파 굿우드씨입니다. 굿우드는 물질적이고 남성적인 기질이 강한 타입으로 자신의 이상을 펼치기 위한 독립성이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아 역시 거절하고 맙니다. 마지막으로 마담 멀이 추천한 길버트 오스먼드입니다. 미국에서 와서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오스먼드는 가난하지만 예술품을 수집하는 고상한 취미와 이사벨의 꿈을 이해하는 태도로 접근하여 이사벨의 마음을 사게 됩니다. 좋은 결혼상대가 아니라는 터쳇부인이나 랠프의 조언은 오히려 오스먼드에게로 마음이 기울게 만들었는데, 역시 착한 여자가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모양입니다. 마담 멀이 이사벨에게 오스먼드와의 결혼을 강력하게 추진한 배경은 이야기를 마무리할 즈음에서야 드러나게 되는데, 당시로서는 놀랄만한 반전이 아닐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오스먼드는 오히려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 이사벨을 집어넣어 예속시키고, 그녀를 무시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사벨은 오스먼드에게 가졌던 자신의 환상이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오스먼드의 독선의 압권은 이사벨을 배려해준 랠프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임종을 보러 가겠다는 이사벨에게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위협하는 장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랠프의 임종을 지켜보러 가는 이사벨은 지금까지 자신이 즐겨온 부가 사실은 랠프가 선친으로부터 받아야 할 유산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랠프의 임종 무렵 워버튼경과 굿우드씨로부터 새롭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비추던 작가는 의외로 이사벨이 오스먼드에게 돌아가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이런 결정은 과거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부분인데, 평생 살아온 부부가 황혼 무렵 이혼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요즈음의 세태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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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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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온몸이 공포로 휩싸이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저를 포함한 가족들 모습을 떠올리면서 저자가 책에 담은 내용과 관련된 일들이 있었나 되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존속살해를 포함하는 친족살해가 드물지 않은 주제로 등장하지만, 유교적 가치가 이어져 온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상상하는 것조차 피해야하는 금단의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금단의 영역이 언제까지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서, 최근에는 존속살해사건이 사회면을 장식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재찬 작가님의 <펀치>는 굳이 피하려 외면해온 존속살해를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배경에는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남들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겠다는 부모의 지나친 욕심이 불러온 불행한 상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고3병을 앓고 있는 여주인공 방인영은 어느 순간부터 부모를 살해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완전범죄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진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술에 취해 들어온 아버지가 친구와 통화하면서 “자식 농사는 좆도, 죽 쒔다. 하나밖에 없는데.....(101쪽)”라는 말을 뱉는 것을 듣고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방변호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데, 아이들은 보고 듣는 것을 놀랄 정도로 흡수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아버지의 잘못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엄마는 인영이 즐겨 듣는 에릭 클렙튼의 앨범을 보고서는 친구 와이프랑 바람이나 피운 쓰레기 같은 녀석의 음악을 듣고 있다고 타박을 해서 갈등을 고조시키는데, 인영은 이 장면에서 마음의 칼로 서로를 찌르려는 증오심을 감추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고3이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숙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최근에는 육체적으로는 성인과 다름없는 청소년들의 정신 수준은 오히려 퇴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의 주인공 인영은 무서울 정도로 성숙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상하는 것으로 그쳐야 할 부모살해라는 생각을 현실의 세계로 가져오기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와의 갈등이 폭주하는 순간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범행이 아니라 완전범죄를 노리고 세밀한 부분까지 검토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무서운 아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엄마의 강요에 따라 나가는 교회에서 우연히 고양이를 살해하는 남자를 발견하고 이 남자에게 부모를 살해해달라고 부탁하게 되는데, 상사를 살해했다고 실토하는 그 남자는 “피로 죄를 씻게 하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부축인 인영 제안에 엮이게 되는 것은 설명력이 조금은 떨어지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런 역설적인 말장난은 인영의 꿈에 나타난 낙타가 “니가 살인자라 부모를 죽인 걸까? 아니면, 부모가 널 살인자로 만든 걸까?(149쪽)”라는 역시 알쏭달쏭한 화두를 던집니다.

 

결국 부모는 집에서 누군가에 의하여 살해된 채로 발견되고, 인영의 통곡 속에서 장례가 치러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인영의 부모는 인영의 계획에 따라서 살해된 것이라는 충격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 것일까요? 경찰의 끈질긴 수사를 따돌릴 수 있을까요? 한편 인영의 사주를 받고 인영의 부모를 살해한 남자-비밀유지를 위하여 ‘모래의 남자’라고 부르는-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수하겠다고 인영을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인영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어긋난 운명의 톱니바퀴가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하여 새로운 상황이 잇달아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우연히 던진 거짓말을 감추기 위하여 더 큰 거짓말이 이어지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식을 낳는 순간 부모는 희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201쪽)”이라는 담임목사님의 말씀을 “나의 평화를 위해 엄마도 희생당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인영을 보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소포클레스부터 도스토엡스키를 거쳐 김소진까지, 많은 작가가 이야기했으며 독자들이 이제는 더 이상 읽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은 이야기, 오랫동안 나를 가두었던 주제에서 벗어나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작가가 준비한 반전이 쉽게 이해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야기의 전편을 통해 흐르는 ‘존속살해’라는 화두가 지나치게 틀에 갇힌 이야기라고 보았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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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
백만기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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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마치고 병원에서 일을 시작할 무렵에는 정년까지 전공분야에서 일을 한 다음에(여기에서 일은 한다는 의미는 월급을 받고 일을 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은퇴를 하게 되면 해외에서 전공을 살려 봉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만, IMF사태를 겪으면서 갑작스럽게 현직을 떠나야 했던 분들이 많아지면서 은퇴 후의 삶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인생학교의 백만기 교장님이 쓴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는 은퇴 후의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 역시도 일찍부터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만들어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은퇴란 직업을 바꾸는 일이다’라는 저자의 정의대로 한다면, 먹고 살기 위하여 해온 일을 그만두고 마음 속에 품어왔던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 바로 은퇴라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자녀를 키우고 노후의 편안한 삶을 보내기 위하여 돈을 벌기 위하여 일을 해왔기 때문에, 은퇴를 하는 순간부터는 인생을 즐기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균 기대여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은퇴를 하는 순간의 나이만큼을 더 살아야 하는 세월이 도래한 것입니다. 따라서 은퇴한 다음에 맞게 되는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의 반환점이라고 할 50살에는 하던 일을 접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마다 특성이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해답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저 각자 최선이라 생각하는 은퇴설계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저자는 소외된 이웃들과 마음을 나누다 보면 삶의 진정한 가치는 내가 대접받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나눔’에 있음을 깨닫게 되더라는 경험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은퇴 후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하는 질문을 받고 저자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은퇴 준비를 하며 읽었던 책 속에서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지혜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제가 경험한 것들을 책으로 엮어 뒤를 좇아올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가 바로 저자의 은퇴계획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사실 저 역시 40살이 될 무렵부터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짧은 글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만, 2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해야 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져가면서 시나브로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강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에서는 은퇴 시점을 어떻게 결정하고, 은퇴 이후의 삶을 유지시켜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등에 관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2강 ‘나를 발견하는 시간’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3강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서는 타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경우를 예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4강 ‘죽음, 삶의 가장 귀중한 경험’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각장의 끝에는 은퇴 이후의 삶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될 팁을 각각 세 꼭지씩 정리하여 붙여두었습니다.

 

저자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성들만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거치며 앞만 보며 달려온 우리네 아버지들, (중략) 그렇게 수고한 가장들에게 남 몰래 간직해 온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 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오랜 세월을 통하여 직장생활을 해온 여성 은퇴자 뿐 아니라 남편이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내조해온 아내를 위한 은퇴 이후의 삶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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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박재영 지음 / 청년의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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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길 파리에서 짬을 내 찾은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의 미소’를 비롯해서 유명하다는 작품들을 두루 감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특별히 사람의 두개골이 소품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을 모아둔 전시실에서 오래 머문 기억이 있습니다. 그림에 대하여 아는 것이 많지 않은 탓에 생소한 화가의 작품 분위기로 보아 해부학과 관련된 그림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7679738). 최근에서야 최경화님의 <스페인 미술관 산책; http://blog.joins.com/yang412/13205419>에서 “서양회화에서 해골이 등장하는 경우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너희도 곧 죽어서 이 해골처럼 될 테니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직업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개 눈에는 X만 보인다’는 옛말이 틀림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직업의식을 끄집어 낸 것은 보건의료전문지 <청년의사>의 박재영 편집주간님께서 최근에 내신 <개념의료>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제목도 그렇지만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라는 부제가 주는 느낌 때문에, 혹시 제가 모르는 병원 시스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 현실에 대한 생생한 문제의식이 페이지마다 피어올라 독자들을 감전시키는 책’이라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송호근교수님의 한줄 요약을 읽고서,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의료현장의 문제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심층적이기까지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최근 들어 ‘만성질환 관리제도’를 비롯하여 ‘포괄수가제도’, ‘선택진료제도’ 등등 보건복지부가 내놓는 정책마다 마찰을 빚는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현실에서 정부와 의료계의 간격을 좁히는 좋은 묘안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어 아주 적절한 시기에 나온 책이라 하겠습니다.

 

저자께서는 의료계나 정책담당자 모두에게 약이 될 만한 내용을 담았다고 생각했는지 서론에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이 책의 독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보건의료와 관련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직자들, 보건의료와 관련된 수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특히 동료 선후배 의사들과 의대생들, ‘보건’ 혹은 ‘의료’가 들어가는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는 전공자들과 학자들, 보건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법조인들이나 언론인들 등이 그 대상이다.(13쪽)” 저도 그 대상이 된다고 보면 <개념의료>를 이 코너에서 소개하는 이유 역시 저자의 바람에 크게 공감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415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에 담은 의료계의 문제들이 어느 하나 소홀하게 다룰 것들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읽는 분들에게는 송구한 노릇입니다만 저자께서 머리말에서 요약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겠습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한국의료의 오늘을 들여다보았다.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고유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한국의료의 현주소는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갖고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속으로 곪고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을 지적했고, 의료비 지불제도의 개편을 비롯한 몇 가지 주요 현안들을 분석했다. 의료개혁이 왜 어려운 지,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도 기술했다. 2부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료가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왔는지를 기술했다. 한국의료의 독특한 장점과 단점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비롯됐다. 의료대란이 어떤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발생했는지, 왜 그렇게 격렬한 양상으로 나타났는지도 이 과정에서 ‘저절로’ 설명될 것이다. 3부에서는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미래의 보건의료가 어떻게 달라질지,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를 기술했다. 점점 더 질관리가 중요해지는 이유, 과학기술이 바꿔놓을 의학의 미래, 의료분쟁의 새로운 해결 방식, 한정된 자원의 합리적 분배 등 지금보다 미래에 훨씬 더 중요해질 주제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했다.(12쪽)” 책을 읽은 소감을 먼저 정리하면, 한국의료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그 근원에 이르기까지 파헤치고 해결방안의 도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길을 안내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자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보건의료 분야의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삶을 오롯이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한국의료에 대한 저자의 번뜩이는 감각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저자는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한국의료의 현재를 이렇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학문으로서의 의학은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만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는 문화적 배경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의학자 혹은 의료인들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백년이 넘는 우리나라의 현대의학의 역사를 통하여 한국의료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냈습니다. 기대여명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수준을 나타내는 각종의 지표들이 선진국 수준을 뛰어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성장을 이룩하는데 투입된 비용은 매우 적게 들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비용을 적게 들이고 이루어낸 엄청난 성과는 매력적인 면이라 할 수 있겠지만, 비용이 적게 든 만큼 본인부담률이 높고 보장성이 낮은 점은 그늘에 해당하는 어두운 면이라고 하겠습니다.

 

의료비의 본인부담률이 높은 것은 의료에 소요되는 재원 가운데 공공에 의하여 조달되는 비중이 낮은 것이 주요 원인이며, 건강보험이 중증질환보다 경증질환에 대한 보장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뿐만 아니라 원가에 못 미치는 건강보험수가구조도 빠트리지 않고 있는데, 이로 인하여 병원들은 부대사업을 통하여 얻는 수익으로 수지균형을 맞추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국민들의 불만을 “국민들은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난다.”고 하였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을 타개하기 위하여 조성된 국민들의 의료불신 분위기가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의료인들은 방어진료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굿닥터>에서도 영리병원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영리병원의 개념을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다루어서 시청자들은 영리병원이 무조건 나쁜 체제라고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진보단체에서는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공공 의료기관의 비중이 낮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보면 의료는 오래 전부터 민영 의료기관이 담당해오고 있다는 점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공 의료기관처럼 영리를 외면하는 민영 의료기관이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영리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영리법인 병원의 문제라고 좁혀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법인이 설립한 의료기관은 비영리기관으로서 발생한 수익을 전액 의료업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현행 의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을 풀어서 투자이익을 챙기는 주식회사 형태의 의료기관이 가능하게 하는 ‘영리법인 병원’제도의 도입을 검토해 온 것입니다. 저자는 영리법인 병원제도의 도입을 두고 찬방양론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알아두어야 할 점들을 짚고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유지되고 국민건강보험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유지될 경우, 영리법인 병원의 설립이 허용되더라도 그 자체로는 우리 의료 시스템에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73쪽)”고 진단하였습니다.

 

저자는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후보가 내세운 ‘4대 중증질환 100%보장과 소득수준별 본인부담 상한제’와, 문재인후보가 내세운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와 ‘비급여 항목의 대폭적인 급여화’라는 보건의료분야의 핵심공약이 “모두 ‘환상’에 가까웠다.”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재원마련이 분명하지 않다면 이들 정책은 국민이 낸 돈보다 더 많은 혜택을 국가가 국민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착각을 유도하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의료정책이 정치적 이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의사들이 변화에 둔감한 것과 더불어 의료개혁이 쉽지 않은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사적 배경을 잘 살펴야 하는 법입니다. 1부에서 저자가 살펴본 한국의료가 처한 상황들이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2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을 ‘기특하고도 안타까운 한국의료의 발전과정’이라고 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 모양새입니다만, 읽고 나면 저자의 속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부에서는 건강보험이 출범하게 된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살피고 있습니다. 1977년 7월 1일 지금의 건강보험의 전신인 의료보험이 출범하게 된 배경에는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경쟁논리와 막 분출되기 시작한 근로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는 박정희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사회적 여건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하면 된다’는 개발논리를 앞세우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결국 ‘가능한 사람들부터 우선 시작하고, 차차 가입률을 끌어올리면 되겠다!’는 돌파구를 찾아내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제도의 정착에 3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였지만, 불과 12년 만인 1989년 7월 1일 도시지역 의료보험이 시행되면서 전국민 의료보험시대가 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최근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이 화두가 되면서 적지 않은 의사들이 처벌을 받게 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건의 두 가지 핵심배경이라 할 의료보험의 도입과 정착과 함께 2000년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의약분업파동을 살피고 있는 것 역시 시의적절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전공이 의약품 사용과는 무관한데다가 의약분업이 시작되어 사회적 파장이 예고되던 2000년 7월 1일에는 일신상의 문제까지 겹쳐 당시 상황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2005년 대한의사협회에서 근무하면서야 제대로 된 배경과 사태의 진전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의약분업제도는 당시 국민의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개혁’의 대표적 타깃으로 지목된 의료계를 대상으로 한 ‘의료개혁을 위한 출발점’으로 ‘선택’되었다고 했습니다. 즉, “의약분업 자체가 중요했다기보다는 의약분업의 실시라는 커다란 변화를 지렛대로 삼아서, 해묵은 보건의료 분야의 수많은 불합리와 부조리를 한꺼번에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던 것(210쪽)”이라고 합니다.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처럼 의약분업 역시 당연히 해야 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역사적 배경으로 미루어져 왔던 것일 뿐이고, 그걸 실시한다고 해서 국민건강 측면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만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의약분업제도를 재평가하자는 의료계의 오랜 요구에 대하여 의약분업제도는 도입 명분이나 도입에 따른 성과가 분명하다는 정부당국의 설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3부는 앞으로 한국의료가 맞닥뜨리게 될 미래의 모습과 나아가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위리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 점들을 다루었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의사들은 아주 보수적인 집단으로 분류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직업이 갖는 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즉 검증을 거쳐서 확인된 시술만을 환자에게 제공해야 혹여 발생할지 모르는 위해로부터 환자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반응도 늦기 마련입니다. 의료는 문화라고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개별 국가의 의료문화에 따라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작금의 글로벌 변화를 보면 의료의 기본 패러다임이 달라질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의료서비스의 변화된 모습을 따라가려면 결국은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보건의료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개념 있는 의사들이 많아져야 하고, 개념 있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하고, 그런 국민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개념 있는 의료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415쪽)”고 저자는 마무리하였습니다. 보건의료정책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관을 가지기 마련입니다만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쓰는 훈련이 되어 있는 언론계에 오래 몸담아온 저자의 맛깔나는 글솜씨로 한국의료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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