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만든 사상들 살림지식총서 79
정경희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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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선거에 의하여 정권이 교체되는 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일이 벌써 두 차례나 일어났습니다. 그 첫 번째 때도 선거결과에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부가 출범하면서 잦아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정권교체가 일어났을 때에는 선거결과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을 넘어서 새로 들어선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의도로 의심될 정도로 강하게 선거결과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선거 때마다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2000년 미국의 대통령선거의 사례입니다. 당시 민주당은 앨 고어 부통령이 후보로 나선가운데 공화당은 조시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후보로 나서 격돌하였습니다. 두 후보가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승부는 플로리다주의 결과에 달려있는 상황이었는데, 플로리다주는 조시 부시 후보의 동생 제프 부시가 주지사로 있었습니다. 문제는 플로리다주의 개표결과가 2,700표 차이로 부시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지만, 개표과정에 문제가 제기되어 일부 선거구에서 재검표가 이루어진 결과 그 차이가 400표차이로 줄었지만,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던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중지를 결정하고, 앨 고어가 이에 승복하면서 조지 부시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당선자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 한 달 반 넘게 지속되었음에도 폭력사태 하나 없이 평온을 유지하였을 뿐 아니라 우리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은 대법원 결정에 승복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선거제도에 자체에 대한 논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선거인단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리나라의 중앙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무지의 소치라고 가름하기에는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정경희교수님은 당시의 상황을 보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요소, 즉 미국의 법치주의, 삼권분립 등이 독립전쟁을 비롯한 건국초기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고 미국의 헌법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하여 정리하여 <미국을 만든 사상들>에 담았다고 합니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을 꿈꾸던 혁명기에 미국을 움직이던 사상은 영국의 사상가 존 로크의 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이상이었던 것으로 믿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 들어 공화주의적 수정론자로 불리는 학자들이 18세기의 영국과 미국의 정치사상을 재해석하여 자유주의 대신 공화주의가 미국혁명의 사상적 뿌리였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자유주의와 공화주의가 대립하게 된 것입니다. “자유주의는 사상적 뿌리를 존 로크에 두고 있는 사상체계로, 계약에 의한 정부의 형성, 인민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 소유권의 보장, 폭정에 대한 저항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9쪽)”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공화주의는 르네상스의 도시국가 피렌체까지 소급해 올라가 마키아벨리와 도시공동체적 인문주의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화주의의 이상적 정치체제는 미덕을 지닌 시민들이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의 이익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체제, 즉 공화정으로, 그 목표가 공익을 구현하는 데 있는 정부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입니다.(9쪽)” 결론을 말씀드리면 미국의 혁명기의 사상가들은 공화주의자였으면서도 자유주의자였으며, 시간과 공간에 따라 공화주의와 자유주의 가운데 어느 하나를 강조했다고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독립전쟁에서 승리가 확실해져가던 1781년 13개 공화국은 연합헌장을 채택하여 느슨한 국가형태 즉 연합을 이루게 되는데, 이와 같은 국가형태에서 개별 공화국들은 각기 국가로서의 주권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후에 사회 계층 간의 갈등과 불안요인이 가중되면서 연합회의를 대치할 강력한 중앙정부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1787년 연방헌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당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버지니아주를 중심으로 한 반연방파가 연방헌법의 제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입니다. 연방주의자와 반연방주의자의 격렬한 힘겨루기 끝에 버지니아 비준회의는 89대 79로 헌법을 비준하였고, 이어서 뉴욕까지 비준을 마치면서 연방헌법이 제정되었고 연방헌법에 입각하여 1789년 조지 워싱턴을 수반으로 하는 연방정부가 출범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결국 연방주의자나 반연방주의자 모두 근본적인 정치사상은 크게 차이가 없었으며, 권력의 집중에 대한 두려움 역시 공감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반연방주의자들은 헌법에는 인민의 기본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고 본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연방주의자들은 사리를 공익보다 앞세우는 파당을 두려워했기에 이를 제어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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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중국 천재가 된 홍 대리 1~2 세트 - 전2권 천재가 된 홍대리
김만기.박보현 지음 / 다산라이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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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라이프가 직장인을 위한 다양한 자기계발 프로그램으로 브랜드화한 ‘홍대리 시리즈’는 일본어, 무역, 협상, 환율, 골프, 마케팅, 영어, 와인, SNS, 세일즈, 기획, 주식, 독서, 회계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다루어 온 끝에 이제는 시야를 해외로 넓혀 중국에서의 세일즈 전략으로 확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홍대리 시리즈로는 처음 읽게 된 분야가 <중국 천재가 된 홍대리>입니다. 요즘 제가 중점을 두고 있는 독서나 어학, 혹은 와인이나 골프가 아니라 중국에서의 영업을 주제로 하고 있어 다소 집중도가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는 손에서 놓을 수 없어서 결국은 밤을 새워 독파하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흡입력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북경을 한 번 방문해서 의료계 인사들을 만나고, 중의학 관련 기관을 방문한 것이 전부인 저로서는 중국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사업은 그야말로 깜깜한 영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요약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중국 문화와 중국인을 모르고 사업에 도전한 홍 대리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성공해가는 과정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동네 카페로 시작하여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성장한 토종 커피전문점 빈하우스는 북경으로 진출하여 3곳의 매장을 내게 되지만 고전을 겪으면서, 필리핀 진출에 성공한 홍대리를 북경 총경리로 파견하게 됩니다. 경영학과 커피에 정통한 홍대리는 필리핀에서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깨닫게 되면서 문제해결방안을 도출해내기에 이른다는 성공담이나, 바꾸어 말하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이렇게 하라’는 훌륭한 가이드북이 되겠습니다.

 

이 책을 쓴 김만기교수와 박보현박사는 중국통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만기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던 1992년 베이징대학에 입학한 최초의 유학생으로 영국의 런던대학에서 중국학 석사를 마친다음 본격적으로 중국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박보현박사는 역시 베이징대학에 유학할 때 김만기교수를 만나 결혼한 뒤 런던대학에서 같이 중국을 공부하였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곤경에 처한 홍대리에게 중국사업의 핵심을 짚어주는 멘토 역할을 하는 금탄영박사는 저자들의 따님의 이름을 빌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김만기교수가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중국사업을 맡게 된 홍대리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인식의 틀은 홍대리를 보좌하고 있는 정진중에게 뱉는 다음과 같은 말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물도 가짜투성이에, 온 천지에 버젓이 짝퉁이 판치는 게 1등의 자부심입니까? 그런 자부심 생각해주느라 초심을 잃고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정작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해요. 현지화는 어디서나 다들 할 수 있는 겁니다. 고급화와 차별화야말로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알아야죠.(104쪽)” 홍대리를 코너로 몰고 있는 경쟁자는 필리핀에서 홍대리에게 밀린 제임스 장이라는 대만사람인데, 상하이에서 인수한 판다커피라는 브랜드의 카페 체인을 북경으로 확대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홍대리의 빈하우스와 건곤일척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같이 일하고 있는 중국직원들을 업무행태가 못마땅하여 수시로 부딪히는 홍대리는 결국 사업을 접어야 하는 위기에 몰리면서 만나게 되는 금탄영박사로부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접근방식을 얻게 됩니다. 그것은 사람을 얻는다는 것, 그리고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영업전략을 짜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우연히 마주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여 중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면서 고비를 넘기게 된다는 해피엔딩입니다.

 

이 책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꼭 이해하야 할 중요한 사항들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가 쉬울 뿐 아니라, 매 장의 끝에는 ‘홍대리의 중국비즈니스 노하우’ 혹은 ‘중국비즈니스,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등으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읽는 재미를 즐기려는 목적으로 읽어도 좋겠습니다만, 중국에서 사업을 꿈꾸고 있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두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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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지도 살림지식총서 9
장석정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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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뒤집어 보기; http://blog.joins.com/yang412/13434726>에서는 미국의 속살을 들여다보아야 미국을 알수 있다(知美)고 했던 장석정 일리노이 주립대 경영학교수님의 미국 이해하기 안내서입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자가 이 글을 쓴 목적은 “다른 나라의 문화가 우리의 어떤 면에서 어떻게 다른가를 살펴봄으로 해서 이해를 증진하는 것(47쪽)”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문화가 화두가 되어야 할 터인데, ‘남들보다 반 발자국 앞서 가는 나라’, ‘중앙이 없는 나라’, ‘유명한 나라’, 지금도 계속 굴러가고 있는 나라‘, 집 안팎을 돌보느라 세월 다 보내는 나라’ 등등의 제목을 읽다보면 논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연관을 제대로 지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자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남들보다 반 발자국 앞서 갈 수 있었던데는 ‘영어’가 한 몫 했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막강한 정치경제력, 언론과 출판계가 갖는 세계적인 영향력 그리고 미국 대중문화의 엄청난 흡수력을 바탕으로 미국 영어는 계속해서 세계를 한 묶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학술지가 많은 학술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동향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에는 중앙이 없다는 말을 정치, 경제, 교육, 언론, 스포츠 등 많은 분야의 힘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동부와 서부에 무게가 쏠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양한 주제들에서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영어의 의미를 새롭게 아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구급차의 전면에 AMBULANCE라는 말을 뒤집어 써놓은 이유를 몰랐는데, 앞차의 운전자가 후사경을 통하여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미라고 합니다. 집 안팎을 돌보는 일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많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잔디깍는 일에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금세 풀이 우거져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우범지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웃의 눈총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제가 미국 살 때 보니까 잔디 깍는 일 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때는 정원에 크리스마스 장식과 알록달록한 전구를 매달아서 밤에도 반짝이도록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은 자신들도 즐거울 뿐 아니라 남들도 예쁘게 장식한 집을 보고 즐거울 것이라고 기대하는 심리가 있어서 아닐까 싶었습니다.

 

적지 않은 면에서 미국과 우리나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자가 먼저 인용하고 있는 미터법도 미국에서는 적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로버트 크리스가 측정단위가 발전해온 과정을 추적한 <측정의 역사; http://blog.joins.com/yang412/13035187>를 보면, 프랑스에서 시작한 미터법을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과정에서, 뒤에 미국의 대통령이 된 존 퀸시 애덤스는 ‘미터법은 인간의 창의력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이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까지도 미터법을 표준도량형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길이의 단위인 인치, 푸트, 야드 등을 이해하려면 머릿속에서 미터법으로 환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네들은 별 불편 없이 살고 있겠지만 말입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우리 젊은이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척관법이라든가 한자를 바탕으로 한 전통문화의 요소를 이해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흐리멍덩하다’는 개념으로 미국의 정치이념이 모호해지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웃 일본은 극우가 힘을 얻고 있고, 우리 사회도 보수 아니면 진보라는 식으로 분명한 색깔을 보이라는 압박을 받기도 합니다만, 한때 매카시열풍이 불 정도로 극단적 보수주의가 힘을 얻던 시절이 있었지만, 공산진영이 붕괴하면서 미국에서는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결론을 내려야 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오히려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실토합니다.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는 미국이 기리고 간직하고 추구하고 발전시키려는 그 가치와 이상을 같이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미국의 부분이 될 수 있고, 그것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맺고 있습니다.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미국은 이를 추구하게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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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역 유산기 - 산림정책과 산림문화 역사성 규명을 위한 산림역사 자료 연구총서 1
국립수목원 엮음, 전병철 외 옮김, 정민호 외 / 한국학술정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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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에서 산림역사 자료 연구총서 시리즈로, 선조들이 남긴 유산기를 국역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는 ‘산림정책과 산림문화의 역사성 규명을 위한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듯합니다만, 그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유산기(遊山記)는 유기(遊記)의 일종으로 산을 구경한 느낌을 적은 기록인 것입니다. 울진삼수기를 남긴 김창흡이 유기(遊記)를 남기는 것은 “글을 써서 기록해 와유(臥遊)에 보탬이 되는 자료로 삼는다(134쪽)”라고 적은 것처럼 훗날 유기를 다시 읽으면서 여행의 감흥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만일 오늘의 면려에 미치지 못한다면 장차 향인을 면치 못하고 다 사라지고 민몰되어 초목과 다를 게 없으리니 어찌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94쪽)”라면서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하여 유기를 남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국역 유산기>에는 조선의 문인들이 남긴 170여편의 유산기 가운데 경상북도에 있는 산을 다룬 23편을 골라 국역하고 있습니다.

 

국립수목원 신준환원장님이 남긴 발간사의 한 대목입니다. “유산기는 말 그대로 산수 간을 노닌 일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유교문화와 산림문화의 오묘한 만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산수유기를 통해 주체의 관찰과 행위를 알 수 있으며, 자연 앞에 인간의 왜소함을 돌아보는 겸허를 배웁니다. 솜씨 좋은 사진을 보듯 펼쳐지는 장관이며, 꼼꼼하고 치밀한 선인들의 기록정신, 봉우리의 유래와 산비탈의 모습과 능선의 굴곡이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1924년 전인미답의 곳인 에베레스트 정상을 600미터 남기고 실종된 조지 말로리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에서 가진 강연에서 ‘당신은 왜 위험하고 힘들며 죽을 지도 모르는 산에 갑니까?’'라는 한 부인의 질문에 ‘산이 그곳에 있으니까요(Because it is there.)’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주자(朱子)는 “산을 감상하고 물을 완상화는 것도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放心]이다.”라고 하셨고, 공자께서는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智者)는 물을 좋아한다.”라고 하셨다고 하는데, 사람마다 산에 가는 이유가 다를 것 같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어땠을까요? 조선 후기 문신 박장원은 “무릇 높은 곳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며 답답한 심사를 펴는 것은 진실로 또한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다. 평소에도 그러한데 하물며 유폐를 당한 경우에 있어서이겠는가(박장원, 보상망창산기, 97쪽)”라고 산에 오르고 싶어 하는 선비의 마음을 설파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연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가파른 산길을 올려다본 후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쉬지 않는 것을 공부로 삼았다. 이 몸이 점점 높아져 원근의 여러 봉우리들이 이미 눈 아래에 떨어져 있는 것을 휘익 돌아보았다. 우리가 학문을 하는 것도 이와 유사하리라. 처음에는 힘들어서 발꿈치를 붙이고 있기가 매우 어렵지만 한결같은 뜻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물러나지 않는다면, 끝내 반드시 도달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허훈, 유금오산기, 204쪽)” 그래서 선비는 산에 올라서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가 봅니다.

 

유산기의 형식도 필자마다 독특해서 소략하게 산행을 기록한 경우도 적지 않는 반면, 장현광은 주왕산록에서 산천의 기이한 형상을 고서에서 읽은 내용을 빗대어 서술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창흡이 남긴 울진산수기를 보면, “대체로 산의 형세는 사람이 서 있는 듯하기도 하고 병풍이 둘러쳐져 있는 듯하기도 하며, 창검 모양으로 빙 두르며 성처럼 푸르게 솟아 있어 마치 연꽃이 우뚝 솟아오른 듯하기도 했다.(129쪽)”라고 현란한 묘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권정침은 소백유록에 험지에서 땅을 일구는 농부들의 수고를 기록하고, 사력을 다해 벼랑을 오르는 과정을 ‘한 치 나아갔다 한 자 물러나니, 거의 우리가 학문을 할 때 깊은 성찰을 일으키는 과정과 같았다.(141쪽)’라고 적어 산천경계의 유람을 넘서 삶의 애환과 학문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장복추가 금오산유록에 남긴 “험한 곳에 오르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급하지도 말고 느리지도 말아야 한다. 급하면 피로해지기 쉽고 느리면 도달하기 어려우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항상 부족한 듯이 여긴다면 뒤를 돌아보면 점차 멀어질 것이고 앞을 바라보면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168쪽)”라는 구절은 오늘날에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경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선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산을 대하였는지 오늘에 살펴 살아가는 지혜로 삼을 내용이 풍부한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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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모랜덤 살림지식총서 10
최성일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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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분야를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해당 분야에 관한 책들을 모아 요약한 다이제스트가 있다면 전략적 책읽기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습니다. <미국 메모랜덤>이 바로 그런 목적에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미국을 이끌어온 책들뿐만 아니라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책들의 핵심적인 내용을 주제별로 소개한 책. 낱알처럼 무수하게 흩어져 있는 조각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 미국에 대한 하나의 지도책을 완성했다. 이 책은 바로 책들을 주제로 만들어낸 한 권의 책, 수많은 책들에 흩어져있는 유익하고 재미난 정보를 한 권에 담아놓은 책이다.”라고 정리한 출판사의 책소개가 아주 일품입니다.

 

제1부, ‘미국은 이런 나라’에 이어, 제2부, ‘미국을 읽는다’ 그리고 제3부에서는 ‘미국 깊이 읽기’라는 제목으로 주제에 맞는 책들, 특히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들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책은 <이것이 미국이다>라는 일종의 미국에 관한 작은 백과사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토면적, 인구, 종교, 국조, 국화 등 다양한 정보가 요약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어서 “진정한 미국인이란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의식하는 모든 시민들을 가리킨다.”고 적은 한스 디터 겔페르트의 <전형적인 미국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역시 정체성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어떤 사람이 진정한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한국인의 눈에 비친 미국’이라는 제목도 흥미롭습니다. 미국 인상기를 쓴 한국인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데, 유학생과 이민자 그리고 언론사의 특파원이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해외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고, 미국여행기도 만만치 않게 소개되고 있어서 여행객도 네 번째 부류로 새롭게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일 제가 미국여행를 회고해본다면 유학생으로 분류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여행객으로 분류되어야 할까요? 유학생 혹은 이민자들이 쓴 책들은 대체적으로 미국정착과정에서의 애환을 많이 담는 경향이 있고, 언론인들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비판적 시각으로 미국을 뜯어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합니다.

 

제2부의 미국을 읽는다는 키워드, 인물, 문화라는 주제를 서술하고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로, 아메리카, 뉴욕, 월스트리트, 퍼스트레이디, NASA, 맥도날드, 코카콜라, CNN, 아미쉬, 허리우드, 스타벅스를 꼽고 있습니다. 물론 공감이 가는 키워드도 있습니다만, 대통령이 빠지고 퍼스트레이디를 고른 것이 맞는지, 그리고 아미쉬라는 공동생활체가 우리들에게 얼마나 친숙한 단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인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벤저민 프랭클린, 링컨, 프레더릭 더글러스, 시팅불, 올리버 스톤, 촘스키, 마더 존스, 그리고 마이클 조던을 거론하고 있지만,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이들이 빠져 있는 이유도 모호한 것 같습니다.

 

‘미국 깊이 읽기’에서 다룬 ‘미국의 국가적 토대를 다진 책들’, ‘거꾸로 읽는 미국의 역사’, ‘보수적인 정치와 사회 - 오늘의 미국을 이끄는 이념과 사람들’, ‘미국과 전쟁 - 미국은 왜 자꾸 싸우는가’라는 주제들이 가볍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딱히 고개가 끄덕여진다고 하기에는 아쉬운 대목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과 전쟁 - 미국은 왜 자꾸 싸우는가’라는 주제를 보면,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모든 국가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한 미국 독립운동가들의 외침에서 전쟁중독을 읽었다는 안드레아스의 반전만화 <전쟁중독>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라든가, 군사전문가 홍윤서의 <전쟁과 학살, 부끄러운 미국>에서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모두 학살하여 원주민 종족을 거의 멸종시키는 잔학한 행위를 저지른 이후에도 항상 주변 국가를 탐내 1백 5십회에 걸친 전쟁을 일으켰다.”라는 대목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여 유럽에 만연한 반미강박관렴을 비판했다는 프랑스 언론인 장 프랑수아 르벨의 <미국은 영원한 강자인가?>에 대하여 ‘미국의 전쟁논리를 쌍수로 편드는 것은 좀 너무한다 싶다’라고 평한 저자의 시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읽을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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