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함께하는 교감여행 - 태교에서 첫돌까지
김인혜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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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하는 순간도 사(邪)한 기운이 들지 않아야 한다고 믿을 정도로 아기가 출생하기 이전 단계에서부터 가리는 것이 많았던 선조들입니다. 특히 아기가 태내에 있을 때 바른 심성을 갖도록 하기 위한 태교는 고려 시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전해져 조선시대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에 허주당 이씨가 쓴 <태교신기>에 그 내용이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 핵심은 태교 십계명의 첫 번째인 師敎十年 未若母十月之育(사교십년 미약모시월지육), 즉 ‘뱃속 열 달이 출생 후 10년의 가르침보다 더 중요하다.’라는 구절로 요약된다고 합니다. 대체적으로 모든 것을 삼가고 조용하게 거처하면서 마음을 바르게 하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이 바뀌면서 태교에 관한 내용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태중의 아이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태담태교,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태교, 임산부가 적절한 운동을 함으로써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운동태교, 심지어는 태아가 오감을 느낄 수 있다 해서 오감을 자극하는 오감태교도 소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장성해서 혼인을 할 나이에 들어선 까닭인지 이런 이야기들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 같습니다.

 

김인혜님의 <아기와 함께 하는 교감여행>은 여행을 좋아하는 여성이 임신기간 동안 여행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출산 직후에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가능할까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여행을 주제로 하고 있어서 특히 젊은 여성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 지방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말이면 근무지를 중심으로 명승지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답답한 집안을 떠나 자연으로 나가면 마음이 열리는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둘째 아이가 더 활동적인 듯합니다.

 

<아기와 함께 하는 교감여행>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부분은 임신기간 중의 여행인데, 첫 번째는 12주째 1박2일의 호텔 스테이와, 20주째 3박4일의 도쿄 여행 그리고 26주째 6박 8일의 하와이 여행입니다. 뒷부분은 출생 100일 된 아이와 함께 한 2주 동안의 도쿄여행, 생후 200일 2박3일의 규슈여행 그리고 생후 300일에 7박9일의 방콕여행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2년이 안되는 기간 중에 다섯 차례의 해외여행을 다녀온 셈입니다. 아기를 갖지 않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해외여행이 잦은 편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육아휴직 기간을 활용해서 해외여행을 즐길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여전히 아이와 함께 하는 해외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해외여행 마니아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임신과 육아과정에서 궁금한 것이 생겨도 속 시원한 답을 구하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특히 불가피하게 해외여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행준비에서부터 의학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 등에 관하여 잘 정리된 자료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태교여행을 앞세우지 않아도 관심을 가질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기와 함께 하는 교감여행>은 산부인과와 소아과선생님께서 해외여행을 해야 하는 임산부 혹은 젖먹이들이 조심해야 할 의학적 조언을 곁들이고 있어 신뢰가 간다고 하겠습니다.

 

“결혼을 하니 참 좋고, 아기를 낳으니 더 좋다”라는 저자의 말씀이 아직 미혼인 여성들의 귀에 쏙 들어오는 조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제가 미국을 여행할 때 큰 아이가 여덟살 작은 아이는 네 살이었습니다. 큰 아이는 여행하면서 구경했던 것을 조금씩 기억한다고 합니다만 작은 아이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네 살이 안 된 아이들에게 여행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임신과 출산 그리고 힘든 육아과정에서도 얼마든지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하겠습니다.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이 꼭 젊은 여성들의 자기실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읽기였습니다. 풍부한 사진과 필요한 정보들을 눈에 띄게 배치한 기획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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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술책 -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세상을 바꾼 미술 명저 62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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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늬 분야처럼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분야도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역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는데, 마음만 있을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들어 재미를 붙이고 있는 책읽기의 관심분야를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술 분야의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발적으로 읽는 책을 통하여 잠시 관심이 쏠리기는 하지만 체계적이지 못해 금방 잊어버리게 됩니다. 아내의 추천 덕분에 이런 아쉬움을 풀어줄만한 책을 만났습니다. 미술사를 강의하시는 이진숙님의 <위대한 미술책>입니다. 저자가 머리말에 적은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일은 세상과 만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 세상은 우리가 듣고 더듬고 느낄수록 그만큼 더욱 풍요로워진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공부하는 일 역시 세상과 더 많이 감응해 나가는 과정이다.(5쪽)”라는 말씀에 공감하는 것은 세상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이든 제대로 이해하는 법을 깨치기 전까지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작품을 만든 분의 설명을 듣는 것이 제일 좋을 것입니다만,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폭넓은 시각을 갖춘 평론가의 해설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자주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책을 통해 스스로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 차선의 길입니다. 이진숙님은 좋은 책을 고르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팁도 알려주셨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책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나는 영육의 조화를 이룬 책을 사랑한다. 책의 영혼이야 다들 알겠지만, 책의 육체라고 하니 좀 낯설 수도 있겠다. (…) 책은 읽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지식의 깊이만큼 중요한 것이 책의 육체가 되는 언어의 유려함이다.(7쪽)” 책의 영혼에 해당하는 내용과 함께 육체에 해당하는 ‘언어의 유려함’ 즉, ‘독자의 호흡을 배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였는가?’를 살펴보라는 말씀입니다.

 

<위대한 미술책>이 미술에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공부가 많이 부족한 제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린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저자가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작가, 미술사가, 비평가, 이론가, 컬렉터와 미술시장 관계자, 창작 행위, 미술이론, 미술관과 미술시장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미술 생태계’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62권의 미술을 주제로 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과, 저자가 고른 62권의 책은 독자들이 미술을 통해 미감을 발전시키고, 지식을 습득함에 있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미술을 별도의 장으로 독립시키고 있는 것은 우리의 미술 교육과 미술시장 전반이 서양미술에 치우쳐 있는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라고 합니다.

 

독서가들이 책을 읽은 느낌을 묶어 내놓은 책들이 일반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미술책>은 단순한 서평에 머물지 않습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위대한 미술책>은 구체적인 서적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책 밖의 치열한 미술 현장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저자의 깊은 성찰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그 성찰은 서양미술에 경도되어 있는 우리의 미술이 전통적인 한국미술을 바탕으로 하여 세계가 인정하는 독보적인 모습으로 재탄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62권의 미술책을 작가 이야기, 서양미술사, 한국미술, 미술이론과 비평 그리고 미술시장과 컬렉터 등 다섯 부로 나누었습니다.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세상을 바꾼 미술명저 62’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것처럼 미술에 관한 숱한 책들 가운데 62권을 뽑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저자 덕분에 읽은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 http://blog.joins.com/yang412/13493806>는 그리스시대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문학과 예술에 등장하는 목록과 열거의 예를 발췌하고 그 성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선별한 사례들을 모두 21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원전을 소개하고, 주제에 해당하는 미술작품들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에코는 방대한 자료 가운데 <궁극의 리스트>로 올리기에 적절치 못한 자료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선별했다고 합니다.

 

<위대한 미술책>에서 인용한 책들은 공저로 된 것도 있고, 한 사람이 쓴 여러 종류의 책이 선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58명이 쓴 62권의 책들 가운데 이 책 이전에 읽은 책으로는 오직 질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동안 무얼 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말고 여기에 언급된 책들을 꼭 읽어 보기 바란다.(12쪽)”라는 저자의 권고에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인용한 책을 바탕으로 저자의 생각을 풀어가고 있어 원전의 내용을 읽어 저자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감각의 논리; http://blog.joins.com/yang412/13157096>를 읽고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을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라고 느낌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이진숙님 역시 ‘<감각의 논리>는 들뢰즈가 베이컨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론을 설파한 것’이라는 철학자들의 지적에 공감은 하지만 철학적 해석보다는 회화적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즉, ‘모든 화가는 각자의 방식대로 회화의 역사를 요약한다.’라고 한 것처럼 들뢰즈는 “자기 방식으로 새로운 미술사의 계보를 만들어냈다.(98쪽)”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저자가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를 뽑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추상화가 되지 않으면서 구상화를 넘어서기’라는 어려운 과제를 설정한 들뢰즈로부터 ‘닮도록 하여라. 단 우발적이고 닮지 않은 방법을 통해서’라는 멋진 테제를 읽고, “이 말은 시각예술이 처해 있는 본질적 모순을 정확히 보여준다.”라고 짚었습니다. 이어진 구절에서는 앞서 말씀드렸던 책의 육체에 해당하는 언어의 유려함은 여기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즉,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야 되는 모순, 돈오돈수(頓悟旽修)처럼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모순 같은 것 말이다.” 저자는 들뢰즈가 내세운 ‘감각’에 대하여 말초적인 것이 아니라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되는 교차점이며, 따라서 보다 본질적으로 세계와 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저자가 고른 책을 읽고 저자의 생각을 다시 읽어볼 이유인 것입니다.

 

이 책의 1부 ‘작가 이야기’에 등장하는 예술가는 반 고흐, 고갱, 세잔, 피카소, 샤갈, 뒤샹, 베이컨, 백남준 그리고 뱅크시 등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작가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고, 별들이 위성을 거느리듯 작가에 대한 전기들이 넘쳐나는데, “이들은 누구나 알만한 19세기 말, 20세기의 작가들이고, 이 시기의 작가들의 작품과 삶은 지금, 21세기의 미술 생태계를 설명하는 데도 여전히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고른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별로 선정한 이유도 요약하고 있는데, 백남준에 대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백남준의 꿈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25~26쪽)” 굳이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옛말을 끌어올 이유는 없다고 하겠습니다만, 저자가 고른 62권의 책 가운데 우리 저자가 쓴 책이 26권에 달하고 있는 점도 같이 짚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미술이 한 꼭지로 다루어지고는 있다고 해도 다소 많다 싶은 느낌이 들지만, 한국어로 쓰인 ‘읽을 수 있는 책’만 선별한다는 원칙을 적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용은 훌륭하지만 문체가 조악하여 읽는 이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책들은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고, 특히 번역이 중요한 외국서적에서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일반 독자가 번역의 문제를 제기한 책도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번역문제 역시 쉽지는 않은 부분인 것 같습니다.

 

피카소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은 제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스페인 미술관 산책; http://blog.joins.com/yang412/13205419>의 저자 최경화님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찾았을 때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적었습니다. 그것은 “이름이 ‘게르니카’일 뿐, 전쟁으로 고통받는 어떤 도시, 어떤 장소라도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진숙님은 <게르니카>는 물론 6.25남침을 주제로 한 <한반도에서의 학살>에서도 ‘현대에 일어난 학살’의 구체적인 의미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보다 그림을 먼저 배운 신동 피카소가 ‘10대 시절 아카데미 수준을 뛰어넘는 그림을 그린 천재였다’라고 그의 천재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천재 신화’가 피카소 성공의 핵심이자 실패의 원인이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피카소가 열다섯 살에 완성한 작품으로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과학과 자선>을 보면 그의 입체주의 혹은 초현실주의 작품과는 달리 금세 무언가 와 닿는 느낌이 듭니다. 

 

서양미술사를 다룬 2부에서는 미술사를 이미지의 역사로 대체한 레지스 드브레의 <이미지의 삶과 죽음>이 인용했다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언급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프루스트가 창조한 문인 베르고트가 얀 페르메이르의 <델프트의 전경>을 감상하다가 “내가 이런 것을 써야 했는데!”라고 하면서 죽는 장면입니다. 이 부분을 인용한 드브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의 말없는 영원성에 압도당한 것으로 표현하고, 소설의 이 대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의 감각적 상태’를 전하는 데 문인보다 화가가 유리하다는 예증으로 인용한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해석이 지나친 점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에서 베르고트가 <델프트의 전경>을 감상하는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푸른 작은 인물이 몇몇 있는 것, 모래가 장미색인 것을 주목하고, 드디어, 황색인 작은 벽면의 값진 마티에르를 발견했다. (…) ‘나도 이처럼 글을 썼어야 옳았지 (…) 내 최근 작품은 모조리 무미건조하단 말야. 이 황색의 작은 벽면처럼 채색감을 거듭 덧칠해서 문장 자체를 값진 것으로 했어야 옳아.’(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갇힌 여인, 245쪽, 국일미디어 펴냄; http://blog.joins.com/yang412/12923536)” 그러면서 그는 하늘의 저울 한쪽 쟁반에 자신의 목숨을 다른 한쪽에는 황색 벽면이 올려진 장면을 떠올리며 ‘자신이 무모하게도 작은 벽면 때문에 목숨을 희생했구나’라고 후회하기에 이릅니다. 유예진교수님은 이 장면을 같은 화가의 <진주를 저울질하는 여자>로 연결하여 해석했습니다.(유예진 지음, 프루스트의 화가들, 256-275쪽, 현암사 펴냄; http://blog.joins.com/yang412/13484901) “고작 페르 메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을 뿐인 한 화가가 학식과 세련된 솜씨를 다해 황색의 작은 벽면을 그려 냈듯이,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한 가지를 그려야 한다는 의무를 짊어지고 있다고 느낄 아무런 이유도 없다.(246쪽)”라고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프루스트는 베르고트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하여 작품 활동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달리 생각하면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한국미술사를 다루는 제3부일 것 같습니다. 미술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한국미술계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역사적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나를 바라보기 위해서 과거의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국미술의 뿌리에 대한 공부 없이 현대적 작가들의 작품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공허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한국미술의 원형을 그려보고 한국 현대 작가와 비교해 보는 작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저자가 고른 여러 가지 책들 가운데 우선 <오주석의 한국 미 특강; http://blog.joins.com/yang412/13488647>을 읽었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만방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려면 먼저 우리가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할 것이라는 오주석님의 주장에 공감하면서 선인들의 그림을 잘 감상하려면 첫째,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둘째,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할 것이라는 ‘옛 그림 감상의 원칙’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하나 더, 이상현님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 http://blog.joins.com/yang412/13005057>에서 “한옥에는 음악처럼 높낮이가 있어 끊임없이 리듬을 만들어 낸다. 지붕 선이 리듬을 타고 추녀 끝에 걸리면 벽면을 채운 재료들이 질감의 변화를 이끌며 흥을 돋운다. 한옥에서 시작한 율동감은 자연스럽게 마을로 이어진다.”라고 적은 것처럼 우리나라 건축물에 담긴 심오한 철학과 문화사적 흐름을 깨치려면 <김봉렬의 한국 건축 이야기>를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라는 이진숙님의 권고를 챙기려 합니다.

 

정리를 해보면, 이 책의 부제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세상을 바꾼 미술 명저 62’를 저자는 ‘위대한 미술책’이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만, 바로 저자의 이 책이야말로 ‘위대한 책’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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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탄생 살림지식총서 87
전진성 지음 / 살림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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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나라에 있는 박물관도 다 구경해보지 못했습니다만,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으면 그곳에 있는 박물관은 빠트리지 않고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박물관에 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궁극의 리스트>에서 폴 발레리의 박물관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나는 박물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곳에는 감탄할 만한 물건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기쁨을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 나는 냉동된 피조물들의 소동 속에 들어온 나 자신을 발견하며, 그것들은 저마다 헛되이, 나머지 모든 것들이 존재하지 않기를 요구한다.(움베르토 에코, 궁극의 리스트, 169쪽)” 하지만 박물관에 대한 발레리의 이런 생각도 나중에는 변하게 된 것 같다는 설명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마침 읽은 전진성교수님의 <박물관의 탄생>은 박물관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박물관(博物館)이라는 한자어에 담긴 의미가 ‘온갖 잡동사니를 펼쳐 놓은 곳’이라고 새겨져 그리스어 무제이온(mouseion)에서 온 ‘museum'의 뜻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무제이온은 학예를 담당하는 아홉 명의 뮤즈(muse)여신들의 전당을 지칭하였기에, museum은 과거의 신성한 지혜와 유산을 일상적 삶의 폐해로부터 보존하는 성소(聖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에서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한밤중에 박물관에 모셔진 과거의 존재들이 살아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생명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모아놓은 박물관이지만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하게 이어가다 보면 박물관에 있는 유물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박물관이 그저 ‘박물’관이 아니라 옛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보존하는 동시에 그것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적절한 의미를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곳이라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물관의 기원을 보면 기원전 290년경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설립된 일종의 연구․교육센터였다는데, 뮤즈여신에게 봉헌된 이 기관은 도서관 외에 천체관측소와 다양한 연구 및 교육시설 그리고 모든 분야의 수집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중세 암흑시대에는 수도원의 보고(寶庫)가 그런 역할을 일부 했다고 합니다. 르네상스 이후 부호와 권력자들이 고대의 예술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하면서 종교적 가치보다는 미적 가치를 중시하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박물관 형성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1789년 일어난 프랑스혁명은 박물관에 대한 개념의 대변혁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는데, 왕족들이 독점해온 수많은 예술품들을 민중에게 돌려주기 위하여 박물관을 설립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부르봉 왕가의 소장품들을 기초로 하고, 루브르궁을 부분적으로 개조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루브르박물관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을 필두로 하여 19세기에는 유럽의 전역에 박물관이 설립되는데, 1820년 스페인의 프라도 국립박물관이, 1824년 영국의 국립박물관이, 1830년 독일 베를린에 구박물관이 개관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루브르박물관에 가보면 ‘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과 조각 작품 같은 예술작품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18세기부터 본격화된 철학적, 역사적 논의를 통해 미술이 고유의 목적과 의미 그리고 역사를 지닌 최상의 창조영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때문인데, 새로운 관념으로 자리 잡은 미술사가 이런 변화를 주도하였다고 합니다. “박물관은 탄생 초기부터 미술사와의 공조관계에서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미술사 연구의 도움으로 박물관의 수집과 전시는 보다 전문화될 수 있었으며 박물관의 도움으로 미술사는 학자의 좁은 골방에서 벗어나 제도적인 기반을 얻을 수 있었다(59쪽)”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박물관이 옛것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인식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모든 박물관과 그것의 조상 격인 각종 진열공간들은 해당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끊임없이 변화해왔다(78쪽)”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따라서 “박물관은 인간 삶의 흔적이 담긴 모든 것을 유물로 삼고 있으며 또한 농촌, 탄광, 공장, 선박, 백화점, 고성 심지어는 감옥에 이르기까지 삶이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형태의 박물관을 볼 수 있게 된 까닭에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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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리스트 - 문학과 예술 속의 목록사: 호메로스에서 앤디 워홀까지 에코 앤솔로지 시리즈 3
움베르토 에코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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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님의 <위대한 미술책>을 읽고 있습니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미술에 관한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책으로 많은 미술관련 책들 가운데 필독서를 골라 요약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약한다는 표현보다는 그 책이 다루는 분야에 대한 저자의 생각까지 버무려 놓고 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는 <미의 역사> 그리고 <추의 역사>와 함께 이진숙님이 고른 62권의 책들 가운데 포함된 책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궁극의 리스트>는 꼬리를 무는 책읽기의 사례가 되는 셈입니다.

 

에코는 이 책의 서문에서 “루브르 박물관에서 하나의 주제를 선택하고 그에 과난 일련의 회의, 전시회, 공공낭독회, 콘서트, 영화 상영 등을 조직해 달라며 초대했을 때(7쪽)”, 제안한 주제였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특정한 분야의 목록을 길게 열거하는 경우를 간혹 만나게 됩니다만, 에코가 엄선한(?) 목록에서처럼 방대할 줄을 몰랐습니다. 저자는 헤파이토스가 만들었다는 아킬레우스의 방패로부터 목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목록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까지 이르게 되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헤파이토스는 거대한 방패를 다섯 구역으로 나누어 다양한 사물을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대지와 우주, 인간이 사는 두 도시, 농경지와 포도밭, 양을 치는 목장의 모습 등 너무나도 많은 장면을 설명하고 있어 이러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방패는 쉽게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헤파이토스의 방패를 화제로 삼은 그림 3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림의 내용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다양한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목록을 주제별로 모아 그 성격을 설명하고, 작품 속의 목록을 인용하는 동시에 그 목록과 관련이 있는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역시 예술작품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였습니다. 다루고 있는 주제의 특성 때문인지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예술작품들 가운데 다 빈치의 <모나리자>, 파올로 칼리아리의 <가나의 혼례>처럼 제가 알만한 작품은 극히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목록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이런 것 같습니다. 즉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본질적으로 정의할 수 없을 때,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끔 그것의 속성들을 목록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목록은 유한할 수밖에 없어 무한한 속성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기원전 9세기의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무려 182행을 할애하여 트로이아를 압박하는 그리스군의 모습을 기록하였으며, 기원전 8~7세기의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에서 무려 326행을 할애하여 신들에 대하여 나열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목록을 꼼꼼히 읽어내려면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누구나 할 것입니다.

 

저자는 사물, 장소, 신기한 것, 호기심 등 쉽게 이해되는 목록 뿐 아니라 말로 다할 수 없는 것, 혼돈스러운, 현기증 나는 등 애매한 것들에 이르기까지 무려 21개의 카테고리로 목록들을 나누었습니다. 방대한 자료에서 목록을 추려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했을 것이며, 이 책에 포함시킬 목록을 추려내는 작업이었다기 보다는 제외해야 할 목록을 골라내는 방식을 적용한 결과라고 합니다. 덕분에 단테의 <신곡>,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http://blog.joins.com/yang412/12948920>,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http://blog.joins.com/yang412/1324984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알레프; http://blog.joins.com/yang412/12879477>,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http://blog.joins.com/yang412/12883288>처럼 제가 이미 읽어 내용을 알고 있는 목록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서 앞으로 챙겨서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읽어내는 것만으로는 많은 인내심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놓친 부분입니다만, 꼼꼼하게 읽어낸 옮긴이는 이 책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까지, 서양 문학과 예술 속에 나타난 여러 가지 목록들과 열거의 예를 살펴보면서 목록의 개념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또한 목록의 미학이 수집물, 백과사전, 박물관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생각해 보고, 이와 함께 회화 속에 나타난 시각적 목록들을 보여준다. 이런 시각적 목록을 제시하면서 에코는 그동안 그림의 프레임 안에 갇혀 있던 우리의 시각을 넓혀 프레임의 물리적 한계 너머에 있는 형태, 어쩌면 그 너머에서도 계속될 <기타 등등>을 상상하도록 권유한다.(4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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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범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9
앙드레 지드 지음, 원윤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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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범은 화폐당국의 최대의 적일 것입니다. 대량의 위폐를 조직적으로 유통시키는 행위는 국가의 존망을 흔드는 범죄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읽은 팀 보울러의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http://blog.joins.com/yang412/13491439>는 부모의 안전을 위협당한 소년이 위조화폐를 대규모로 유통시키는 범죄조직에 가담하게 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뜨거운 가족애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드의 장편소설 <위폐범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범죄스릴러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폐범은 이야기의 말미에 잠시 등장하는 정도로 전체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즉, 스트루빌루라는 인물이 조종하는 소년들이 위조화폐의 유통에 간여하는 작은 규모의 범죄가 등장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제목과 이 소설의 주제의 상징적 의미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이 소설에는 모두 마흔 명 정도의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저자는 등장인물들을 복잡한 관계로 치밀하게 서로 엮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속이고, 비난하는데, 심지어는 자신마저도 속이는 경우도 있어 한마디로 총체적인 거짓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동성식 교수님은 작품해설에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이 마치 위조화폐의 가치에 불과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등장인물 가운데 여성의 일부는 쉽게 남자들에게 넘어가기도 하며, 일부 남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책임을 외면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베르나르가 우연히 손에 넣은 어머니의 편지를 통하여 자신이 어머니의 외도의 결과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가출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어, 베르나르의 성장소설이 될 것 같다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만, 어느 사이에 이야기는 작가 에두아르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자신이 열네 살 때부터 일기를 꾸준히 써왔고, 그것을 발표한 것처럼, 소설에서도 에두아르의 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작가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에두아르에 녹여냈다고 보입니다. 이야기 초반에 에두아르는 아직 한 줄도 쓰지 않았음에도 오래전부터 구상해오던 소설의 제목을 ‘위폐범들’로 예고하고 주변의 반응을 떠보기도 합니다. 또한 작가가 뱅상의 입을 빌어 공쿠르형제를 비판하는 대목도 흥미롭습니다. “자네가 빌려준 공쿠르형제의 일기에서 나는 마침 그들이 식물원 박물학실에 갔던 때의 이야기를 읽었지. 그 책에서 그 훌륭한 작가들은 자연 또는 하느님의 상상력이 빈약함을 한탄했네. 그런 서투르고 모독적인 언사는 협소한 그들 정신의 어리석움과 몰이해를 드러내는 셈이지. 사실은 정반대로 자연의 다양성이란 말할 수 없네!(207~308쪽)”

 

‘위폐범들’이라는 에두아르의 구상은 베르나르, 로라와 함께 스위스의 시아스 페에 갔을 때 만난 소프로니스카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이때 에두아르는 음악의 푸가기법을 다음 작품에서 구현해볼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의 일기를 훔쳐 본 베르나르가 ‘위폐범들’이라는 가제를 폭로하기에 이릅니다. 그 위폐범이 누구인지를 밝혀달라는 베르나르의 요청에 답변을 피하지만, 내심 동료 소설가로 등장하는 파사방 백작을 염두에 두었다고 밝히기도 합니다.

 

지드가 열두 살이 되던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를 중심으로한 여성적 분위기에서 성장하게 되는데, 열다섯 살이 되면서 왕성하게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 테오필 고티에의 시집에서 감명을 받았고, 빅토르 위고와 하이네의 시집도 탐독대상이었고, 르 콩트 드 릴이 번역한 그리스 시인들의 작품을 통하여 그리스 신들의 세계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위폐범들>에 나오는 많은 등장인물들 사이에 엮인 관계는 이야기의 흐름을 자주 놓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사이의 관계를 요약한 표를 만들어가면서 읽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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