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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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뒤에 스페인을 다녀올 계획입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여행지가 인기를 끈다고 합니다만, 꼭 예능프로그램 때문에 스페인을 고른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따라가 보려는 계획이 있어 스페인에 관한 책에 관심을 두다보니 자연스럽게 찾아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여행사 상품을 고르다 보니 돈키호테의 무대가 된 지역도 포함된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침 시공사에서 처음으로 스페인어판을 저본으로 한 완역판이 나왔다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돈키호테하면 주막을 성(城)으로 오해하고 창을 들고 풍차로 뛰어드는 등 해프닝을 벌이는 얼척 없는 장면만 인식되어 있어 그야말로 엉뚱한 사람의 표본이 되어왔습니다.

 

완역본으로 732쪽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아직 이유를 파악하지는 못하였습니다만, 4개로 구분된 52개의 이야기는 마치 천일야화를 읽는 느낌입니다. 돈키호테의 활약을 기록하면서 단조로울 것을 우려한 듯 등장인물이 겪은 일을 돈키호테가 듣는 형식으로 모두 일곱 개의 이야기를 엮어 넣고 있는데 이를 삽입소설이라고 한답니다. 이야기가 방대한 만큼 등장인물도 만만치 않아서 총 659명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가운데 여자는 52명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세르반테스 시대의 스페인, 아니 유럽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 역시 다양해서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이나 신부와 같이 상류층도 나오지만 건달, 매춘부, 깡패, 심지어는 이민족까지 등장시키고 있어 당시의 스페인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의 주인공 돈키호테의 우상인 둘시네아 공주(?)는 이름은 자주 등장하지만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편력기사로 활동하기 위하여 고향을 떠난 돈키호테 데 라만차가 처음 들른 주막을 성(城)으로 착각하고 성주(?)인 주막주인에게 기사임명을 요청하는 해프닝이 시작되는데, 주막주인은 그저 그날 저녁의 웃음거리로 즐길 요량으로 돈키호테를 기사로 임명하는 것이 장대한 서사시의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살짝 맛이 간 돈키호테의 편력기사 흉내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 가는 모티브가 될 뿐이고, 실제로는 엇갈리는 운명의 길에서 헤매는 남녀가 우여곡절을 겪고 난 다음에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해피 엔딩을 시사한다는 것입니다. 옮긴이는 <돈키호테>의 큰 줄거리를 이렇게 요약하였습니다.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자 산초에 의해 상징되는 평행선은 바로 우리 인간의 삶 속에서 겪는 끊임없는 갈등과 화합을 상징하는 것이다. 돈키호테와의 대립은 우리가 인생에서 부딪히게 되는 현실과 이상의 대립을 의미하고 있다.(723쪽)”

 

요즈음에도 약물, 도박, 게임 등 다양한 것들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만, 우리의 돈키호테 역시 당시 유행하던 기사소설에 빠져들다가 결국은 이성을 잃는 지경에 이르러 이토록 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즉,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편력기사가 되어 무기를 들고 말 등에 올라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속 편력기사의 모험들을 직접 실천에 옮겨 자신의 이름과 명성을 길이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41쪽)” 그리고 보니 젊었을 때 유행하던 무협소설에 빠져들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탈리아 프로렌스에 사는 기사가 절친을 동원하여 아름답고 현숙한 아내를 시험하는 장면을 읽다보면 사랑하는 이를 시험에 들지 않도록 하라는 경계로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시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여자는 유리로 만들어졌다. / 그러니 시험하면 안된다, / 깨지는지 안깨지는지. / 모두 깨지고 말 테니. / 깨지기는 쉽고 / 다시 붙일 수는 없으니 / 깨질 위험이 있는 곳에 두는 것은 / 사려 깊지 못한 일 / 모두들 이렇게 생각하고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 다나에가 세상에 있다면 /황금의 비도 또한 있을 것이다.(454쪽)”

 

저자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당시의 문학 혹은 공연계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당신이 말씀하신 문제가 지금 상영되고 있는 연극에 대한 저의 원한을 불러일으키는군요. 그것은 기사도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툴리우스에 따르면 연극이라는 것은 인간의 삶의 거울이며 관습의 표본이며 진실의 상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상연되고 있는 것들은 엉터리의 거울이고 우둔함의 표본이며 방탕함의 상입니다.(668쪽)” 즉 지나친 상업주의를 경계하고 순수주의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아, 요즈음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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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2014-09-2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은 뜻이 담겨 있었네요. 꼭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처음처럼 2014-09-28 06:58   좋아요 1 | URL
요즘 이벤트기간이라서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답니다. ㅎ
 
파리 걷기여행 - On Foot Guides 걷기여행 시리즈
피오나 던컨.레오니 글래스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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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파리에 갈 계획도 없으면서 <파리 걷기여행>은 생뚱맞다 싶은 리뷰가 될 것 같습니다. 여행 안내서는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것이 많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손에 넣게 된 것은 책이라는 것이 절판이 되면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는 경험의 산물입니다. 이런 생각에 더해서 예전에 파리에 갔을 때 마땅한 여행 안내서를 챙겨가지 못한 관계로 오르세 미술관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그때는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숙소를 정했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 루부르 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었고, 한나절 걸려서 노트르담성당이 있는 시테섬에서 에펠탑까지 세느강을 따라 걸어갔다고 다시 숙소로 돌아보았습니다만, 호텔 로비에 있는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걸었던 것이라서 구경을 제대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7700271). 물론 출장길에 잠시 여유를 부렸던 것이라서 구경에 목맬 상황도 아니기는 했습니다. 어떻든 에펠탑까지 걸어갔으면서도 올라가보지 않은 것은 나중에 아내와 함께 올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일종은 척후병인 셈 쳤다고나 할까요?(http://blog.joins.com/yang412/7639864). 그래서 <파리 걷기여행>이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파리에서 시내를 돌아볼 수 있는 자동차 투어도 있었지만, 굳이 세느강을 따라 걸었던 것은 온통 볼거리가 가득차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투어버스를 타면 아무래도 주마간산 식이 되어 기억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걷다보면 하나를 보더라도 찬찬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입니다.

 

‘걸어서 파리 탐험하기’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이용법에서 저자는 책에 실린 지도가 450미터 상공의 헬리콥터에서 45 각도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럴게 만든 지도에 “파리의 거리와 공원, 광장, 심지어 개별 건물까지 그대로 옮겨 놓았으며, 관련 정보와 흥밋거리르 번호로 연결해 안내하고 있어 파리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초행자라도 파리걷기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을 것(11쪽)”이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좋은 안내서입니다. 물론 코스를 따라가는 일이 앞만 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코스에 흩어져 있는 볼거리들을 빠트리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거리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전체 코스와 저자가 추천하는 소요시간 등에 대한 정보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납습니다.

 

파리 시내는 16개의 메트로 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있어 걷기코스로 이동하는데 메트로와 버스를 연계하면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몽마르트를 시작으로 루브르에서 개선문까지, 그리고 생루이섬과 시테섬을 연결하는 코스에 이르기까지 모두 13개의 걷기에 좋은 코스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스를 연결해서 걷는 방법, 코스의 특성에 따라서 계절에 따라 걷기에 좋은 코스, 주말 혹은 주중에 따른 코스의 분위기 등 세심한 부분까지 짚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여행객을 위한 각종 정보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저고도 항공사진은 큰 건축물의 전체 모습이나 거리를 채우고 있는 건물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조감할 수 있고, 여기에 더하여 걸으면서 꼭 챙겨야 할 볼거리를 담은 사진들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역시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걷기 코스를 표시하고 있는 지도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해당 코스를 먼저 보여주고, 걸으면서 주목할 건물에 번호를 매겨서 따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몇 개의 세부 구간으로 나누어 놓아서 걷다가 길을 놓칠 염려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코스 ‘생 제르맹데프레에서 오르세까지’ 가운데 오르세미술관 부분을 뽑아보면, “1986년 개장한 오르세 미술관은 1929년까지 프랑스의 남서쪽 지방으로 열차를 운행하던 거대한 종착역이었다. (…) 오르세 미술관의 정수라 할 수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 곧장 꼭대기 층으로 향할 것을 추천한다. (…)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일이며 오전 9시30분부터 저녁6시까지, 목요일은 저녁 9시45분까지 개방한다.

 

최근 들어 프랑스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게 되는데, 특히 파리를 무대로 한 작품에서는 배경이 되는 지역을 떠올릴 수 있다면 책읽는 재미가 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걸어서 파리를 돌아본 다음에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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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포드 - 고객을 발명한 사람
헨리 포드 지음, 공병호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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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님은  미국의 오늘이 가능하게 한 20세기의 인사들 가운데 경제 분야의 23인을 요약한 <미국의 거장들; http://blog.joins.com/yang412/13492337>에서 헨리 포드의 공과를 논한 것을 읽었습니다. 미국이 포드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그가 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소개한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관리방식을 창출하고, 새로운 경영철학을 제시한 것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비전과 역경을 뚫고 이를 성취할 수 있는 추진력을 보여준 데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포디즘이라고 하는 자신의 경영이념에 따라 고임금의 원칙을 실천했는데, 그 결과로 거대한 중산층이 형성될 수 있었고, 이들의 구매능력이 확산됨에 따라 거대한 미국 경제력의 밑받침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기여 이외에도 거액의 유산을 포드재산에 넘겨 사회 및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그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라 했습니다. 반면 고임금을 내걸고 노조를 탄압하거나 회유한 사실,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조립라인을 도입한 것이 인간성상실로 이어진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고 해석하였습니다. 나아가 서구식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존재 자체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휴머니즘, 그리고 각 나라나 민족 고유의 문화적 특성과 장점들이 스러지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발명한 사람 헨리 포드>는 1923년에 출간된 포드의 철학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인데 뒤늦게 우리나라에 소개된 셈입니다. 깅홍국님이 지적한대로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 친나치적 경향이나 반유대적 성향 등 때문일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낡은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변화를 수용할 수 없게 된 사업가는 망한다.(9쪽)’라는 그의 생각은 1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유효하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그의 철학 가운데 오늘을 사는데 유용한 것들을 골라 읽는다면 삶에 도움이 될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옮긴이가 뽑은 다음 구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삶은 정주(定住)가 아니라 여행이다. 자신이 ‘정착했다’고 굳게 믿는 사람조차도 정착해 있지 않다. 아마도 하락하는 중일 것이다. 모든 것은 흐름 속에 있다. 삶은 흘러간다. 아무 데로도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서 살아도, 거기 사는 사람은 변하는 것이다.(9쪽)”

 

모두 19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요약하면 자조(自助)의 정신과 평등, 의타심에 대한 경계 등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개념을 창조한 것이라든가, 사업에 서비스정신을 창안한 것, 대량생산과 분업이라는 신개념의 작업방식, 고임금을 주어도 생산비용을 낮추어 수익을 유지하는 경영방식, 그리고 기업이 할 수 있는 자선정신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경영철학을 창안해낸 포드의 정신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놀라운 발상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시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단 차를 팔고 나면 끝이었다고 합니다. 고장이나도 주인이 감당할 몫이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부품을 비싸게 팔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차를 소유하는 사람은 대부분 부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부자가 아닌 다수의 대중이 차를 소유하는 시대를 꿈꾸었습니다. 최고의 소재로 최고의 기술자가 차를 만들지만 단순한 설계로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인데, 그의 생각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무빙라인과 분업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입니다. 이는 시카고 도매업자들이 쇠고기를 포장하는 방식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고임금 원칙은 직원들의 걱정거리를 줄여 작업효율을 높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임금을 깎을지 배당금을 폐지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언제고 배당금을 폐지하겠다.(230쪽)”라고 한데서 고임금에 대한 그의 원칙이 얼마나 확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선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구절도 있습니다. “직업적인 자선은 차가울 뿐 아니라 도움보다는 상처를 준다. 수혜자의 품위를 깍아내리고 자존심을 마비시킨다. 이는 감상적인 이상주의에 가깝다. ‘자선’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이렇게 퍼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호의적인 ‘사회복지사업’의 수혜자가 되었다. 국민 전체가 서서히 어린애처럼 무력한 상태로 빠져들어 갔다. 자선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의 성장은 봉사하고 싶다는 갸륵한 욕망을 쏟아놓는 배출구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자립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고, 봉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바꾸지도 못했다.(288-289쪽)”

 

그가 노조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평가를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나는 노동 조직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를 위한 것이라면 어떤 종류의 조직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고용주든 노동자든 생산을 방해하는 조직이다.(346쪽)”

 

기업을 경영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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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해파랑길 - 걷는 자의 행복
이영철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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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가까운 근교에 있는 걷기에 좋은 길을 찾아 걷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선일보의 주말판에 나오는 <주말걷기 2.0>을 따라가다가,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 여행; http://blog.joins.com/yang412/11747933>을 발견하고는 책에서 소개하는 52개의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처음 구입해서 전체 코스를 개략적으로 읽어보고 리뷰를 적기를 기대가 크다고 적은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코스를 모두 걷고 난 다음에 느낀 점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책내용과 달라지는 부분들이 생기더라는 것입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2825144). 온라인 정보가 아닌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스24에서 진행한 <동해안 해파랑길> 리뷰 이벤트에서 “아내와 함께 걸을만한 곳을 찾고 있던 중입니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 걸을 수 있는 해파랑길을 아내와 함께 걸으면 참 좋을 것 같아 신청합니다.”라고 사연을 달아 신청한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와 함께 하는 주말걷기를 다시 시작하려고 코스를 알아보던 참입니다. 제주 올레길, 강화도의 강화 나들이길, 그리고 연습이 충분히 되면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행작가 이영철님이 정리하신 <동해안 해파랑길>은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해서 고성군 통일전망대에 이르기까지 770km에 달하는 거리로, 산티아고 순례길(782km)에 버금가는 좋은 코스로 25~35일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연가를 내서 꾸준하게 걸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주말을 이용해서 이어걷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구간의 종점에서 서울로 오가는 교통편이 최대한 걸림돌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저자께서는 이런 점을 제대로 짚어서 출발지에 이르는 교통편과 구간의 종점 부근에서 묵을 수 있는 장소와 식당 등에 관한 정보를 세세하게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사실 동해안은 우리의 역사에서 재미있는 설화가 많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어디를 가더라도 널려 있는 이야깃거리들은 걷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인데, 저자 역시 그런 이야깃거리 역시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부산, 울산,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삼척․동해, 강릉, 양양․속초, 그리고 고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 개의 구간으로 나누었는데, 구간마다 3~6개의 세부코스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코스마다 구간의 거리가 다양한 이유는 아마도 지형에 따른 난이도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20km 내외의 코스가 이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걷기도 장단, 강약이 어우러져야 힘이 덜 들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산이나 울산, 그리고 강릉처럼 KTX가 닿거나 고속버스가 자주 있는 곳은 서울에서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구간은 차치하고라도 배차가 뜸하거나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시외버스밖에 없는 구간의 경우에는 오가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아예 부산에서 출발해서 마지막 도착지까지 단숨에 끝낼 수 있도록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이라면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장애요인이 많은 코스를 골라서 답사를 떠나볼까 합니다. 서울에서 도착하기까지의 여정과 걸어야 하는 구간의 난이도, 코스의 표시는 제대로 되어서 길 찬는데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을지 등을 검토해서 완주를 목표로 하는 작전을 잘 짜보아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해파랑길을 안내하는 다양한 정보는 제대로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추가로 확인해야 할 정보가 있다면 서울에서 구간 종착점까지 가는 대중교통편의 배차시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구간별 소요시간도 어쩌면 저자의 제안과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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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준비 - 최준식 교수의 삶과 죽음 이야기 Dr. Choi’s 최준식 교수의 죽음학 시리즈 2
최준식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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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게 죽기’라는 화두를 오랫동안 붙들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나름대로는 마음을 다스려왔기 때문에 어머님께서 소천하시는 과정에서 결심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는 과정만큼은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뇌졸중으로 왼쪽에 장애가 오셨지만, 꾸준하게 재활치료를 받으시도록 격려하기 위해서 완전 회복하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도, 뇌의 뒤쪽으로 가는 혈관이 거의 막혀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굳이 외면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돌아가신 다음 일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 잘 못인 셈입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어머님께서 꼼꼼하게 챙겨서 절차를 진행하셨기 때문에 그저 따라가면서도 절차를 꼼꼼하게 챙겨서 기억해두지 못한 것도 잘 못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후 약방문이지만 최준식 교수님의 <임종준비>를 읽게 되었습니다. 한국죽음학회의 회장을 맡고 계신 최교수님은 건강할 때부터 임종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죽음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죽음을 준비해야 할 노인대학에서도 취미강좌나 체조와 같이 오락성이 높은 프로그램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문제일 것입니다.

 

150쪽 밖에 되지 않는 얇은 분량이지만 우리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고려해야 할 점을 정리한 “내가 갑자기 곧 죽는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종을 전후하여 부딪치는 문제들 그리고 장례 절차, 그리고 장례 이후에 남은 사람들에게 닥치는 문제들을 정리한 “사별의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의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고 시나리오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막상 상을 당하고 보니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장례식장이나 장례절차를 도와주시는 스님도 오셨지만 전체의 절차가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결국은 상황에 맞추어 우왕좌왕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상식을 올리는 것이나, 납골당에 유골을 봉안하는 절차도 격에 맞게 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말았다는 아쉬움 같은 것 말입니다. 예전 같으면 동네 어르신들이 나서서 장례절차를 챙겨주셨을 것입니다만, 이제는 그런 관행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어머님께서 뇌경색이 재발해서 비교적 광범위하고 생명유지에 치명적인 부위가 손상을 입게 되면서 소생할 가능성이 없어지면서 연명치료를 계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형제들끼리 의논을 하게 되었을 때, 저는 먼저 연명치료 자체가 어머님께 고통을 드리는 일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편하게 생을 마감하시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럴 수가 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결국은 인공호흡기가 아닌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으시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죽음을 맞으시고, 장례를 모시고 49재까지는 이제 일주일 정도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남겨두신 유고를 정리해서 49재를 올리는 날 책으로 묶어내기도 했습니다만, 어머님 돌아가시고는 회사 일을 비롯해서 이러저런 일이 넘쳐나고 있어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여행하던 이야기도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만 책 한권의 분량을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해서 1주기 때까지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저자께서는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이 슬픔을 어떻게 다스리는가 하는 문제에도 무게를 두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첫 번째 단계로는 충격과 좌절 단계를 겪게 된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어쩌면 처음 뇌졸중이 생기셨을 때 주말마다 병원을 찾아 같이 시간을 보낸 것이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고독과 우울에 빠지는 데, 가장 긴 시간을 지나야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사별의 슬픔을 극복하는 단계라고 하는데, 슬픔에 빠져만 있는 것이 결코 고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정리해보면 자신을 포함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 비극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평소에 마음의 준비를 잘 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간략하면서도 잘 정리된 죽음 준비서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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