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뇌하뇌
스티븐 M. 코슬린 & G. 웨인 밀러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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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당연히 뇌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관심이 끌리기 마련입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좌뇌형과 우뇌형으로 나누던 심리유형을 부정하고 새로운 뇌기능과 심리학 이론을 제시한 <상뇌하뇌>를 받아들고 큰 기대 속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이론의 틀은 세웠지만, 아직도 검증해야 할 점이 많이 남아 있는 이론으로 보입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스티븐 M 코슬린교수와 작가 웨인 밀러가 같이 쓴 <상뇌하뇌>는 제목 그대로 인간의 뇌가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좌뇌와 ‘예술적이고 직관적인’ 우뇌의 역할에 따라서 인지유형을 구분하는 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하며, 신경해부학적 특징에 근거한 상뇌와 하뇌의 역할에 따라서 사람들을 네 가지 인지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론을 읽으면서 “우리는 아직 중요한 대목에서 아직 이론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많은 핵심적 예측이 아직 경험적으로 엄격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고 싶다.(10쪽)‘라고 한 대목이 눈에 띕니다. 학술논문이 아니라 대중서로 이론을 발표하는 것 역시 충분한 과학적 근거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우선 세 가지 핵심개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어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첫째, 뇌에서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기능이 다르다는 것이다. 상뇌는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반면 하뇌는 바깥 세계와 관련해 유입된 정보를 분류하고 해석한다. 둘째, 인지유형이론에 따르면 선택이 가능한 경우, 즉 당면한 상황이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는 경우에는 상뇌와 하뇌 각각에 의존하는 정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셋째, 네 가지 가능성에서 네 가지 기본적인 ’인지유형‘, 즉 개개인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의 기초가 되는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형성된다, 등입니다.

 

먼저 육안적으로 보았을 때 상뇌와 하뇌의 영역을 구분하였고, 이미 잘 알고 있는 대뇌가 각각의 영역에 따라 맡고 있는 기능들을 분류하고, 그에 따른 인지유형을 구분하고 있는데, 특히 뇌졸중으로 손상받은 부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인지유형이 이론을 세우는 기초가 되었다고 보입니다. 그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음의 네 가지 질문입니다. 1. 자유 여신상은 어느 손에 횃불을 쥐고 있는가? 2. 시곗바늘이 3시5분을 가르킬 때의 각도가 8시 20분의 각도를 가리킬 때의 각도보다 큰가? 3. 미키 마우스의 귀는 어떤 모양인가? 4. 양상추와 시금치 중 어느 것이 더 짙은 녹색인가? 사실 이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서 인지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저자들은 상뇌와 하뇌의 기능의 차이가 인지유형을 결정한다고 했으면서도 ‘우리가 상뇌 시스템과 하뇌 시스템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었지만, 그 시스템들을 사용한 결과는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다.(83쪽)“라고 한 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2부에서 저자들은 상뇌와 하뇌의 사용 정도에 따라서 각각 운동자 유형, 지각자 유형, 자극자 유형 그리고 적응자 유형의 네 가지 인지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만, 솔직하게 제시하고 있는 논리가 충분한 근거가 있는가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개별 유형의 대표적인 인사들의 사례를 들고, 전형적인 유형을 가상의 사례로 설명하고 있는 것 역시 논리적이지 못한 접근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3부에서 저자들은 상뇌와 하뇌의 사용 정도를 평가하는 자가테스트의 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틀만 제시하기 보다는 이러한 틀을 사용하고 다수의 사람들을 평가한 데이터를 제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인지 유형이 변할 수 있다는 설명에서 의문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대뇌의 형태나 기능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완성되고 뇌졸중이나 퇴행성뇌질환과 같은 질병상태가 아니면 변화가 없다고 볼 것이므로, 인지 유형이 변화할 수 있다면 저자들이 제시하는 이론이 완전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이 점은 저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보완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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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장이 쓴 채용노트
이병권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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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공개채용을 비롯하여 스카우트를 포함한 특별채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취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IMF사태를 기점으로 하여 힘들어진 젊은이들의 취직이 여전히 힘들다고 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직장에서 일을 해왔지만 역시 경쟁을 통한 공채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경쟁을 뚫고 입사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지만 실패한 경우가 훨씬 많았음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투명하지 못한 것도 한 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

 

취업문제로 고민을 하는 분들이 궁금해 할 우리나라의 취업시장에 대한 비판서가 나왔습니다. 역시 다양한 회사의 인사부서에서 일을 해온 이병권교수님이 쓴 <인사팀장이 쓴 채용 노트>입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부정적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지피지기하면 백전백승한다는 고사를 떠올린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예를 들면, “경력채용의 경우에도 실제 채용보다는 지원자를 통해 시장분위기, 최신 정보 등을 파악하기 위해 소위 간만 보는 면접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경력직의 주요 채용루트인 헤드헌팅, 서치펌의 채용실적을 보면 이 같은 경향이 많이 드러난다. 공기업, 공기관의 경우 내부에서 낙하산으로 확정된 사람이 있음에도 대외적으로 절차적 공정성을 표시하기 위해 무의미한 채용공고를 내기도 한다.(41쪽)”라는 구절 같은 경우입니다. 경쟁에서 실패한 경우에는 이런 상황을 많이 의심하게 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자는 이런 회사를 가려내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기본적으로 이 책은 당장 취업을 눈앞에 둔 청년지원자와 곧 입사할 예비 사회인들을 위해 기획․구성되었다.”라고 하였는데, 서점의 취업코너에서 흔히 마주치는 입사지원서 작성요령, 취업정보, 면접요령, 인․적성검사 수험서 등, 피상적 내용을 다룬 책과는 달리 치열한 기업의 채용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하였다.“라고 프롤로그에 적은 것처럼 취업 혹은 채용에 관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이 될 것 같은 우리나라 채용시장의 현황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학력과 학벌 그리고 배경 등이 채용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불공정게임의 양상이었던 기왕의 채용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는 희망을 엿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목을 ‘취업대란, 그래도 답은 있다.’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답을 얻기 위하여 우리나라 기업의 채용특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기업이 지원자를 파악하는 관점이라든가, 지원자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 그리고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서는 전문성으로 승부하라는 조언에 이르기까지 핵심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다음에는 실제상황이 되겠지요? 2부에서는 서류전형과 필기전형 그리고 면접전형에 이르기까지 전형의 단계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실용적인 내용을 담았습니다. 사실 인․적성검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답답해하는 지원자를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저자는 인․적성검사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진솔하고 일관되게 답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렇게 해서 입사에 성공한 신입사원이 조직 안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꿈꾸며’라는 마지막 세션의 제목처럼 입사한 직장에서 꿈꾸어왔던 희망이 활짝 피는 미래가 되면 좋겠지요?

 

전체적인 내용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 가지 제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인턴제도는 저자의 지적처럼 혈세를 낭비하는 제도가 아니라 임직원들이 급여의 일부를 내어 직장을 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직장생활을 익히는 기회로 운용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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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133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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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에서 특정 분야의 역사를 다룬 책은 몇 차례 소개한 적은 있습니다만, 정통 역사서를 다룬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역사서가 방대한 분량인데다가 딱딱한 내용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작하려면 일단 비장한 각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역사서를 읽기 전에 역사에 대한 개념정리가 필요하겠다 싶어 고른 책입니다. 조금 딱딱하다 싶은 책은 집중이 잘되는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좋습니다. 얼마 전에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리트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습니다.

 

분명하게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A. L.로즈박사에 이어서 1961년에 맡았던 여섯 차례의 강연에서 발표하기 위하여 준비한 내용으로 보이며, 역사가와 그가 다루는 사실과의 관계, 사회와 개인과의 차이점, 역사와 과학 그리고 도덕 사이의 관계,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역사적 행위의 측면에서의 진보의 본질적 내용,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예측 등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볼테르가 만든 역사철학의 개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유럽의 역사학자들은 역사란 사실들의 집합체로 절대적이고 자명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역사철학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옥스퍼드의 철학자이며 역사가인 콜링우드가 정리한 역사 철학에 대한 견해 - “역사철학은 ‘과거 그 자체’에 관한 것이라거나 ‘과거 그 자체에 대한 역사가의 사유(思惟)’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상호 관련되는 그 두 가지’에 관한 것이다.” (그리하여) “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과거이다.”-를 발전시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라는 함축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역사가들이 흔히 간과하기 쉬운 역사에 대한 다음과 같은 진리를 통찰한데서 나온 것이라 하겠습니다. 첫째, 역사적 사실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존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결코 ‘순수한’ 것으로 다가서지 않는 다는 점이다. 둘째, 역사가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그들의 행위의 배후에 있는 생각을 상상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셋째, 우리는 오로지 현재의 눈을 통해서만 과거를 조망할 수 있고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책을 읽을 때는 항상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여러분이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한다면, 여러분이 음치이거나 아니면 여러분의 역사가가 말을 못하는 멍청이일 것이다.(40쪽)’라고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역사는 누가 만들어내는가? 혹자는 개인이 남긴 기록도 개인의 역사가 될 수 있다고 강변하기도 합니다. 최초의 인간이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개인이면서도 사회의 구성원이었을 것입니다. 사회 역시 그 구성원들에 의하여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개인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석하는 일이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역사가 역시 한 사람의 개인이고,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사적 과거의 사실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완전하게 삼자적(三者的) 위치에서 사실을 들여다보는 일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것에 대한 기록’이다.(87쪽)”라는 부르크하르트의 말을 인용하여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으며, 현재 역시 과거에 비추어질 때에만 완전하게 이해될 수 있다’라고 하였고, 역사가는 오늘의 사회와 과거의 사회가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통로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역사와 과학이라는 분야에는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요? 다음백과사전에서는 역사과학을 “과거에 있었던 인간 생활의 여러 가지 사실과 사상(事象)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합니다. 빈델반트는 학문 방법상 자연 과학에 대립시켜 “인간에 관한 사물과 현상을 반복이 불가능하고 일회적이며 개성적인 것으로 보고 연구, 기술하는 과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1) 역사는 오로지 특수한 것만을 다루며, 과학은 일반적인 것을 다룬다. (2) 역사는 교훈을 가르치지 않는다. (3) 역사는 예견할 수 없다. (4) 역사는 인간이 인간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주관적이다. 그리고 (5) 역사는 과학과는 달리 종교와 도덕의 문제를 포함한다.’라는 이유로 역사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견해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선 역사가는 언어사용에서부터 과학자들처럼 일반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역사적 사실들에 간여하는 요소들을 단위로 분해하여 그들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의 방법론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과학자, 역사가, 그리고 자연과학자의 목표와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찰자와 관찰되는 것 사이의, 사회과학자와 그의 자료 사이의, 역사가와 그의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이 지속적이며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역사와 사회과학의 남다른 특징으로 생각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역사가 역시 과학자들처럼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 문제를 제기하고 역사에서의 인과관계를 추구해감으로서 답을 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역사적 사실의 원인들을 서로 연결하는 인과관계가 필연적인가 아니면 우연한 것인가에 관한 논란에 대하여 저자는 ‘역사에서의 결정론; 혹은 헤겔의 간계(奸計)’라는 주제와 ‘역사에서의 우연; 혹은 클레오파트라의 코’라는 주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플라톤으로부터 헤겔, 마르크스로 이어지는 결정론을 “모든 사건에는 하나 또는 여러 가지의 원인들이 있고 그 하나 또는 여러 가지의 원인들 중에서 무엇인가 달라진 것이 없었다면 그 사건은 다른 식으로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신념”이라고 요약했습니다. 사실 역사적 사건 역시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행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인도 없이 행동하며, 그 행동이 결정되어 있지 않은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 단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모든 행동은 그것을 고찰하는 관점에 따라 자유롭기도 하고 동시에 결정되어 있기도 하다(145쪽)’라는 한발 물러선 모호한 입장을 취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는 반복된다’면서 역사가 보여준 인과를 반복하지 말자는 경고를 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정리한 일반화과정을 적용한 산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연론은 “역사란 전체적으로 우연의 계속이라는, 즉 우연의 일치에 의하여 결정되고 가장 뜻밖의 우연에서만 유래하는 사건의 연속”이라는 이론입니다. 기원전 3체기 로마의 역사가 폴리비우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우연론은 특히 영국의 역사가 베리와 피셔 등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저자는 우연적 원인은 일반화될 수 없는 것이므로 역사에서의 원인은 합리적 원인과 우연적 원인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역사에서의 해석은 가치판단과 밀접하게 연관되며, 인과관계는 해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역사는 진보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는 ‘그렇다’라고 대답합니다. 역사는 그 본질상 변화이며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현재보다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하여 부단하게 노력하는 존재입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그들은 ‘진보하려고’, 즉 어떤 역사적 ‘법칙’이나 진보라는 ‘가설’을 실현시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행위에 진보라는 가설을 적용하여 해석하는 사람은 바로 역사가”라는 것입니다.

 

‘지평선의 확대’라는 마지막 강의에서 저자는 역사에 대한 인식을 정리하고 미래에 대한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자의 강연이 있을 무렵, 세계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나고 러시아와 중국에서 일어난 공산혁명의 충격으로부터 서서히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세계는 혼란스럽고 심지어는 위험스럽기까지 한 곳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떤 어려움들로부터는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징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쟁 끝에 도래하리라고 예견되었던 세계경제의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다.(9쪽)” 그리하여 저자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를 표명하였던 것인데, 2판의 서문을 보면, 이후 찾아든 동서냉전구도는 저자가 품었던 희망과 만족감을 좌절시키기에 충분했던 모양입니다. 핵멸망의 위협은 배가되었고, 뒤늦게 시작된 경제위기는 서구사회 역에 걸쳐 산업국가들을 황폐화시키고 실업을 확산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든 1판의 결론에서 저자는 세계의 파국을 예언하는 목소리들이 퍼지고 있어도 영국이 나아가 세계가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들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것이며 또한 역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가정했고, 현재 세계는 저자의 예언대로 여전히 진보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1990년 소련의 해체를 저자는 목격하지 못했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축이 서유럽을 떠나 북미대륙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런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의문을 달아놓았습니다. 저자는 러시아혁명의 본질을 이성의 확대로 보았습니다. 유럽이 이성의 확대를 외면하는 사이 아시아 아프리카로 혁명이 확산된 것에 주목하였습니다. 즉 인민대중이 사회인식과 정치의식을 가지게 되고, 각자의 집단들을 과거와 미래가 있는 역사적 실재로 깨닫게 되었다는데 의미를 둔 것입니다. 저자는 1955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중국어를 가르친 풀리블랭크교수가 “중국이 인류 역사의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서는 안된다(223쪽).”라는 확신을 밝혔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점을 우려하기도 했는데, 그로부터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이제 중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이르렀습니다. 낙관주의자임을 표명하는 저자가 영국이, 나아가 영어사용권 국가들이 전반적인 역사의 진보에서 뒤처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 그리고 무기력하게 또한 체념한 채로 어떤 향수 어린 침체상태에 빠져들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던 것인데, 그의 불안감은 오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1982년 타계하는 바람에 2판의 서문만 완성되었을 뿐이어서 1판에 더해질 저자의 새로운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여전히 역사철학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역사서를 읽을 때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책의 말미에는 편집자가 저자의 자료철에서 뽑은 ‘제2판을 위한 노트’가 덧붙여있습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1판의 내용을 상당부분 보완한 새로운 생각들을 담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이기에 아쉬움이 큰 것 같습니다. 저자가1판에서 무게를 두었던 러시아 혁명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실패한 혁명이라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힘과 운동이 도처에서 싹트고 있다고 믿었던 것 같고, 그러한 움직임을 사회주의적인 것이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마르크스가 사회주의의 내용을 정의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신 역시 정의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볼세비키 혁명이] 그 첫 번째 단계였던 세계혁명, 그리고 자본주의의 몰락을 완성시킬 세계혁명은 제국주의의 탈을 쓴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식민지 인민들의 저항이 되리라는 가설을 진지하게 고찰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269쪽)”라고 노트의 말미에 적은 카의 믿음은 개인적으로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움직이고 진보한다는 점은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역사의 흐름을 놓치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세계는 빠르게 진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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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여행 - 나를 꿈꾸게 하는 세계의 절경 64
시호 지음, 김현희 옮김 / 시공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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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킷리스트; http://blog.joins.com/yang412/9472741>가 소개된 뒤로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버킷리스트에는 대체적으로 가보고 싶은 곳을 적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합니다. 일본의 인터넷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는 시호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하여 소개한 여행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여행>입니다. 재미있는 회사인 것 같습니다.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을 만들고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는지 경쟁을 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세계의 절경이라는 페이스북을 열게 되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저자였기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이유’는 ‘바로 낯선 땅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그 미지의 아름다운 경치가 보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2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무려 62만명의 팬들이 찾고 있고, 책으로도 만나고 싶다는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모두 64곳의 절경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차 선정 기준은 저자의 페이스북을 찾은 방문자가 누른 ‘좋아요’가 기준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2위에 오른 몰디브의 바두 섬이 제외되고, 105위에 오른 중국의 싼유둥 절벽 레스토랑이 포함된 것을 보면 결정적인 것은 아닌가 봅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것은 한국은 남한이건 북한이건 한 곳도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열 곳이나 선정되고 있어 더욱 아쉬운 것 같습니다. 공연한 애국심의 발로일까요? 홍하이탄의 풍경구는 순천만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라서 공연히 비교되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64곳 가운데 제가 가본 곳이라고는 톨레도 한곳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앞으로 가볼 곳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는 미국도 꽤나 돌아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선정된 여섯 곳은 모두 생소한 곳입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페이스북을 찾는 분들의 생각과 제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다녀온 스페인과 모로코에서도 네 곳이 선정되었는데, 톨레도를 제외하고는 이번 여행의 코스에서 떨어진 곳이라서 아쉬움을 더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여름철에 볼 수 있다는 안달루시아지방의 해바라기밭을 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의 여름 더위는 장난이 아니라고 해서 여름을 피한 것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점도 있습니다. 내년에는 남미를 여행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서 적어도 서너곳 정도는 방문이 여행일정에 포함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보려 합니다.

 

저자가 이곳들을 모두 방문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사진들 가운데는 헬리캠과 같은 특별한 장비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이 있고, 중간에 자신이 다녀온 여행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사진만 간단하게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그 곳까지 가는 경로와 함께 여행하면 좋은 장소라든가 그곳을 여행하기에 좋은 시기에 대한 정보라든가, 그곳을 여행할 때의 주의사항 등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나온 책에는 일본에서 가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겠지만, 옮기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떠나는 것으로 보완한 것 같습니다. 그녀의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사진에 대한 설명이 일본어와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정보는 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여행상품으로 갈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만, 대체적으로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곳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유여행이라야 가능할 것 같고, 여기 소개된 곳 하나만 보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사진으로 보아도 이렇게 좋은데 현장에 가서 직접 보면서 얻는 느낌이 어쩔지 예상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좋아요를 가장 많이 얻었다는 이탈리아의 람페두사 섬은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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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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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도 묘한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계인들이 이 길을 주목하게 만든 <순례자; http://blog.joins.com/yang412/13056408>를 읽으면서 파울로 코엘료를 처음 만났지만 정작 그를 유명하게 만든 <연금술사>까지 읽기를 더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모로코로 건너가기 위하여 따리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조형진 가이드가 바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양을 치는 목동이 우연히 반복되는 꿈을 따라서 이집트의 피라미드까지 다녀오게 되는 소설인데, 전반부의 주요 무대가 되는 장소에 우리가 들어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미 내용을 알고 계신 소설이라서 내용을 요약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저자가 책에 담고자 했던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결론을 보면 행복이란 가까운 곳에 있더라는 파랑새이야기의 스페인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은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한 구도의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자아(自我)란 무엇인가?’하는 의문에 답을 정리한 줄리언 바지니의 <에고 트릭; http://blog.joins.com/yang412/12873764>이 떠오릅니다. 줄리언 바지니는 나를 나로 만드는 변함없는 핵심이 존재한다는 ‘진주 관점’이라고 하는 일반적 관점과, 자아는 항상 변화하며, 그것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의 묶음에 가깝다는 ‘묶음이론’이라 불리는 관점에서 자아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는 ‘진주 관점’의 허점들을 제시하면서 ‘묶음이론’이야말로 자아를 보는 올바른 관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주인공이 산티아고인 것은 어쩌면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순례자의 무대가 된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따온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고행을 예고하는 이름이기도 하지요. 운명을 믿는 우리의 정서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피라미드로 가기 위한 첫 기착지 탕헤르에서 전재산을 잃어버린 그에게 다시 여비를 마련할 기회를 준 크리스탈 상점 주인이 무심코 뱉은 마크툽(“종교적 의미로 쓰이는 아랍어로 ‘그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씌어있는 말이다’라는 의미로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 정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옮긴이는 각주에 달았습니다.)이라는 말은 ‘운명이야’라는 말이 더 실감날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는 연금술사의 경지에 오를 수 있도록 자질을 타고 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이야기의 곳곳에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숨겨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자의 입을 빌어 전하는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데 있도다.(62쪽)”라는 경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실험에서는 농구하는 사람들이 패스하는 숫자를 헤아리는 사이에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등장해서 왔다갔다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더라는 것을 보면,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47쪽)” 살렘의 왕 멜키세덱이 산티아고에게 전하는 위대한 진실입니다.

 

환상문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사하라사막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정말 이럴까 싶은 생각과 함께 사막에 가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막 잠자리에 들려던 산티아고는 행렬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는 별 쪽을 바라보았다. 사막 위로 반짝이는 수백 개의 별들 때문에, 지평선이 조금 더 낮아진 듯 보였다.(144쪽)’ 사막에서는 어떤 느낌을 얻을 수 있을까 아주 궁금해집니다. 사막에서도 산티아고가 발견한 소라껍질을 만날 수 있을까요? “바다는 언제나 그 소라껍질 속에 있네. 그게 바로 그 소라껍질의 자아의 신화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바다는 소라껍질을 결코 떠나지 않을 걸세. 이 사막이 또다시 파도로 뒤덮일 때까지 말일세.(224쪽)”라고 연금술사가 말 한 것처럼 그 소라껍질에서 바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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