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로 사는 즐거움 - 농부 폴 베델에게 행복한 삶을 묻다
폴 베델.카트린 에콜 브와벵 지음, 김영신 옮김 / 갈라파고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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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솔한 삶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아직 가본 적은 없습니다만,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의 작은 마을, 아귀(hague)에서 살고 있는 한 농부의 삶과 생각을 적고 있는 <농부로 사는 즐거움>은 언젠가 보았던 것 같은 기시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폴 베델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폴>이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에 이어서 책까지 낸 것을 보면 프로그램에서 그가 전했을 말들이 도시인들의 가슴을 후비는 강한 무엇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책은 폴에 직접 쓴 것은 아니고 그가 구술한 내용을 카트린 에콜 브와벵이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앞서도 기시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여느 농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우리 농부들입니다. 농부라는 내 직업과 증언을 통해 땅을 갈고 다듬고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이지요. 농부의 가치와 ale음과 직업에 관해 말하는 것입니다.(158쪽)”라고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살고 있는 곳이 바닷가인 탓에 농사도 짓고 가끔은 낚시도 즐기는 여유 있는 삶을 보내온 폴은 농사일이나 성당에서 종치는 일 등,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습니다. 특히 젊은 시절 사랑했지만 고백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인을 마음에 품고 독신을 지켜온 자신의 삶에 대하여 후회는 없다고 하는데, 사랑은 역시 고백을 해야 기회가 생기는 법이라는 불변의 법칙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자신이 살아온 나날들을 개구쟁이 같은 필치로 그려내지만, 후반부에서는 자연과 하나 되는 삶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핵 발전, 유전자조작식품, 대량생산 등에 대한 폴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발전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자연을 지나치게 파괴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무리를 하게 하는 발전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폴은 항상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여유라 함은 넉넉한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해도 빌리지 않고 일해서 번만큼 먹고 사는 것에 족함을 느낀다는 말씀입니다. “세상은 항상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고 늘 물가가 치솟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동물들은 땅을 빼앗기고 풀 대신 화학사료를 먹습니다. 땅은 화학사료를 먹은 동물들이 싼 배설물을 견디지 못합니다.(192쪽)”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폴은 인간의 탐욕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자연 그대로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질을 투입하지 않고 옛날부터 써내려온 농사기술과 씨앗으로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 수확한 농산물을 먹고 사는 것이야말로 자연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좋은 삶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지요.

 

폴은 유전자재조합 농산물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핵폐기물 처리장에 대하여는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핵폐기물처리장이나 핵발전소가 환경을 파괴한다고 오해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핵관련 시설이 들어옴으로 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무분별하게 호텔이 건립되는 등 주거환경이 어지러워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폴은 자신의 나이가 되면 세상에 더 이상 무서운 것이 없게 된다고 고백합니다. 이유는? 지상에서의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머지않아 하느님의 품에 안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념을 지키며 나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난 아무 것도 갖지 않았기에 늘 행복했습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특별한 것이 없어서 행복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산 내 인생 덕분에 행복합니다.(309쪽)”라는 말로 긴 이야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아직까지는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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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생산의 글쓰기
송창훈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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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에 주간으로 연재되고 있는 [북소리]가 벌써 3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창간 기념호에 실릴 한 편의 칼럼에서 고정칼럼으로 확대되었던 것이 이처럼 장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이러저러한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읽기의 내공이나 글솜씨 모두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성원을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조금씩 성장해보겠다는 각오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책읽기나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두루 섭렵하고 있습니다.

 

잘 나가는 회사도 그만두고 도서관에 파묻혀 ‘목숨 걸고’ 책을 읽은 책이 3년 동안 9,000권에 달했다는 김병완의 <기적의 인문학 독서법; http://blog.joins.com/yang412/13230953>이나, ‘글을 배우려는 욕망이 독서의 문을 연다’라고 운을 떼고는 ‘독서는 죽음과 벌이는 결연한 전투다’라는 섬뜩한 각오를 다지는 샤를 단치의 <왜 책을 읽는가; http://blog.joins.com/yang412/13155441>처럼 책을 읽는데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새 책을 읽으면 새 애인을 만나는 것 같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옛 애인을 만나는 것 같다.’라고 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책읽기를 강조하는 김의기의 <유쾌한 책읽기; http://blog.joins.com/yang412/13128005>도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말씀과도 통하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고 하는 노력에 관한 명언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데이비드 미킥스의 <느리게 읽기;http://blog.joins.com/yang412/13364964>까지 읽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제대로 된 독서를 하면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라는 명제를 제시하는 이 책은 [북소리]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글쓰기에 관한 책들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장 폴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http://blog.joins.com/yang412/13374458>,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 http://blog.joins.com/yang412/12935937>처럼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는 유명한 분들의 책도 있었지만, ‘글쓰기야말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을 키우고 바꿔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송준호의 <나를 바꾸는 글쓰기; http://blog.joins.com/yang412/13370247>가 아무래도 아마추어인 제게는 많은 느낌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이 책 역시 여러분들과 공유한 바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송창훈교수님의 <지식생산의 글쓰기>를 통해서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같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저자를 간략하게 소개해드리면 조선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 근무하시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뜨신 분입니다. 저자는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의 글쓰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왔다고 합니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와 글쓰기가 서로 연관성을 가지겠나 싶겠지만, 의료행위의 주체인 의사들의 가치관형성과 글쓰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읽기와 쓰기는 지식생산 활동이다. 21세기를 가리켜 지식사회라고 하는데, 이는 지식이 모든 분야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책의 목적은 바로 글쓰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글쓰기의 경쟁력을 키우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함이다.”라고 이 책의 기획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책읽기’, ‘글쓰기의 이해’, ‘지식생산을 위한 글쓰기 전략’, ‘글쓰기’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립적인 듯한 책읽기에 관한 내용도 결국 글쓰기전략의 일부로서 책읽기입니다. 단순히 지식소비자로서의 읽기보다는 지식생산자로서의 읽기가 중요하다는 시각입니다. 즉 책읽기란 독자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창조활동의 하나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읽기란 독자의 두뇌 속에서 만들어진 스키마(바트레트가 주장한 심리학 개념으로, 어떤 유형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보게 하는 통제적 기재로써 이미 수립된 이해방식이나 경험이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를 통해서 작가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책읽기’에서는 먼저 책읽기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고, 이어서 읽기의 전략과 방법을 설명하고 특히 기술적 요소로서의 속독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실용서적으로부터 문학작품, 역사와 철학 서적 등 분야별로 책읽기를 설명합니다. 사실 인류문명이 오늘에 이를 수 있도록 한 가장 큰 힘은 수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왔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구술로 전해지던 정보가 문자의 발명으로 기록으로 옮겨가면서 정보의 정확성과 수명이 길어지게 되었고, 종이의 발견과 인쇄술의 발명은 정보의 수명을 더욱 연장시킬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확장성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복사기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기기를 발명함으로써 정보의 축적과 활용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의 공유범위를 무한으로 확장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활용할 정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고 있는 현대에는 당연히 정보를 읽고 핵심을 걸러 정리하는 기술, 즉 읽기와 쓰기능력이 생존을 위한 핵심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읽기는 인간의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지적활동이다’라고 전제한 저자는 읽기와 쓰기는 결국은 학습의 근간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읽기는 학습의 첫걸음이 되는 셈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는 옛말처럼 단숨에 읽기의 고수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선 책읽기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책읽기를 통해서 앎이 쌓이면 가속도가 붙어 책읽기가 수월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선행지식이 읽기의 이해를 돕는다’라는 명제를 내세웠을 것입니다. 이어서 ‘글의 구조가 이해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읽기란 창조활동이다’, ‘읽기란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글보다 그림이 창조적이다’, ‘읽기란 패턴찾기이다’ 등 글읽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어서 ‘스키마로 읽어라’, ‘사고의 연결망을 구축하라’, ‘범주화하라’, ‘읽기는 선택과 집중이다’라고 하는 고도의 책읽기 기술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읽기의 전략과 방법’에서는 지식을 생산해서 책쓰기로 나아가는 길을 설명합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속독법을 일단 읽고 실행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즉 상황에 맞는 책읽기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제 글쓰기입니다. 저자는 먼저 “현대사회에서 글쓰기가 필요 없는 분야란 찾아볼 수 없다. 고도의 정신과 지식, 사고능력을 요하는 전문분야로 갈수록 글쓰기능력을 필요로 한다. 글쓰기가 현대사회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좌우한다.(107쪽)”라는 최재천교수의 말을 인용해서 “글쓰기란 암묵적이고 감각적인 앎을 글로 표상하는 행위로 새로운 지식을 구축하는 작업, 즉 지식생산활동이다”라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책읽기와 마찬가지로 글쓰기에도 인지심리학적 배경이 있음을 설명합니다. 요약해보면, 1. 글쓰기란 정보의 편집과정이다. 2, 글쓰기는 조사 및 문서작성 능력이다. 3, 글쓰기란 텍스트의 재해석 작업이다. 4, 글쓰기란 스토리 생산 능력이다. 5, 글쓰기란 패턴과 의미의 발굴작업이다. 6, 글쓰기란 문제해결 과정이다. 7. 글쓰기란 대화이다. 8, 글쓰기에도 전문가 방식이 적용된다. 9. 글쓰기는 미래 대학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다. 10, 글쓰기는 앎과 삶을 통합한다. 11,글쓰기는 최상의 공부법이다. 12. 글쓰기로 지식을 생산한다. 등입니다.

 

‘지식생산을 위한 글쓰기 전략’에서는 글을 쓸 때 고려할 사항 등을 짚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정중심의 글쓰기’에서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글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원활한 대화통로를 유지하면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식입니다. 논증적 글쓰기란 자신의 생각이나 감성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과 논리에 근거한 글쓰기입니다. 올해 제가 세상에 내놓은 <PD수첩 광우병 편 방송은 무죄다?>가 논증적 글쓰기의 사례가 되겠습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은 소제목으로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먼저 전체 개요와 맥락을 파악하고 근거의 출처와 제시방법에 주목합니다. 준비단계에서는 1. 문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2. 의미에 대한 논증을 하며, 3. 근거자료를 메모하고, 4. 논증의 구도를 조직하며, 5. 전제와 유추로 논증을 돕도록 하고, 6. 반론을 수용하고 반박을 내세우며, 7. 통계적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들어가 초고를 쓰고 내용이 충분히 검증될 때까지 고쳐 쓰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인간의 삶과 역사, 문화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사고체계인 내러티브 글쓰기와 문제해결을 위한 글쓰기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글쓰기에서 특히 독자중심의 글쓰기를 하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글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 저자의 목표와 독자의 목표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글의 구조 역시 이해가 쉽고 독자의 추론을 돕는 논리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생각과는 달리 독자가 내용을 예측하도록 쓰라는 점입니다. 반전이 극적일수록 독자의 반응이 뜨거워지는 추리소설과는 달리 독자중심의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자신의 예측대로 전개되는 것에 대해 만족과 흥분을 느낄 것이라고 저자는 단정합니다. 당연히 저자의 입장보다는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글쓰기가 되어야 하겠지요?

 

전문가적인 글쓰기에 대한 내용도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적 글쓰기를 화두로 삼은 것은 지식기반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는 21세기에는 지식이 부의 흐름을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문가란 특정한 분야의 앎을 습득한 사람을 말합니다. 저자는 지식기반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지식노동자, 곧 전문가라고 범위를 좁히고 있습니다만 굳이 앎의 범위를 구체화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장기술 역시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조선 산업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고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제가 알기에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오늘이 있기에는 시추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설계하는 기술력과 세계 어느 나라의 조선소에서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숙련된 용접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설계기술은 지식 노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용접기술은 현장에서 감으로 전수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지식노동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지만 역시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든 전문가는 지식을 융합하고 창조하며 지식경영을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식기반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 전문가들이 자신이 습득하거나 창조해낸 지식을 글쓰기를 통하여 다른 전문가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오늘날 유전학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멘델은 1856년에서 1863년까지 완두콩의 교배 실험을 통한 형질 조사를 바탕으로 유전법칙을 정리하여 1865년과 1866년 각각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한 위대한 법칙은 1900년에 이르러 네덜란드의 드 프리스, 독일의 코렌스, 오스트리아의 체르마크 등에 의하여 거의 동시에 재발견될 때까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멘델이 논문을 발표한 잡지가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고, 그의 논문이 난해했던 탓에 학계의 권위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멘델의 사례는 전문가에게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제4장의 주제는 책쓰기입니다. ‘왜 책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저자는 “독서는 글쓰기로 열매를 맺는다. 책을 쓸 때, 많은 정보를 체계화 시켜서 자기의 지식으로 만든다.(295쪽)”라고 답했습니다. 자신의 앎을 정리하기 위해서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그렇게 얻은 앎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자연 책이 만들어지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정리를 하면, 지식기반사회의 경쟁력은 지식에 있으며,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지식생산은 국가경쟁력의 가장 강력한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 젊은이들이 지식생산의 글쓰기를 익혀 세계무대에서 앞서가는 지도자들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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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 손님이 줄 서는 가게 사장들의 돈 버는 비밀 자영업자를 위한 ‘가장 쉬운’ 장사 시리즈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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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사업을 생각해볼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오래 전에 사업이라는 것을 해보자는 권유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분명 길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라서 쉽게 결심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아는 것이 없어서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선친께서 작은 기업에서 근무하신 적은 있지만 사업이란 것에 대해서는 어떤 귀띔도 해주신 적은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사업에 나섰다가 실패한 분들을 보면 사업에 대한 생각을 접은 것을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업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손봉석님의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를 읽고서는 역시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잘 나가간다는 분들도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른 고민이 있구나 하는 점과 사업이란 결국은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구나 하는 점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사업을 하시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특히 장사에 매달려 장사 이외의 삶을 포기하고 계신 분들에게 ‘행복과 경제적인 자유를 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저자가 회계사인 만큼 회계가 중요하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장사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매출은 손님이 가져오지만 이익은 회계가 가져오기 때문에 큰 장사꾼이든 작은 장사꾼이든 회계를 알아야 한다.“라고 합니다.

 

의외로 저자는 서울이 아닌 제주에서 살면서 역시 회계 관련 사업을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저자가 제주에 둥지를 튼 이유도 보면 시장과 경쟁의 원리를 따져서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참 잘 읽힌다는 느낌과 알기 쉽게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이렇게 쉽게 써내는 재능을 가지고 계신 저자가 부럽기까지 합니다. 흔히 전문적인 내용을 쓸 때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라는 이야기를 합니다만, 이 책이 바로 그런 것 같습니다. 내용을 보면, 기회비용, 재무재표, 손익분기점과 감가상각, 시간투자, 레버리지, 자산과 비용, 현금경영 등등 경영과 회계의 전문적인 용어들을 늘어놓고 있지만, 제목은 ‘숫자를 좋아하는 장사꾼이 성공 한다’, ‘돈 없이 장사해야 돈을 번다’, ‘숫자는 우리가 무엇을 팔고 있는지 알려 준다’ 등 피부에 와 닿는 제목으로 설명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자문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실제 사례들을 인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화체로 이야기하듯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읽히고 이해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쉽게 설명을 하면서도 책을 읽는 이가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항은 주황색 글씨로 따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편집인의 아이디어인지 아니면 작가님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수업할 때 중요한 사항은 반복하거나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원가와 비용절감의 원리를 설명하는 ‘시장상인이 의사보다 부자인 이유’를 읽다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부자가 되려면 매출이나 수입을 올리려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수입보다 적게 쓰고 나머지는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162쪽)”라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진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흔히 세금을 피해야 돈을 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만, 저자는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순수익이 한 달에 500만원이 안 되면 장사하지 말라고 하는데, 500만원은 월급으로도 받기에 큰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장사는, 망하지 않고 평생 직장처럼 일할 수 있는 가게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직장인처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장사를 하는 노하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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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월남가다 - 하 - 조선인의 아시아 문명탐험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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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5박6일의 일정으로 베트남의 하롬베이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돌아보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학회나 출장이 아닌 순수한 목적의 여행으로는 처음이고, 아내와 함께 하는 여행으로도 처음이었습니다. 아주 갑작스럽게 결정된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 무렵 회사일이 꽤 바빴기 때문에 여행사를 고르는 것조차도 수월치 않아서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미리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적으로 가이드에 의존하는 여행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도올 김용옥선생의 <앙코르와트 월남 가다>를 읽고 보니 아쉬움이 더 하는 것 같습니다.

 

도올은 2004년 초, 6개월간에 걸쳐 문화방송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사상사 강의를 진행해왔는데,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편집을 끝낸 6월 26일부터 7월 3일까지 8일에 걸쳐 앙코르와트와 베트남을 돌아보고, 여행에서 느낀 점을 정리하여 그해 12월 26일 탈고하였다는 것입니다. 돌아본 유적의 세밀한 부분은 물론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부분을 담고 있어 미리 읽었더라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읽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저 역시 간략한 여행기는 블로그에 소개를 하였지만, 여행 전체를 되짚어 생각할 기회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서양적 가치기준으로 아시아문명을 평가하고 있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한 시도라는 저자의 의도가 읽히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때로는 거친 듯, 때로는 현학적인 듯, 그리고 때로는 지나친 듯한 저자 특유의 분위기도 같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아시아인들은 너무도 자신의 이해를 서구인들이 아시아를 이해한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을 과시하여 왔다. (…) 이제는 아시아인들이 아시아인들 스스로의 공통된 문화적 감각을 가지고 서로를 직접 이해하는 교류의 장을 펼쳐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 도올이 한국인으로서 캄보디아와 월남을 처음 여행한다는 이 사실은 바로 이러한 아시아적 공감성의 한 고리로서 일차적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27-28쪽)” 하지만 저자의 시각은 때로 지나치게 아시아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가 비판하는 대상이 되고 있는 쪽의 시각을 대비시켜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프롤로그에 적고 있는 ‘여행은 이탈이다’라고 하는 여행에 대한 정의가 재미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일상을 탈피하여 휴식을 가지는 것을 이탈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 이탈은 새로운 체험의 획득이 없다면 무의미하다고 조건을 달고 있는데, 프로이드, 베버를 거쳐서 정신병에까지 화두를 넓혀가는데 결국은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듯하여 조금은 거부감도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 여행기를 정리할 때는 날자 별로 느낀 점을 정리합니다만, 저자 역시 날자 별로 무언가를 독자들에게 전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첫날은 인천을 떠나 호치민시의 탄 손 나트 공항에서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을 한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 베트남지사장이 게이트까지 출영을 한 모양입니다. 저자의 유명세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지사장과 나눈 베트남 이야기로부터 적고 있습니다. 호치민과 김우중회장이 화제에 올랐던 모양입니다. 이어서 캄보디아의 현대사의 아픔이라할 크메르 루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엄청난 자국 국민을 학살한 그에게 나누어줄 일말의 동정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둘째 날은 인도차이나 지역의 고대사로부터 근대사까지 요약하면서 앙코르문명의 세밀한 부분까지 미리 적고 있습니다. 오전에 프레아 코에서 시작한 여정은 바콩신전을 돌아보고 점심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오후에는 반테이 스레이를 거쳐서 프놈 바켕에서 마치고 민속춤을 즐겼다고 합니다. 셋째 날은 앙코르 톰에서 시작해서 바이욘사원, 피메아나카스, 코끼리 테라스, 타 프롬을 거쳐 닉 펜까지 돌아보았다고 합니다. 넷째 날에는 대부분 앙코르와트를 구경하고 프놈 바켕을 다시 들러 저녁에는 평양 랭면관을 찾았던 모양입니다. 저 역시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만, 지나치게 형식적인 공연과 틀에 박힌 음식이 별로라는 생각이었습니다만, 저자는 긍정적으로 느꼈던 모양입니다. 닷새째에는 톤레삽 호수를 보고서 다시 호치민시로 돌아와서 베트남 총영사와 만찬을 즐겼다고 합니다. 엿새째는 통일궁과 구찌터널을 구경하고 하롱베이를 보기 위하여 하노이로 이동했고, 이날은 바딘광장 주변을 구경하고 하롱베이로 이동한 듯합니다. 그리고 이레째에는 하롱베이를 보고 다시 하노이로 돌아와서 수상인형극 공연을 감상한 다음 여드레째에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고 합니다.

 

특히한 것은 주달관의 진랍풍토기를 비롯하여 캄보디아의 모습을 기록한 다양한 전적을 직접 인용하고 있어 캄보디아를 이해하기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일정을 고려해보면 저자가 논하고 있는 앙코르와트 유적의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확인할 시간이 충분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리하면, 앙코르와트를 방문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옛 유적 역시 아는 만큼 눈에 들어오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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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 - 복잡한 세상, 넘쳐나는 기기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이경남 옮김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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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이베리아 반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스마트폰 요금 때문에 데이터사용에 제한을 두었던 것도 있지만 통화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접속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는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관심이 여행으로 옮겨가면서 이내 적응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저도 상당히 전자기기에 목이 매여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장비에 관심을 빼앗겨 정신 못 차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알렉스 수정 김 방 박사님의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일본 교토의 이와타야마 원숭이공원에서 살고 있는 짧은꼬리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는 말을 시작하고 있어 당혹감이 들게 합니다. ‘갑자기 왜 원숭이 이야기?’ 그러다가 이 원숭이들이 인간처럼 똑똑하지만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점까지 빼닮았다는 부분에 이르러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관조적 컴퓨팅’을 해답으로 제시합니다. 그리고 관조적 컴퓨팅을 실천하려면 네 가지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첫째, 정보통신기술과 우리의 관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밀접하다. 둘째, 세계가 갈수록 산만해지지만 우리는 확장된 마음을 다시 원래대로 제어할 해결책을 갖고 있다. 셋째, 기술을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확장된 마음은 다시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관조적 컴퓨팅의 출발은 호흡을 다시 가다듬는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이메일무호흡증’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다시 생각해보니 저 역시 수시로 메일함을 열어보는 습관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메일을 확인할 때 숨을 쉬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테크놀로지 컨설턴트, 린다 스톤이 처음 ‘이메일무호흡증’이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기억해야 할 사항-약속일정, 전화번호 등-을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아웃소싱하고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하려는 노력보다는 어디에 보관했던가를 기억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자는 이를 ‘분산기억’이라고 합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집중력의 저하로 이어지는데, 이는 곧 호흡으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1장에서 문제점을 요약한 저자는 이어서 몇 가지 문제해결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즉 일처리방식을 단순화하고 집중력을 돕는 프로그램 사용하기, 명상을 통해서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프로그램으로부터 탈피하기, 이메일, SNS 등 전자기기에 얼마나 매몰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거쳐서 디지털공간으로부터 탈출하여 휴식을 취하거나 관심을 재조정하기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최종적으로 관조적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에 이르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멀티태스킹에 대한 개념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산용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멀티태스킹은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만, 저자는 이런 경우를 스위치태스킹이라고 구분하고, 멀티태스킹은 ‘마음속에 여러 과정의 활동을 간직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다시 정의하였습니다. 즉 스위치태스킹은 사람을 산만하게 하고 기운을 빼는 비생산적인 것이지만, 멀티태스킹은 인류의 오늘이 있도록 한 좋은 기능이라는 것입니다.

 

최대 8시간까지 인터넷 접속을 막아주는 ‘프리덤’이라는 프로그램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다크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집중력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책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혹은 저자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위하여 숱하게 나오는 괄호 안에 넣어둔 글들은 정작 책읽는 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관조적 컴퓨팅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하여 다윈의 산책길-샌드워크-을 인용하고 있는 것처럼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이해가 쉬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걸으면 해결된다’라는 작은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종교인들은 걸으면서 묵상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서 마음을 맑게 하고 영적 기운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키에르케고르는 ‘걸을 때 가장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라고 했던 것처럼, 저 역시 중요한 글을 써야 할 때는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가다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관조적 컴퓨팅을 실행에 옮길 때 사용하는 여덟 가지 원칙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들 원칙과 친숙해지면 깨어있는 마음, 자기실험 그리고 회복 등의 힘을 빌어 정보통신기슬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확장된 마음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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