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역사 중남미지역원 학술총서 13
김영철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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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공부하기 위한 책읽기입니다. 부산외대의 중남미지역원에서 주도하고 있는 기획으로 나온 책입니다. 남아메리카를 보면 대부분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았는데, 유독 브라질만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은 이유를 잘 몰랐습니다.

 

요즈음 스페인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콜럼버스가 스페인보다 먼저 포르투갈의 국왕을 만나 대서양을 건너 인도로 가는 항해를 지원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유럽국가들 중에 포르투갈이 제일 먼저 대항해시대를 열었고, 콜럼버스의 제안이 있기 전에 포르투갈은 이미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내려가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고 있었기 때문에 콜럼버스의 제안은 중복 투자인데다가 성공이 불확실한 문제까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컬럼버스가 서인도제도에 도착하자 대양의 항해권, 아니 식민지의 권리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포르투갈은 교황에게 이 점을 요청했고, 알렉산드 6세와 협의를 통하여 아프리카 서해안에 가까이 있는 카부 베르지에서 서쪽으로 370레구아 안에서 발견되는 땅은 포르투갈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 밖에서 발견되는 땅은 스페인의 권리로 한다는 토르데시야스 조약을 체결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1500년 아프리카 항로를 따라서 인도로 출항한 포르투갈의 페드르 알바르스 카브랄 함대가 무역풍을 피하기 위하여 항로를 변경했다가 브라질 땅에 도달하게 되었고, 이곳을 포르투 세구르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결국 브라질은 토르데시야스 조약에 의거하여 포르투갈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된 거입니다. 그리고 보면 유럽사람들은 참 얼굴이 두꺼웠던 모양입니다. 그곳은 이미 살고 있는 사람이 있어 주인이 있는 땅이었음에도 자기 땅이라고 주장했느니 말입니다.

 

<브라질의 역사>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브라질에 도착하기 이전의 역사를 소략하게 정리한 다음, 포르투갈 사람들이 온 다음 벌어진 일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브라질에 도착할 무렵 브라질에는 850만명에 이르는 원주민들이 수백의 부족으로 흩어져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당시 포르투갈 본국 사람들에 맞먹는 숫자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인구규모가 크지 않았던 포르투갈을 본격적으로 브라질을 식민지배할 상황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브라질에서 특화된 작물을 재배하여 유럽으로 가져오는 방식을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1500-1550년간에는 브라질 염료나무를 채취하던 시기이고, 2530-1650년간에는 사탕수수를 경작하여 설탕을 생산하던 시기이며, 1690-1750년간에는 금광과 다이아몬드광산을 개발하던 시기, 1820-1920년간에는 커피산업이 호황을누리던 시기였으며, 수입대체산업화 시기라고 합니다.

 

브라질의 해안이 긴 탓에 포르투갈 이외의 유럽국가들,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이 호시탐탐 침입할 기회를 엿보았다고 하는데, 대체적으로 원주민 부족들을 이용하여 밀고 당기는 식으로 진퇴가 있었다고 하고, 스페인왕실에서 포르투갈왕이 나오면서 두 나라가 병합되면서부터는 경계가 모호해진 시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던 중남미국가들이 여러 나라들로 분할되어 독립을 한 것과는 달리 브라질이 커다란 국토를 유지한 단일국가로 독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포르투갈의 식민통치기간 동안에 한 사람의 총독을 임명하여 중앙집권방식으로 관리를 했고, 둘째, 정치 엘리트들의 이권경쟁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으로 독립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포르투갈 왕실이 리스본을 떠나 리우로 천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왕정이 도입된 것도 기여한 바 크다고 합니다. 포르투갈은 브라질에서 농장을 경영하는데 필요한 인력을 아프리카 흑인을 노예로 끌어다 투입하였고, 그 결과 원주민, 흑인, 그리고 백인의 피가 서로 섞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저자는 포르투갈이 브라질에 도착한 이래 유럽인들이 각축을 벌이던 과정, 그리고 유럽세가 자연스럽게 물러나고 브라질 사람들에 의한 통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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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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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펜벗에서 정한 이달의 주제는 ‘오늘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메일이 아닌 편지를 써본 것이 언제였나 싶습니다. 십대 무렵 인근도시로 진학한 친구와 일주일이면 두 세통씩 편지를 주고 받았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공부할 때 편지를 보내주셨던 선친께서는 잡념을 버리고 공부에 정진할 것을 당부하시는 내용을 빠트리지 않았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들을 담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로 정조 재위시설 중용되어 수원 화성건축에 기여하는 등 활약을 하였다. 정조 사후에 일어난 신유교란에 연루되어 시작한 유배생활이 무려 18년간 이어지게 되고, 이 기간 중에 학문에 몰두하여 당시 관심을 모으던 실학을 집대성하여 500여권에 달하는 서적을 집필하였습니다. 유배생활이 힘든 가운데서도 다산은 아들들이 학문을 등한시할까 노심초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들들의 마음을 다독이거나 채찍질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내곤 했던 모양입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는 다산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둘째 형님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편지 등을 나누어 담았습니다. 30여 성상을 다산연구에 바친 박석무교수가 몇 차례에 걸쳐 다듬기를 거듭하여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옮겼습니다.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전체의 절반이 넘도록 구성한 것은 아들을 걱정하는 다산의 마음이 바로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주는 교훈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산은 가문이 폐족이 되었음을 자인하고 “폐족이 글을 읽지 않고 몸을 바르게 행하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 구실을 하랴(11쪽)”하며 학문에 정진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리하여 책을 읽고, 책을 쓰는 방법은 물론, 어떤 책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지 까지 구체적으로 주문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들들을 유배지로 불러 같이 공부하기도 했던 것을 보면 당시의 유배라는 것이 일상생활까지 규제하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다산이 아들들이 학문에 정진하기를 바랐던 것은 앞서 적은 것처럼 폐족이라고 해도 정신줄까지 놓지 말고 자존을 지키라는 의미가 컸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희들이 끝끝내 배우지 아니하고 스스로를 포기해버린다면 내가 해놓은 저술과 간추려놓은 것들을 앞으로 누가 모아서 책으로 엮고 교정하며 정리하겠느냐?(41쪽)”라고 한 것을 보면, 자신의 학문적 성과들이 묻히게 될 것을 우려한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아가 자신이 후세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오래 전 선친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남겼던 글들을 묶어 <소운집(嘯雲集)>이라는 제목의 문집을 만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친께서 네 아들을 걱정하시는 마음을 담은 글을 자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책으로 묶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학문에 정진하는 일 이외에도 사림으로 행해야 할 도리를 깨우치는 내용도 있습니다. 큰 아버지 섬기기를 아버지처럼 하라는 내용도 있고, 풍족한 살림은 아니지만 여러날 밥을 끓이지 못하는 집에는 쌀되라도 퍼다 주어 굶주림을 면하도록 해주라는 당부도 담겨 있습니다.

 

제가 공부한 내용들을 간추려 전공을 같이하는 분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공유할 수 있도록 책을 만드는 일도 해왔으니 다산이 자식들에게 당부했던 여러 가지 일들 가운데 일부는 해왔구나 하는 안심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선친께서 저를 통하여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으셨던 생각들을 어떻게 제 자식들에게 전할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공부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지켜보는 편이었습니다. 다음 주면 입대하여 훈련을 받게 되는데, 훈련기간 중에 다산처럼 편지를 보내 세상사는 이치를 고민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선친께서 남기신 마음도 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상서랍 귀퉁이에 던져 놓았던 펜과 잉크를 다시 챙겨보아야 하겠습니다. 컴퓨터 자판으로 두둘겨 뽑은 창백한 편지보나, 볼펜보다는 펜에 잉크를 묻혀 한자 한자 정성을 담은 손편지를 보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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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2-2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미명이다. 새벽이 당도하길 기다리며...어쩌고저쩌고` 하는 정일근 시인의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가 생각납니다. 한 때는 이 시가 너무 마음에 들어 외우고 다녔는데 이제는 기억에서 가물가물 ...

처음처럼 2015-02-22 23:44   좋아요 0 | URL
저도 찾아서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저는 드디어 큰 아이에게 편지를 보낼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벌써 기대가 되고 있답니다.
 
지구 반바퀴 너머, 아르헨티나
손주형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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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여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아르헨티나도 포함되겠지요. 그리고 보니 <아빠 함께 가요, 케냐; http://blog.joins.com/yang412/12493525>로 이미 만난 적이 있는 저자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2010년부터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중국을 거쳐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매년 책을 한권씩 내고 계신 분이네요.

 

지하수 환경 분야를 전공하신 저자는 1996년 한국농어촌공사에 입사해 2007년부터는 에티오피아·케냐·탄자니아·DR콩고·남아프리카공화국·가나 등 저개발국가로 식수관련 업무로 출장을 다니면서 여행에서 느낀 점들을 책으로 내고 계시다고 합니다. 전문분야에 관련된 책들도 계속 해서 내놓으시면서 열심히 사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남미 쪽으로는 처음 출장을 가셨던 모양입니다. 이번에도 ‘여행가이드라기보다는 아르헨티나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미국에서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입니다만, ‘여행은 출발 전에 공부하고 준비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다가, 돌아온 후에는 갔다 온 것을 추억하고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는 저자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자가 가신 곳은 인천에서 비행기만 26시간을 타고 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도 다시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을 더 간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라고 합니다. 우리네 시골과는 달리 길이가 10km가 넘는 개인농장들이 흩어져 있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땅덩이가 넓으니 그런 모양입니다.

 

인천을 떠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에 이르는 동안 보고 들은 것들을 소소한 것까지 빠트리지 않고 글로 그리고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어 아르헨티나라는 나라가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내선 비행기는 짐칸에 싣는 수하물을 15kg밖에 부치지 못한다는 것 같은 깨알 같은 정보도 빠트리지 않는 세심함입니다. 시골이라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탓에 모기가 사람을 엄청 반기더라는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모기퇴치로션은 얼굴이나 팔 같이 노출되는 곳에 바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옷을 뚫고 피를 빠는 녀석들을 퇴치하기 위하여 옷에다가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씀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떠올릴 수 없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로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출장을 다니던 제 경우에는 출장 일정이 학회나 회의 전날 도착해서 끝나는 날 돌아오도록 되어 있어 현지구경은 꿈도 꾸어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만, 저자의 경우는 나름대로 여유가 있는 출장인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포함한 일상적인 일에 더하여 탱고공연을 비롯하여 볼만한 곳까지 돌아보고 느낌을 적고 있습니다. 탱고에 관해서는 저도 읽은 <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http://blog.joins.com/yang412/12847325>를 소개하는 정도로 하고, 탱고공연을 본 느낌을 간략하게 요약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페론의 개혁이라거나 말비나스전쟁 - 포클랜드는 영국에서 붙인 이름이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말비나스섬이라고 한답니다.-의 배경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여,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저도 요즈음 스페인여행기에 다녀온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만(http://www.medicaltimes.com/Users4/News/NewsList.html?nSection=32) 제 경우는 저자와는 달리 소소한 일상이나 보고 들은 이야기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소고기에 관한 내용 가운데 독일 사람이 개발했다는 소고기 엑기스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소고기를 얻고 버려지는 고기를 활용하기 위하여 개발하여 동물사료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이 재미있으려면 현지에 대하여 충분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조만간 가게 될 아르헨티나를 개괄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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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멍충한 - 기묘한 이야기에 담아낸 인간 본성의 아이러니
한승재 지음 / 열린책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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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중국 무협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협소설에서는 백면서생이 기연으로 손에 넣은 무술비급을 연마하여 무림고수가 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무림비급이 내 손에는 들어오지 않나 생각하곤 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니 비급은 무술을 담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치매라는 질환의 병리소견을 담은 책이 비급이었습니다. 다만 너무 일찍 만나는 바람에, 아니면 끈기가 부족해서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 못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비급에 대한 환상을 작품에 풀어놓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 역시 <장미의 이름; http://blog.joins.com/yang412/12891200>에서 1968년 우연히 입수한 프랑스 사제 뱅자맹 발레가 불어로 번역한 아드송의 수기에 담긴 이야기를 뒤쫓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명작가도 이럴진대 작가에 꿈을 두고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듯합니다. ‘비공인소설가’라는 프로필을 보면서 ‘뭐야?’하는 기분이 드는 한승재 작가는 건축 디자이너가 본업이면서도 글을 쓰는 분이라고 합니다. 자비출판도 불사하신다고 하는데, 저 역시 자비출판을 두어 차례 해보았지만, 웬만한 투지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유명한 프루스트 역시 <시간을 찾아서>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자비로 출판했다고 하니, 자비출판은 작가가 자신을 알리는 방편도 되는 것 같습니다.

 

<엄청멍충한>은 한승재 작가가 열린책들과 계약을 맺고 세상에 내놓은 단편집이라고 합니다. 일단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겠지요? 바로 <엄청멍충한>에서 작가는 무림의 비급이랄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그 비급을 얻은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하였는데, 믿어야 되나 싶었습니다. 그 이유로 꼽을만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먼저 작가가 알지 못하는 이름의 나라를 여행하다가 배안에서 만난 니안(niian)이라는 사람이 완성한 이야기책을 건네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덟 편의 단편이 실린 <엄청멍충한>은 니안이라는 사람이 전해준 이야기책에서 뽑은 글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니안이라는 사람은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섞은 듯한 이상한 말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군요. 작가께서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이해하실 수 있기 때문에 3일 동안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니안이 건네준 이야기책은 우리말로 되어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여덟편의 단편 가운데 한국을 무대로 한 것이 분명한 작품도 있지만, 무대가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거의 다국적군이라고 할 정도이니까요.

 

소재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은산’에서는 우리가 늘 타고 다니는 대중교통의 교통카드가 소재가 되었고, ‘지옥의 시스템’에서는 러닝머신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한승재 작가야말로 세렌딥의 세 왕자와 닮은 데가 많은 모양입니다.(맷 킹돈 지음, 세렌디피티; http://blog.joins.com/yang412/13612497) 소재가 기발하다보니 이야기 전개도 거침이 없습니다. 마음이 약한 임산부나 노약자는 고려해야 할 피가 튀는 잔혹한 장면도 사양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니안이라는 사람이 건넨 원고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기 때문인지 이야기줄거리에 맞는 사진은 물론 간단한 스케치로 된 그림까지도 곁들여 읽는 이의 이해를 돕고 있기도 합니다. 기왕의 소설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는 점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놀랄만한 반전을 담고 있습니다. 그 반전의 의미를 깨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은 많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저 같이 별 생각없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결정적인 반전은 ‘니안의 황당한 글을 옮기는 내내, 내가 그의 멍충한 짓에 휘말린 하수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287쪽)’라고 에필로그에 쓴 작가의 고백과 작가와 어떤 친분이 있어서 출간 전에 원고를 읽고 독후감까지 쓰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오호근님의 독후감에 등장하는 니안의 정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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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 우연을 성공으로 이끄는 혁신의 힘 PSI 좋은책 11
맷 킹돈 지음, 정경옥 옮김, 김경훈.신기호 감수 / 이담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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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특히 경영혁신을 다루고 있는 맷 킹돈의 <세렌디피티>를 읽었습니다. 혁신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개념이라고 합니다만, 저로서는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노무현정권에서 정부기관에서 일할 때 맡은 업무보다 더 과중했던 혁신 업무를 할 때도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혁신을 성공시키려면 기발한 생각, 저돌적인 추진력, 큰 행운이나 ‘세렌디피티’가 모두 작용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어원은 오늘날의 스리랑카로 생각되는 세렌딥(serendip)의 세왕자 이야기를 영국 수상의 아들이자 문필가인 호레이스 월풀이 1754년에 인용하면서라고 합니다. ‘항상 우연과 지혜로 탐구되지 않은 것들을 발견한 세렌딥의 세 왕자’를 언급하면서 “사실 그 발견 때문에 내가 세렌디피티를 매우 의미 심장한 말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25쪽”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천년전 세렌딥의 세 왕자는 낙타몰이꾼이 잃어버렸다는 낙타에 대하여 마치 본 것처럼 묘사하는 바람에 도둑으로 몰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관찰한 주변의 정황으로부터 유추하여 낙타의 특성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 보통 사람들이라면 놓쳤을 사소한 일들을 조합하면 의미있는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말에 기고한 ‘기왕이면 다홍치마(http://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5021100034)’라는 제목의 칼럼을 두고, 같이 근무하시는 분들로부터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심평원이 하고 있는 평가업무와 그 개념이 똑 떨어지게 들어맞는다는 것을 어떻게 찾아냈느냐는 것입니다. 기발한 생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 머릿속에 두고 생각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생각이 들었다고 답하곤 합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열심히 매달리고 대담해질 준비가 되어 있다면 직접 행운을 부를 수 있다.(34쪽)”는 것입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혁신을 찾는 주인공이 혁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가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1장은 ‘주인공’입니다. 혁신의 기회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례들을 분석하여 모델화하고 있습니다. 즉 혁신에 성공한 사람을 닮아가라는 이야기입니다. 2장 ‘자극을 찾아서’에서는 혁신의 소재를 찾아내려면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습관 역시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3장 ‘아이디어를 현실로’에서는 찾아낸 혁신의 소재를 갈고 닦아서 실행에 옮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정리하였습니다. 앞서 말한 추진력이 필요한 순간일 것입니다. 4장 ‘충돌의 과정’은 혁신을 실행에 옮길 때 예상되는 저항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설명입니다. 5장 ‘조직과의 전투’에서는 혁신의 현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한 조직의 특성을 설명합니다. 매 장의 끝에는 ‘Let's Play’, 즉 실행에 옮기는 방안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가 목표를 “매일 직설적으로, 측정가능하거나 ‘기준을 삼을 수’ 있게, 승리하고 적을 쳐부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자는 등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호소(49쪽)”할 것을 주문합니다. 혁신의 여행을 바라보는 단순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I x I x I x I = I”라는 개념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Identify, Insight, Idea, Impact를 모두 곱하면 Innovation에 이를 수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런 요소들을 곱한다는 것입니다. 네 가지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가 0이 되면 혁신은 물 건너가는 것입니다. 그만큼 개별 요소들이 가지는 파워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은 목표에 집중하고,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과감해야 하며, 모험도 불사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혁신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방향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혁신은 피자를 한 판 이상은 먹기 어려운 소수의 적임자로 구성되어야 하고, 이들은 프로젝트에 끝까지 집중(259쪽)’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혁신에 관심을 가진 경영자나 조직의 일원이라면 읽고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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