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모험 -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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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추가로 부담할 세금을 공제할 시점이 가까워오니, 연말정산이 ‘파동’의 수준을 넘어 ‘폭탄’이 되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 같습니다. 연말정산의 기준을 지난해 말에 그야말로 갑자기 결정했던 것이 파동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세제개편안이 마련된 것은 그보다 앞선 8월이었지만 여야의 합의 때문에 늦어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2014년 소득에서 세금을 더 거두는 결정은 2014년이 되기 전에 내놓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가계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연초에 한해의 살림계획을 세우기 마련이고, 그렇게 세운 계획을 순조롭게 이끌고 갈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경영(經營)을 ‘사업이나 기업 등을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함’이라고 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제한적으로 정의한다면 저는 경영과는 담을 쌓고 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가정과 개인의 삶 자체까지로 그 범위를 넓힌다면 세상의 모든 일이 경영의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영이 좋은가 하는 문제는 사람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성공적인 경영을 이끌어 낸 분들의 경험이 큰 틀에서 참고할 수 있는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그러한 참고서들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어서 좋은 경영서 역시 검증이 필요할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고전의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특히 문학부문에서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자연과학분야에서의 고전은 그 안에 담긴 철학을 제외한 명제의 대부분은 참고하는 수준에 머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고전의 가치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계발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해 이맘때쯤 [북소리]에서 소개한 <나폴레온 힐 성공의 법칙; http://blog.joins.com/yang412/13404895>은 1928년에 출간된 이래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필독의 도서로 꼽히고 있습니다. 새로운 나온 자기계발의 이론이라는 것들도 따져보면 나폴레온 힐이 이미 말한 것을 줄거리로 하여 새롭게 포장한 것에 불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기계발에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을 담아내다보니 무려 784쪽이나 되는 방대한 내용이 되었던 것이라서 새롭게 추가할 이론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영분야에서도 고전이라고 꼽고 있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워렌 버핏이 빌 게이츠에게 권했고, 빌 게이츠 역시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고 해서는 아닙니다만, 기업경영에 경험이 없는 제가 읽기에도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북소리]에서 소개합니다. 뉴욕에서 금융부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존 브룩스가 1959년에 출간한 <경영의 모험; Business Adventures>입니다. 이 책의 서지사항에서 눈여겨볼 점은 1969년까지 매년 개정판을 냈다는 점입니다. “<경영의 모험>의 진정한 가치는 역사의 패턴을 이해하는 데 있다. 존 브룩스는 제록스, 제너럴일렉트릭, 포드와 같은 여러 기업들의 영광과 고난을 연대기적으로 역사에 기록했다. 비즈니스에 관한 그의 글들은 사회사, 문화, 예술적으로 참조할 만한 내용, 그리고 위트가 가득하다.(3쪽)”라고 적은 뉴욕타임스의 서평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경영의 모험>이 경영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612쪽이라는 두께가 부담스럽다면 “누군가 내게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4쪽)”라고 한 벨류워크의 서평을 참고하시기를.... 경영서라고 하면 딱딱할 것이라는 생각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이론을 복잡하게 설명하기보다는 경영의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정교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내가 저런 상황을 만났더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간접 경험을 통하여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감수하신 이동기교수님은 <경영의 모험>이 지금 우리에게 유효하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어도 반드시 읽어야 할 경영의 고전’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동기교수님이 정리한 이 책의 얼개를 소개합니다. “책에 수록된 총 12편의 에피소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뉜다. 5편은 포드자동차회사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 제록스라는 혁신 기업의 탄생과정, 기업가 정신의 본질, 기업 조직에서의 소통 문제, 기업 비밀 보호법과 인사 관리 등에 관한 상세한 사례들로 오늘까지도 기업과 그를 둘러싼 중요한 문제적 쟁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5편은 급격한 주가 변동, 내부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주식거래, 투자자 보호문제, 주가 조작, 주주 총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 등, 증권 시장 관련 주제들이다. 소득세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는 주장들, 파운드화의 평가 절하를 둘러싸고 벌어진 국제적 공조 등을 다룬 2편의 이야기는 거시경제 정책 관련 이슈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11쪽)” 그렇습니다. 각각의 이슈는 별개의 내용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 이슈만을 골라 읽어도 좋겠습니다. 저는 특히 최근의 연말정산 파동과 관련하여 소득세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2장의 ‘누구를 위한 세금인가?“와 기업 조직에서의 소통문제를 다룬 7장의 ‘같은 말을 다르게 해석하는 회사’를 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공정한 생각을 지닌 학자들은 50년 이상 시행해온 이 법이 부를 광범위하고 건강하게 재분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소득세법 전체를 완전히 지지하는 사람은 사실상 아무도 없다. 거의 모든 사람이 소득세법의 개혁을 원한다.(101쪽)”라고 적은 것을 보면 저자가 활동을 하던 1950년대에도 소득세법에 대한 논란이 컸던 모양입니다. 소득세의 역사를 살펴보면 1798년 영국이 근대적인 소득세를 제정하기 전까지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일정액의 세금을 거두는 인두세(人頭稅)가 보편적인 세금제도였다고 합니다. 딱 두 번 15세기에 피렌체와 18세기 프랑스에서 욕심 많은 통치자가 백성을 속여 재산을 빼앗으려는 목적으로 시도한 정교하지 않은 소득세부과제도가 있었을 뿐입니다. 영국이 시행한 최초의 소득세법은 연간 소득이 60파운드 미만인 사람에게 적용하는 0%의 세율부터 200파운드 이상인 사람에게 적용하는 10%의 세율에 이르기까지 차등 적용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차등적용되는 세율에 관한 설명이 무려 124개절에 이르는 소득세법 책자는 무려 152쪽에 달할 정도로 복잡해서 요즘 적용되는 소득세법만큼이나 복잡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새로 시행될 소득세법에 대하여 거의 모든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세법은 존재할 수 없다’라는 명제가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입증한 것입니다. 결국 이 세법은 시행 3년 만에 폐기되었지만 이듬해 부활되었다고 하니 세수를 운용하는 관리 입장에서는 한번 맛을 본 달콤함을 결코 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까지는 기본세율이 5%와 1% 미만에서 오르락내리락했지만, 20세기 들어 특히 전쟁 등으로 재정위기를 맞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누진세율의 폭이 커지기 마련이었다는 것입니다. 1864년 소득세를 처음 낸 마크 트웨인은 “내 소득에 세금을 매기다니! 이건 정말 굉장한 일이다! 내 평생 이토록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든 적은 별로 없었다.(107쪽)”라고 감탄했다지만, 다른 납세자들은 그렇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19세기 후반에는 포퓰리스트나 사회주의 운동가가 특별히 도시의 부자들에게서 돈을 빨아들이도록 설계한 세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 경우를 빼고는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소득세라는 개념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20세기 들어 꾸준하게 세율이 오르다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최저세율이 6%인 반면 과세소득이 100만 달러를 넘는 사람들에게는 77%의 최고세율이 부과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전쟁이 끝나고는 최저세율이 1.5%, 최고 세율은 25%로 다시 낮아졌습니다. 기초공제까지 곁들여지면서 임금노동자의 대다수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공황과 뉴딜정책의 영향으로 공제혜택은 축소되고 세율은 가파르게 상승하여 1936년 무렵에는 최상위 구간의 세율이 79%에 이른 반면 최하위 구간의 경우에도 세금을 조금 내야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최고의 세율을 기록하는데, 최상위 구간은 94%의 세율을 적용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모든 나라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고 한 프랑스 외교관 조제프 드 메스트르의 말을 인용하여 “소득세법은 어느 정도 그 나라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자본 이득에 대한 소득세 문제, 예술가들처럼 정신적 능력에 대한 공제를 인정하지 않는 문제 등에 대한 논의에 곁들여, 우리에게는 생소한 지출세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지출세는 소득세 대신에 개인의 연간 지출을 기준으로 삼아 매기는 세금인데, 역시 찬반이 팽팽한 모양입니다. 찬성하는 측은 단순하며, 저축을 장려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고, 소득세보다 공정하고, 통제가 수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측은 실제로는 전혀 단순하지 않고, 회피하기가 쉬우며, 부자를 인색하게 만들 것이며, 소비에 벌금을 매기는 셈이라서 불황을 조장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는 스리랑카에서만 시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출세는 고려해볼 만한 아름다운 아이디어입니다. 소득세의 함정을 거의 다 피할 수 있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꿈이지요.(154쪽)”라는 사람도 있고 보면 분명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조직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1959년 제너럴일렉트릭사에서 생긴 가격담합사건의 과정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많은 재단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를 끊임없이 지원하는 이 시대에 개인과 조직이 어떻게 자신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표현하는 데 한결 같이 실패를 거듭하는가, 혹은 듣는 사람들은 왜 자신이 들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실패하는가 하는 점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318쪽)”라고 적고 있습니다. 아예 대화의 통로가 닫혀 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같은 말을 다르게 해석하는데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제너럴일렉트릭의 일부 임원들은 연방의 반트러스트법을 부하 직원에게 전달할 때 눈을 찡긋하면서 전달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지시는 의례적인 것이라서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신호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임원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나 지시를 받는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상급자가 눈을 찡긋했다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최근 건강보험의 심사관련 규정을 두고 심평원과 요양기관 간에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데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특히 관련규정이 애매한 경우는 유권해석을 심평원에 공식적으로 요구하여 답을 받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서를 해석하는 것에서도 오류가 생기는데 구두로 주고받는 경우에는 특히 말하는 사람의 심중을 미루어 짐작하는 일은 정말 피해야 하겠습니다. 임석재님은 <독서사락; http://blog.joins.com/yang412/13634766>에서 듣기의 오류를 피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수색대대에서 근무를 시작한 임석재님의 선임병은 상급자가 지시하거나 물어보면 항상 ‘잘 못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상급자의 지시내용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같은 대답을 반복하였다고 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줘야 하는 상급자가 답답해할만 한 상황이지만, 지시사항이 정확하게 전달되고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개의치 않더라는 것입니다. 수색대대의 특성상 지시사항이 신속하게 이행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게 이행되어야만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 내의 의사결정과정의 오류에 관한 이슈의 사례로 든 포드사의 실패한 신차 프로젝트, 에드셀의 사례에서는 의사결정권자의 오류를 바로 잡는 지름길이 무엇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론이 아닌 실제 사례를 통해 경영의 핵심이슈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많은 책읽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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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여행하기 좋은 시절
김용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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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다녀온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볼까 고민을 하다가 미리 준비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것들, 특히 여행에서 본 유적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미리 알고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통하여 얻은 느낌을 정리하는 방식도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여행 정보를 알차게 정리하기도 하고, 자신의 느낌을 정리하기도 하는 것 같슷ㅂ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한 여행기를 읽다보면 느낌이라는 것이 다양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용기님의 아프리카 여행기 <인생2막, 여행하기 좋은 시절>을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느낌이 있었습니다. 첫째로는 저보다도 연배가 있으신데도 아프리카 여행에 나섰다는 점이 제일 부러웠습니다. 그것도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 개조한 트럭을 타고 나미비아를 거쳐 빅토리아폭포까지 가는 여정에 나선 것이 놀랍습니다. 여정을 표시한 지도 정도는 서비스를 해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두 번째는 그 여행을 혼자서 하셨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왜 혼자였을까? 의문이었습니다. 읽다보면 부인께서는 건강 때문에 동행하시지 못한 것 같습니다. 쓰고 있는 스페인 여행기의 제목을 ‘아내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이라고 한 것처럼 아내와 같이 갈 수 있는지를 먼저 검토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역시 여행지 버킷 리스트의 상위에 랭크되어 있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혼자서 하시는 여행이라서인지 동행하시는 분들과 소탈하게 어울리고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글로 담아내셨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도 소중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둘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어려워하는 대화체 글쓰기가 참 자연스럽다는 점도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동행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미주알고주알 적는 것은 솔직히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페인을 여행할 적에도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이용하여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 들은 것들을 기록하고, 가끔은 아내도 읽도록 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두고 아내로부터 핀잔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그렇게 적은 이야기 가운데 스페인여행기에 인용된 것은 10분의 1도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라서 옮겨 적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참 좋은 사진들을 많이 곁들이고 있어서 아프리카의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점이 참 좋습니다. 물론 글도 좋습니다만 사진을 보다보면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리뷰를 쓰면서 다시 책을 넘겨보니 저자가 등장하는 사진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의 스페인 여행기에도 제가 등장하는 사진은 서너 컷 정도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저나 아내가 나오는 사진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진에 찍히기보다는 사진찍기를, 사진을 찍기보다는 눈으로 찬찬히 살펴보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다녀온 여행경로는 아직은 관광객들로 붐비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진은 자연경관이 오롯하게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일부에서는 일행들이, 그리고 현지주민들을 찍은 사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진에 다른 분들의 모습이, 특히 정면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애를 많이 썼습니다. 만일 제가 사진을 여행후기에 곁들이기 위해서 공개라도 한다면 그분들에게 누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저자의 여행지 가운데 칼라하리 사막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자가 횡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처럼 스피츠코페에서의 노을 한 컷이 제일 부러웠습니다. 젊어서 이미 돌아보았어야 할 곳이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숨어버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건이 되는 지금은 더 늦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젊음보다 아름다운 황혼 여행’이라는 카피가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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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 - 혜초의 길 서정시학 시인선 42
이승하 지음 / 서정시학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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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전 신라 성덕왕(또는 경덕왕) 때 스무살의 승려 혜초는 신라를 떠나 부처가 불법을 깨달은 천축국을 두루 순례하고 남긴 기록이 <왕오천축국전>입니다. 어쩌면 불도를 깨치기 위한 여행이었을 것입니다. 이승하 시인은 혜초의 길을 따라가며 시를 만들었습니다. 시인이 “밥 한 술 얻어먹을 수 있는 어느 담벼락 밑이면 / 나는 또 짚신 벗고 앉아 / 먹을 갈며 나 자신을 갈아야 한다.(혜초의 길 4, ‘사람을 만나 울다’의 마지막 연, 21쪽)”라고 노래한 것을 보면, 또한 나름의 도를 깨치기 위한 긴 여정이었을 것입니다. 시인이 2000년에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되었다는 둔황의 막고굴을 지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에 해설을 쓴 송희복님이 “인간의 역사는 길로 시작되고 길로 뻗어 나아가고 길이 끊기고 길을 부활하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162쪽)”라고 한 것처럼 길은 인간의 삶이요 역사인 것입니다. 시인은 혜초의 길에서 지상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뒤쫓고 있습니다. 마치 그 옛날 혜초가 불도를 구하려고 고난의 길을 떠난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혜초의 길은 간단한 여행길이 아닌 것입니다. “영취산 올라가는 길은 돌로 된 산길 / 나무들 제멋대로 몸 비비꼬며 서 있고 / 산새들 재잘재잘 신이 나서 깝친다 / 어떤 나무는 죽은 채 땅에 박혀 있고 / 어떤 벌레는 죽은 채 땅 위에 나뒹군다(혜초의 길 6, ‘사이’의 두 번째 연의 일부, 24쪽)”라는 구절에서 보면 길에서 만난 모든 것들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끔을 길 떠난 사람의 가슴 한 켠에 쌓이는 미묘한 느낌을 적은 부분은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月夜瞻鄕路 浮雲颯颯歸 / 타향의 하늘에서도 이국의 하늘에서도 / 두둥실 떠 있던 원반형의 달 / 어머니 등에 업혀 쳐다보았던 달 / 사랑하는 사람 등에 없고 쳐다보았던 달 / 오늘밤 저 달은 한껏 발그레해지리라(혜초의 길 19, ‘달의 행로’의 두 번째 연, 52쪽)”에서는 지난 해 다녀온 스페인 여행 초반에 바르셀로나에서 지중해 위로 뜬 보름달을 바라보았을 때의 감정이 오롯이 되살아나게 됩니다. 시인은 때가 되면 나만을 기다리는 노모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노래했지만, 고향에서도 저를 기다려주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마음이 공허해지는 느낌입니다. “날이 밝았으니 자, 가세 / 새들은 벌써 둥지를 떠났네(혜초의 노래 27, ‘즐거운 여행의 첫연, 68쪽)”라고 노래하는 것을 보면, 도를 구하는 여행이라고 해서 힘들고 어려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시인은 꼭 1300년 전 혜초의 구도여행이나, 자신의 실크로드 여행에서만 시를 구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혜초가 지난 길에서 생긴 일이라면 최근에 생긴 사건에서도 시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혜초가 지나간 길에서 얻어낸 시가 모두 61편이나 됩니다. 꼭 오천축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길을 따라가다보면 비슷한 생각을 얻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내 재산 보시해서 쌓은 탑과 ‘ 남의 재산 약탁해서 쌓은 재산 / 세상의 불협화음 너무 일찍 알아 / 절간 문 닫아걸고 절 바깥으로 안 나간 / 최초의 세계인(世界人) 혜초여(혜초의 길 44, 마지막 연, 110쪽)”을 읽으면서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영국, 프랑스 등 세계적인 박물관들은 이력이 수상한 작품들을 다수 수장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이 잘 나가던 시절 왕실에서 구입한 작품들만 수장하고 있어 도덕성을 내세우고 있다고 들은 것과 시인의 노래가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프라도 미술관을 적을 때는 이 부분을 꼭 인용해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1755년 일어난 대지진과 해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리스본의 벨렝지구는 테주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지점입니다. 벨렝지구에서는 ‘지상의 길은 / 바다에 이르면 죄다 끊어진다 / 회인한 여인의 자궁에 / 고통의 덩어리가 들어 있듯이 / 자연의 거대한 자궁인 바다/ 수많은 주검들의 무덤인 저 바다)혜초의 길38, 95-96쪽)’라고 노래하고, 뿐만 아니라 ‘길이 끝나는 곳에서 펼쳐지는 / 통증으로 울부짖는 바다를’로 마지막 연이 끝나고 있음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면 주머니에 넣어가서 한구절씩 씹어가며 읽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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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사락 - 읽고 들으며 말하고 쓰다
임석재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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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와 같이 한 가지 일로 두 가지를 얻는 경우를 빗댄 비유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화투판에서도 ‘일타쌍피’라는 사자성어까지 만들어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로 두 가지를 얻는 경지를 넘어 네 가지를 얻을 수 있다면 무조건 해봐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 하나로 네 가지를 얻을 수 있는 놀라운 비법을 담은 책을 소개합니다. 독서가 임석재님의 <독서사락>입니다. 저자가 따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만, ‘독서로 즐기며 배워보는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카피를 달아놓은 것을 보면, 독서사락은 ‘讀書四樂’임이 분명합니다. 독서로 얻을 수 있는 네 가지 즐거움인거지요.

 

저자는 ‘활자중독’이라는 핀잔을 들을 만큼 지독한 독서습관 덕분에 책읽기를 넘어 젊은 나이에 책을 두 권이나 써내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저자는 ‘쓰고 싶다. 쓰고 싶다. 문득 글을 쓰고 싶었다.’라고 글쓰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복하여 적는 것으로 <독서사락>의 서문을 시작합니다. 이런 저자의 욕구가 충분히 이해되는 것은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독후감을 남긴 책읽기가 천권을 넘어가면서 글쓰기가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과 함께, 이런 책을 써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책으로 대표되는 활자로 된 무엇인가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라는 저자의 생각을 저 역시 느끼는 것을 보면, 책 읽는 사람들의 공통분모 같은 것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왜 읽기․듣기․말하기․쓰기인가?’라는 의문에 대하여 저자는 이 네 가지가 삶을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네 가지를 일정수준 이상 할 수 있다면 어느 분야에서건 평균 이상의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어느 한 가지를 매우 잘하거나, 두 가지 이상을 평균 이상으로 잘하거나, 아니면 세 가지 이상을 그럭저럭 잘하는 사람을 쉽게 만나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책을 읽어 찾아낸 읽기․듣기․말하기․쓰기에 관하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들을 정리해보려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합니다만, 딱히 제한을 둘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을 해본 문제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읽기’를 제일 앞에 두었습니다. 아마도 읽기가 바로 종자돈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정보를 얻습니다. 그래도 책읽기가 가장 보편적이며 정확한 정보를 얻는 길일 것입니다. 책읽기는 다양한 이점을 가지는데, 우선 읽는 사람이 마음대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 될 것 같고, 정보의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정보의 비교도 용이하고 설명하고 전달하는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의 수준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됩니다. 단순하더라도 정보가 지식이 되고, 지식이 쌓여서 자신만의 가치로 전환되면 지혜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정보에서 지식으로, 지식에서 지혜로, 지혜에서 철학적 사유까지 상승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 낼 내적 역량은 책읽기를 통하여 길러진다(25쪽)”라고 하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있습니다. 저자는 모두 열 두 가지의 읽기의 원칙을 소개합니다. 그 첫 번째는 “시간을 정하지 말고 ‘지금’ 읽어라”입니다. 책읽기가 화제에 오르면 ‘시간이 없어서...’라면서 말꼬리를 흐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두툼한 책을 언제 다 읽을까 하는 마음에서 선뜻 책장을 열어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네 속담처럼 일단 시작하고 꾸준하게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쪽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무엇이든 처음부터 크고, 거창하며, 화려한 것은 욕심이다. 작고 소박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차곡차곡 조금씩 실행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습관이 된다.(30쪽)”라고 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얇고 가벼운 책으로 시작해서 책읽기가 습관이 되면 관심의 대상이 점차 넓혀가면 되겠습니다. 경지에 이르면 작가가 선택한 단어와 문장을 꼭꼭 씹듯 읽으면서 읽는 것과 동시에 이미지를 그려보라고 주문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치매에 걸린 위험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것은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므로 신경세포들이 서로 활발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주제어는 ‘듣기’입니다. ‘듣는 것이 뭐가 어려워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들과 이야기할 때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든 전하는데 정작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면 이야기가 끝나는 것입니다. 지난 해 스페인을 거쳐서 모로코로 여행을 할 때의 일입니다. 배에서 내려 여권을 검사하는 모로코 경찰에게 배 안에서 열심히 외운 대로 ‘살라 말레꿈’이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아랍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말입니다. 그러자 경찰이 무어라고 대답을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말레꿈 살라무’라고 대답한다고 배웠는데 경찰은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혹시 ‘이 사람이 왜 그래?’ 그러지 않았을까요?

 

우리말도 그렇습니다.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듣기 위해서는 집중을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 주장, 의견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오해할 일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만큼 듣기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역시 열두 가지로 요약한 ‘어떻게 들을까?’하는 방법론을 보면 재미있으면서도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단 귀를 열어야 하고, 세상만사에 귀를 기울이라고 권합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이야기할 때는 아무래도 잘 들리고 쉽게 이해되기 마련입니다. 공부를 하러 미국에 갔을 때, 제일 먼저 신문을 구독하고, 매일 다만 몇 개의 기사라도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출근하면 미국인 동료들과 그날 신문에 난 기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귀에 들어오는 말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라디오를 켜면 무슨 소리를 떠드는 지 잘 들을 수 없었습니다. 요즈음에도 차를 운전할 때는 영어방송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듣는 영어방송은 그때보다 훨씬 많이 들린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저에게 익숙한 화제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 번째 주제는 ‘말하기’입니다. 말하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학회에서 발표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준비를 열심히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상에 올라서 발표를 시작하면서부터 떨리던 목소리는 결국은 울음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런 경험이 몇 차례 이어진 끝에 드디어 떨지 않고 발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해도 발표할 내용을 미리 써서 외우다시피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발표 자료를 만들 때 전체의 틀을 고려하면서 만들기 때문에 발표할 문장까지 일일이 외우지는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비유를 끌어오려면 정해진 대로 따라하는 발표가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말하기는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잘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말하기에서 중요한 점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첫째, 사투리 등 개인에게 국한된 습관을 고쳐야 한다. 둘째,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지 말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셋째,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등입니다. ‘어떻게 말할까?’하는 방법으로 역시 열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말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하고, 핵심을 콕 집어서 이야기 하라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실 준비가 충분하지 못하면 놓치기 쉬운 점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말할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학술대회와 같은 공식적인 행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넘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설명하려는 의욕이 앞서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발표자는 그만큼 시간에 쫓기게 되어 자칫 실수하거나 자신이 전할 내용을 줄여야 해서 결국은 청중의 피해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을 지키지 않은 발표자가 비난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충분히 연습을 하고, 발표할 때도 시간을 확인해가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발표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마지막 주제는 ‘쓰기’입니다. 쓰기의 문제는 자신 있다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쓰기를 의외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SNS가 대세인 요즈음에는 간단한 쪽지를 써 보내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이 또한 쓰기인 것입니다. 쓰기에 자신이 없다고 하는 분을 만나면 일단 써보시라고 권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일기숙제를 해보셨을 터인데, 대개는 일기숙제가 끝나면 일기쓰기를 그만두는 것 같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무렵 시작한 일기 쓰기를 가급적이면 빠트리지 않고 대학 다닐 때까지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인근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해서 편지친구를 늘려갔습니다. 사무실 책장에 간직하고 있는 편지를 지금 꺼내보면 치졸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만, 그때는 대단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기쓰기와 편지쓰기는 저의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즈음에는 큰 아이가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라서 매일 한통의 편지를 써 보내고 있습니다. 5주의 훈련을 받는 동안 편지를 받아볼 수 있는 4주 정도 이어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 무렵에 편지지를 펼치고 펜촉에 잉크를 묻혀 첫줄을 쓰기 시작하면 단숨에 A4용지 두 장 분량을 써내려 갑니다. 편지 전체의 내용을 미리 가늠해두고 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틀린 문장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별로 고치지 않고 마무리를 합니다.

 

필요하면 말을 하면 되지 굳이 쓰기까지 해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말하기는 현장성이 있어 중요한 내용을 전하려면 실수를 하지 않도록 긴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수를 하게 되면 이를 번복하기 위하여 몇 배나 힘이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쓰기는 특정 공간에 함께 한 상대에게 바로 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써놓은 내용을 충분한 시간을 두어 검토한 끝에 최종적으로 결정된 문안을 보내면 되기 때문에 실수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자는 역시 열두 가지의 방법을 ‘어떻게 쓸까’라는 의문에 답변으로 내놓았습니다. 그 첫 번째는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입니다. 제가 흔히 써먹는 방법입니다. 일단 써놓고 손질을 하면서 이어지는 좋은 생각들을 더하여 다듬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저의 약점이기도 한 ‘짧은 글을 잘 써야 한다.’입니다. 저 역시 문장이 길어지면 전체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약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문장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초고를 다시 읽어가면서 적당하게 문장을 끊어 짧은 문장으로 나누는 것으로 해결합니다. 그래서 ‘퇴고의 즐거움을 누리자’라는 저자의 권유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임석재님의 <독서사락>을 읽다보면 아마 나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분도 생길 것 같습니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서한을 묶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http://blog.joins.com/yang412/13613538>에는 두 아들에게 책읽기 중요성, 책 읽는 방법을 일깨우는 내용도 나옵니다만, 책을 쓰는 요령도 있습니다. 다산의 책 쓰는 요령을 참고하여 <독서사락>의 구조를 보면 전체를 아우르는 서문이 있고, 읽기․듣기․말하기․쓰기의 각각에 대하여 필요한 이유, 정의, 이어서 열두 가지의 방법을 적고 있습니다. 책 쓰기의 첫 번째 작업은 ‘책을 왜 쓰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이어서 전체의 얼개를 구성하여 목차를 정하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일단 해보면 다음부터는 쉬워진다고 합니다. 책 쓰기를 한번 해보시렵니까? 그렇다면 일단 책읽기부터 시작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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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0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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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고등학생 때 처음 읽었는데, 그때는 어떻게 읽었던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게 된 것은 스페인 여행기를 쓰면서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투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헤밍웨이가 27살이 되던 해 완성한 첫 장편소설이며,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의 유럽사회에 불어 닥친 무기력하고 시대적 불안과 상실감에 빠진 소위 ‘길잃은 세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신문사 특파원으로 파리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 제이크 반스, 그와 특별한 관계인 영국인 간호사 브렛, 그녀의 약혼자 마이크 캠벨, 브렛에게 빠져드는 미국인 작가 로버트 콘, 그리고 미국에서 잘 나가는 소설가 빌 고턴 등입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정리해가는 1부는 조금 누가 주요 등장인물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반스는 엉뚱하게도 콘이 지내온 삶을 정리하질 않나, 로버트와 그의 약혼자 프랜시스와 함께 놀러갈 의논을 하지 않나, 심지어는 카페에서 처음 만난 조젯과 함께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가 그곳에서 다른 일행과 함께 온 브랫과 따로 자리를 뜨지 않나. 도무지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들이 정리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목적 없이 순간순간을 즐기는 듯 한 느낌만 남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제이크와 브렛이 서로에 대하여 사랑하는 감정의 편린들이 조금씩 드러나기도 하는데, 제이크가 브렛에게 강하게 대시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쟁 중에 입은 부상으로 성기능이 마비된 때문이고, 그 사실을 브렛이 알고 있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진정 사랑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물론 현실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한편 “우리 둘이서 함께 살 수 없을까, 브랫?”이라고 묻는 제이크에게 “안 돼, 난 누구하고나 쏘다녀서 당신을 배반하고 말 거야. 당신은 견딜 수 없을 거야!”라고 답변하는 것을 보면 브랫을 자신이 남자를 밝히는 탓에 제이크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기본적인 역학관계에 대한 설명이 1부에서 다소 모호하게 전개되다가, 2부에서는 무대를 스페인으로 옮겨갑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여 팜플로나의 산페르민 축제를 즐기기로 한 것인데, 제이크와 빌은 먼저 출발해서 부르게테에서 낚시를 즐기다가 팜플로나로 이동하여 일행들과 합류를 하게 됩니다. 작가는 산페르민 축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마치 동영상으로 보는 것처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황소들이 울타리에서 풀려나 투우장까지 들어갈 때 사람들이 황소를 피해 달아나는 모습 등인데, 이런 전통은 팜플로나의 성인인 산 페르민 주교가 스페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순교를 하게되는데, 그때 처형자들이 산 페르민주교를 황소에 매달아 끌고 다닌대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황소에 쫓기다 보면 자칫 황소에 떠받혀 죽는 사고도 생기는 모양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브랫은 팜플로나축제에서 만난 열아홉살난 에이스 투우사 로메로에게 반하고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행을 하게 되고,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이들 일행은 주먹다짐까지 벌입니다. 물론 페터급 권투선수생활을 한 로버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브랫이 떠난 뒤 로버트는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투우에 열광하는 스페인 사람들이고 보면 멋쟁이 투우사는 뭇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의 대상일 것 같습니다. 요즈음으로 치면 아이돌 스타라고 하겠지요? 투우를 아주 좋아하는 헤밍웨이는 당연히 이 작품에서 벌어지는 투우경기를 상세하게 묘사하기도 합니다. 스페인에 갔으면 투우경기를 구경했어야 하는 건데 많이 아쉽네요.

 

아무리 사랑에 빠져 눈이 먼다고 해도, 현실을 현실인거죠. 브랫은 서른넷인 자신과 열아홉인 로메로의 미래를 그려볼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헤어지기로 결정을 하는데, 그리고는 생각나는 사람은 마이크도 아니고 로버트도 아닌 제이크이었다는 것입니다. 제이크 역시 전보를 받고 브렛을 찾아 마드리드로 달려가는데... 브렛은 찰나적인 삶을 버리고 규범적인 삶을 선택하게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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