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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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미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행사마다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어서 고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마추피추가 있는 페루는 당연히 빠트리면 안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미나씨의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가 출간되었다고 해서 크게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손미나씨의 책은 처음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은 느낌을 먼저 말씀드리면 크게 도움이 될 점도 있었고 기대했던 것보다는 다소 부족한 점도 있었습니다.

 

먼저 좋았던 점은 따로 표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저자와 동행한 사진작가(맞나요?) 레이니씨가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참 좋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쿠스코 갈 때 고산병이 생각보다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의약품 등을 충분하게 준비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돌아본 여행경로는 리마-푸에르토 말도나도-쿠스코, 마추피추-푸노, 아레키파, 바예스타스, 나스카-쿠스코-리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행사의 상품과 많이 겹치기 때문에 제가 갈 곳을 미리 가보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페루의 유명한 관광지에서의 느낌도 담고는 있습니다만, 동행하고 있는 레이나씨 그리고 리마에서 만난 친구와의 사이에서 생긴 일에 대한 부분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여행을 목적 없이 떠나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자의 경우는 3년전 갑자기 타계하신 아버지와의 이별로 생긴 심리적 압박감을 풀어내기 위한 여행이었다고 합니다. 생전에 페루를 가보고 싶어하셨다는 아버지의 말씀도 마음에 걸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콘도르가 사자(死者)의 운반자이자 보호자라는 상징을 인용하여 아레키파로 콘도르를 보러가는 것도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지만 굳이 그래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결정적인 점은 읽는 흐름이 자꾸 흩어진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읽은 박찬영의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http://blog.joins.com/yang412/13789453>를 보면 소리 내어 읽어서 흐름이 좋으면 좋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두어 장쯤 읽기 시작했을 무렵 만난 다음 구절에서 자꾸 생각이 엉켰습니다. “3년 전, 나는 사랑하는 아버지와 영원히 이별하는 고통스런 체험을 하고 말았다.(8쪽)” 책이 거의 다 읽어갈 즈음해서 선친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충격이 커서 고통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런 비극을 체험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시작부터 그래서였던지 읽어가면서 무언가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했는데, 맞자마자 미열이 나는 경우가 있는지 확인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백신을 맞으면 미열이 날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정글에 갔을 때 폭우가 쏟아진 다음에 강둑에 올라갔을 때 급하게 흐르는 강물의 모습이 마치 한 마리 용과 같았다는 표현도 과연 적절한가 싶습니다. 용의 움직임과 관련된 표현은 용오름과 용틀임이 있는데, 용오름은거대한 적란운(積亂雲)이 발생하면서 지표면이나 해수면까지 기둥이나 깔때기 모양의 구름이 드리워지면서 구름 아래에 강한 소용돌이가 생기는 현상, 즉 토네이도를 말하고, '용틀임'은  '이리저리 비틀거나 꼬면서 움직이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급류가 흘러가는 모습을 용틀임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책이나 영화, 음악 등에서 인용한 것이 별로 없는 것도 특이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캐노피 워크 프로그램에서 밀림에 세워놓은 타워를 연결한 구름다리를 걸으면서 아래로 보이는 나무들을 내려다보면서 두렵더라고 했는데, 영화 아바타에서 보면 허공에서 떨어진 주인공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장면이 연상될 것 같기도 합니다. 남미여행을 앞두고 지리, 역사, 민담은 물론 이 지역 작가들의 작품들까지도 최대한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페루와 관련해서는 로멩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안토니오 스카르메다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등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 특히 일상의 고민과 삶의 무게에 지쳐 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영혼에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필요한 당신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적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직접 페루에 가서 그런 바람을 느낄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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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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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떠난 발칸여행지 가운데 두브로브니크에서는 프란체스코수도원에 붙어 있는 약국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최초의 약국이라고 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환자들은 진료를 받은 병원에서 약을 타갔던 것인데, 약을 다루는 부서가 병원 밖으로 독립되어 나간 셈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약국에서는 약만을 팔았는데, 오늘날의 약국은 약 이외에도 건강기능식품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건의료품목들까지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담배를 파는 약국도 있습니다. 금연에 도움을 주는 물품도 팔고 담배도 파는 이중성이 지적되고 있어서인지 최근에 약사회가 중심이 되어 약국에서는 담배를 팔지 않도록 하자는 운동도 전개된다고 합니다.

 

약국이라고 하는 명칭이 특정한 분야를 상징한다고 보면 의약품이 아닌 것을 팔면서 약국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지구상의 생물들처럼 세상사 역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면 진화된 형태의 약국이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막상 이런 곳이 생긴다면 약사단체가 펄쩍 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종이약국>이라는 이름의 소설을 읽고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려다보니 이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 것입니다. 종이약국은 무엇을 파는 곳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책을 파는 서점입니다. ‘약’하면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는 알약, 물약처럼 먹는 약도 있지만, 바르거나 붙이는 약도 있습니다. 정신적 질병도 알약이나 물약으로 치료할 수도 있지만, 요즈음은 심리치료 등과 같이 비약물적 치료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독서를 통한 질병치료가 전혀 새로운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3년 전 쯤 [북소리]에서도 <암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치료; http://blog.joins.com/yang412/12549788>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독서치료(bibliotherapy)’라는 용어는 1916년 사무엘 맥코드 크로더스(Samuel AcChord Crothers)가 처음 사용했고, 미국도서관협회에서는 1966년 “정신의학 분야에서 치료적인 보조수단으로서 선정된 독서 자료를 이용하는 것, 개인적인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책을 읽음으로써 해결책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독서치료를 정의한 바 있습니다.

 

<종이약국>은 독서치료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독서치료에 관한 자격증을 따서, 개인적인 치료공간을 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파리의 센강에 띄운 배에 열고 있는 <종이약국>의 주인 페르뒤씨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종이약국은 샹젤리제 선착장에 정박하고 있는 배 룰루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가 파리에 갔을 때 노틀담 사원에서부터 센강을 따라 에펠탑까지 걸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센강변에 늘어서 있는 작은 가게들 틈에서 서점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만, 센강에 떠 있는 배에도 서점이 있는 줄을 몰랐습니다. 어떻거나 종이약국은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까지 알려져 있을 정도라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서점이 있는 것일까요?

 

페르뒤씨가 <종이약국>에서 책을 파는 모습을 잠깐 볼까요? “이 책은 손님에게 팔고 싶지 않습니다.” “왜요?” “실례지만, 손님께서는 어떤 남자와 결혼하느냐는 것보다는 어떤 책을 읽으시냐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합니다.(18-19쪽)” 거두절미하고 책을 팔지 않겠다고 하지는 않았겠지요. 페르뒤씨가 팔지 않겠다고 하는 막스 조당의 <밤>이라는 책을 고르기 위하여 고민하던 여자손님의 모습을 꾸준하게 관찰한 끝에 내린 결론일 것입니다만, 작가가 시시콜콜한 설명을 생략한 것일 뿐입니다.(제가 작가에게 무척이나 우호적인 것 같습니다). 결국 그녀는 “당신 완전히 미쳤어요”라고 내뱉듯 말하고 서점을 나서지만 며칠 뒤에 다시 서점을 찾아와 페르뒤씨가 추천하는 책을 사가게 됩니다.

 

이런 돌발적인 상황도 있지만, 페르뒤씨는 책을 골라달라는 손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합니다. 직업이 무엇이고, 아침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어린 시절에 어떤 동물을 좋아했고 최근 몇 년 동안 어떤 악몽을 꿨고 마지막으로 어떤 책을 읽었는지..... 그리고 예전에 어떤 옷을 입으라고 어머니가 말했는지. 등입니다. 생각해보면 책을 고르는 일과 동떨어진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친밀하면서도 지나치게 다가가지 않는 질문을 통하여 적절한 책을 골라내는 재능을 페르뒤씨는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페르뒤씨가 독자에게 맞는 책을 고르기 위하여 나름대로 고심하는 모습은 그가 살고 있는 몽타냐르 27번지에 사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맞은 편 집에 새로 이사한 여성이 흐느껴 우는 것을 알고 책을 권하는 장면입니다. “저는 더 울고 싶어요. 그러지 않으면 물에 빠져 죽어버릴 것 같아요” “그러면 마음껏 울 수 있는 책을 가져다드릴게요.” 페르뒤씨는 27번지 사람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그가 추천하는 책을 읽으면서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페르뒤씨가 종이약국을 열게 된 배경은 독일의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인 에리히 캐스트너의 <서정적 가정약방>이라는 책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 책의 서문에 “개인의 생활을 치유하는 데 이 책을 바친다. 이 책은 존재의 크고 작은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도록 대부분 동종요법으로 조제되었으며, 평범한 생활의 내면 치유에 도움이 될 것이다(32쪽)”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캐스트너의 책 가운데 품절이라서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한문화에서 나온 <마주보기; 마음을 위한 약상자>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정작 페르뒤씨 자신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자신의 문제는 아예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밀봉해서 꼭꼭 가둬 두었던 모양입니다. 제우스가 봉인한 판도라의 상자도 열렸듯이 세상에 열리지 않는 비밀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풀리기 마련입니다. 다만 시기가 무르익어야 하고, 그 시간의 흐름이 안타까운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상황이 무르익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몽타냐르 27번지의 4층에 있는 페르뒤씨의 집에는 20년 전 OO이 떠난 뒤로 봉인된 방이 있습니다. 50살이 된 페르뒤씨는 그 뒤로 어떤 여성과도 사랑을 나누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요즈음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종이약국>을 읽어가다 보면 그녀와 페르뒤씨와의 관계는 심상치가 않은 면이 있습니다. 페르뒤씨와 사랑을 나눈 OO은 이내 결혼했고 남편에게도 페르뒤씨와의 관계를 알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 사람이 모두 알고 있는 삼각관계를 이어갔다는 이야깁니다. 프랑스사람들답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페르뒤씨가 봉인해둔 OO과의 관계가 풀리기 시작한 것은 앞집에 카트린 르 P. 부인이 이사를 오면서부터입니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편이 바람나서 모든 살림을 들고 새 여자와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카트린은 몽타냐르 27번지로 이사를 오게 된 것입니다. 주민들은 그녀를 위하여 무언가를 내놓기로 하였고, 페르뒤씨에게는 식탁이 배당되었던 것입니다. 페르뒤씨는 봉인된 방에 있던 식탁을 내주었고, 그 식탁에 들어있던 한 통의 편지가 문제를 풀어내는 실마리가 됩니다. 그렇다면 페르뒤씨는 그 편지를 왜 읽지 않았을까요?

 

카트린이 발견한 그 편지는 OO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페르뒤씨에게 자신보다 먼저 죽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다음날 떠난 OO이 몇 주 뒤에 보내온 편지입니다. 페르뒤씨는 그 편지를 읽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버린 여성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변명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편지를을 읽는 것은 이별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페르뒤씨를 저녁에 초대한 카트린의 자신의 일그러진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됩니다. 20년 동안 자신의 삶을 경멸하고 경멸받게 만들었던 삶을... 카트린의 삶이 자신의 삶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페르뒤씨는 이제는 OO, 즉 마농이 20년 전에 보내온 편지를 읽을 준비가 되었다고 깨닫게 됩니다.

 

마농은 편지에 그녀가 페르뒤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야 했던 이유를 적었습니다. 병으로 얼마 살 수도 없게 되었고, 여행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파리로 올 수 없었고, 편지를 보내 페르뒤씨를 그녀가 살고 있는 본뉴로 와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페르뒤씨는 그런 편지를 외면했고, 얼마 뒤에 신문에 난 부고란에서 마농의 이름을 발견하고서도 오해를 풀지 못했던 것입니다. 편지를 읽고 난 페르뒤씨가 스스로에 대한 혐오가 치밀어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 나타난 카트린의 위로에 마음을 고쳐먹게 됩니다.

 

페르뒤씨는 마농이 죽기 전에 했어야 할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녀가 살았던 본뉴로. 그녀를 처음 만났던 급행열차가 아니라 종이약국이 있는 배 룰루를 몰고 운하를 따라 여행합니다. 프랑스는 북해와 대서양 그리고 지중해로 열려 있지만 바다를 통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려면 엄청 돌아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륙의 강을 연결하는 운하를 만들었나 봅니다.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강들을 연결하여 운하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저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프랑스 같은 나라라면 충분히 유용할 것 같습니다.

 

페르뒤씨의 여행에는 최근에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 조당이 동행합니다. 작가와 독서치료사의 여행이 좋은 그림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본뉴로 여행하는 길에는 마농이 남긴 일기를 인용하여 마농과 페르뒤씨의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이 그려지고, 서점 주인인 페르뒤씨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 <남녁의 빛>을 쓴 저자 사나리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 곁들여집니다. 작가와 서점 주인이 함께하는 여행이다 보니 우리가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화제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별을 애도하는데 필요한 기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실연을 한 사람의 경우는 연애한 기간을 감안하여 한 해당 한 달은 슬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우정의 경우는 두달, 그리고 사별한 사람을 애도하는 기간은 정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일생 동안 애도하십시오. 우리는 한때 사랑했던 고인들을 영원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빈자리가 안겨주는 허전함은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최후의 날까지 함께합니다.(171쪽)”

 

본뉴로 여행하는 동안 페르뒤씨는 카트린에게 날마다 엽서를 보내고, 또 미래의 문학약제사, 그러니까 독서치료사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쓰려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니까 본뉴로 가는 페르뒤씨의 여행은 마농과의 사이에 생겼던 오해로 인한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카트린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여행인 것 같습니다.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파리에서 그냥 묻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마농이 살던 곳이며 지금은 영원히 쉬는 곳으로 가는 것은 페르뒤씨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무려 20년을 앓아와 고질병이 되어버린 마음의 상처로 얼룩진 페르뒤씨와 카트린의 삶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갑니다. 역시 로맨스 소설은 해피앤딩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카트린과 페르뒤씨는 프로방스에서 두 사람의 영혼이 머물 공간을 찾아냅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각자의 악령이 숨어 기회를 엿보는 방이 있어요. 방문을 열고 그 악령에 맞서야만 자유로울 수 있어요.”라고 카트린은 말하지만 그녀 역시 페르뒤씨처럼 비비 꼬인 삶으로 스스로를 끌어넣은 바가 있지 싶습니다.

 

<종이약국>의 말미에는 ‘감정 혼란의 증상이 경미하거나 또는 어느 정도 심각한 경우에 정신과 마음을 빠르게 진정시켜주는 약’으로 추천하는 26권의 책들의 효과와 부작용까지 설명되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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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을 생각한다
모리카와 아키라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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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야에서 격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바뀌고 기업의 환경이 바뀌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바뀌는 것도 이 정도면 천지가 개벽한 것 같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싸우지 않는다, 비전은 필요 없다, 계획은 필요 없다, 정보 공유는 하지 않는다, 높은 사람은 필요 없다, 동기부여를 하지 않는다, 성공은 버린다, 차별화는 노리지 않는다, 혁신은 지향하지 않는다, 경영은 관리가 아니다(8-9쪽)”를 기업경영의 방침으로 정한 회사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네, 답은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관련 업계의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일본에서 별 볼일 없던 한게임 재팬 주식회사를 4년 만에 업계 1위로 만들고, 지금 전 세계 230개국 4억 명이 사용하는 라인 메신저로 만든 CEO 모리카와 아키라입니다. 1989년 쓰쿠바 대학 졸업하고 니혼텔레비전방송망에 입사해서 희망했던 음악 프로그램제작부문이 아닌 컴퓨터시스템 부문에 서 근무하다가 2000년에 소니로 옮겨 브로드밴드를 다루는 사내 벤처를 성공으로 이끌기도 했지만, 2003년에는 다시 한게임 재팬 주식회사(후에 NHN 재팬 주식회사, 현재 라인 주식회사)로 옮겼고, 4년 뒤에는 이 회사를 일본의 온라인 게임 시장의 정상으로 밀어 올렸습니다. 그 사이에 미국식 경영을 공부하여 MBA를 따기도 했지만, 정작 라인주식회사를 경영하는 자리에 올랐을 때는 전혀 새로운 경영방식, 즉 모든 것을 심플하게 생각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던 것입니다.

 

그의 경영철학은 철저하게 고객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고자 하는 열정과 능력을 지닌 사원을 모으고, 그들이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고 능력을 최대한 불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자연 회사는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온라인 게임이라는 사업의 특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들어 판다는 점에서 본다면 중후장대한 사업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즈니스는 싸움이 아니라는 철학은 기업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물론 모든 기업활동에는 경쟁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경쟁이 심각해지면 전쟁상태에 이르기도 합니다. 문제는 상대와의 경쟁에 집중을 하다보면 정작 고객은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경쟁상대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고객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비용문제 때문에 아웃소싱을 하다 보니 회사 내에서 할 일이 없어지더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우리나라의 모 부처가 생각났습니다. 물론 필요한 것들을 아웃소싱할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아웃소싱을 통하여 얻는 결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는 것입니다.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문가 마저도 외부에서 영입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가 과연 조직에 잘 녹아져들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저자의 기업경영철학은 철저하게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변화를 타고 넘어야 한다는데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변화를 타고 넘으려면 몸집이 가벼워서 순간 대응이 빨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 즉 실무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획하고 관리하는 부서, 즉 사무직은 필요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말하기도 합니다. 어느 조직이나 사무직이 막강한 힘을 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사무직이 실무를 압도하게 됩니다. 이런 조직은 미래에 대한 기획을 너무 자주 내놓은 경향이 있습니다. 저자의 경영철학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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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에듀 2016 - 2016 대한민국 교육계를 뒤흔들 13가지 트렌드
이병훈 교육연구소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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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 수 있다면 과연 좋을까요?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을 알게 되면 피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점술에 기대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래가 궁금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점술이 아닌 과학적 분석방법에 따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기도 합니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만들어낸 영역이 소위 ‘트렌드’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말연시가되면 마치 토정비결을 보듯이 사회변화나 경제활동 등에 관한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꾸준하게 나와 독자들의 관심을 끌더니 이제는 다양한 영역에서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최근에 나온 것들을 몇 가지 챙겨보면, IT&테크, ICT, 빅이슈, 경제전망, 제테크, 건설, 소비, 모바일, 20대, 라이프, 등등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트렌드를 예측하겠다고 나선 것들을 보면 그만큼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독자층이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누구나 예측가능하다면 굳이 트렌드 예측서가 인기를 끌 이유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트렌드 에듀 2016>은 교육분야에서의 트렌드 예측서입니다. 이병훈교육연구소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이 연구소가 ‘국내 최고 교육학습 전문기관’이라는 카피를 달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 수상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학부형들에게 인기가 많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말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드는 것입니다.

트렌드서의 일반적인 공식에 따라서 2015년 교육 트렌드를 돌아보고, 2016년 교육트렌드를 13개의 부문으로 나누어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일을 분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예측하는 것보다는 쉬운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5년에는 인성교육, 소프트웨어, 중국, 양극화 등이 화두가 되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향도 등장했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면 ‘선 공부-후 진로’에서 ‘선 진로-후 공부’로, ‘선 글로벌-후 코리아’에서 ‘선 코리아-후 글로벌’의 경향이 등장했다던가 하는 것입니다.

2016년에는 여전히 인성교육, 코딩, 중국, 아날로그 교육, 거꾸로 시킨 교육, 자유학기제 등이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대입이 인생을 가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한 까닭인지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서 대입에 관한 예측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를 결정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입시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도 한 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사교육이나 내 아이가 갈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은 어디인지도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인재들이 의과대학으로 몰리는 경향이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학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화수분이 될 무언가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분야의 사회적 여건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결국 개인의 앞날 정도만 만족시키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그마저도 어려운 국면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의학 이외의 분야에 미래를 걸어 볼만한 분야는 무엇인가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성교육이 밥상머리에서 시작한다는 저자의 생각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들이지 않는다는 우리네 옛말이 있습니다만, 즐거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밥먹는 시간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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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한다,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체크 체크리스트 등 전작을 통하여 꾸밈없이 진솔한 글에 공감을 해온 아툴 가완디의 신작이었기에 선택한 책이었습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면서도 언급하기를 회피하는 주제임에도, 솔직하게 접근하고 있는 점에 크게 공감하게 됩니다. 가완디 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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