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 말할 것 - 기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스토리 가이드북 직업공감 시리즈 2
이샘물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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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에서 일할 때, 그리고 협회에서 일할 무렵에는 업무의 특성상 많은 기자들을 만나야 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친분을 이어오는 분도 있습니다. 매체가 다양해지다보니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주요 일간지나 방송사의 기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언론사의 입사시험을 언론고시라고 부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기자로 말할 것>은 그 어렵다는 언론사에 그것도 손꼽히는 신문사에 입사한 젊은 기자가 쓴 기자의 삶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입니다. 저자는 특히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얻은 앎을 정리하여 <이주행렬>이라는 책으로 묶어낸 동아일보의 이샘물기자입니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젊은이들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평범한 기자가 쓴 평범한 이야기이고, 철저히 주관적인 글이며, 회사와는 무관하게 개인적인 차원의 글이다’라고 바람막이를 했습니다만, 기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을 가진 사람의 편견을 깰 수도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기자가 되어 사회활동을 해온 과정을 담백하게 적어가고 있습니다. 1. 기자라서 행복한 별난 사람, 2. 기자로 태어난다? 기자로 만들어진다!, 3. 가시밭길이라도 이 길이라면 좋아, 4. 기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라는 글제목만 보아도 천성이 기자로 태어나신 분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각각의 제목은 기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적고 있습니다만, 각각의 단계에 대하여 읽는 사람이 가질 수도 있을 몇 가지 궁금증에 대하여 답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답변에는 자신의 경험이 녹여져 있습니다.

 

기자라면 글을 잘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의 글쓰기는 소설가나 작가의 글쓰기와는 다르다.(92쪽)”라고 한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팩트를 잘 정리해서 기사를 읽는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기자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앞서 읽은 <이주행렬> 역시 기사처럼 건조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쓰는 글을 읽다보면 유려하기 보다는 팩트 중심의 건조한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기자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회부 기자로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대학원과정까지 밟았다는 것을 보면 저자는 꽤나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는 유형인 것 같습니다. 편하게 말한다면 욕심이 많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욕심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모두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꽤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드라마들이 오히려 기자들의 삶을 왜곡해서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는 나름대로 추구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기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치매에 관한 특집을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프로듀서가 아니라 기자가 제작을 맡은 프로그램이었던 까닭에 프로듀서와 기자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차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프로듀서는 프로그램에 이야기를 만들어 시청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반면 기자는 팩트를 제대로 전달하는데 목표를 두는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기자로 말할 것>은 기자라는 직업을 꾸밈없이 기자의 시각으로 써내려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가와 편집자 모두 여성이라서인지 책이 아주 예쁘게 꾸며진 것 같습니다. 예쁘기도 하고 내용도 튼실하다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또 다른 느낌을 감춘 것처럼 보일까 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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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 #남미 #라틴아메리카 #직장때려친 #30대부부 #배낭여행
정다운 글, 박두산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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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부터 아내와 함께 여행을 열심히 다니면서 늦바람이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진즉 이런 여행을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이런 저와는 달리 30대에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던지고 중남미 여행을, 그것도 6개월이나 떠난 부부가 있더랍니다. 그렇다고 꼼꼼하게 일정을 짜서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 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답게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점을 개인 블로그에 올려 다른 이들을 약올리기도 하고(?) 여행 중인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니 대단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부럽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했을까? 아니면 왜 떠났을까? 하는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멕시코, 쿠바, 콜롬비아, 볼리비아, 페루, 칠레를 거쳐 아르헨티나까지 돌아보았습니다. 여행지 가운데는 쿠스코와 마추피추, 우유니 사막, 이과수폭포와 같이 남들도 다 가는 유명한 곳도 있습니다만, 여기는 왜 갔을까? 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첫 여행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와 산 페드로 라 라구나 같은 곳입니다. 스페인어를 배워서 남미를 여행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으로 이곳을 정했다고 합니다. 그저 그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거리를 걷다가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심지어는 거리의 개에게 매일 먹을 것을 챙겨주기까지... 이곳에서 지내다보니 우기의 우유니, 토레스 델 파이네르 트레킹, 마추피추까지도 별로 중요해지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느림이 느껴지는 곳? 꼭 과테말라여야만 했을까요?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 국내에는 없을까요?

 

두 사람은 사진공부를 하는 곳에서 처음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에 곁들인 사진들이 참 좋습니다. 특히 우유니사막의 사진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미여행길에 필름 100통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휴대용 인화기까지 가지고 갔기 때문에 그곳 사람들에게 찍은 사진을 바로 현상에서 주는 친절함까지... 그렇다면 도대체 짐을 얼마나 챙겨갔다는 이야기일까 궁금해집니다. 사실 저도 제주로로 신혼여행을 가면서 카메라 2개에 36방 짜리 필름을 열통인가를 챙겨갔던 생각이 났습니다. 엄청 찍었는데 건질만한 사진이 별로 없던 아픈 기억 말입니다.

 

읽다보니 “일정이 빡빡해 관광지 위주로 휙휙 다니는 여행자들을 보면 안타깝더라(159쪽)”고 써놓은 것을 보면서 그런 여행을 다니는 저 역시 아무 계획 없이 발 닿는 대로 볼 것도 없는 곳을 다니는 저자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꼭 적어야 하겠습니다.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꼭 동행하는 것은 아니면서도 일정에 따라서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 떠난 사람들의 경우는 이렇게 만난 사람들로부터 얻은 여행정보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떠나 여섯달을 떠돌다보면 여행비용도 엄청날 것 같습니다. 제가 계획하고 있는 21일짜기 남미여행 상품도 많이 올라서 한 사람 당 1500만원이 넘게 들 것 같아 은근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페루에서 칠레로 넘어가면서 여행은 절반이 넘어갔다고 했는데,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무려 3개월을 보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그 절반이 불과 5분의 1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절반이 넘어가면서 여행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저도 같은 느낌이 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과수폭포의 악마의 목구멍 전망대 위에 섰을 때, “기운찬 폭포수는 모든 걸 집어삼켰다. 시끄러운 군중 속에서도 꼭 혼자 있는 것만 같았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나는 폭포수와 눈을 맞췄다. 간혹 폭포나 강에서 최면에 걸린 듯 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는데, 이과수 악마의 목구멍에서 빨려 들어가는 물줄기를 보고 있자니 순간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심장이 쿵쿵거렸다.(318쪽)” 어쩌면 이 책에서 제가 가져오고 싶은 유일한 구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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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카 유적의 비밀
카르멘 로르바흐 지음, 박영구 옮김 / 푸른역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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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꼽는 곳 가운데 하나가 나스카 유적입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옮긴이의 다음과 같은 표현대로라면 나스카 유적이야말로 불가사의에 포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넓은 사막을 ‘마치 한 장의 커다란 제도용지처럼’ 사용한 듯한 지상 그림은 추상과 구상이 뒤섞인 거대한 작품과 같다. 새와 물고기, 원숭이와 거미 같은 동물 그림뿐만 아니라, 직선과 화살표, 나선형과 사다리꼴 같은 도형들이 수없이 그려져 있다. 작게는 수십 미터, 크게는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데, 그 정체를 둘러싸고 제기된 수많은 학설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즐거웠다.” 외계인의 활주로설, 세계 최대의 천문캘린더설, 인디오들의 도로설, 고대의 관개시설, 고대 지배계급의 예술작품설, 고대인의 주술의식에 사용되었다는 고대신앙설 등등이 제기된 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나스카 유적의 비밀>은 나스카 사막의 그림을 세계에 알리고 보존하기 위하여 평생을 바친 독일 여성 마리아 라이헤의 감동적인 삶을 중심으로 하여 나스카 사막의 그림을 담은 기록영화 제작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라이헤여사가 온몸을 던져 막지 않았더라면 페루 정부가 추진한 나스카 사막의 관개사업으로 파괴되어 전설 속으로 사라져버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막을 지나는 고속도로 건설과정에서 유적의 일부가 파괴된 바 있고,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그림의 일부가 토사에 매몰되어 훼손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피사로가 잉카제국을 정복한 다음 나스카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살해당하거나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바람에 나스카 유적의 비밀을 후세에 전할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1926년 미국인 알프레드 크뢰버와 페루인 토리비오 메히아 헤스페에 의하여 재발견된 나스카 그림유적은 1930년 페루에 비행기가 처음 도입된 뒤에 비행사들에 의하여 전모가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마리아 라이헤여사가 쿠스코의 독일영사가 초청한 보모로 쿠스코에 도착한 것은 1932년이었는데, 이후 인디오 문화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1941년 뉴욕 롱아일랜드 대학의 파울 코속교수가 나스카 그림유적을 조사하러 페루에 왔을 때 라이헤여사가 탐사에 참여하면서 라이헤여사는 나스카와 평생 인연을 맺게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그림들이 언제 그려진 것인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2천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기원전 3백년부터 서기 6백년까지의 나스카 문화 시대의 고분에서 발견된 그릇들에서 동일한 모티프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는 이유이지만 명백한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이 그림들이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도 그대로 보존된 것은 이 지역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다는 것과 검은 지표면에 온기가 저장되면서 만들어내는 상승기류가 바람에 의하여 쌓이는 먼지를 대기층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현지인들 가운데 이 그림들은 안데스 산지에서 발원하여 사막 밑의 지하에서 강이 되어 흐르는 지하수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들이 벨론, 산토 크리스토 또는 칸탈록이라고 부르는 지하수로가 40여개 이상이 발견되었는데, 이것들이 몇 킬로미터나 되는 길이로 널리 뻗어 나가면서 하나의 터널망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지하 2미터 깊이를 흐르는 지하수로는 정교하게 다듬은 돌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책의 부록에는 나스카 그림유적과 같은 지상 그림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페루에만 해도 나스카, 아레키파, 파라카스 반도 등에서 볼 수 있고, 볼리비아의 안데스 고지에 나있는 길들이 유사하며, 칠레 북부의 세로 우니타스와 세로 핀타도스 그리고 안토파카스타 지방에서 다양한 무늬가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나스카 유적의 비밀>에서는 그림유적의 유래에 대하여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가능성들을 열어놓고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나스카에 갔을 때 직접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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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 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
우석균 지음 / 해나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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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남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알맹이 없는 여행기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남미를 안내하는 제대로 된 읽을거리는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라틴 아메리카의 음악, 특히 안데스 민속음악과 독립 후에 들어선 독재정권에 맞서던 민중음악들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쓴 우석균박사는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페루의 가톨릭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페루사람들의 삶을 몸으로 느낀 바를 녹여내고 있어 공감이 더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을 떠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저자는 코르도바-투쿠만-살타-후후이-포토시-라파스-푸노를 거쳐 쿠스코에 이르는 길을 때로는 택시를 대절하여 혹은 버스로 이동하면서 라틴아메리카 민중음악의 성지를 직접 방문하여 그들의 음악과 축제를 직접 듣고 체험한 결과를 정리해냈습니다.

 

사실 음악, 특히 라틴음악은 아는 바가 거의 없어 여기 나오는 가수나 음악은 한 곡을 제외하고는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그 한 곡은 사이먼과 가펑클이 안데스 민요를 편곡한 <철새는 날아가고>입니다. 첫머리에 나오는 전설적인 탱고가수 카를로스 가르델의 <내 사랑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부터 메르세데스 소사, 알폰시나 스트로니, 아타왈파 유팡키 등등 모두 처음 듣는 이름들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유팡키가 여생을 보냈고 묻힌 세로콜로라도까지 택시를 대절하여 방문하는 열성을 보였답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어느 해던가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현대병리학의 태두라고 할 비르효의 무덤을 찾아서 헌화를 한 적이 있는 것 처럼, 저자 역시 기리는 마음을 표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단순하게 가수나 노래 뿐 아니라 탱고를 연주하는 반도네온, 안데스 전통의 민속악기들, 시쿠, 차랑고, 안데스 하프 등에 대하여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노래들의 가사를 싣고 있는데, 하나 같이 노랫말들이 비장한 듯한 것은 노래들이 주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문인 마리아 엘레나 월쉬가 작사작곡하고, 아르헨티나의 국민가수 메르세데스 소사가 부른 <매미처럼>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숱하게 나를 죽였고 / 숱하게 나는 죽었네. / 그러나 나는 여기 다시 부활하고 있지. / 불행에 감사드리고 / 비수를 움켜쥔 손에도 감사를 드리네. / 서투르게 나를 줄였기에 / 계속 노래할 수 있었으니. // 매미처럼 태양을 향해 노래하네, / 일 년간 지하에 있다가. / 전쟁에서 돌아오는 / 생존자들처럼.(32쪽)”

 

여행을 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들은 물론 자료사진 그리고 현지에 지원해준 다양한 사진들도 책의 내용을 풍성하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특히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비올레타 파라가 태어난 산카를로스에서 만난 칠레의 평원은 노란꽃 - 아마도 유채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 이 만발하고 있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사진을 오랫동안 넘기지 못했습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남미여행이 계획대로 되면 저자가 다닌 도시 가운데 몇 곳을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라틴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이 벌써 10년이 되었으니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듣기로는 칠레도 독재정권이 종식되어 이제는 민주정부가 들어서 과거를 청산하는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음악에 관한 책을 쓰는 일이 일종의 외도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만, 학문 간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통섭의 시대에 오히려 권장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구촌은 날로 좁아지고 있어 앎의 지평을 넓혀가기에는 제대로 된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한 세상입니다. 특히 남미에 관해서 말입니다. 남미의 문화, 특히 음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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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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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에도 묘하게 비슷한 성격의 책을 몰아서 읽게 되는 쏠림 현상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해 부터 다니기 시작한 해외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책읽기에 몰입하고 있습니다만, 사이사이에는 다른 분야의 책들을 읽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족이나 친지와 같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분들을 위한 책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어제 리뷰를 정리한 이시하라 가즈코의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http://blog.joins.com/yang412/13813712>가 있고, 다음 주에 긴 호흡으로 리뷰를 쓰게 될 최광현의 <가족의 발견>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의 경우에는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면 상처를 받을 일이 많아진다면서 ‘자기 위주’의 삶을 살기를 권하기도 합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주인공 아오야마는 사무실에서도 말단인 처지에 실적도 변변치 못해 부장으로부터 닦달을 당하는데 겨우 따낸 계약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계약이 취소당할 위기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말단 회사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오야마처럼 사무실에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한번쯤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만두었을 때 오라는 데가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은 갈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고 주눅이 든 채로 눈칫밥을 먹어가면서 버티기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포자기에 빠져 세상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람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아오야마 역시 안타까운 사례에 속할 수도 있었는데, 기연(奇緣)을 만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사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요? 지금 당장은 죽고 못살 것 같은 일도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면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주인공 아오야마가 퇴근길 전철역에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위태롭게 본 야마모토가 구원의 손을 내밀어준다는 것은 너무 우연에 기대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이 알고 보니 이미 죽은 사람이더라는 설정은 뒷골이 서늘한 느낌이 들어 여름에 읽으면 제격이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반전..... 너무 소설적이라서 현실감이 떨어져 보이는 느낌이 남은 것이 아쉽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야마모토가 초면의 아오야마에게 손을 내민 까닭을 “그날의 너와 똑같은 표정을 한 녀석을 아니까(106)”라는 알듯 모를 듯한 말로 설명했지만, 책을 읽는 저 역시 아오야마처럼 그 의미가 금방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야 주인공 앞에 나타난 야마모토가 심리상담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나 아오야마 역시 같은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작가는 이 책을 일종의 고단한 현실에 괴로워하는 직장인의 마음을 풀어주는 묘방(妙方)을 제시하는 것으로 읽었습니다. 당장 죽을 듯이 고통스러운 일도 생각을 바꾸어 보면 그저 한바탕 바람으로 지나가는 일이더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 말입니다. 회사가 나를 힘들게 하면 굳이 버티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정말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가진 힘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보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닐 것입니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가 많으면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작가의 첫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들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 <미생>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 그리고 신문지상을 통해서 흔히 만나는 불행한 사건들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느끼는 보통사람들의 감성을 일깨울 수 있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독자의 감성을 잘 읽어낸 작가의 후속작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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