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
오현호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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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자(老子)> 41장에 보면 “아주 흰 빛은 때가 낀 것 같고, 아주 큰 사각형은 모서리가 없는 것 같고, 큰 그릇은 더디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大白若辱 大方武無隅 大器晩成(대백약욕 대방무무우, 대기만성)]”는 구절이 있습니다. 노자에서는 거의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의미로 쓰였지만, 오늘 날에 와서는 뒤늦게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비유하는데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부시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는 대기만성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인간승리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삶을 부끄러운 듯 겸손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읽다보면 나름대로는 심지가 굳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뚝심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6학년 무렵 빚보증을 잘못서서 가세가 기울면서 일탈의 길을 걷던 우리의 주인공은 고3때는 49명 가운데 43등으로 내신 7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보이지 않은 뒷받침으로 외국어경시대회에서 입상하면서 국제화 특기생 지원 자격을 얻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형을 따라서 해병대에 자원입대를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때까지 막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저자는 해병으로 근무하면서 리더십을 배우게 되고, 세상을 사는 지혜를 터득하는, 그야말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군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그 두려움에 맞서지 못하고 피하려다보면 오히려 어려운 상황을 맞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대를 하고부터는 도전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국 일주 무전여행, 무작정 호주로 가서 스쿠버다이빙 강사자격 따기, 대학생 해외봉사단으로 성발되어 갔던 캄보디아 봉사활동, 한국산악연맹이 주관한 오지탐험대원으로 선발되어 아프리카 우간다의 르웬조리 산맥 등반, 스위스 로잔대학의 교환학생, 80일간의 유럽일주여행 등등... 재미있는 것은 이런 엄청난 일을 하는데 드는 비용을 일부는 자신이 벌어서 대기도 했지만, 몸으로 때우거나, 혹은 스폰서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입니다.

 

졸업하고서는 삼성전자의 북아프리카담당으로 취업에도 성공하는, 초년고생을 바탕으로 잘 풀리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잘나가는 인생의 중간에 또 다른 선택을 한 것을 보면 저자야 말로 역마살이 끼어도 단단하게 끼었던 모양입니다. 6일간 250km를 달리는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완주하고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전자에 사표를 던지고 파일럿에 도전한 것입니다. 먼저 국내 항공사의 운항인턴에 도전했다가 미역국을 먹고는 항공대학의 운항학과에 다시 입학을 한 것입니다. 이론교육을 마치고서는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 있는 플라이트 세이프티 인터내셔널에 입학하여 비행훈련을 받은 끝에 사업용조종사 자격을 획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꿈에 그리던 파일럿이 된 저자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국토교통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나라온이라는 비행기를 타고 세계일주를 해보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개발한 경비행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기획안을 준비하고 있어서 조만간 오현호기장이 조종하는 나라온이 세계일주에 나섰다는 뉴스가 전해질 것 같습니다.

 

누구나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회란 놈은 온다고 소문을 내고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느낌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기회를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실패도, 방황도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적은 꿈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부시파일럿, 나는 길 없는 곳으로 간다>는 스스로를 붙들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꾸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터득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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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속도 - 사유하는 건축학자, 여행과 인생을 생각하다
리칭즈 글.사진, 강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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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초가을에 부산에서 대구로 가면서 오랜만에 무궁화열차를 타면서 열차여행에 관한 옛 기억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735545). 때로는 걷기도 하고, 자동차 혹은 비행기나 KTX와 같은 초특급열차를 이용하여 여행을 합니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보면 이동수단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만의 건축학자 리칭즈교수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건축과 여행의 속도를 묘하게 버무려 <여행의 속도에 담았습니다. 이동수단은 달라도 최종 목적지는 건축 작품이 있는 곳입니다. 건축에는 문외한인데다가 저자가 소개하는 건축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건축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크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동수단에 관한 저자의 생각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공감하던지 아니면 의문이 생기던지...

 

‘인생이라는 여행’이라는 제목을 단 프롤로그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여행을 하다 보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라는 첫구절부터 의문이 생깁니다.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무심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았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겠지요... 저자가 인용한 ‘여행은 사고를 촉진한다. 이동 중인 비행기, 배, 기차는 우리 내면의 대화를 가장 잘 이끌어 내는 수단이다.’라고 한 알랭 드 보통의 말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제 경우는 걷는 동안 생각에 빠져들 때가 많은 편입니다.

 

저자는 ‘여행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이 책을 쓰면서 사고, 생명, 관찰, 그리고 이동이라는 개념에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모두에 들고 있는 네 가지 개념에 대한 간략한 요약들 가운데 역시 공감되는 부분과 의문이 드는 부분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비판적으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본문은 이동수단의 속도에 따라서 모두 7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시속 250-350km의 고속열차의 도시여행, 시속 100-150km의 철로 주변의 작은 마을여행, 시속 80-100km의 도로 위의 자유여행, 시속 30-80km의 전차와 사색여행, 시속 20-30km의 여객선과 바다여행, 시속 2-4km의 작은 골목의 소박한 여행, 그리고 시속 0km의 고요한 묘지여행 등입니다. 사실 다른 6종류의 여행속도는 작가 중심의 속도임을 알겠지만, 묘지를 돌아보는 것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묘지에 묻혀 있는 사람의 속도인 0km로 나타낸 것은 주체와 객체의 불일치는 점에서 어색해보입니다.

 

고속열차를 이용한 여행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중년의 여행은 청춘의 그것처럼 느긋할 수 없다. 일반열차에 앉아 지루한 시간을 참아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유한한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일생의 꿈을 실현해야 한다.” 차라리 청춘보다는 노년의 여행과 비교했더라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도쿄에서 아키타로 가는 고속열차여행에서의 느낌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바 있습니다. “슈퍼 고마치는 날카로운 검처럼 전방을 향해 내달렸다. 창밖 풍경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뭉개지며 모호한 잔상을 남겼다. 나는 서서히 흐릿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56-58쪽)”, 그런데 곧 이어서 작가의 시선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체가 빨간 슈퍼 고마치는 마치 일본 설화에 나오는 요괴처럼 구불거리며 하얗게 눈 덮인 산기슭 위를 천천히 지나갔다.(59쪽)” 저자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지, 기차 위에 떠서 공간이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얻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지금은 타이페이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18개의 여행 가운데 3건의 프랑스여행, 2건의 미국여행 그리고 1건의 스페인 여행이며 나머지는 모두 일본에서의 것이며, 타이완에서의 여행은 한 편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어디에도 설명이 없습니다. 저 역시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한 여행의 느낌을 정리해보고 있습니다만, 어떻든 흥미로운 여행에세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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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일요일 2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4
김재호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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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우리네 옛말처럼, 요즈음 바깥세상 구경하는 재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 번 여행지는 남미로 정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보다도 아무리 여행사상품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체력이 받쳐줘야 여행도 가능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체력이 필요한 곳을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세상 구경을 하는 목적이나 방식도 사람들 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간혹 왜 여기엘 다녀왔을까? 그리고 왜 이런 책을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겠지 싶다는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멕시코 일요일 2시>는 제목부터 헷갈리면서 여행을 따라가는 것도 공감이 쉬이 되지 않는 점이 많았습니다. 다만 <멕시코 일요일 2시>를 쓴 김재호님이 카피라이터로 7년 동안 활동하셨다는 점, 그리고 취미가 아닌 치유를 위한 여행이었다고 적은 것을 감안하여 공감해보려 꽤나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방송을 접으면서 지나치게 타성에 젖어드는 것 같아서 재충전을 위하여 잠시 쉬고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연예인들은 자진해서 방송을 쉬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카피라이터는 늘 새로운 한 방!을 뒤쫓는 직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뭔가 새로운 것에 늘 목말라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유럽으로, 중남미로 자유롭게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멕시코 일요일 2시>에는 유럽여행과 남미여행 사이에 돌아보았던 멕시코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유여행이라고는 하지만 대책 없이 지르는 것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출발이 지연된 마드리드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 그것도 프랑스남자와 스페인 남자들이 가는 곳을 따라서 방문하기로 한 것은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말렸을 것 같은 여행입니다.

 

저자가 편견이 없고, 겁 없는 30대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현지사정이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는 장소를 그것도 초면인 사람과 동행한다는 것은 절대로 말려야 한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제 경우는 해외출장이 대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보안이 확인되지 않은 장소는 절대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행기를 읽다보면 저자는 직업의 영향 때문인지 상당히 개방적인 성격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쉽게 친해지는 듯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 일본이나 중국에서 온 젊은이들도 역시 개방적인 것 같았습니다. 결국 통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알아본다는 것인가요?

 

어떻든 낙천적인 멕시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중심으로 기록한 여행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드리드에서 정오에 출발하기로 한 멕시코 항공사의 비행기가 무려 여덟 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이 열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예닐곱 명의 멕시코 청년들이 기타를 치면서 즉석 콘서트를 시작하자 항의하던 사람들까지 가세해서 심란한 상황을 즐거운 분위기로 바꾸어 버리더라는 경험을 읽으면서 멕시코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멕시코에 관하여 전해오는 이야기를 인용합니다. “각 나라의 정상들이 모여 신앞에서 왜 멕시코에는 과일이며 자원을 저렇게 왕창 주시고 우리들에겐 이렇게 박복한 환경을 주셨습니까, 라고 항의를 했더니, 신께서는 대답하기를, 그 대신 멕시코에는 (게을러터진) 멕시칸을 주지 않았느냐, 하며 웃으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멕시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의외로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하여 멕시코의 안티구아나 케찰테낭고를 방문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글쎄 스페인어가 두어 달 만이면 쓸 만큼 완성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유여행을 간다면 떠나기 전에 어느 정도는 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알랭과 안드레를 제외하고는 모두 멕시코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따라서 찰미타, 멕시코시티, 구아나후아토, 쿠에르나바카, 오악사카, 산 크리스토발, 구아다라하라, 모렐리아, 익타빠, 지후아타네오 등을 느리게 여행한 자국들을 한가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치유의 여행이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재충전을 위한 여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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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발견 - 가족에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한 심리학
최광현 지음, 윤나리 그림 / 부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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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장면을 지켜보다 흉기로 아버지를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 11살 소년의 사건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폭력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나 11살에 불과한 소년이 흉기로 아버지를 찌르게 된 상황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굳이 이 사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가정폭력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은 폭력의 주체와 대상이 모두 가족구성원이 되는 아동학대, 남편학대, 아내학대, 존속학대 등 모든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문제행위가 포함됩니다. 가정폭력은 아동기에 이미 씨가 뿌려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동기에 폭력을 직접 경험하거나 보고 자라면 공격행위와 자기를 합리화하는 기술을 습득하며 그런 행위에 대하여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혹자는 가정폭력의 당사자가 정신질환, 인성적 결함, 알코올과 약물남용 등과 같은 개인의 비정상적 속성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하지만, 모든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특히 성격적, 정신적 특성으로 생기는 가정폭력의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폭력으로까지 발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끼리도 서로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와 상쇄되어 드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때로는 마음의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처로 남을 수도 있는 심리적 부담을 덜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가족은 자신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심리치유 전문가 최광현 교수의 <가족의 발견>은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과 그렇게 생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독일 본대학교에서 가족상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특히 상처를 안고 있는 가족을 치료하는 분야를 전공하였습니다. 학위를 받고서 본대학병원에서 임상상담사로 일하였고, 루르(Ruhr)가족치료센터의 가족치료사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내담자들의 가족이 안고 있는 갈등과 아픔을 목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가족치료는 가족들 사이에 있었던 갈등으로 인한 상처를 잊게 하거나 애써 무시하도록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의미 전환’, ‘재구성’, ‘긍정적 피드백’이라고 부르는 치료기법, 즉 심리적 상처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힘든 일을 많이 겪을 수 있는데, 때로는 마음에 상처로 남을 수 있는 충격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심리적 외상(psychotic trauma)를 겪으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기전이 작동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세상과 다른 사람을 볼 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거나 부정적인 경향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거듭되면 세상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견고해지면서 타인과의 사이에 벽을 쌓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기억을 없애주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해줄 수 있다면 완벽한 치료가 될 것입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최근 “전기경련요법(ECT: electroconvulsive therapy)을 사용하여 불편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선택적으로 교란해 떠오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라포르시안 뉴스 2013년 12월 28일자 기사. [미리안 브리핑] “불편하고 아픈 기억만 골라서 지워드립니다”; http://blog.joins.com/yang412/13305523). 하지만 아직은 실용화 단계까지 이른 것은 아닙니다.

 

심리적 외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심리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적 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주는 것으로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회피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해준다. 사고의 틀을 바꾸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트라우마는 회복될 수 있다.(13쪽)”라고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족과의 소통과 공감이 큰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족 역시 아픔과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가족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의 발견>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착한 사람은 행복하기가 어렵다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제1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제2부 ‘상처받은 가족’에서는 화목하게 보이는 가족들이라도  다양한 형태로 심리적 외상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3부 ‘가족의 발견’에서는 가족들이 왜, 어떠한 방식으로 심리적 외상을 주고받는지, 그 과정에서 가족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깨닫고 가족 안에서의 내 자리를 찾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마지막 제4부에서는 가족들을 보듬어 서로에게 힘이 되는 길을 찾습니다.

 

저자는 주제와 관련된 자신의 상담사례를 인용하면서 또 사례에 잘 맞는 심리학분야의 논문을 이끌어 와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주제 착한사람 콤플렉스에서는 모두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을 서울올림픽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합니다. 당시 요트 남자 470급에 출전한 캐나다의 로런스 르뮤선수는 갑자기 불어온 강풍에 밀려 싱가포르선수들이 바다에 빠지자 곧바로 뛰어들어 구해냈다고 합니다. 상황이 생겼을 대 르뮤선수는 2위를 달리고 있어 메달획득이 유력하였고, 경기장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선수들은 구조될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르뮤선수의 행동은 위대한 스포츠 정신의 표상으로 칭송을 받아 마땅합니다. 올림픽경기의 정신 또한 그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림픽경기가 국가 간 경쟁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본다면 캐나다선수단이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쉬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진단합니다.

 

르뮤선수는 평소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경험으로 보면 심리상담실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한 사마리아인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착한 어린이가 되라고 배워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는 순간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금세 배우게 되고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 안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누르고 타인에게 나를 맞추려는 노력은 자신의 내면에서 커다란 긴장과 갈등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한 긴장이 임계점을 넘어설 때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더 참아야 했던 것 아니냐고 따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람마다 임계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에 대하여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인하여 심리적 상처를 받게 됩니다. 이러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수치심이나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현재의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정이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과거의 경험은 언제까지도 고통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단계로는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입니다. 물론 용서가 쉽지 않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보다도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는 상처가 된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의 고통은 사실 기억을 되새기기 때문에 치유되지 않는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새기는 일은 좁은 시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나오는 “새의 시각으로 보면 그대를 괴롭히던 많은 쓸데없는 것들이 지워 진다”라는 대목을 기억하라고 권합니다. 하늘 높이 떠서 세상을 넓게 보는 새처럼 시야를 넓혀서 문제를 조망하게 되면 고민하던 문제가 별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외견상으로 보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은 가정에 의외로 문제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러내놓고 표현을 하지 않아서 가족의 구성원이 서로에게 주는 고통과 상처의 원인과 결과를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우리의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돈만 벌어오는 가장’, ‘중독’, ‘무기력’이라는 3종 세트가 가족에게 아픔과 상처를 안기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합니다. 특히 가족 안에서 건강한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두 가지 유형을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가족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간섭하는 아버지이고 두 번째는 가족에게 무관심하고 무신경하고 방관하는 아버지입니다. 사실 두 유형은 아버지의 역할에서 극단에 해당하는 양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유형을 조화시켜 중용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아버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요즈음 헬리콥터 부모라는 신조어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저 역시 헬리콥터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상한 차원을 넘어서는 부모 탓에 자녀들이 불편한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경향까지도 생기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자녀의 회사 일까지도 도와주는 부모도 있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간호사로 일하는 딸이 힘들까봐 어머니가 보내준 도우미가 병원 일을 거들어준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과보호는 오히려 자녀를 망치는 길이기도 합니다. 장성해서 독립할 나이가 되면 둥지를 떠나보내는 것이 자녀를 위한 길입니다. 빈 둥지만 남더라도 말입니다.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통이라고 합니다. 저의 선친께서는 ‘대화효’를 강조하였습니다. 화제가 무엇이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효라는 것입니다. 선친께서도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자주 물으시기도 했지만, 물으시는 일 이외에도 보고들은 이야기를 전해드리기도 했던 것입니다. 평소에는 지켜보시는 편이었지만, 문제라고 보신 상황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해결방안을 같이 고민하시기도 하는 중용에 가까운 위치를 잘 지키셨던 것입니다.

 

가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독일 상담가 에바 마리아 추어호르스트의 말을 새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족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하고, 마음을 열고, 상대에게 베풀고, 용서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를 실천하면서 산다면 그동안 서로 치열하게 싸웠던 자신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갈등의 플로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268쪽)” 서로 간에 갈등을 빚는 일은 줄을 마주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줄을 마주 당기다 보면 팽팽해지는데, 어느 쪽에서 느슨하게 풀어주지 않으면 결국은 줄이 끊어지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끌려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밀고 당기는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입니다. 대립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면 다음에는 양보와 화합의 선순환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얼마전 [북소리]에서 스티브 아얀의 <심리학에 속지 마라;  http://blog.joins.com/yang412/13806701>를 소개하면서 심리학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발견>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행복의 처방전을 나누어주고, 스스로 삶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으며, 마음속 깊은 바닥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확신을 안겨주는 등, 심리학 관련 책들이 범하기 쉬운 일반적인 접근방식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보았기에 [북소리]에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누구나 드러내기 어려운 저자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사례로 들고 있는 점도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 심리학자 이름트라우트 타르는 “가족 안에는 태초부터 내려오는 신뢰가 존재한다.(277쪽)”라고 했다는데, 사실 현대 들어서면서 대가족이 해체되어 핵가족화되면서 가족들 사이의 연대가 많이 희석된 것 같습니다. 먼 곳에 있는 가족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혈족이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새기는 좋은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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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남미 (2017~2018 최신 정보) - No Plan! No Problem! 인조이 세계여행 21
함병현.홍원경 지음 / 넥서스BOOKS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남미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미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물론 가이드가 안내를 할 것으로 생각은 하지만, 일정에 있는 방문지에서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를 미리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ENJOY 남미>는 잘 구성된 여행안내서입니다. 기본적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브라질 그리고 볼리비아 등 5개국에 있는 명소에 갔을 때 보지 못하면 섭섭할 것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프에르토 이구아수, 엘 칼라파테, 우수아이아, 바릴로체, 멘도사, 살타 등이며, 칠레에서는 산티아고,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칼라마, 아리카, 이스터섬 등입니다. 페루에서는 리마, 이카, 나스카, 쿠스코, 맞추픽추, 푸노 등이며, 브라질에서는 리오 데 자네이루, 마나우스, 포스 두 이구아수 등입니다. 마지막으로 볼리비아에서는 라파스, 코파카바나, 우유니, 투피사 등입니다. 아마도 이번 남미여행에서는 저자들이 추천하는 곳들을 모두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보는 남다른 점은 15박 16일, 한달코스, 남미 풀코스 등으로 구분한 추천코스가 정리되어 있는 것과 천혜의 자연코스, 남미의 역사, 남미 이야기, 남미 식도락, 열정의 댄스, 신비한 동물의 세계, 남미 각 분야의 최고, 남미의 예술, 남미의 악기들, 남미의 유명인사에 관하여 따로 정리해둔 것 등이 될 것 같습니다. 교통, 숙소, 음식, 관광 요금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보도 잘 요약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별 방문지에서 중요한 볼거리에 대한 것들도 잘 요약이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구아수 폭포의 백미’라고 한 악마의 목구멍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이곳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정말 이름 그대로 악마의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총 4km의 폭을 자랑하는 이구아수 폭포 중에서 가장 많은 유량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악마의 목구멍이다. 지구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이 끝도 없는 물줄기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이 끝도 없는 물줄기가 하나의 구멍을 향해 쏟아져 내린다. 악마의 목구멍 앞에서는 감탄사도 필요 없고 어떠한 잡념도 필요 없다.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감동을 느껴 보자.(60쪽)”라고 했습니다.

 

남미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보통 12월에서 2월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춥기 때문에 따듯한 남쪽나라로 가는 것도 좋지만 결정적인 것은 이때가 우기라서 이구아수 폭포의 유량이 풍부하고, 파타고니아 빙하에서는 빙벽이 무너지는 장관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유니 소금사막에 물이 고여 하늘과 땅을 구분할 수 없는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비를 맞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기를 피해 다니는 편인데, 걱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스페인에서나 터키, 발칸에서도 비를 맞는 적은 별로 없고, 비는 주로 이동하는 동안에 내렸던 행운이 남미에서도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칠레와 볼리비아가 빠지고 콜롬비아와 멕시코가 더해지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의 일정도 짧기 때문에 이 책에 실려 있는 좋은 정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페루에 관한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백을 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을 터인데도 좋은 사진들을 많이 싣고 있어서 이 또한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본문에 실려 있는 방문지의 지도는 물론 별책부록으로 덧붙인 남미 여행지도 역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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