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나라들
토니 휠러 지음, 김문주 옮김 / 컬처그라퍼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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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여행은 저의 책읽기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토니 휠러의 <나쁜 나라들>은 최근에 다녀온 쿠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읽게 되었습니다. 토니 휠러는 여행자들에게는 복음서와 같은 여행 전문서적들을 내고 있는 출판사 론리 플래닛의 창설자입니다. 저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몇몇 국가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을 계기로 이상하고 나쁜 나라의 속살을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자가 나쁜 나라로 분류하는데 적용한 악의 계수는 과학적인 측량법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세 가지 기준을 적용했다고 했습니다. 자국민을 어떻게 다루는가, 테러리즘에 관련되어 있는가,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되는가 등인데, 각 분야마다 0(문제 없음)에서 3(악의 전형)까지 점수를 매겨서 합산한 값으로 정했는데, 개별 지표에 대하여 각국의 사정을 들어 가감하기도 합니다. <나쁜 나라들>에는 리비아, 미얀마(미얀마),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알바니아, 이라크, 이란, 쿠바 등 9개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수긍이 가는 국가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가 포함된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각국을 여행하게 된 동기는 물론 입국에서 출국까지의 과정, 각국에서 무엇을 보고 겪었는지, 음식이라든지 만난 사람들에 관한 것까지 시시콜콜 적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국이 처한 국내외 상황에 관한 역사적 사실도 요약하고 있어 이해를 돕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양비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과연 역사를 기록하는데 있어 중립적인가하는 문제는 논외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전쟁에서 누가 먼저 전쟁을 시작했는가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다. 북한은 남한이, 남한은 북한이 먼저 도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양측에는 팽팽한 전운이 감돌았고, 양측에 자금과 무기, 전술을 지원한 미국과 러시아 역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 한국전쟁에서 누가 먼저 총격을 시작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찌 되었건 결국에는 일어나고 말았을 전쟁이었다.(109쪽)”


바로 미국의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 석좌교수)가 1981년 출간한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누가 방아쇠를 먼저 당겼느냐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전은 해방 이후 만들어진 내부의 모순에서 비롯된 ‘내전’으로 성격을 규정함으로써 나오게 된 ‘남침 유도설’ 또는 ‘남침 묵인설’에 공감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한측이나 미군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개전 직후부터 밀리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낙동강변으로 밀려내려갔겠는가 하는 정도만 생각해도 모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북한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나쁜 나라로 규정하고, 저자가 정한 악의 계수 7점으로 가장 높은 국가로서 구제불능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2007년에 출간된 점을 고려한다면 쿠바에 대한 저자의 기술은 많이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과 쿠바는 2015년 7월 1일, 54년 6개월만에 국교를 정상화한다고 전격 발표한 이래 쿠바의 국내 사정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사회주의를 국시로 하는 점은 변하지 않았지만, 경제운용 면에서는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허용되는 개인사업의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개인들 역시 자본주의에 눈을 떠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동안 방치되었던 사회 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에 퇴락한 건물들이 여전히 방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곳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등, 역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졌습니다. 아바나의 거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올드카가 넘쳐나고 있는 것인데, 미국의 봉쇄정책 때문에 소비재의 수입이 여의치 않았던 탓에 지금은 보기 힘든 올드카가 거리마다 넘치고 있었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쿠바사람들이 이미 단종된 올드카의 부품을 만들어 움직이고 있는 것인데, 앞으로는 보기 힘들 수도 있어서 일찍 쿠바를 방문할 것을 권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머지 7개국을 방문하면서 저자는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우선적으로 챙겨보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몇 개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한나절에 돌아보는 등 주마간산 식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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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살림지식총서 100
이진홍 지음 / 살림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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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주간의 긴 여행을 하면서 여행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왜 여행을 떠나는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대체적으로 두루뭉술하게 답변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앎을 넓히고, 삶에 대한 시야를 넓힌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남이 다녀왔다는 이유로 가보는 따라쟁이도 있고, 남들과는 차별화된 무엇을 만족시키려는 자기만족형 혹은 과시용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행이야기>는 왜 여행을 떠나게 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는 책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여행의 초대’라고 한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여행의 역사를 더듬어봄으로써 여행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의 형성과 같이 해왔는지를 생각해볼 것이고, 그 다음에 여행의 사회학적․심리학적 의미를 추적함으로써 여행에 대한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5쪽)”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책의 전반부에서는 고대로부터 근대의 대항해시대에 이르기까지 여행의 역사를 짚고, 이어서 무엇 때문에, 어떻게 여행을 하는가를 살피고 있습니다. 여행에 대한 단상은 여행에 대한 저자의 소략한 상념을 정리한 것인데, ‘여행은 여성 해방의 지표인가’라는 부제를 단 “참여와 배제”라는 마지막 장은 전체 맥락과는 조금 동떨어진 주제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자는 여행의 기원을 인류의 기원으로까지 거슬러 오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동부지역에 등장한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동한 것을 여행의 시초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식량을 구하기 위한 이동을 여행으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를 생각해볼 일입니다.


저자 역시 생명유지와 종족 보존이라는 차원에서의 이동의 본능이 인류 역사의 궤적을 이루고 있지만, 19세기 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이동을 근대적 의미의 여행의 시작으로 보았습니다. 즉 여가활용의 방법으로 이동, 즉 여행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관광으로서의 여행을 맨 처음 유행시킨 것은 북서부 유럽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영국사람들은 기후 탓인지 일찍부터 유럽의 온천지대를 즐겨 찾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6개월에 걸쳐서 프랑스를 거쳐 로마에까지 이르는 긴 여정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19세기 들어 영어에 ‘touriste’라는 합성어가 등장하고, 존 머레이는 유럽대륙의 여행안내서 <여행편람(1838)>을 펴내기도 했던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떠나는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조금 특별해보입니다. 폴 모랑의 <여행>에 나오는 “근대적 의미에 있어서 여행은 반사회적 행동이다. 여행자란 굴복하기를 거부하는 자이다.(51쪽)”라는 구절을 인용한 저자는 여행의 의미로 도피를 먼저 거론합니다. 하지만 빚쟁이처럼 야반도주하는 경우나, 현실에 마주하기에 지친 사람의 경우도 있겠지만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여행이 모두는 아닐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 글의 말미에 “여행이란 단순하게 말하자면 세계의 다양성과 마주하는 것이다. (…) 모든 사람의 여행에는 그들을 떠나게 만드는 복잡한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이다.(58쪽)”라고 정리한 부분이 더 공감된다 하겠습니다.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하여, ‘한 발짝 두 발짝 혹은 느리게’라거나, ‘조금씩 나를 비우기’와 같은 원칙적인 이야기도 나오면서, 인증샷에 대해서도 ‘소유냐 존재냐’하는 거창한 논제로 발전시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란 그 동안 내적으로 축적된 정보와 지식과 통찰의 능력이 외부의 경험과 균형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되도록 많은 사물, 장소 그리고 사람들과 접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70쪽)”라는 여행의 정의가 철학적이면서도 실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도 조금은 논점을 비약시키는 것 아닌가 싶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단상에서도 ‘여행을 근대적 형태의 전쟁’이라는 도전적 시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 역시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든 여행의 의미를 새겨보는 좋은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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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작가 - 43인의 나를 만나다
장정일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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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는 인터뷰어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김명수기자의 <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 http://blog.joins.com/yang412/13046338>을 읽고서 막연하던 생각이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하면, <장정일, 작가>를 읽고서는 윤곽이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시인이자 작가 장정일은 <장정일, 작가>는 ‘장정일이 만난 작가’를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정일작가 역시 젊어서 인터뷰어를 꿈꾸었다고 합니다. “인터뷰는 명성 있는 인사를 만나, 그들을 독선생으로 모시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다가 이 일은 유명 인사의 후광에 힘입어 내 이름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11쪽)”라는 속셈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 번씩이나 인터뷰어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매번 ‘때려죽여도 하기 싫은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창작은 극히 개인적인 일이었던데 반해, 인터뷰는 상대의 말을 듣는 기술이다. 창의적인 일이라고 내세우기 꽤 애매한 이 일은, 글을 정리하면서 인터뷰이의 눈치도 봐야 하고, 자칫하면 욕까지 얻어먹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장정일, 작가>는 그가 마지막으로 맡았던 인터뷰 연재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장정일, 작가>에서는 모두 43명의 인터뷰이를 만나고 있습니다. ‘장정일이 만난 작가’를 의미한다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터뷰이들 모두 책을 쓴 작가들입니다. 다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작가라고 부르는 소설가나 시인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협소한 의미의 문학으로 온전하게 포획되지 않는 또 다른 문학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교양과 글쓰기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즉 언어로 사고하는 사람들, 그것을 문서의 형태로 남긴 사람들 역시 작가라고 함이 옳겠다는 장정일 작가의 철학을 내비친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만난 43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들을, ‘1부 시대를 만나다, 2부 교양을 만나다, 3부 인문을 말하다’로 구분하였습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이 하는 일을 보면 장정일작가의 시야가 얼마나 넓게 열려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1부 시대를 만나다편에서는 문화연구자, 일문학자, 음식칼럼니스트, 사진작가, 정치평론가, 희곡작가, 영문학자, 극작가 등을, 2부 교양을 만나다편에서는 만화가, 나무칼럼니스트, 영화저널리스트, 칼럼니스트, 소설가, 큐레이터, 연극평론가, 영화문화연구자, 지구물리학자, 기업인, 바이올리니스트, 미학자, 방송인, 3부 인문학을 만나다면에서는 역사학자, 한국문화연구자, 방송기자, 동양철학자, 서양사학자, 인도사연구가, 자유저술가, 생태경제학자, 정치학자, 러시아문학연구자, 고전평론가, 강호동양학자, 국문학자, 문학자, 신화학자, 역사에세이스트, 한국고대사학자 등으로, 중복되는 분야라고는 5개 정도에 불과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매번 서평 혹은 에세이를 쓴다는 생각으로 인터뷰를 했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장정일 작가는 인터뷰이가 쓴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저자의 집필의도 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장정일, 작가>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인터뷰한 저자 혹은 그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는 결과를 낳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작가가 만난 인터뷰이의 작품 가운데 몇 권을 챙겨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서평을 담은 책의 경우는 원작이 서평을 쓴 사람의 생각으로 굴절되어 전해지는 반면, <장정일, 작가>의 경우는 장정일 작가의 해석에 더하여 원작자의 의도가 분명하게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론의 뭇매를 각오하면서까지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담은 일문학자 박유하와 서양사학자 이용우의 책을 우선 고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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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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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북소리]에서 소설을 소개합니다. 2013년 맨 부커상을 수상한 엘리너 캐턴(Eleanor Catton)의 <루미너리스(The Luminaries)>입니다. 맨부커상은 영국과 영연방 작가들이 발표한 작품 가운데 한 해의 최고 소설을 가리는 영국의 문학상입니다. 출판과 독서증진을 위한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Book Trust)의 후원으로 1968년 시작한 이 상은 부커-맥코넬(Booker-McConnell)사가 주관하였기에 부커-맥코넬상이라고 부르다가 2002년부터는 금융기업인 맨그룹(Man group)이 5만 파운드의 상금을 내면서 후원을 시작하면서 맨-부커(Man-Booker)상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Wikipedia; Man Booker Prize; https://en.wikipedia.org/wiki/Man_Booker_Prize)


2011년 이 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http://blog.joins.com/yang412/12623266>를 읽고서 이 상의 무게를 알게 되었습니다.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로만 <루미너리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습니다. 엘리너 캐턴의 <루미너리스>가 맨-부커상의 역대 작품들 가운데 최연소 작가라는 점, 원작기준으로 800쪽에 달하는 가장 긴 작품이라는 기록을 세웠다는 점도 기억할만합니다. 특히 <루미너리스>는 데뷔작 <리허설>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천재성이 주목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엘리너 캐턴은 캐나다에서 출생하여 뉴질랜드에서 성장하였습니다. 그녀의 성장배경이 타스만해에 면한 뉴질랜드 남섬의 중간쯤에 있는 호키티카 지역을 중심무대로 하고, 골드러시가 한창이던 19세기 중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쓰게 했던 것 같습니다.(Wikipedia. West Coast Gold Rush; https://en.wikipedia.org/wiki/West_Coast_Gold_Rush) 뉴질랜드 골드러시의 중심지였던 오타고가 아닌 호키티카를 무대로 고른 것도 저자의 면밀함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호키티카강의 어귀에 형성된 삼각주는 바다로 나가는 항로를 위협하는 요소로서 드나드는 배가 난파할 수 있는 의외의 상황을 설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황금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을 점성술에 기반하여 설명합니다. 사실 점성술은 천문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사를 설명하거나 예측하려는 기술입니다. 위키백과에서는 “점성술(占星術, astrology)은 인간 세계에서 천문학상의 현상과 사건이 관계가 있다고 믿는 신앙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에서 점성술은 태양과 달 그리고 다른 행성 객체들의 위치에 기반하여 개인의 성격을 설명하고 그들의 인생에서 미래의 사건을 예언한다고 주장되는 천궁도의 체계로 거의 대부분이 구성된다. 많은 문화가 천문학상의 사건에 중요성을 두고 있으며, 인도인과 중국인 그리고 마야인들은 천체 관찰로부터 지상의 사건을 예언하기 위한 정교한 체계들을 발전시켰다.”라고 설명합니다(위키백과, 점성술; https://ko.wikipedia.org/wiki/%EC%A0%90%EC%84%B1%EC%88%A0). 서양에서는 점성술을 ‘astrology’라고 해서 학문의 한 영역으로 격상시키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래서 위키백과에서도 의사과학이라고 하지만, 회의주의자 마이클 셔머는 의사과학을 비과학 혹은 사이비과학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말 ‘점성술’이 적절한 용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양의 점성술은 개인의 출생시간에 해당하는 천궁도의 구성을 기반으로, 황도대에 있는,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사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등 열 두 개의 별자리로 구분하여 개인별 특성을 부여하고,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일곱 개의 천체의 움직임으로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것입니다.(위키백과, 서양점성술; https://ko.wikipedia.org/wiki/%EC%84%9C%EC%96%91_%EC%A0%90%EC%84%B1%EC%88%A0) 저자가 <루미나리스>에 배치한 점성술적 요소를 살펴보면, 전체 이야기를 12개의 장으로 구분한 것이나 사건의 본질은 아니지만 사건이 전개되는데 기여하고, 사건으로 인하여 이해가 달라지는 12명의 등장인물을 별자리에 따라 배치한 것이 있습니다. 당연히 사건의 핵심이거나 사건해결을 주도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7명의 인물은 일곱 개의 천체에 해당하는데 사실 행성이라고 했지만, 태양을 행성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특이하게 사건의 중심에 있는 크로스비 웰스를 육지로 정하고 있는 점은 해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떻든 점성술을 이야기를 설명하는 요소로 가져온 것은 신비감을 더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점성술에 대한 기본적인 앎이 부족한 저로서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행성과 육지에 해당하는 8명의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이며, 욕망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별자리에 해당하는 12명은 핵심인물이 벌이는 사건에 끼어들어 사건을 변주하는 역할입니다. 물론 이들이 없었더라면 밋밋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번역된 책이 1권 528쪽, 2권 676쪽, 도합 1204쪽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아주 짧게 요약하면 프랜시스 카버와 리디아 그린웨이 그리고 크로스비 웰스 세 사람 사이에 엮인 삼각관계에 안나 웨더렐과 에머리 스테인스가 끼어들어 다각관계로 발전한 것입니다. 물론 여기 더하여 행성에 해당하는 나머지 인물과 별자리에 해당하는 12명의 등장인물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함으로서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건 전개의 핵심은 크로스비 웰스의 죽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이 자살 혹은 아편으로 인한 중독사 정도로 처리되고 오히려 그가 남긴 유산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경향으로 흐른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범죄와 관련된 법의학과 인연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사실 4부의 ‘팽가-와-와’라고 보았습니다. 안나 웨더렐과 에머리 스테인스가 리디아 그린웨이(크로스비 웰스의 부인이었다가 그의 사후에 프랜시스 카버와 재혼하게 됩니다.)-크로스비 웰스와 프랜시스 카버 사이에 황금 4천 파운드를 둘러싸고 벌인 음모와 관련하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변호를 맡은 월터 무디에 의하여 무죄를 받게 되고, 의혹이 리디아와 카버로 튀는 과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4부의 앞뒤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이 사건 범행의 배경을 설명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상황설명의 백미는 1권의 전체에 해당하는 1부 ‘구 안의 구’입니다. 여기에서는 별자리에 해당하는 12명의 등장인물들이 크라운호텔 흡연실에 모였다가 우연하게 등장한 월터 무디에게 크로스비 웰스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에서 각자 알고 있는 정황과 역할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이어지지만 크로스비-리디아-카버-스테인스-웨더렐 사이의 관계는 변죽을 울리는데 머물고 있어 사건의 정황을 꿰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만 이런 설정에서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크로스비의 죽음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고 처리된 것처럼 교도소장 조지 셰퍼드가 모자장수 숙 용승을 살해한 것, 조지 셰퍼드의 형이 살해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숙 용승이 무죄로 방면되었음에도 그 사건의 범인에 대한 후속조사가 언급되지 않은 점, 심지어 재판이 끝난 다음에 교도소로 향하던 프랜시스 카버가 누군가에 맞아 살해된 사건도 더 이상 언급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점들이 적지 않습니다. 즉 <루미너리스>에 등장하는 4건의 변사사건을 저자는 가볍게 처리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다만 등장인물 특히 7명의 천체에 해당하는 사람들 사이에 얽힌 관계를 설명하는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점성술에 너무 몰입한 탓일까요? 점성술에 대한 저자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양자리는 집단적인 관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황소자리는 주관적인 태도를 단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쌍둥이자리의 규칙은 배타적이고, 게자리는 원인을 찾고, 사자자리는 목적을 추구하며, 처녀자리는 계획을 바란다.(2권 250쪽)” 그런데 저자는 별자리의 특성의 또 다른 의미를 제시합니다. “12궁의 두 번째 행동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천칭자리는 개념으로, 전갈자리는 재능으로, 궁수자리는 목소리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염소자리에서 우리는 기억을 얻고, 물병자리에서는 통찰력을 얻는다. 그리고 12궁에서 가장 오래되고 마지막을 점하는 물고기자리에 와서야 일종의 자아를 얻어 완전해진다(2권 250쪽)” 그러니까 별자리는 삶의 궤적에 해당하는 것인가 봅니다.


별자리의 특성 뿐 아니라 행성의 움직임이 별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행성들은 움직이는 별들의 캔버스 속에서 위치를 바꾸었다. 태양은 기울어진 황도의 원을 따라 12분의 1만큼 전진했고, 이 움직임에 따라 전체적으로 새로운 세상의 규칙이, 새로운 시각이 나타나게 되었다.(2권 10쪽) <루미너리스>에서는 리디아가 점성술을 하는 것으로 등장합니다. 안나와 에머리의 관계를 예측하는 것에만 국한되기는 합니다만, 자신은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미래를 보았더라면 크로스비와 결혼을 미루고 카버를 기다려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결국 점성술을 하는 사람도 자신의 미래를 점칠 수 없다는 속설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일은 <루미너리스>에 행성으로 등장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별자리를 가지고 있을 터인데 행성의 역할을 부여한 것도 의문입니다.


<루미너리스>를 읽으면서 덤으로 챙기는 역사적 사실은 원주민 혹은 이주민에 대한 호주와 뉴질랜드 사람들의 시각입니다. 흔히 호주가 백호주의를 견지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가 백호주의를 내세운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고 합니다. 1850년대 호주의 빅토리아주를 중심으로 한 골드러시가 일었을 때 많은 이민자가 몰려들었는데, 특히 중국계 이민자가 많아서 1881년에는 5만 명에 달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저임금의 중국인 노동자는 백인 노동자의 임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1888년 중국계의 이민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이를 더욱 강화하여 1896년에는 호주에서는 모든 유색인종을 배척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연방이 성립한 1901년에 통과된 이민제한법으로 정식 도입된 백호주의는 1975년 인종 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뉴질랜드의 경우는 호주처럼 법으로 강제하지는 않았지만, 원주민을 비롯한 유색인종을 비하하는 관념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루미너리스>를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구 안의 구’를 읽기 시작하면서 월터 무디가 사건을 해결하는 핵심인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즉,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큘 포와르,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과 같은 캐릭터 말입니다, 하지만 ‘구 안의 구’에서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을 뿐이며, 재판과정에서 피고인 안나와 에머리의 변호인으로 등장하여 놀라운 반전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면서 관련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던 것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단독 주연은 없고 여러 인물들이 일정한 역할을 맡는 구조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개별 등장인물의 성격이 드러날 수 있도록 구체적 묘사가 더해졌더라면 싶은데, 개별 인물이 행성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행적을 증언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모두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천체의 흐름에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점은 캐턴이 얼마나 많은 조사와 고민으로 완벽한 구조를 이루어냈는지 보여주며 감탄을 자아낸다.’라는 출판사의 요약을 보면, 책을 읽어가면서 무엇을 놓쳤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각설하고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책 읽는 이를 몰입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단원에 해당하는 12부에 등장하여 새로운 시작을 예감하는 두 남녀가 과연 누구인지도 의문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뒷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필자가 너무 구닥다리라서 최근 경향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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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세상 - 나는 음식에서 삶을 배웠다, 환경부 선정 "2016 우수환경도서"
켈시 티머먼 지음, 문희경 옮김 / 부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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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를 외치던 것이 불과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네 밥상을 채우고 있는 음식의 식재료는 벌써 글로벌화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몇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음식에서 삶을 배웠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식탁 위의 세상>은 먹는 것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읽기였습니다. 미국인인 저자는 아무래도 우리네와는 즐겨 먹는 것이 다르기 때문인지, 커피, 초콜릿, 바나나, 바다가재, 사과주스 등의 원산지를 따지면서 미국산인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마침 커피는 이번에 다녀온 콜롬비아가 무대가 되고 있기도 하고,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공정무역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던 점에서 관심이 컸습니다. 콜롬비아를 떠나던 날 현지가이드는 공항에 있는 후안 발데스 커피숍에서 우리들에게 후안 발데스 커피를 한 잔씩 돌렸습니다. 이 후안 발데스 상표는 콜롬비아커피생산자협의회가 내세우고 있는데, “50만 명이 넘는 콜롬비아커피농부들이 뜻을 모아 전국커피기금을 조성하고 6천개가 넘는 학교를 지었습니다. 36만 명의 아이들이 산악지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25쪽)”라고 내세우는 것을 보면, 생산자의 수익을 보장하고 복지를 챙겨주는 공정무역의 대표적인 상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커피생산지는 나리뇨인데, 나리뇨의 화산토에서 커피 농사를 지으면 커피나무에 특별한 성질이 더해져 품질이 향상되는 것으로 믿는다고 합니다. 콜롬비아의 경사가 급한 산비탈에 조성된 커피농장은 관리하는 것이 무서울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반군들이 농장지역을 장악하고 있어 상당히 위태로운 면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 가나 등 소위 아프리카의 황금해안 지역에서 생산하는 코코아의 경우는 콜롬비아 커피보다 생산 환경이 더 열악한 모양입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식품 무역의 경우 다국적 기업의 횡포가 자심한 분야이기도 하며, 코코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거의 노예수순이라고 폭로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바나나는 주로 리카라콰에서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가 주요 생산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바나나의 경우는 놀랍게도 1,200종이 넘는 품종이 있지만, 미국시장에 공급되는 품종은 캐번디시종인데, 비즈니스 모델로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나나의 모든 유통체계가 캐번디시종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맛도 다소 떨어지고, 병충해에 취약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품종으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다가재 역시 놀랍게도 니카라콰가 주 생산지라고 합니다. 문제는 잠수부들이 나서서 바다가재를 건져 올리는 체계로 되어 있어 잠수부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남획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니카라콰산 바다가재를 포획하는 과정을 설명하다가 몬토레이 수족관에서 주관하는 ‘수산물 감시 추천 가이드’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수산물을 먹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식품의 생산지를 직접 방문하여 확인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관련 업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과주스는 생산하는 중국의 경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중국은 세계 제1위의 사과 생산국이라고 하는데, 맛에서도 우수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사과의 경우는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품종을 키우는 경향이 있는 대표적인 작물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먹는 일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모두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잘못된 식습관을 정당화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잘라 말하였습니다. 바나나 한 개, 커피 한 잔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하고, 특히 공정무역에 의한 생산물인지를 확인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공정무역의 핵심은 공급망의 투명성, 환경 및 사회 기준이 확립되어 있고, 모든 당사자들이 이익을 균등하게 가져가는 거래 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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