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타자
엠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강영안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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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의 존재 의미, 특히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 자신의 존재 의미를 얻는다’라는 요약에 끌려 읽기는 했습니다만, 읽는 내내 무언가 손에 잡힐 듯하였지만, 읽기를 마친 다음에는 막상 손에 남는 것이 없어 당황스러웠던 책읽기였습니다. 역시 철학은 넘사벽인가 봅니다.


인간의 주체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것이 현대철학의 쟁점 가운데 가장 첨예한 문제라고 옮긴이는 첫 마디에 적었습니다. 레비나스 이전까지의 서양철학은 타자에 대하여 체질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자아중심적 철학이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타자를 자아로 환원하거나 동화하고자 했고, 그 결과 전제주의가 성립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레비나스는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타자와 함께 하는 ‘타자성의 철학’ 또는 평화의 철학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는 평가입니다.


<시간과 타자>는 1946~47년 사이에 파리의 카르티에 라탱에 있는 장 발의 ‘철학학교’에서 행하였던 네 차례의 강의를 묶었던 것을 30년이 지난 1979년에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저자는 시간을 존재자의 존재라는 존재론적 지평이 아니라 존재 저편의 방식으로, 즉 타자에 대한 사유의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타자는 다른 이가 될 수도 있고, 초월자 혹은 무한자로 이해될 수도 있는 듯했습니다.


제1강의 강의주제에 관하여 저자는 ‘시간은 주체가 홀로 외롭게 경험하는 사실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자체임을 보여주고자 한다(29쪽)’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존재의 고독, 존재자 없는 존재, 고독과 홀로서기 등을 말합니다. 신에 이르기 위하여 사람들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이런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 같습니다. 불안을 무의 경험으로 본 하이데거를 인용한 저자는 ‘만일 죽음이 무라면 죽을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이 아닐까?(45쪽)’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보니 최근에 종영된 드라마 도깨비에서 무로 돌아갈 운명을 가진 도깨비가 죽을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한다는 모순을 말했던 것 같습니다.


제2강에서는 홀로서기의 과정에서 부디쳐야 하는 고독의 물질성에 관한 사유가 이어집니다. 고독은 물질로 가득 한 일상적 삶의 동반자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일상적 삶의 물질성을 극복함으로써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존재하기 위하여 필요한 대상들과 거리를 두는 홀로서기를 통하여 주체는 자신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것입니다. 존재에 대한 지배를 통하여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능력, 즉 자신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제3강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체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뛰어넘어 객체를 장악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노동의 중요성을 설파합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는 분석 명제를 제시합니다. ‘노동에서, 즉 그의 노력, 아픔과 괴로움을 통해 주체는 한 존재자의 자유 속에 함축되어 있는 존재의 무게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74쪽)’라고 합니다. 그리고 종국에 닥쳐올 ‘죽음’에 대하여 고민하게 됩니다. 죽음은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미래의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공포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고통을 통하여 자신의 고독을 더욱 팽팽하게 지탱하고 죽음에 직면해서 설 수 있는 존재만이 타자와의 관계가 가능한 영역에 자신을 세울 수 있다(85쪽)’라고 정리하였습니다.


제4강에서는 죽음에 직면해서 자아는 절데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음을 직시하고, 죽음을 극복한다는 것은 죽음이란 사건의 타자성과 더불어 인격적이어야 할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내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타자와의 관계가 어떤 형식으로 주어졌는가를 탐구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타인을 나와 맞서있는 존재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고 타자성을 절대적으로 근원적인 관계인 에로스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존재를 통하여 아들의 개념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마지막 부분은 좀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할 부분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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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로버트 게스트 지음, 김은수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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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프리카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행지에 관하여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요즈음 아프리카에 관한 책을 읽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은 영국의 정치․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로버트 게스트기자가 7년간에 걸쳐 아프리카 취재를 맡아 직접 보고 들은 생생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아프리카는 왜 아직도 가난한가'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읽다보면 한국의 경험을 들어 아프리카 국가들이 당면한 문제를 풀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만나게 되는데, 저자가 특파원으로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바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제목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번째 장의 제목에서 보는 '뱀파이어의 나라'라는 생각은 식민지 해방투쟁을 이끌었다는 과거의 공적으로 통치자의 지위에 올라서는 오랜 세월을 국가와 국민들의 피땀을 빨아온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이 마치 흡혈귀처럼 느껴진다는 비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미래는 여전히 꿈꾸어볼 만하다는 생각을 마지막 장 '무지개의 나라를 넘어'에 담았습니다. 물론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등장한다면, 이라는 조건이 달리긴 했습니다.


아프리카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가난'일 듯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륙인데, 실제로 그들의 가난은 경악할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는 절대왕정의 시대에나 통용되던 것이며, 헌대에는 누구나 의지만 가지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면, 아프리카의 과거를 되 집어보면서 아프리카가 가난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이유를 찾아내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서론에서 아프리카를 빈곤으로 몰아간 역사적 배경을 요약정리하고, 각각의 요소에 관한 구체적 사례를 들어 8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마지막 9장에서 그 해결방안을 소개하였습니다. 역사적이나 지리적으로 보아 아프리카를 어려운 여건으로 몰아간 원인으로 저자가 꼽은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리적 요건, 즉 개발국들이 대체적으로 온대지역에 위치한 것과는 달리 아프리카의 대부분은 열대지역에 위치하여 무더운 날씨로 인한 질병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말라리아가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에이즈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결정적 요소로는 유럽국가들이 아프리카지역에서 사람들을 노예로 붙들어간 것입니다. 물론 기타지역에서도 노예제도가 운용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아프리카 지역이 가장 늦게까지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이어진 식민지배입니다. 물론 식민지배 기간 동안에 사회기반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는가 하는 억지스러운 주장도 있습니다만, 식민지배가 남긴 유산이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열강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배할 당시에 아프리카에 살던 사람들이 다양한 부족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경계를 그었고, 이 경계가 아프리카국가들의 독립 이후에도 지속됨에 따라서 부족들 간의 갈등요소로 남아 끔찍한 국지전으로 발전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요소는 좋은 리더십의 부재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이룬 신생 아프리카국가를 지도한 사람들은 대부분 독립에 기여한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사리사욕 채우기에 급급한 경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에세는 개인들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오래된 전통이 이어지고 있어서 분쟁의 요소가 된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지역의 발전을 위한 외부의 도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러한 도움도 적절하게 운용되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합니다.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이 문제인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1966년 겨우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이었던 보츠와나의 경우 2001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증가하여 3,000불 이상의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보츠와나의 모델을 확대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많은 아프리카국가들이 기름진 땅과 보석, 미량광물, 석유 등을 가지고 있어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만 한다면 쉽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자원들은 역설적으로 축복이라기보다는 저주라고 할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르트헤이트를 무너뜨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하여 보츠와나 등의 성공사례는 더딘 걸음이기는 하지만 아프리카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 역외국가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듯, 혹은 선심성으로 제공하는 원조 말고 아프리카 사람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원천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생산한 농산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쳐둔 보호무역의 장벽을 거둔다거나 하는 것 말입니다.


준비하고 있는 아프리카여행에서 가보게 될 나라들에 대한 사정들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던 좋은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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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프라하를 만나라 -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예술의 도시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김규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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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하던 참이었는데, 안성맞춤한 제목이 눈에 띄어 읽게 되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 체코·슬로바키아어과의 김규진교수님이 쓴 <일생에 한번은 프라하를 만나라>입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였던 김교수님은 1990년 동유럽의 자유화 이후에 러시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문학예술 기행을 써왔다고 합니다. 특히 체코는 25회 이상 방문하였던 까닭에 애정이 많이 가는 나라였던 탓인지 체코에 관한 내용으로만 책을 엮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성숙한 중년 여인의 모습처럼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가 프라하라고 한다면, 프라하 주변의 도시는 좀 더 성숙하지만 처녀처럼 매혹적인 멋을 갖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체코 전역에 걸쳐 열두 곳이나 되는 도시를 역사유적으로 지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체코의 전역을 프라하, 보헤미아 그리고 모라바와 슬레스코 지역 등 세 부분으로 나누고, 각 지역마다의 특색을 담아냈습니다. 전설, 건축, 도시풍경, 문학과 미술과 음악, 먹거리 등등 다양합니다. 체코의 문인들이나 교수들과 친분을 맺고 있어 방문할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인지 사진이나 체코 사람이 아니면 알기 힘든 그런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프라하에는 유대인들이 많이 살았으며, 그들이 많은 핍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대상인 이브라힘 이븐 야쿱이 프라하를 묘사한 기록에 따르면 9세기에서 10세기 사이에 체코에 유대인들이 정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로마당국에 예수를 고발하고 사형당하게 한 죄로 (유대인들이) 가나안에서 쫓겨나 전 세계로 흩어지게 되었으니, 그전부터 살았을 수도 있다.”라고 적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가나안에서 쫓겨난 것은 예수를 고발해서가 아니라, 로마제국에 통치에 대하여 반란을 자주 심하게 일으켰기 때문에 결국은 유대인들을 가나안에서 소개시켰던 것이고, 예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유대인에게 지운 것은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공인을 받은 다음의 일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라하공항을 통하여 입국하고 출국하였지만, 프라하를 구경한 것은 겨우 1박2일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프라하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프라하성을 비롯하여 카를교, 구시가지 광장등을 두루 걸어서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자가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들이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여행칼럼에서는 여행한 도시의 구경거리와 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책을 묶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체코출신으로는 카프카, 밀란 쿤데라, 보후밀 흐라발과 같은 뛰어난 작가들이 많지만, 저는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골렘>을 같이 소개하려고 생각합니다. 프라하에 도착하던 날 저녁 수월치 않게 내리는 빗속에 구시가와 카를교를 걸어서 구경하면서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묘한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골렘의 전설은 16세기 핍박받던 유대인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랍비 뢰브가 만들었다고 하는데서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바로 마이링크의 소설 <골렘>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프라하에 대한 글은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가운데 ‘블타바 강’으로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체코항공의 여객기가 프라하의 하벨공항에 착륙을 하면 게이트로 이동하는 중에 꼭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라하에서도 보지 못하거나 즐겨보지 못한 것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다시 프라하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단체여행이 아니라 자유여행으로 방문해보고 싶은 도시 목록의 위쪽에 적어두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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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AFRICA - 낯선 곳에서의 자유, 힐링여행 아프리카
함길수 글.사진 / 상상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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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생각도 세월에 따라 많이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의 것은 ‘부족 간의 전쟁’, 에이즈, 가뭄, 가난 등 부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만, 과거에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노니는 광활한 초원, 거기에 더하여 장엄한 석양의 모습 등 자연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기억합니다. 아프리카는 일단 모든 현생인류의 고향일 뿐 아니라 가장 오래된 문명의 발상지로 기록되고 있는 점도 빠트릴 수 없는 점입니다.


언젠가는 가봐야 할 아프리카의 모습을 다양한 사진과 유려한 글솜씨로 만날 수 있는 책 <소울 오브 아프리카>를 읽었습니다. 10여년 동안 아프리카의 17개국 46개 도시를 찾아 아프리카의 다양한 모습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아냈습니다. 저자에게 아프리카 여행은 ‘낯선 곳에서의 자유였으며, 힐링여행’이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야성의 자연, 검은 피부의 사람들, 헐렁한 삶으로 인하여 삶이 자유로워졌으며, 그 경이로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원시성과 투박함, 거칠지만 매혹적인 자연과 그 안에 순응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검은 피부의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진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소울 오브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를 서부, 동부, 그리고 남부로 구분하여, 서부의 모로코, 세네갈, 모리타니, 말리와 코트디부아르를, 동부의 에티오피아, 수단, 케냐, 탄자니아 그리고 우간다를, 남부의 남아공, 짐바브웨, 보츠와나, 레소토, 스와질란드, 모잠비크 그리고 마다가스카르를 각각 소개합니다.


사진작가이니 당연히 아주 좋은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많습니다. 책읽는 이에 따라서는 현지의 감동적인 자연의 모습을 더 볼 수 있었더라면 하는 여운이 남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사진 뿐 아니라 글솜씨 또한 대단하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편집하시는 분이 조금 신경을 써서 다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예를 들면, 레소토의 드라켄즈버그로 향하는 길에서 적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차량을 여러 대 보내고 나자 모코틀롱 방향으로 향하는 택시가 온다. 이미 20여명이 꽉 들어찬 승합 택시 안에 덩치 큰 성인 2명이 종이 구겨지듯 안착했다.(321쪽)” 무심결에 읽으면 현장의 분위기가 떠오릅니다만, 왠지 모르게 예쁘게 꾸며내려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건조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읽히면 좋을 터인데 말입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볼까요? “삶이란 가끔 내 일상의 공간을 떠나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른 아침,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창문을 열어젖힌다. 창밖에는 촉촉이 젖은 풀잎 위로 새들과 임팔라 가족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커피 잔을 들고 창을 열어 새로운 하루와 마주한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공간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런 아침과 마주하며, 나에게 주어진 또 하루 분의 생명을 마신다.(339쪽)”


몇 해전 여행한 모로코에 대한 이야기도 반가웠을 뿐 아니라, 준비하고 있는 아프리카여행에서 방문할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짐바브웨, 탄자니아, 보츠와나 등에 관한 사진과 설명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저자의 사진을 잘 기억했다가 저도 같은 장면을 찍어낼 수 있도록 해보려합니다. 어떻든 저자가 에필로그에 적은 것처럼 아프리카를 이질적인 대륙으로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으로 순수하게 바라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좋은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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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신화와 전설 -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에서 신화적 상상력까지
박종욱 지음 / 바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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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지역이 우리와 가까워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서인지 이 지역에 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특히 마야, 아즈텍, 그리고 잉카문명은 그저 신비에 싸여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사회나 신화나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신화나 전설은 우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어려워 쉽게 기억되지 않는 한계도 가지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신화와 전설>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라틴아메리카의 신화와 전설이 맥락으로 보면 여타 지역의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메조아메리카에 자리한 아즈텍문명과 마야문명은 비교적 늦게까지 인신공양으로 길흉을 점치거나 신을 위로하였는데, 공양의 제물을 얻기 위하여 다른 부족을 습격하는 일이 일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족들이 서로 연대하여 같이 발전하는 모형이 아니다보니 15세기 스페인 침략자들에게 수월하게 무너지는 비극을 맞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즈텍과 마야문명의 전설은 포로로 잡혀온 용사나 여인들이 슬프게 스러져간 흔적이 꽃으로 별로 남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부족간의 전투에서 잡혀온 희생물도 있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부족 안에서도 제물을 바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즈텍의 수선화 전설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이웃 부족과의 전투에 나선 남편이 절체절명의 순간 신에게 딸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맹세한 순간 전황이 바뀌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개선한 아버지는 아내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고 말았는데, 제물이 된 딸도 두려움에 떨며 슬프게 울었을 뿐 아니라 희생제를 지켜보는 어머니 또한 찢어지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결국 딸을 삼킨 호수로 나가 몸을 던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사라져간 물 속에서 황금빛 화관을 가슴에 품은 노란 달빛 꽃이 피어올랐는데, 이 꽃이 수선화라고 합니다.


마야신화에 등장하는 세상 끝의 뱀은 마야부족에 내려오던 것이라기보다는 스페인 식민시대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 있습니다. 유카탄반도의 밀림에 흩어져 사는 야키 부족에게는 예언의 나무라는 보물이 있었는데, 어느 날 ‘세상 끝의 뱀’이 부족에게 들이닥쳐 사람들을 해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합니다. 부족사람들은 숲에 몸을 감추고 있다가 뱀을 처단할 수 있었습니다. 죽어가던 뱀은 다음과 같은 경고를 남겼다고 합니다. “지금 나는 소망(야키부족들을 모두 지배하겠다는)을 이루지 못한 채 죽어가지만, 내 백성이 될 수도 있었을 너희에게 일러줄 말이 있다. 너희가 지나다니는 오솔길과 샛길을 조심하라. 세월이 흐르면서 동쪽과 남쪽에서 하얀 얼굴의 사람들이 빛과 천둥 같은 무기를 손에 들고 오솔길과 샛길을 따라 너희를 치러 올 것이다. 너희가 그들의 무기를 빼앗아 그들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들의 무기를 빼앗아 그들에게 싸우지 않는다면, 너희는 그들에게 짓밟혀 노예가 되어 숨죽이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151쪽)” 세상 끝의 뱀이 예언한대로 야키부족들은 스페인의 침략으로 노예같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잉카의 창조신화에는 창조와 파괴가 순환하는 시간개념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시간과 공간이 순환하거나 회전하는 개념은 파차쿠티(Patchacuti)라는 말로 표현된다는데, 원주민 연대기작가 펠리페 구아만 포마는 1613년에 완성한 <새로운 연대기와 좋은 정부>에서 잉카를 둘러싼 세계의 역사를 5기로 구분하였다고 합니다. 제1기는 와라위라코차루나로, 사람들은 자연상태에서 생활했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막을 내렸고, ‘와리’사람이라는 뜻의 와리루나라 불린 제2기에는 좀 더 진보한 인류가 살았으며, 그들은 비라코차를 창조자로 숭배했는데 대홍수로 막을 내렸다고 합니다. 제3기는 ‘난폭한 사람’이라는 뜻의 푸른 루나라 불렀고, 도시국가가 형성될 만큼 발달된 문명을 이루었으며 창조자인 파카카막을 숭배했다고 합니다. 제4기인 ‘호전적인 사람’이라는 뜻의 아우카 루나는 잉카제국의 초기에 해당되며, 조직과 체계가 중앙집권화되는 시대였는데, 어떻게 막을 내렸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제5기는 잉카인들의 시기인데 십진법에 기초한 관료제도, 연령등급제, 제국의 종교 및 사회조직 등이 형성된 선진문명의 시대였다는 것입니다.


생소한 듯 하지만 이국적인 느낌의 라틴아메리카의 신화나 전설을 통하여 아즈텍, 마야, 잉카문명을 조금 더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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