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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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과 소아자폐가 관련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일부 자폐아를 둔 부모들은 여전히 그 주장에 의지하는 듯합니다. <면역에 관하여>는 바로 예방접종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폐의 경우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인용하고 있습니다만, 치메로살의 경우 수은중독이라는 부작용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 책이 “한편으로는 과학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이며, 무엇보다도 밀도 높은 사고”라는 옮긴이의 평가는 두어 줄이면 될 내용을 다양한 비유를 통하여 너무 어렵게 설명합니다. 원문 표현을 최대한 살리려 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말 번역도 이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논픽션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첫 아이를 출산하여 키우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백신 문제는 그렇다고 쳐도 환경호르몬 등의 문제에서는 다른 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의사이지만 의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의 핵심이라 할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인 듯합니다. 플라스틱 가소제의 부작용에 관한 기사를 읽고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기침대의 매트리스를 새로 사야한다고 울면서 말했다고 합니다. 아이가 세 살 무렵 알레르기로 편도가 자주 붓곤 했는데, 편도수술을 받으라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이 넘게 결정을 미루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알레르기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매일 마루를 닦고 이불과 베게잇을 바꾸고, 아이의 코를 헹구는 일을 반복했다는 것인데, 어쩌면 편도제거로 아이가 받게 될 불이익을 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편도는 우리 몸의 첫 번째 방어기지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아이는 부은 편도 때문에 그리고 코를 헹구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습니다.


‘과학정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인용하여 적어도 넘쳐나는 과학정보 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한 나라에서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저자 역시 너무 많은 정보를 뒤지다보니 그 정보로 인한 결정장애가 생긴 것은 아니었을까요?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엄청난 규모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그 정보가 과연 정확한가를 구분할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도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생산한 정보이므로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중이 이를 확산시키다보니 소위 전문가가 원문을 삭제하더라도 주인 없는 정보가 인터넷 공간을 떠돌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수명이 다해서 우주를 떠도는 인공위성처럼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사라고 해서 의학의 모든 영역의 전문가가 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의학의 영역이 커졌고, 세분화되다보니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일반대중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이라고 믿게 된 꼬투리를 처음 내놓은 영국의사 앤드류 웨이크필드도 소아과가 아니라 소화기내과였던 모양입니다. 겨우 12명의 환아 사례를 모아서 백신과 자폐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아니면 말고’ 수준의 결론을 내놓은 것이었는데, 기자회견 등 홍보전이 상황을 이상하게 이끌고 갔던 것입니다.


뒤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백신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던 변호사의 지원으로 만든 논문을 만들고 더하여 기자회견까지 치밀하게 짜여 진 각본에 따른 작업을 행한 웨이크필드는 의사로서의 기본양심을 저버렸던 것입니다. 결국 영국의 의사자격을 박탈당하였는데, 그는 미국으로 이주해서 의사면허를 취득했던 모양입니다. 최근에 전문잡지에 나온 논문을 요약하는 신문기사가 많아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의학정보에 목마른 대중의 요구에 따른 언론의 행태라고는 해도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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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 세종에서 엘론 머스크까지
고평석 지음 / 한빛비즈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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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물결>에서 엘빈 토플러는 지금까지의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각각 인류의 삶의 대변혁을 가져온 변곡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것들을 각각 제1의 물결, 제2의 물결이라고 규정을 하였는데, 이는 단지 과거를 되짚어보는데 머물지 않고 인류가 제3의 물결을 맞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자산업이 선도하는 대변혁이 바로 제3의 물결을 가져올 것이며, 결과적으로 인류는 처음으로 인간성이 넘치는 문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과학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재택근무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제3의 물결은 아직 완성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제3의 물결이 이럴진대 제4의 물결을 논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압축성장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한 세기도 지나기 전에 또 다른 대변혁이 닥쳐온다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제4의 물결은 무엇이 선도하게 될 지도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사물인터넷도 거론되지만, 아무래도 제3의 물결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지능혁명과 개인자본주의도 거론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또한 제3의 물결의 범주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에서 디지털교육기업 스마트에듀의 고평석대표가 무엇이 제4의 물결을 선도할 것인가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주요 패러다임들을, 역사 속에서 타산지석이 될 만한 사건들을 대응시키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바일 페이’니 ‘핀테크’니 하는 지불수단들은 분명 획기적이라고 할 만하지만, 중국 송나라 때 처음 사용된 세계 최초의 지폐 ‘교자(交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새로워 보이지만 아직은 패러다임의 변환이라고 하려면 멀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저자는 서론에서 현재의 디지털 트렌드를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구분하였고, 각 주제마다 본보기가 될만한 역사적 사건을 연결했다고 설명합니다. 서른두 개의 주제는 6-7개씩 나누어 ‘시스템은 반드시 전복된다’, ‘창의성은 연결이다’, ‘연결에 속도를 더하다’, ‘힘의 본질은 끊임없이 변화 한다’, ‘ 경계하고 경계하라’ 등의 핵심어 아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를 이해하려면 몇 가지 핵심 키워드가 필요한데, 놀랍게도 그 키워드는 모두 역사 속에 숨어있더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를 꿰뚫어보는 힘은 지금의 흐름을 깊이 이해하고 제대로 읽어내는 데서 나온다고 보았습니다. 이 조차도 논어 <위정편>에서 따온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할 수 있으며 세상에 전혀 새로운 것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 새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역사에 매몰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비롯하여 소설 등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고 디지털 기술을 설명하고, 과거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골라낸 디지털 시대에 주목할 만한 주제를 보면, 이메일의 쇠퇴, 소유의 형태, 모바일 페이, 스승의 역할, 지식의 공유, 디지털 어학학습법, 진격의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기억, 선택의 기술, 제휴 전성시대, 얼리어댑터의 붕괴, 고객을 대하는 자세, 기술과 윤리의 충돌, 평판 경제 등등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들이지만, 사실은 그 의미를 분명히 알고 있지는 못한 것들이기도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누가 뭐라고 한다해도 제4의 물결은 아직 가시권에 들어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3의 물결이 언제쯤 본격적으로 시작될지도 분명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 이 책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각을 분명하게 해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자의 희망대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적어도 급변하는 미래 세상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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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
로랑 비네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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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6월 4일 프라하에서는 독일과 합병된 체코슬로바키아의 임시총독 라인하르트 하리드리히가 출근길에 레지스탕스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였습니다. 나치의 제국보안본부에 소속된 게슈타포 및 SS보안방첩부의 수장을 지낸 하이드리히는 생전에 ‘프라하의 도살자’, ‘피에 젖은 사형집행인’ 등의 별명으로 불렸으며, 히틀러의 신임을 받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그는 유대인 대학살의 주도한 핵심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런던에 있는 체코망명정부가 기획하여 침투시킨 얀 쿠비츠와 요제프 가베크가 주도하였는데, 하이드리히가 죽은 날 152명의 유대인이 처형되었으며,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SS의용산악사단 소속 부대가 출동하여 범인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 작은 마을 리디체를 섬멸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중 남자들 172명이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암살범은 성 카를 보르메우스 교회에 숨어있었는데, 변심한 동료 레지스탕스의 고발로 SS와 게슈타포가 습격하여 모두 사살되었습니다. 암살사건 이후 나치제국이 벌인 광란의 복수극은 나치제국이 벌리게 되는 인종청소의 잔악함의 전주곡이었습니다. 그때까지 가면 속에 숨어 있던 나치의 진면목이 조금 드러나면서 세상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고 합니다.


<HHhH>는 프랑스 작가 로랑 비네가 다룬 하이드리히 암살사건의 전모입니다. 작가는 독특한 스타일로 사건을 재구성하였는데 바로 토대소설이라는 생소한 형식입니다. 토대소설(인프라소설)은 실화에 가상의 내러티브와 작가의 생각을 결합한 소설형식이라고 옮긴이는 설명합니다. 저자가 창안한 소설형식인데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대상으로 하여, 오디오와 속기 자료를 토대로 에피소드와 대사를 구성하고, 여기에 저자의 취재 및 집필 과정까지 소설 내용으로 담아냈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작가의 소설에 대한 날선 비판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익숙하지 않은 형식인 탓인지 읽는 흐름이 깨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를 합병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합병과정에서 나체제국은 체코슬로바키아에 거주하는 독일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였다고 합니다. 체코왕국이 잘나가던 시절 카를4세는 부족한 노동력을 독일에서 수입하였는데, 이때 이주한 독일인들이 나치제국이 성립하였을 때 동조하였다고 합니다. 하이드리히의 암살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체코인들은 독일점령군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하였는데, 보흐밀 흐라발의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http://blog.joins.com/yang412/14872494>의 주인공 흐르마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까지도 독일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한편 책의 제목 <HHhH>의 의미를 분명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미루어 보건데 히틀러, 하임러, 하이드리히, 그리고 홀로코스트의 머리글자를 따모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h’가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적어도 나치제국 정보라인의 수장이었던 하이드리히가 영국 정보부의 수장을 ‘M’이라고 부르는 것을 흉내내어 자신을 ‘H’라고 했다고 적은 것과 당시 나치제국의 서열을 따졌을 때 히틀러가 ‘h’에 해당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작가는 프라하의 유명한 골렘의 전설을 빠트리지 않습니다. “연금술사들이 살았던 옛 프라하의 이야기와 전설에 따르면 프라하가 위험해질 때 골렘이 다시 올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골렘이 돌아와 유대인들과 체코인들을 보호해 주지는 않았다. (…) 독일군이 사람들을 죽였을 때 (…) 철인은 오랜 저주에 갇혀 움직이지 못했다.(4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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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7-04-1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title is an acronym for Himmlers Hirn heißt Heydrich (˝Himmler‘s brain is called Heydrich˝)
라고 합니다.

처음처럼 2017-04-17 22:09   좋아요 0 | URL
놀랍네요. 감사합니다.
 
분서자들 1 -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마린 카르테롱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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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서는 중세 기사단을 잇는 비밀단체가 지금도 은밀하게 활동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음모론이나 비밀스러운 단체의 움직임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소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작가적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소재이기도 합니다.


중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현대판 기사단의 활약을 다룬 <분서자들>을 읽었습니다. 비밀조직은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무려 2500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세상의 진리를 담을 책들을 지키는 수호자들의 활약은 21세기의 분위기에 맞도록 현대화시킬 필요가 있었던가 봅니다. 그리하여 컴퓨터에 익숙한 어린이들로 연령을 낮추었습니다.


책을 지키려는 자들이 주로 기사출신의 명문가의 후예들이라면, 이들이 수호하는 책들을 찾아내 없애려는 비밀조직도 있습니다. 주로 성직자나 왕가 등 권력을 쥔 집단으로 보이며, 아무래도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듯합니다. 지키려는 자들이나 없애려는 자들 모두 오랜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하여 라틴어로 대화를 한다거나 로마시대의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따오기도 하였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균형을 유지하던 두 세력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새로운 사실을 찾아낸 것이 빌미가 되어 충돌하기 시작합니다. 적이 누구인지 분명치 않으면 지키기도 쉽지가 않은 법입니다. 처음에는 지키는 자들이 불리한 상황을 맞게 되지만 언젠가는 반전을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같은 것이 있어 여유있게 읽기는 합니다만, 손에 땀을 쥐게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들이 어린 탓인지 피가 튀는 싸움과 죽음이 난무하지만 끔찍한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을 피하는 배려가 돋보입니다.


지키는 자들의 힘이 부족한 것을 고려한 때문인지 주인공 삼총사-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인물구성에서 따온 듯 합니다-와 이들을 지원하는 주인공의 여동생 세자린(카이사르의 불어식 여성 이름이라고 합니다)은 다양한 능력을 부여합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이름을 딴 오귀스트와 컴퓨터의 천재인 네네, 그리고 적과의 동침이 되는 셈인 바르톨로메가 삼총사를 이루었다. 그리고 야스퍼거증후군을 앓는 세자린은 기억의 천재이며 돌아가신 아버지와 오빠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책을 지키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서인지 책에 관한 좋은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은 사상, 시대, 작가의 불멸을 의미한다. 책은 인류의 과거를 기술하고, 인류의 현재를 새기고, 인류의 미래를 예고한다. 가장 경이로운 것은 모든 문명의 사상가들이 책을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를 인쇄한 것. 그것이 책이다.(85쪽)”


여기서 모든 문명의 사상가들을 대표하여 이슬람 사학자이자 아랍 산문의 대가 알자히즈(767-869)의 말을 인용합니다. “책은 얼마나 놀라운 보물인가! 책이 허락하는 독립은 얼마나 대단한가! 고독한 시간의 동반자! 책이 제공해주는 양식! 수많은 정보와 경탄할 만한 장면은 또 얼마나 많은지! 유배지에서의 동반자! 책은 지식의 보고이자 기교를 담은 그릇이며, 진지한 말과 농담이 담긴 컵이다. 책이 아니면 의사의 방랑자, 비잔틴과 힌두, 페르시아와 그리스, 죽음과 불멸이 어떻게 동시에 공존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책이 없으면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을 대변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책은 모욕을 주지도 귀찮게 하지도 않는 동반자이다. 독서에 빠질수록 기쁨은 늘어나고, 정신은 더 예리해지고, 언어는 유려해지고, 어휘는 풍부해지고, 영혼은 열의로 가득 차고, 가슴은 충만해진다. 책은 어디서나 읽히고 그 내용은 모든 언어로 이해가 가능하며, 시대적 간극과 공간적 거리에도 그 지속성을 유지한다.(87쪽)”


전체 이야기의 3분의 1이 끝났음에도 벌써 주요 등장인물 가운데 유명을 달리하고 우리의 주인공들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참, 이야기는 오귀스트가 알게 된 일과 세자린이 알게 된 일을 적은 일기를 교차시키면서 상황의 전개를 엮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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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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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사람들은 어떤 스타일로 책을 읽는지 호기심을 불러온 책입니다. 결론은 ‘이따금 노발대발 화를 내지만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는 어느 작가의 독서일기’라는 부제처럼 보편적인 런던 사람들이 아닌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닉 혼비의 책읽는 스타일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작가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잡지 <빌리버>에 연재한 독서 에세이를 엮은 것입니다. 5년이 넘게 인터넷신문에 책소개를 해왔지만 한 줄도 책으로 엮어내지 못하고 있는 저로서는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저자가 고백한 것처럼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책으로 연결되고, 그래서 주제와 패턴이 등장하면, 그 패턴을 살펴보는 책읽기와 독서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저도 일찍이 깨닫고 있던 부분입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만, 저자 역시 본인의 선택으로 책을 사기도 하지만, 누군가 보내준 책을 읽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까지도 솔직하게 적고 있기도 합니다.


저자가 <빌리버>에 칼럼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매달 문화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책의 형태로 다가온다고 생각했기 때문(74쪽)”이라고 합니다. 물론 때로는 로콘롤 공연이 더 중요한 문화적 사건인 달도 있었다는 고백도 합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매달 산 책과 읽은 책의 목록을 먼저 소개하고, 이어서 한달동안의 책읽기와 관련된 일들, 예를 들면 작가와의 관계라거나 심지어는 책과 관련이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도 늘어놓은 다음에 읽은 책에 대해서는 대충 정리하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일단은 투고료에 급급하여 쓴 에세이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에세이에서는 기사내용에 언급하려고 투고하는 독자들에게 당부의 이야기를 미리 밝히는 용맹함도 볼 수 있습니다. 즉, ‘이런 내용으로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인데 외국잡지에서도 독자들의 지적질이 장난이 아닌가 봅니다. 예를 들면, 1) 읽지도 않은 책을 너무 많이 사는 것 아닌가, 2) 칼럼에서 다룬 책들이 개인적 친분으로 고른 것 아닌가, 3) 너무 잘난 척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등입니다.


옮긴이가 친절하게도 국내에 소개된 작품의 경우는 별도로 표시를 해두긴 했습니다만, 제가 아직 읽기 전이거나, 더욱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엄청 많아서 책 내용이 금세 머릿속에 새겨지지 않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형식의 독서일기도 읽어주는 미국 독자를 가진 저자가 부럽기만 합니다. 제 경우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독자의 반응이 어땠는지 알 길이 없었던 것도 오랜 시간동안 이어온 책 소개를 이어가는 동력이 점점 떨어지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저자의 책읽기를 보니 관심을 둔 저자의 책을 몇 권이고 묶어서 읽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작가의 전작읽기는 때로는 과시용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합니다. 때로는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그저 그만한 수준이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던 것 같아서입니다. 저 역시 읽을 책을 고르는데 있어서 정해둔 기준같은 것은 없습니다. 신간의 경우는 다양한 매체의 신간소개를 통해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기도 하고, 인터넷서점의 블로그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리뷰에 끌려서 책을 읽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데, 역시 원칙 같은 것은 없고 이끌리는 대로 책을 골라드는 경향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책을 읽는 이유를 몇 가지 들었습니다. 주로 책 읽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때문에 책읽기를 관두면 그들과 어울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불안감(?) 같은 것이 있는가 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가인 저자가 책읽기를 통하여 영감을 얻고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읽는다고 했습니다. 물론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도 있구요. 제 경우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고, 정보를 얻기 위하여 책읽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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