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 -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의 추락, 포로 생활 그리고 귀환
조라 롬 지음, 전용우 옮김 / 이담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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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꼭 피해야 할 일이라면 전쟁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총을 겨누어야 한다는 것도, 누군가의 총의 목표가 된다는 것도 끔찍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치지 않고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리고 죽음보다도 더 끔찍한 일이 포로가 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방>은 바로 그 포로가 되었다가 석방된 다음에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전투기조종사로 복귀한 이스라엘 공군의 조라 롬의 이야기입니다. 1967년 22살의 나이에 임관하여 미라쥬 전투기 조종사로 제3차 중동 전쟁(6일 전쟁)에 참전하였고, 당시 적기 5대를 격추하여 이스라엘 최초로 최정예 조종사(Ace pilot) 칭호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 이어진 전투에서 격추당해 포로가 되었으나, 격추당시 입은 심각한 부상 속에서도 3개월간에 걸친 고문을 견뎌내 포로교환을 통하여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퇴역을 해서 정신적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을 것이나, 오히려 그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극복하고 전투기 조종사로 복귀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독방>은 그의 지난한 삶의 체험을 담담하게 서술한 자전적 기록입니다. <독방>은 포로가 되어 수감되었던 카이로의 감옥을 의미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로 돌아가 조종사로 복귀하기까지 스스로를 극복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정신적으로 고립되어있던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 점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람들은 전쟁 포로가 되었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신체적 고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 알고 있다. 고문도 끔찍하지만 적어도 시작이 있고, 과정이 있고 그리고 마침내 회복이 된다. 그러나 외로움, 굴욕, 완전한 불확실성, 외부 세계와의 끝없는 단절, 포로 생활이 끝날 날이 하루하루 멀어져 가는 것 같은 느낌들은 사람의 핵심적인 부분을 서서히 파괴한다. 이런 것들을 견뎌 내려면 모든 정신과 감정의 강인함을 최대한 쥐어짜내야만 한다(195쪽)”

이 책에서 지금까지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치 독일이 홀로코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 연합국에서는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어떤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영국의 경우 10만 헝가리 유대인을 구출하기 위한 ‘생명의 트럭’ 작전을 수립할 때도 트럭 지원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나치는 당연히 지탄을 받아야 하겠지만, 이를 외면한 연합군측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군 측이 홀로코스트에 대하여 반성의 뜻을 밝힌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추락 후 이집트 공군으로 넘겨진 조라는 이스라엘 공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신문을 견뎌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실로 놀라운 기억력과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를 기억의 천재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단편적으로 거짓말을 진술할 수는 있겠지만 신문하는 측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통하여 진술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포로보다는 훨씬 유리한 입장일 터인데도, 끝까지 신문자를 속여 넘길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전쟁포로에 대한 심리상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한 것이 한국전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만, 막상 그 부분을 읽으면서는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포로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에 대한 심리치료 부분은 요즘 주목받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의 바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납치자와 납치된 자와의 사이에 형성되는 미묘한 협력관계를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합니다만, 포로와 심문자 사이에도 미묘한 연대관계 같은 것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닐 듯합니다.

저자에게서 강인한 남자의 전형을 볼 수 있습니다. 포로생활에서 풀려난 뒤에 다시 전투기를 몰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이겨낸 데는 ‘스스로의 존엄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남자다움을 지키기 위해서였다(237쪽)’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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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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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 전에 읽었던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을 다시 읽은 것은 킬리만자로 가까이 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림자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가왕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노랫말처럼 ‘구름인가 눈인가’ 구분할 수 없는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의 흔적을 보았을 뿐입니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표범과 하이에나의 정체를 밝혀보기 위하여 ‘킬리만자로의 눈’을 다시 읽었습니다. 표범은 제목 아래 적힌 글에만 등장합니다. “킬리만자로는 해발 19,710피트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그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응가예 응가이’, 즉 ‘신의 집’이라고 부른다. 서쪽 봉우리 가까운 곳에 얼어서 말라붙은 표범의 사체가 있다. 이 표범이 무엇을 찾아 그 높은 곳까지 왔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초원에서 먹이를 뒤쫓을 표범이 그 높은 킬리만자로에 올라갈 이유는 분명 없어 보입니다. 작은 초식동물을 뒤쫓는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최고봉에 올라보려는 고상한 꿈을 가졌던 표범일까?


하이에나는 ‘킬리만자로의 눈’의 끝 부분에 죽음의 사자를 따라서 등장합니다. 하이에나는 스스로 사냥도 하지만 포식자가 먹고 남은 썩은 고기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하이에나를 죽음의 그림자로 그려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이에나와 함께 온 죽음의 사자가 그의 몸에 올라타자 숨을 쉴 수 없게 됩니다. 그의 죽음을 마중 나온 사람은 오랜 친구 콤프턴입니다. 퍼스 모스 기종의 2인승 경비행기를 몰고서 말입니다. 그리고는 ‘온 세상처럼 넓고, 크고, 높고,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얗게 빛나는 킬리만자로의 평평한 꼭대기’로 갑니다. ‘신의 집’으로 말입니다.


해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은 사소하기만 합니다. 큰 영양무리의 사진을 찍으려고 접근하다가 가시에 무릎이 긁혔고, 바로 소독약을 바르지 않은 까닭에 염증이 생겨 다리가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소한 것에 부주의하면 심각한 사태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합니다.


작가는 생사의 기로에 선 해리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려냈습니다. 킬리만자로에 오기 전에 갔던 장소와 사건들을 떠올리며, 그것들을 구성하여 글로 남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합니다. 1차 발칸전쟁 기간 중인 터키의 카라가치, 오스트리아 슈룬츠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 등등....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를 빗대어 그려낸 것은 아닐까요?


이어지는 단편 ‘프랜시스 머콤버의 짧고 행복한 삶’에서도 주인공 남자의 죽음을 다루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는 부자 여성과 결혼한 해리의 죽음을 다루었다면, ‘프랜시스 머콤버의 짧고 행복한 삶’에서는 부자 남성 프랜시스 머콤버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머콤버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총에 설맞은 물소가 달려드는 순간 그를 구하려는 생각에서 아내가 쏜 소총에 맞은 것이다. “그는 물소의 거대한 몸뚱어리가 그를 거의 덮치는 상황에서 코를 앞세우고 다가오는 머리와 거의 수평이 되게 총을 놓고 신중하게 겨냥을 한 다음 다시 쏘았다. 그는 사악한 눈과 머리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 순간 갑자기 눈을 멀게 하는 백열의 빛이 머릿속에서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그가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느낀 것이었다.(119쪽)”


사실 머콤버는 며칠 사자사냥을 하다가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역시 설맞은 사자가 수풀 속에서 튀어나오자 그만 등을 돌려 달아났던 것입니다. 그런 그를 두고 아내가 비웃었다고 생각한 머콤버는 자존심을 회복할 계기가 필요했던 것인데,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것입니다. 사자사냥을 앞두고 소말리아의 속담을 알았더라면 머콤버도 실수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용감한 남자는 사자 때문에 세 번 겁을 먹는다. 처음 사자의 발자국을 볼 때, 처음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 때, 처음 사자와 마주할 때(75쪽)”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두 편의 단편은 아프리카를 무대로 한다는 점과 등장인물의 죽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나름대로 곱씹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11편의 단편들은 유럽, 혹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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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거닐다 -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도시 런던, 느리게 즐기기
손주연 지음 / 리스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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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런던여행을 앞두고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리 좋은 선택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목차를 보면 우리네 지하철에 해당하는 튜브라거나 버스처럼 영국적인 것들, 박물관, 서점과 공원, 궁전, 극장, 영화관, 펍, 윔블던 테니스장과 맨유경기장, 시장과 백화점 등, 정말 런던스러운 것들을 망라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로미오라고 부르는 저자의 남친과 만나 이런 것들을 구경하러 다닌 이야기, 구경한 것에 대한 느낌이나 배경을 아주 소략하게 정리하고 남친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상적인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쿨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남이 보기에 쿨한 사람은 의외고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사랑도 이별도 쿨하게 하고 싶었다’라고 적었습니다. 쿨하게 이별하기 위하여 런던행 비행기를 탄 것처럼 적고는 내용에는 이별의 ‘ㅇ’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저자는 왜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 회사 동료들과 일일이 안녕을 고하고 런던으로 날아갔을까요? 중간에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런던으로 날아간 내 첫사랑. 그가 가슴 저미도록 보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적은 것을 보면, 그녀의 첫사랑은 앞날을 기약하고 런던으로 날아갔던 것은 아닌 듯합니다.


책의 말미에 들어서 대학원에 등록했다는 이야기가 뜬금없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로미오, 혹시 사진을 찍었다는 분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저자가 줄리엣이니 말입니다.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는 남친이 못믿어워서 쫓아간 것은 아닌지. 그리고 공부에 집중해야 할 남친을 불러내 구경을 다니다가 미안했던지 저자 역시 대학원에 등록을 한 것은 아닌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2년이나 보내다보니 영어코스를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해있더라는 것인데, 대학원은 마치고 귀국을 한 것인지도 분명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2년간 저자가 사랑했던 런던에 대한 기록이라고 적은 것을 보면 대학원에 진학만하고 이내 그만 둔 것으로 보입니다.


런던에서 보고 들은 것을 로미오와의 대화체로 가볍게 처리한 것이 어떻게 보면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춘 듯하지만그러다보니 알맹이가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용이 그렇다보니 저의 리뷰도 점점 주제가 흐트러져가고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영국의 궁전들, 공원, 박물관, 다리 등을 간단하게 소개하기도 합니다만, 그 가운데 영국을 빛낸 5인의 대표 문학가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찰스 디킨스, 루이스 캐럴, 제임스 매튜 베리, 버지니아 울프, 해럴드 핀터 등 저에게도 익숙한 이름이기는 합니다만, 이 분들 말고도 쟁쟁한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작가가 런던에서 본 것들을 굳이 영화 혹은 소설의 한 장면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겉도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세인트 파크에 가면서 한국에서 가지고 갔다는 책을 꺼내 읽다 잠이 들었다거나 그런 저자를 로미오가 찾아왔다거나 하는 등, 꼭 로미오와 함께 하는 이야기를 일부러 만들기 위한 티가 너무 난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소설을 쓰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결국 로미오가 ‘To me, you are perfect!'라는 러브 액추얼리의 닭살 오르는 대사를 뱉게 만들었다면 그녀는 런던까지 날아간 보람을 챙긴 셈입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십여년 전에 런던에 갔을 때는 2박3일에 걸쳐 자료수집차 갔던 것이라서 헤찰할 정신이 없었던 것인데, 이번에 런던에 가게 되면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찬찬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백화점식으로 늘어놓지 않고, 하나를 보더라도 확실하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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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지 않을 자유 - 우리가 잃어버린 고요함을 찾아서 테드북스 TED Books 6
피코 아이어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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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지의 땅을 여행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역사적 유물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직접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여행하지 않아도 된다 살고 있는 장소 밖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여행을 꿈꾸고, 늘 어딘가로 향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고, 심지어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자 여행작가가 되었다는 피코 아이어가 그런 생각을 <여행하지 않을 자유>에 담았습니다. 여행작가로 하여금 여행하지 않을 자유를 생각하게 만든 이는 레너드 코언입니다. “아무데도 가지 않기야말로 바깥의 모든 장소를 이해할 수 있는 원대한 모험이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말을 했다는 코언 역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바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돌아다니다보니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도 세상을 두루 떠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은 ‘좌선’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여행이라는 반대되는 개념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즉 여행이 아무 쓸모없는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코언이 이야기한 것처럼 ‘아무데도 가지 않는 행위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집안에 들어박히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나 세상을 좀더 명료하게 바라보고 더 깊이 사랑하려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저자는 일본 쿄토에서 살아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차도, 자전거도, 침대도, 텔레비전마저도 없는 좁은 아파트에서의 삶은 그때까지의 복잡하고 정신없는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다만 가장이라는 위치나 여행작가이자 언론인으로서 세상사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는데....


<여행하지 않을 자유>에서 저자는 “당신이 어디를 여행했는지, 얼마나 멀리 여행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멀리 갈수록 대개 더 나쁘다. 그보다는 당신이 얼마나 살아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34쪽)”고 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라던가, “나는 숲의 고요함과 백년해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온 세상의 달콤하오 어두운 따스함이 내 아내가 되어줄 것이다(64쪽)”라고 한 토머스 머튼, “이 세상에서 마주치는 혼란의 반은 우리가 얼마나 적은 것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68쪽)”라고 한 리처드 E. 버드 장군 등을 인용하면서 한 자리에 머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지를 설명합니다. “‘아무데도 가지 않기’로 여행을 떠나면 사랑에 빠진 것처럼 정신이 각성하고, 생기가 넘치고, 심장이 더 세차게 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여행이 주는 더 심오한 축복이다”라는 것입니다.


‘여행하지 않을 자유’는 그야말로 수많은 여행을 해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역설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너무 돌아다녔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조용한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군중 속에 서 있다 보면 자신의 한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에 목마른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행하지 않을 자유>는 테드 강연을 바탕으로 한 테드 시리즈의 하나입니다. 테드 강연은 18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색다른 발상을 전하는 강연으로 과학, 비즈니스, 국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행하지 않을 자유>에서는 명상이라는 주제를 바쁠 수밖에 없는 여행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도 좋지만, 책에 포함된 사진도 주목할 만합니다. 아이슬란드 계 캐나다 사진작가 에이디스 S. 로나 에이나르스도티르의 작품이라는데 아이슬란드의 빛과 풍광을, 고요를 의미하는 아이슬란드어 ‘키르드’를 주제로 담은 것이라고 합니다. 사진을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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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의 기적 - 인생을 바꾸는 아침 기상의 힘
제프 샌더스 지음, 박은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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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아침기상의 힘’이라는 부제 때문에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자기계발서는 벌써 흥미를 잃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아침에는 비교적 일찍 눈을 뜨는 편입니다. 눈을 뜨면 책을 읽거나 글을 씁니다. 물론 기적을 기대하면서 일찍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젊었을 적에는 대체적으로 늦게 잠자리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녁 약속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야 할 일 같으면 다음날 아침으로 미루기보다는 저녁에 모두 마쳐놓아야 마음이 놓이기 마련입니다.


아침형 인간이 나은가, 저녁형 인간이 나은가는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가늠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5시의 기적>의 저자는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 덕분에 인생에 혁신적인 변화를 경험했으며, 그 습관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20쪽)”라고 주장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하여 수면시간을 줄이는 짓은 바보 같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침부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저녁에 일을 처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만 책을 채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삶의 생산성을 높이는 7단계 작업을 제시합니다. 1. 원대한 인생 목표 설정하기, 2. 분기별 계획표 짜기, 3. 고정 습관과 부수적인 습관 파악하기, 4. 이상적인 일과짜기, 5. 가장 효율적인 생산성 전략 실행하기, 6. 효율적인 장치를 사용해 진행 상황 검토하기, 7. 향상된 전략을 실행해서 아침 5시 저눈가로 거듭나기 등입니다. 내용을 보면 온통 뭔가 계획을 짜는 일입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계획만 짠다면 실천은 언제 한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며, 계획을 꼭 아침에만 짜야 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 이상적인 일과로 네 가지 유형을 들었습니다. 1. 속임수, 일어나자마자 최대한 빨리 집을 나서는 응급상황을 의미합니다. 2. 근무시간, 짧은 독서, 간단한 운동,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린 스무디 마시기 등입니다. 3.느긋한 시간, 주말에는 운동, 명상, 독서, 산책, 일기쓰기, 그밖에 미루어 두었던 일을 한다는 것인데, 일기는 전날의 일을 쓴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날의 것을 미리 쓴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4. 맞춤 일정, 평소와는 다른 일을 해야 할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도대체 무슨 일인지 막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부에 정리되어 있는 30일에 걸친 아침5시 실행계획의 예도 웃기는 것 같습니다. 첫날에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전부입니다. 두 번째는 아침형 인간을 만나보랍니다. 그 새벽에 말입니다. 3일차에는 일찍 일어나려 시도해보고, 4일차에는 나만의 맞춤 계획을 세우라고 합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아침5시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하여 다음 네 가지를 지키라고 합니다. 1. 매일 일과를 계획해 글로 기록하며, 2. 건강한 습관을 규칙적으로 실행에 옮기며, 3.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4. 진행단계를 파악하여 필요하면 수정하라는 것입니다. 아침5시 전문가가 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느라 매여서 해야 할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될 정도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침형 인간으로 사는가, 저녁형 인간으로 사는가 하는 문제는 자신의 생리적 조건에 맞추면 될 것 같습니다. 매일 계획을 세우고 확인하는 일도 나중에는 강박적으로 작용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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