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커리 정원의 여행자 - 어느 우퍼의 영국 여행 다이어리
문상현 지음 / 시공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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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대우그룹의 총수 김우중회장님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로 젊은이들이 눈을 세상으로 향할 것을 격려한 바 있습니다.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는 새로운 형식의 외국생활을 체험을 소개하는 책자로 세상이 넓고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 책에서는 한때 유행하던 워킹홀리데이와 비슷한 형식이지만 조금 더 의미를 둔 우프(WWOOF;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유기농장에서 일하는 범세계적 기회’정도로 옮길 수 있을까요?) 활동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체험 일꾼 문상현님은 일찍이 인권단체와 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다가 서른 즈음에 영국에서 우프활동에 나섰다고 합니다. 왕복여비 백여만원을 들고 떠나서 무려 반년을 살다왔으니 관심이 갈만한 것 같습니다.


영국의 우프는 물론 영국인들이 운영하고는 있지만, 체험일꾼은 다양한 나라에서 오고 있으니 영어도 배우고 세상을 아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영국여행을 앞둔 저도 영국과 영국인들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얻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 입국신고가 꾀까다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제가 영국을 다녀온 것이 오래전이라서 그 사이에 변화가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밖에도 새무얼 존슨이라는 작가가 ‘런던이 지겨워지면 그건 인생이 지겨워진 것이다(When a man is tired of London, he is tired of life)라고 했다는 말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저자가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라셀라스>를 쓴 18세기 계몽주의시대의 최고의 문인 새무얼 존슨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선하려고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인식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어. 내가 어릴 적만 해도 하인으로 있던 동양인이나 아프리카인이 함께 식탁에서 밥을 먹다니.... 암. 난리가 날 일이지(143쪽)”라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영국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날씨도 빠트릴 수가 없습니다. “영국은 365일 중 2백일이나 비가 내릴 만큼 날씨가 고약하다는데, 십여년 전에 런던에서 2박3일할 때는 겨울이기는 했지만 화창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의료제도나 복지제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저자 역시 ‘빈곤계층의 비만인구에게 다이어트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 같은 것은 한국에서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 예를 들었다는데, 정작 영국인들은 시큰둥하더라고 합니다. 빈곤계층에 비만인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병주고 약주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막연한 지원보다는 스스로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입니다. 복지에 대한 이런 철학은 우리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우프체험은 주로 영국의 남쪽에 있는 라이게이트, 루커리, 몽크턴 등 세 곳에서 이루어졌던가 봅니다. 체험이 끝난 다음에는 런던, 에든버러, 맨체스터, 리버풀을 거쳐 귀국길에 올랐다고 하는데, 영국내 여행도 우프체험과정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니, 옛날에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요즘이라면 저도 한 번 시도해보았을까요? 우프를 개설하는 영국 사람들도 다양한 성품을 가지고 있어서 영국 사람과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에 도착해서부터 영국을 떠날 때까지의 일상을 인상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일기형식으로 적고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요즘 젊은이다울 수도 있는 문장을 조금 다듬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런던에 도착해서 시차적응을 하는 동안의 기록을 보면 멋들어진 글을 써야 하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지나쳐 보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내 담담한 필치로 바뀌었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잔인한 운명, 가혹한 텃세, 런던을 정복하겠다는 배짱, 주모면밀, 호스텔로 퇴각 등은 전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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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어 - 논어에서 찾은 열 가지 정의의 길
박영규 지음, 임자헌 감수 / 한빛비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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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어>라는 제목을 받아들고 “왜 ‘다시’일까?”하고 생각해봅니다. “<논어>에는 오묘함이 깃들어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맛과 향기가 <논어>의 얼굴을 천변만화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제 읽은 <논어> 다르고 오늘 읽은 <논어> 다르다”라고 말머리를 뗀 <다시, 논어>의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게됩니다. 어쩌면 주해서보다는 <논어>를 원전으로 읽어야 이런 느낌이 더 진해질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주해서는 저자의 시각으로 한번 걸러진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논어>의 표지에 <논어> ‘안연’ 편에 나오는 “君君、臣臣、父父、子子”, 즉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라는 대목을 끌어온 것을 보니, 우리나라의 답답했던 정치현실에 청량한 무엇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는 무엇을 기대하게 만듭니다만, 대선이 끝나도 답답한 정치현실을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다시 논어를 끄집어낸 것은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꼬투리가 되었다고 했습니다만, 사실 저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정의에 대한 생각이 더욱 꼬이기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논어를 통하여 ‘정의’를 다시 정의하고, 공자적 관점에서 ‘부의 고른 분배’가 정의의 구현이라고 파악한 것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면 혹여 편향된 시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공자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중립적 시각을 견지하려는 노력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중요함을 언급한 부분입니다. 카프카의 <심판>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잘되면 제 탓이고 잘못되면 남 탓으로 돌린다”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결국은 그놈이 그놈이고, 오십보백보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정치적 공존은 성립하지 않는다(33쪽)”라고 한 저자의 걱정에 공감을 하지만, 우리의 정치적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은 모양새 같습니다. ‘민의(民意)’라는 허울로 본질이 가려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자신이 저지른 역사적 만행에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106쪽)”라는 비판에 대하여, 과거는 과거일 뿐 자신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현실의 일본인들의 시각은 우리나라가 아무리 목청을 돋우어도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에 매달리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영국과 아일랜드를 돌아보면서 영국을 뛰어넘은 아일랜드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들은 영국이 아일랜드를 수백 년 식민지배하면서 저지른 끔찍한 일들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만, 그에 대하여 사과하라고 주장한 적이나, 영국여왕이나 영국 정보 역시 그에 대하여 사과했다는 것을 들어본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으니 한 때, 잘 나갈 수는 있지만, 언제까지나 잘 나가는 나라는 역사상 없었던 것 같습니다. 즉 잘 나갈 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인데, 일본은 중심을 잘 잡아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쟁을 일으킨 당사국이면서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은 승전국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쟁의 책임에 대한 인식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고전적 전투방식으로 항복을 이끌어낸 독일과는 달리 ‘원자폭탄’이라는 초유의 방식으로 압박한 끝에 어쩔 수 없이 항복한 일본은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119쪽)’라고 한 저자의 말이 일본사람들은 역사의 심판에 맡겨두는 편이 낫겠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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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작가의 탐나는 글쓰기 - 처음 시작하는 콘텐츠 스토리텔링
박경덕 지음 / 더퀘스트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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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정말 탐이 나서 읽게 되었습니다. 프로작가는 아니지만, 탐나는 글쓰기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나 예능프로도 즐겨보는 편입니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의 경우는 대본 없이 출연자의 순발력으로 구성을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의 경우는 작가가 사전에 써준 대본에 의지하여 구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구성작가의 글쓰기가 기본적으로 중요하고, 출연자가 대본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하는가에 프로그램의 생명이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방송으르 보다가 작가를 탓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우리말을 엉뚱하게 쓰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프로작가의 탐나는 글쓰기>는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쑈>를 23년간이나 써온 박경덕작가님이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물론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만의 글쓰기 비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재미없으면 방송이 아니다’라는 방송 제작의 제1계명으로부터 ‘공감은 방송 콘텐츠만이 아니라 모든 콘텐츠의 궁극의 목표다’라는 점을 들어가는 말에서 미리 짚습니다. 저자는 MBC 방송아카데미에서 구성작가 과정강의를 하고 계신데, 36시간에 걸쳐 진행하는 ‘방송 콘텐츠 스토리텔링’의 커리큘럼 가운데 방송은 물론 일반 콘텐츠 제작과 글쓰기에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골라 모두 9개의 장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간혹 글 잘 쓰는 비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당연히 ‘일단 써보시라니까요!’라고 권합니다. 일단 써보면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읽고 쓰다보면 써놓은 글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되고, 더 나은 글이 되도록 다듬기에 들어가는데, 그 과정을 통하여 조금씩 좋은 글이 나오게 됩니다. 글쓰기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남들과는 다른 글쓰기가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지에 오르려면 보고 듣는 것을 잘 갈무리하고 그것을 어떻게 버무려낼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반짝’하고 떠오르는 무엇이 생기는 것입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승전결이 분명해야한다고 합니다. 즉 이야기가 틀을 갖추는데 있어 중요한 원칙이라 하겠습니다. 글쓰기에 앞서 전체의 틀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게 되는데, 그때 기승전결을 갖추어야 합니다. 제 경우는 이 부분이 가장 취약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맛깔 나는 글을 쓰는 법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도 좋습니다만,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비법도 따로 모아놓았습니다.


1. 인쇄물에서 자주 접하는 은유, 직유, 비유의 표현을 절대 쓰지 마라, 2. 짧은 단어로 충분한 곳에 긴 단어를 절대 쓰지 마라, 3. 단어를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줄여라, 4. 능동태를 쓸 수 있다면 수동태를 절대 쓰지 마라, 5. 일상적인 표현을 쓸 수 있다면, 외래어, 과학용어, 전문용어를 절대 쓰지 마라, 6. 상스러운 표현을 쓰느니 차라리 이 다섯 가지 지침을 어겨라, 라고 하는 조지 오웰의 명확한 글쓰기 방법이 그런 예가 되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글을 쓸 때 나름 지키려고 노력하는 기본적인 규칙 같은 것이었습니다.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일단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고, 흥미를 유발하려면 이야기에 장치를 두어야 하는데, 그 장치를 두는 것이야말로 이야기 만들기의 꽃이라 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책을 직접 읽어봐야 개념이 잡힐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모순이 되는 이야기가 의외로 감동을 주는 이야기의 필살기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 모순의 이야기는 쓰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상식을 뛰어넘어야 놀라운 모순을 찾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격언이나 속담에 놀라운 모순의 사례가 많은 것은 오랜 세월을 두고 다듬어져왔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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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 세상과 당신을 이어주는 테크 트렌드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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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상품을 일찍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새로운 정보에 둔감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새로운 정보는커녕 새로운 용어조차도 뒤쫓는 것이 숨 가쁠 지경입니다. 특히 정보통신분야의 경우 전공과는 거리가 있는 탓인지 이해가 쉽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개념 정도는 파악을 하고 있어야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가늠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멋진 신세계>는 이런 저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안성맞춤한 책읽기였습니다.


<멋진 신세계>는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합니다. 서기 2540년을 배경으로 과학기술의 지나친 남용으로 인간성이 파괴되는 비극적 상황을 그렸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저도 아직 읽지 못한 책입니다. 헉슬리의 역설적인 신세계와는 달리 임춘성교수님의 <멋진 신세계>는 그야말로 신세계를 의미합니다.


저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 지식, 지혜, 업, 휴식, 소통, 소유, 돈, 그리고 꿈의 영역에서 새로운 개념의 세계의 예를 몇 가지 들었습니다. 지식의 신세계는 인공지능으로, 지혜는 빅데이터로, 업은 로봇으로, 휴식은 무인자동차로, 소통은 사물인터넷으로, 소유는 클라우드로, 돈은 핀테크가, 그리고 꿈의 신세계는 가상현실이 가져올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기술들은 이미 상용화에 접어들고 있어서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이미 한물간 기술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장은 개념을 모른다면 신세계로 여행할 자격을 얻을 수 없을 터이니 개념 정도는 분명하게 알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워밍업편을 보면, 저자는 막무가내로 찾아온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새로운 세계로 가는 길을 안내해주시는 모양입니다. 책을 모두 읽으면 누구나 느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임교수님은 재주가 많은 듯합니다. 사실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오류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전공분야를 일반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는 쉽게 설명한다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분은 정말 남다른 재능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곤조곤 설명을 할 줄 아니 말입니다.


멋진 신세계로 가는 입국심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관찰하고, 통찰하고, 그리고 성찰하라는 것입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었습니다만, 예전에 서당에서 공부를 할 때도 낭낭한 목소리로 천자문을 외우는 일부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뜻을 깨치기 전에 먼저 읽어 외우고 나면 누군가 조금만 튕겨주어도 뜻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와 비슷하게 사물을 철저하게 관찰하고 뜯어보다보면 그 본질을 깨치게 되고, 그리고 나서 그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는 과정이 바로, 찰찰찰이 되는 셈입니다. 즉 ‘목적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라’하는 기본적인 삶의 태도를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멋진 신세계는 전자공학적 성과로 구성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듯합니다. 산업공학을 전공하셨다는 저자는 공학은 물론 아주 다양한 영역에도 조예가 깊은 듯, 다양한 영역의 자료들을 이끌어다 미래의 일들을 설명합니다. 사실 네트워크의 원천모형은 뇌과학에서 연구하는 신경세포와 그 연결망입니다. 요즈음 사람들의 관계망은 바로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을 신경세포로 유무선망은 신경망으로 비교할 수 있는데, 바로 뇌과학의 연구성과를 공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비유도 아주 적절하고 쉽게 설명합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하여 개인적으로는 호사가들이 분명하지 않은 근거로 주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임교수님도 그 점에서는 저와 생각이 같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산업혁명이라 부르려면, 인간의 생활고, 사회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해야 하며, 후대의 역사가에 의하여 평가되고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책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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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바투타 여행기 1
이븐 바투타 지음, 정수일 역주 / 창비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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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읽었습니다. 특히 이슬람이 지배하던 지역에 대한 글에서 자주 인용되기 때문에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서 무리를 했습니다. 이 책을 옮긴 정수일교수의 서문에서 보면,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중세 모로코 출신 여행가 이븐 바투타가 30년간(1325.6.14~1354.1)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3대륙에 걸쳐 10만km를 두루 돌아본 것들을 적은 견문록입니다. 당시 모로코를 지배하던 마리니야조 술탄 아부 아난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븐 바투타에게 여행기를 집필하도록 유시를 내렸고, 바투타는 2년에 걸쳐 여행기를 완성하였다. 술탄은 당대의 명문장 이븐 주자이 알 카비에게 ‘가급적 언사를 다듬고 윤색하여 그 뜻을 명확히 살리라’라는 교지를 내렸고, 이븐 주자이는 다시 3개월에 걸쳐 요약하였다고 합니다. 불행하게도 바투타의 원본은 전해지지 않지만, 이븐 주자이의 요약본이라도 전하는 것은 천만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1997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라이프>는 인류의 지난 천년을 만든 위인 100명을 선정하였는데, 그 가운데 여행가로는 마르코 폴로와 이븐 바투타, 2명의 이름이 올라있다고 합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http://blog.joins.com/yang412/15002269>을 읽었습니다만, 리뷰 제목을 ‘믿거나 말거나?’로 정한 것을 보면 미심쩍은 무엇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븐 바투타 여행기>에서도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나 지명 등을 어떻게 기억해서 기록으로 남겼을까하는 의문은 남습니다만, <동방견문록>의 천편일률적인 기록보다는 신뢰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바투타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샤이흐이자 법관으로 약관 22살에 여행에 나섰음에도 그의 신분 덕에 여행지 곳곳에서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이슬람세계는 풍요를 구가하던 시절로 ‘베품’이 최대의 미덕이 되었던 것도 그의 여행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여행길에 오른 동기는 무슬림의 종교적 의무 가운데 하나인 메카 성지순례를 겸해서 이슬람세계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의 발길을 멀리 인도에까지 이르러 이슬람의 명소와 유명인을 만나기에 이르렀고, 해당지역에서의 이슬람문명의 모습을 기록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카스피해 북부, 인도, 중국, 아프리카 내륙 등 이슬람이 아직 전해지지 않은 이교도지역까지도 두루 방문하고 그 지역의 세시풍습을 기록하여 진정한 여행가로서의 사명을 다했다고 하겠습니다.


정수일 역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읽는데 있어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하나는 알라는 물론 이슬람 성인을 언급할 때는 그에 걸맞는 존경의 표시를 적어야 했던 것이 당시 이슬람 저술의 일반적인 원칙이었던 모양인데,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책 읽는 흐름을 깨트리는 것이 아쉽다. 두 번째는 어려운 중세 아랍어를 우리말로 옮긴이가 중국에서 성장하였던 배경 때문인지 전반적인 문체가 상당히 고답적인 탓에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바투타와 함께 이국적이면서도 동시에 옛날의 세시풍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책읽기였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알렉산드리아의 파루스 등대에 대하여 상세한 기록을 남긴 것을 읽으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우리네 속어가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처럼 자동차나 비행기와 같이 짧은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을 때이니 낙타 혹은 말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이동하였을 터이고, 질병과 강도 등 여행길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차고 넘쳤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30년간의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바투타의 명줄이 그만큼 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알라를 향한 그의 신심이 돈독했던 것이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바투타 역시 방문지에서 뿌리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 터이나 적당한 시점에 이를 뿌리치고 다음 여행지로 향한 것은 아마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그의 호기심이 더 강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의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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