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이 필요한 순간 - 나를 돌아보게 하는 철학 한 줄
저우궈핑 지음, 정세경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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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사보의 편집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준비된 기획안 가운데 게으름에 문제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게으름을 추구하는 심리학적 고찰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우리네 삶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기 마침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네 삶에 필요한 휴식을 논하는 책이 있습니다. 중국의 철학자 저우궈핑의 철학 에세이집 <잠시 멈춤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바쁘게 살다보니 잊고 사는 ‘인생의 의미는 뭘까?’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라는 의문에 일깨우는 150개의 이야기를 10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담았습니다. 그 주제는 인성에 대한 반성, 철학의 이론 등과 같이 다소 현학적인 주제가 있는가 하면, 사랑에 대한 담론, 남녀 관계, 결혼과 육아 등처럼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도 있습니다.


작은 주제에 관한 내용이 한 쪽을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그만큼 주제를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작은 주제의 핵심을 나타내는 한줄 요약을 붙여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작은 주제인 ‘인간과 돼지’는 ‘불만족스러운 인간이 만족스러운 돼지보다 행복하고,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만족스러운 바보보다 행복하다’라는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드 밀의 이야기를 꼬투리로 풀어내었는데, 그 내용을 ‘나는 모든 사람의 몸에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숨어있다고 믿는다’라고 요약합니다. 밀의 이야기를 안다면 저자가 정리한 한줄 요약이 얼마나 멋들어진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읽다보면 ‘사람을 사귀는 방법이나 업무의 성공 비법을 다룬 베스트셀러들을 보면 어쩐지 웃음이 난다(84쪽)’라고 한 저자의 한줄 요약에서는 스스로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면서도 격하게 공감하는 무엇이 느껴집니다. 그만큼 저자의 사유는 우리네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머리맡에 두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집히는대로 책을 펼쳐 한쪽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타니까 그가 쓴 책도 분명 훌륭할 거라는 생각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오해다’라는 일갈 역시 크게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유행어가 있습니다만, 그런 부모들이 깨달아야 할 좋은 말도 있습니다. ‘현명한 부모는 두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나는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고 있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시작했지만 어느새 잊고 있던 책읽기를 되살리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바로 몽테뉴의 <수상록> 읽기입니다. 저자는 철학적 사유를 하는 사이의 휴식시간에 <수상록>을 몇 쪽 읽거나 작은 노트에 나름대로의 감상을 적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에서 <수상록>을 회사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일하다 잠시 쉬는 짬에 <수상록>을 열어 한쪽이라도 읽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언젠가부터 책이 쌓이는 서류들 틈에 숨어버리고 책읽기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서류틈에서 먼지가 쌓인 <수상록>을 다시 꺼내 보아야 하겠습니다. 저자의 철학적 사유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권하는 대로 ‘마음속에 소크라테스를 모시는 일’은 바로 이런 책을 읽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당연히 책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유로 연결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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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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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작품의 바탕이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그런 작품을 읽어보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합니다. 스티븐 디덜러스라고 하는 젊은 작가의 유년기에서 청년기까지의 삶과 정신세계를 그렸는데, 가정환경의 변화와 학교생활, 종교에 대한 생각, 당시 영국의 식민지배에 대항하던 아일랜드의 사회적 분위기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 무렵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중등교육은 가톨릭 혹은 기독교회가 운영하는 기숙학교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당연히 학교의 분위기는 엄숙을 넘어서 엄격했던 모양인데, 요즈음 우리나라의 분위기 같으면 난리가 났을, 이유 없는 체벌도 자행(?)되었던 모양입니다. 오죽하면 주인공이 “사랑하는 어머니, 저는 지금 아파요. 집에 가고 싶어요. 제발 오셔서 저 좀 데리고 가주세요. 저는 지금 진료소에 있답니다”라고 편지를 썼겠습니까?


아일랜드는 가톨릭을 믿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조이스가 젊을 무렵만 해도 그때까지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던 가톨릭 신부님을 무조건적으로 받들던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가톨릭신부가 정치에 간여하는 것이 교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영국의 식민지배에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하였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주인공이 하급학년 때 다니던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책상 위에 해골을 얹어두고 있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럽의 미술작품을 보면 사람의 두개골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경화작가는 <스페인 미술관산책; http://blog.joins.com/yang412/13205419 >에서 “서양회화에서 해골이 등장하는 경우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너희도 곧 죽어서 이 해골처럼 될 테니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종교적 의미가 더해져서 “인간이 언젠가 죽게 되어 있으므로 생전에 회개하고 하느님을 잘 섬기라는 뜻의 라틴어구 memento mori를 교훈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런가하면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탄생한 정물화 가운데 해골이 등장하는 것을 바니타스 정물화라고 하는데, 허무, 무상, 허영이라는 의미의 바니타스에 해골이 등장하는 것은 죽음 앞에 인생은 무력하기 때문입니다. 메멘토 모리에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신이 주신 삶의 순간, 지금 현재를 마음껏 즐기라’는 또 다른 해석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세월따라 생각이 바뀌는 법이니, 어쩌면 조이스 역시 메멘토 모리하라는 교장선생님의 깊은 뜻을 카르페 디엠하라는 의미로 재해석한 것은 아닐까요?


‘담배도 안 피우고, 바자에도 안 가고, 계집애들과 시시덕거리지도 않는 모범청년 스티븐 역시 눈길을 주는 여성이 등장하고, 심지어는 홍등가에 드나들기도 하는데,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갈등하던 순간도 적고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통하여 마음의 갈등을 풀어낼 뿐만 아니라 성직자의 길을 고려해보라는 신부님의 추천을 받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직을 포기한 것은 생각이 자유로웠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보면 종교는 병을 주고 약도 주는 미묘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스티븐이 친구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보면 가톨릭에 대한 회의가 감춰져 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유년시절의 엄격한 학교생활과 아버지의 파산으로 학교를 떠나있는 동안 생각의 자유로움을 얻었고, 이어서 죄악을 범하고 번민하는 모습과 회개 이후 성직의 길을 권유받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성직의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조국의 현실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의 모색에 나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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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스코틀랜드, Scotch Day 어느 날 문득
홍주희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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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작가들의 개성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코틀랜드에 대한 무언가를 얻어 볼 요량으로 읽었지만, 기대했던 바에 많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곁들인 일기 아니 신변잡기 정도였습니다.


‘2010년 1월 8일부터 7월 19일까지 스코틀랜드에서의 추억을 차곡차곡 담았습니다.’라고 시작된 소개글에서 저자는 ‘영어를 배우겠다는 의지와 스코틀랜드라는 이국에 대한 호기심에 부풀어 머나먼 땅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덜컹 날아왔습니다.’라고 했는데, 영어를 배우려는 곳으로 왜 스코틀랜드여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저자가 스코틀랜드에서 전공을 보완할 공부를 체계적으로 한 것인지도 분명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작은 크기에 깨알같은 글씨로 채워넣은 내용을 보면, 에든버러에 거점을 두고 생활하면서 글래스고, 스털링, 하일랜드, 인버네스 등을 여행한 기록에는 다니던 카페, 서점, 펍 등 잡다한 것들까지 언급하려다보니 정작 깊이가 있었더라면 하는 내용들은 수박 겉핥기가 된 느낌입니다. 예를 들면, 유서깊은 에든버러성이나, 왕립궁전(The Royal Palace의 번역인데, 왕이 세운 궁전이니 ‘왕궁’이면 될 것 같습니다), 세인트 마가렛 예배당 등의 설명이 서너줄에 불과합니다. 설명도 없는 거리 풍경, 스코틀랜드 특유의 문야을 담은 직물, 심지어는 스카치 위스키 샘플의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다양한 크기의 사진 역시 넉넉함을 넘어설 정도로 담았습니다.


날씨에 대한 정보는 기억할만합니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 조금 맑았다 금세 흐려지는 등 종횡무진 변한다.(24쪽)” 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는 거센 바람과 구름이 많은 혹독한 기후로 유명하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차갑게 느껴지는 것도 날씨 탓인지 모르겠다’라고 적었는데, 물론 기후가 사람들의 성격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역사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읽다보면 처음에는 ESL에 등록한 듯합니다. 그곳의 영어선생님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에든버러 예술대학교에서 드로잉 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대학을 졸업하고 얻은 직장에서 초보디자이너로 출발했지만 큰 감동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직장을 그만 둘 이유를 찾아낸 것이 스코틀랜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그곳에서 저자의 관심사인 타이포그래피와 디자인이 따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니 저자의 스코틀랜드 체류가 그리 나쁜 선택을 아니었다고 하겠습니다.


가끔씩 끼워 넣어진 듯한 느낌으로 좌우 양쪽 면을 마치 펼친 공책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작가의 느낌을 적은 공간인데, 여백을 지나치게 많아 느낌을 조금 더 채워넣었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조금 더 꼬집자면, 글을 꾸미려는 의욕이 넘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하일랜드는 한마디로 야생의 보고와 같은 곳이다. 완만한 산과 구릉, 반짝이는 맑은 호수들이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보았구나 싶은 구절이 있는가 하면, ‘계곡을 가로지르며 뛰노는 연어와 송어 등 유럽 최후의 야생 지역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구절은 관찰의 결과가 아니라 연상의 결과이거나 누군가의 글을 인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렵게 다녀온 여행의 추억을 앨범과 마음 속에만 쌓아두기는 아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막상 책으로 꾸며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선뜻 나서는 출판사를 만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어떤 점이 편집자의 마음을 움직였을까에도 관심이 생겨 꼼꼼하게 뜯어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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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 졸업을 앞둔 너에게
커트 보니것 지음, 김용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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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싶은 책 목록에 여전히 들어 있는 <고양이 요람>의 저자 커트 보네거트를 다시 만났습니다. 처음 그를 만난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 http://blog.joins.com/yang412/13340292>의 소재와 이야기 구성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임사체험을 통하여 사후세계에서 이미 고인이 된 유명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현세의 삶을 서술하였는데, 결론은 “인생의 목적은, 누가 그것을 지배하든 주변의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7쪽)”라고 줄여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로 커트 보네거트를 만나게 된 책이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입니다. 이 책에는 1972년 뉴욕주립대학 올버니 캠퍼스 졸업식에서 부터 2001년 라이스대학 졸업식에 이르기까지 10개 대학의 졸업식에서 졸업생에게 준 이야기들과 1984년 플레이보이지에 기고한 글에서부터 2001년 칼 샌드버그상 시상식의 연설문 등 6개의 연설문과 기고문을 담았습니다.


보네거트는 대학졸업장은 없었지만, 대학졸업식에서 많이 모시는 인기가 많은 연사였다고 합니다. 댄 웨이크필드는 서문을 통하여 보네거트는 ‘사람들이 생각만하고 말로는 꺼내지 않는,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고 예상을 뒤엎고 사물을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하는 꾸밈없는 단어와 구절들을 찾아냈다(10쪽)’고 짚었습니다. 그리고 ‘틀에 박힌 연설문을 대학 이름만 바꿔가며 낭독하는 대다수의 졸업식 연사들과는 달리, 이제 막 만들어진 것, 생각할 거리를 주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재치와 도발적 표현들을 내놓았다(13쪽)’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그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진실을 말하는 자였다(18쪽)”라고 평했습니다. 미국인권옹호연맹은 보네거트가 미국에서 가장 검열을 많이 당한 작가로 선정한 이유일 것 같습니다. 2000년 인디애나인권옹호연맹에서 행한 연설의 제목이 ‘대통령을 나쁘게 말한 자유“인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자유로운 사상을 가졌는지 알 수 있겠습니다.


그의 연설문을 읽어보면 다양한 인용자료들이 좌충우돌하듯 보이지만, 작가답게 이것들을 잘 엮어서 이야기의 줄거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다듬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원고를 미리 써서 읽은 것이 아니라 잡아둔 줄거리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로는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 미국적 문화와 조우하게 되면 연설내용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한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의 화약제조법을 서양에 전한 것이 마르코 폴로였다거나, 당시의 중국인들은 너무 멍청해서 화약을 불꽃놀이에만 사용했다는 등입니다.


화약은 중국 위진시대 도가의 연단술사들이 불로장생의 영약을 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며, 그 연소성을 이용하여 전쟁무기로 개발된 것은 당송 무렵이었습니다. 연소성 차원을 넘어 폭발성이 강화되면서 전쟁무기로서 중요도가 높아졌고, 금나라를 무너뜨린 원나라시절에 아랍에 전해졌고, 아랍이 유럽과 전쟁을 하는 가운데 서양에 전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보네거트가 화약의 유럽전래에 대하여 잘 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적당히 무게가 느껴진다거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민감한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달콤한 망설임이 좋다거나 처럼 책은 느낌이 아주 좋으니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권고는 좋습니다만, 대부분의 교육이나 의술처럼 탐욕스러운 자들이 꺼리는 분야에 뛰어들려하는 졸업생들에게 교사라는 직업을 추천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책의 제목이 되는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는 여러 대학의 연설에서 거의 빠트리지 않는 말인데, 보네거트의 알렉스삼촌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생이 순조롭고 평화롭게 잘 풀릴 때마다 잠시 멈춰서 큰 소리로 외쳐보기’를 권합니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50쪽)” 대학졸업식에 연사로 초청받은 이가 참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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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7-2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새 이 책을 온라인 상에서 많이 추천들 하신다했더니 최신작이군요. 시카고대 인류학 전공의 저자, 저도 친해지고 싶습니다.

처음처럼 2017-07-30 20:55   좋아요 0 | URL
읽을수록 끌어당기는 무엇이 있는 분입니다.
 
스페인 예술로 걷다 - 가우디와 돈키호테를 만나는 인문 여행
강필 지음 / 지식서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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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다녀온 것도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스페인여행의 핵심은 미술과 건축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앞두고 미술과 건축을 포함한 스페인에 관한 자료들을 나름대로는 열심히 읽었고, 특히 좋은 가이드를 만난 덕분에 많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강필작가님의 <스페인 예술로 걷다>에 담긴 그림과 건축물에 대한 내용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미학을 전공하시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계신 까닭인지 작품을 분석적으로 쪼개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음에도 쉬운 글로 풀어내고 있어 단숨에 읽히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책을 열면 먼저 ‘우리가 방문할 스페인 도시’라는 제목의 지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만나게 될 미술과 건축작품이 있는 스페인의 도시를 표시한 것인데, 마드리드-바르셀로나-빌바오를 잇는 삼각형에서 각각 피게라스와 톨레도를 연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 마드리드는 프라도, 테센보르네미사, 레이나 소피아 등 3개의 미술관을 그리고 빌바오에서는 구겐하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톨레도에서는 돈키호테와 엘그레코,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 피게레스에서는 달리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마드리드에서는 프라도미술관을, 바르셀로나의 가우디의 건축작품을, 톨레도에서는 엘그레코의 대표적 작품을 보긴했는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꼼꼼하게 작품에 천착한 저자와는 달리 단체여행이라는 시간적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보았기 때문에 놓친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스페인 예술로 걷다>는 그런 아쉬움을 많이 보완해준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2003년 유럽을 처음 방문했다던 저자는 그 뒤로 여러 번 방문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렌터카를 예약해 소도시를 찾아나서는 데까지 여행방식을 진화시켜왔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여행은 결국 어떤 길을 갈지 스스로 선택하고 그 길을 가는 과정에서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제 경우는 퇴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 머물 때는 차를 빌리거나 아니면 저의 차로 여행을 했는데, 그때는 저자의 말씀대로 스스로 선택하고 가서 확인하면서 미리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즈음에는 여행사 상품을 따라가다 보니 제한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보는 즐거움은 여전합니다.


저자의 스페인 여행은 ‘예술과 인문 루트’라고 성격을 분명하게 합니다. 여행을 통하여 ‘스페인 사람들의 삶과 문화, 역사를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스페인은 문사철이라고 하는 인문학의 보고인 것 같습니다.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이 오랫동안 공존하면서 색다른 문화산물을 만들어냈고,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고, 문학과 역사에서도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스페인 작가들의 작품들도 국내에 많이 소개되고 있어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서도 적었습니다만, 스페인의 예술품을 소개하는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는 풍부한 사진들을 바탕으로, 그 작품이 탄생하게 된 역사와 작가적 배경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레이나 소피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리히텐슈타인의 <붓자국>으로부터 마르셀 뒤상의 <샘>으로 연결시켜 미학의 흐름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런 대목에서 저자는 ‘또 너무 멀리 왔다’라고 화제를 다시 스페인의 미술관으로 되돌립니다만, 읽는 이는 새롭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보니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렘브란트의 <모자와 두 개의 목걸이를 걸친 자화상>을 설명하면서 인용한 <자화상>이 런던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다는데, 이번 런던 여행길에서 내셔널 갤러리에 들렀음에도 보지 못하여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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