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알파 : 리더를 깨우는 리더
대니엘 할런 지음, 김미란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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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깨우는 리더’라는 부제가 없었으면 제목의 의미도 모른 채 책을 읽을 뻔 했습니다. ‘사회적 책임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인생의 모든 면에서 탁월함을 추구하는 사람, 인생의 목적, 특히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대의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 즉 최고의 리더를 이 책의 저자는 ‘뉴 알파’라고 정의합니다. 이들에게는 성공이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리더 중의 리더를 이른다면 ‘뉴 알파’보다는 ‘초 알파’로 해야 하지 싶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새로운 개념의 리더를 옛날 개념의 리더, 즉 ‘알파’와 구분하기 위하여 ‘뉴 알파’라고 명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옛날 개념의 알파는 ‘올드 알파’라고 치부합니다.


‘알파’란 천문학에서 가장 밝은 별을 이른다고 저자는 말합니다만, 조금 보충이 필요합니다. 독일의 천문학자 요한 바이어가 개발한 명명법에 따르면 알파성은 ‘특정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에 붙이는 이름입니다. 그리스 문자 가운데 가장 처음 오는 알파를 가져온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알파성이 없는 별자리도 있고, 쌍둥이자리나 용자리처럼 알파성이 가장 밝은 것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알파성보다 더 밝은 별은 역시 ’초 알파‘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어떻거나 저자의 뉴 알파는 올드 알파와는 달리 탁월한 사람이 되는 법, 탁월한 리더가 되는 법, 탁월한 그룹이 되는 법, 등 세 가지 영역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뉴알파>는 “전인적이고 상호적인 리더십을 키우고 개인의 발전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리더의 능력을 갖추고 동시에 잠재력을 극대화하도록 고안(24쪽)”된 책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술술 읽어가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는 구별되는 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철저하게 데이터를 중심으로 구성된 구조화된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어떤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실 읽다보면 저자가 던지는 수많은 질문을 만나게 되고, 저자가 마련한 빈칸에 자신의 의견을 적어야 합니다. <뉴알파>는 단순한 책읽기가 아닌 것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책읽기를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책은 앞서 말씀드린 뉴 알파가 추구하는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기술되어 있습니다. 1부 탁월한 사람이 되는 법에서는 행복하거 건전하고 높은 성과를 내며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는데 필요한 기본 습관 양성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2부 탁월한 리더가 되는 법에서는 세상에 기여하는 고유한 재능과 능력의 산물인 개인적 리더십의 정체성을 알아봅니다. 3부 탁월한 그룹이 되는 법에서는 갖가지 힘든 상황에서도 타인을 효율적으로 리드하고 관리하기 위해 한 잘 더 나아간 리더십의 능력을 알아봅니다.


13개로 나뉜 각장마다에는 저자가 제시하는 자기 평가를 수행하고 이에 따른 훈련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지시를 따르는 것보다는 먼저 통독을 하여 저자의 의도와 훈련방식을 가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훈련방법을 따를 생각이 들었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저자의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책의 앞부분에 있는 서약은 그때 가서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뉴 알파’가 되어보겠다고 나서는 것이 좋을까 싶다는 생각이 남았습니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한 사회인데 알파가 되겠다고 경쟁을 하다보면 조직사회가 무너지지 않을까해서입니다. 자신을 알고 자신이 가야 할 위치를 아는 것을 가르쳐야 세상이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책을 읽어가다 보면 자신을 평가하고,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위하여 계획을 세우기 위한 준비작업이 만만치가 않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장 눈앞에 떨어져있는 일도 처리하기가 벅찬 세상에 언제가 될지 모르는 리더수업에 시간을 쏟아 붓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새로운 개념의 리더, 즉 ‘뉴알파’를 꿈꾸는 이라면 따라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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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여행 - 흥미로운 인문학 여행법
박상대 지음 / 하이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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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여행하면 해외여행을, 그리고 이국적 풍물을 보기 위해서 떠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월간 <여행스케치>의 박상대발행인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여행>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소중한 가치’라는 부제가 달린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바로 사랑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의 대상은 첫째, 나 자신이고, 둘째, 가족이며, 셋째는 이웃, 마지막으로 자연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저자 역시 여행을 하는 동안 마주치는 눈에 보이는 것들 모두 존재 의미가 있고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 보이지 않은 것들을 가슴을 흔드는 소리, 마음을 움직이는 힘, 세상을 이끄는 시간 등으로 나누어두었습니다. 가슴을 움직이는 힘에는 추임새, 동요, 라디오 소리, 웃음소리, 안부전화, 바다의 소리, 메아리, 바람, 소리, 흥, 호흡, 자연의 소리, 생명의 소리 등을,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는 양보와 배려, 겸손, 믿음, 인연, 용서, 사랑, 명상, 기도, 말, 포기, 나눔, 소망, 약속 등을 세상을 이끈 시간에는 고향, 이웃, 습관, 선비정신, 시간, 세월, 운명, 그리움, 정의, 아이디어, 선인들의 숨결, 장인정신, 그리고 빛 등 각각 열세가지 작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39가지 작은 주제들은 우리 땅의 여행지들에서 건져 올린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세상을 하나로 이어주는 장단을 의미하는 추임새는 남원의 판소리전수관에서 얻은 것인데, 먼저 현장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주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또한 다양한 사진을 곁들여서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진들은 저자가 직접 찍은 것들도 있고, 관련 지자체 등에서 제공받은 것들도 있는 것을 보면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저자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작은 주제를 몇 개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가슴을 따듯하게 해주는 노래, 동요편에서는 정선 아우라지에서 얻은 동요가 가르쳐주는 서정성을 다루었고, 정선 민둥산 하암약수터에서는 동요를 부르는 재미를 논합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외국의 몇 개국을 다녀와서는 ‘여행갔다 오면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더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기가 막혔다고 합니다. 여행은 ‘가는 것’이 아니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현지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눈에 담고, 그들의 역사와 삶을 가슴에 담고,영혼을 풍요롭게 해서 오는 것이 여행(11쪽)”이라고 합니다. 그런 해외여행이라면 차라리 우리의 산하와 우리 이웃의 삶에서 소중한 가치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다듬어 썼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성지로 취재여행을 떠난다는 대목을 만나는 것을 보면 저자는 가톨릭신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종교의 벽을 느낄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종교의 벽을 뛰어넘은 생각을 펼치기도 합니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추천하는 명상을 이야기하면서 사찰에서 하는 템플스테이를 권합니다. 그런데 사찰에서는 불자들만 명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부님이나, 목사님, 크리스천들도 명상을 자주한다고 소개합니다. 그 명상을 할 때 스님은 ‘내가 부처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목사님이나 신부님은 ‘내가 하나님의 자녀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작가의 열린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나라 이 마을 저 마을을 여행하면서 ‘우리나라 참 넓다’라는 생각과 ‘우리나라 역사 참 오래되었다’라고 생각했다는 저자의 말씀을 새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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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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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이던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핀란드의 분위기를 새삼 추억하게 만드는 이야기<카모메 식당>을 읽었습니다. 조금은 생뚱맞게도 영국을 여행하면서 읽었습니다.


일본의 중년 여성이 핀란드 헬싱키 어느 길모퉁이에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를 파는 식당을 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카모메 식당>에서 일본사람과 핀란드사람의 세밀한 면을 잘 볼 수 있는 듯합니다. 먼저 핀란드 사람들이 연구의 대상이 됩니다. 반년이 넘도록 문을 닫고 있던 식당이 문을 열었는데 새로 문을 연 식당에는 동양인 여자아이 혼자 동그마니 앉아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식당을 여는 날 지인들을 불러 대접을 하는 개업식을 하기 마련입니다. 자연스럽게 동네사람들은 물론 지나던 사람들도 들어와 개업을 축하해주면서 주인과 안면을 트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카모메식당은 그저 조용히 문을 열었을 뿐입니다. 동네사람들 역시 그런 카메모식당을 염탐하듯 구경만합니다. 석기시대 우랄어족의 일파인 핀우그리아어파 부족이 동쪽으로부터 이주해 들어왔지만 13세기에 이르도록 중앙집권적 국가형태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서쪽의 스웨덴, 동쪽의 노브고로드공국이 핀란드를 위협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스웨덴이 핀란드를 차지했습니다. 1808년에는 러시아가 침공하여 1917년까지 러시아제국의 자치대공국이 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독일제국의 제후국이 되었습니다. 1918년에는 러시아혁명의 영향을 받은 좌파와 우파가 맞붙은 내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핀란드는 소련 및 독일과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을 치러 전쟁이 끝나면서 독립을 이루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핀란드사람들의 성격형성에 기여한 모양입니다. 카모메식당에 등장하는 핀란드사람들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지켜보면서 충분히 상대를 파악한 다음에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진중한 성격을 가졌다는 느낌을 얻습니다.


카모메식당에 등장하는 일본사람들 역시 비슷한 면모를 보입니다. 물론 주인공 사치에의 경우는 조금 달라 양면성이 있습니다. 카모메식당을 연 주인공 사치에는 서른여덟이 되도록 ‘인생 모든 것이 수행’이라는 생각을 가진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던 것인데, 무술에 재능을 가진 것을 파악한 아버지의 압력에 부담을 느끼면서 무술보다는 또 다른 재능인 요리에 전념하기로 합니다. 요리에 대한 사치에의 철학은 ‘화려하게 담지 않아도 좋아. 소박해도 좋으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만한 가게를 만든다’입니다. 그리고는 돈을 모아 식당을 차리는 꿈을 꾸게 되는데, 그녀에게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준 것은 복권당첨입니다. 무려 일억엔. 헬싱키에 식당을 열기로 한 것은 아버지의 무술도장에 와있던 핀란드 청년과 연락이 닿았기 때문입니다.


문을 열었지만 손님은 없는 카모메식당에 모여든 사람들은 사치에가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일본여성, 미도리와 마사코입니다. 미도리와 마사코의 삶의 행적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열어가는 사치에와는 사뭇 다릅니다. 아버지가 소개해준 회사에 취직하여 무탈하게 지내다보니 어느덧 중년이 되었는데,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오갈데가 없어진 미도리입니다. 마사코는 평생을 부모의 간병만 하고 살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서야 자신의 인생을 찾아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헬싱키에 흘러든 것까지도 사치에와는 전혀 다릅니다. 우연히 찍었더니 헬싱키였더라,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사치에를 비롯한 미도리와 마사코를 둘러싸고 있는 일본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의 일본사람들의 면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카모메 식당>을 통하여 핀란드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 안에 숨어있는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카모메식당>은 사치에가 퍼트리는 긍정바이러스로 인하여 아픔을 치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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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기술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 지음, 김영선 옮김 / 심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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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이 예전 같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럴 때면 보르헤스의 단편 「기억의 천재 푸네스」가 부럽기만 합니다. 푸네스라는 농부는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에 보고 들은 것들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심지어는 특정한 날, 하늘에 뜬 구름 모양 같은 자질구레하고 세세한 사항까지도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푸네스는 푸네스대로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쌓여가는 기억 때문에 괴로워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담아두면 고통스러운 기억은 지울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래서 ‘기억은 신의 선물이고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생긴 모양입니다.


브라질의 신경생물학자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는 학습과 기억이 저장되는 기전연구의 선구자입니다. 기억을 연구하는 그가 역설적으로 ‘망각의 기술’을 논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기억과 망각은 동전의 양면 같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는 ‘기억은 뇌에서 벌어지는 정보의 저장과 인출로 정의되고, 망각은 기억상실이라 일컫는 기억의 손실로 정의된다’라고 말합니다.


기억하면 흔히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으로 구분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내용의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은 ‘서술기억’인데, 서술기억은 의미, 이해,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에 대한 기억인 ‘의미 기억’과 일화에 대한 기억인 ‘일화 기억(삽화 기억)’으로 구성된다는 것입니다. 감각 또는 운동 기능에 대한 기억은 ‘절차 기억’ 혹은 ‘습관’이라고 합니다. ‘작업 기억’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기억은 기억이 저장되고 인출되는 기전과 관련된 접속체계를 말합니다. 기억의 종류에 따라서 작동하는 뇌의 부위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기억이 형성되는 기전을 분자생물학의 수준에서 설명합니다. 우리는 기억이 뇌의 어딘가에 쌓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사실은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시냅스를 통한 신호전달체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경험이 일단은 뇌의 언어로 번역되어 기억흔적이나 기억파일로 응고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응고화된 정보는 뇌의 다양한 부위에 있는 시냅스망에 뇌의 언어로 저장됩니다. 이렇게 저장된 기억은 필요할 때 불러올 수가 있는데 이를 ‘기억의 인출’이라고 말합니다. 뇌의 언어가 일상의 언어로 인출되는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망각, 그러니까 경험한 것을 떠올리기 못하는 방식에는 습관화, 소거, 차별화, 억압 등 네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네 가지의 방식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으로의 접근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셈입니다. 이 가운데 앞의 세 가지는 학습의 형태입니다. 일종의 망각의 기술인 셈입니다. 따라서 경험한 것을 송두리째 없애는 진짜 망각은 아닌 것입니다. 망각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치매에 걸린 환자의 뇌를 보면 신경세포가 죽어 사라지거나 시냅스가 손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진정한 망각이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저자는 기억의 기전은 물론 기억의 훈련, 망각이 필요한 이유, 망각의 기술이 질병치료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 등, 다양한 것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설명들의 체계가 다소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기억과 관련된 과학적인 연구는 물론 문학작품 등 다양한 소재를 인용하고 있어 기억에 관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어왔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앎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못한 느낌입니다.


기억을 연구하는 저자가 망각을 논하게 된 이유를 나가는 말에 정리하였습니다. 망각은 새로은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점, 대부분의 기억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다는 점, 기억제거방법으로 알고 있는 망각은 소거, 습관화, 변별학습 등으로 기억과정을 억제하는 것일 뿐으로 기억의 장기적인 폐기에 불과하다. 더하여 저자는 ‘우리가 망각하기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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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김훈태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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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로 시작하는 이 책의 서두처럼,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여행에세이 혹은 치유에세이로 분류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작가는 우선 오사카로 가는 배를 타고 부산항을 떠나는 순간을 장황(?)하게 설명하고는 이 여행을 떠난 이유를 밝힙니다. ‘뇌 속에 고질적으로 세팅된 부정적 시냅스를 끊기 위해서 나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지. 그리고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드는 것.’ 아주 어렵게 설명을 했지만, 쉽게 말해서 타성에 젖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로 여행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무엇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책장을 열면 여행지의 사진들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결국 여행과 여행의 목적지인 교토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여행에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거기에 더해서 삶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요즘 쏟아지는 허접한 여행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여행의 효용에 대하여 저자는 관광이나 휴식보다는 자기성찰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교토라는 장소에 한 달간 머물면서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찬찬히 관찰하고 느낀 점을 적고 있습니다. 아니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았습니다. 그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았으니 이 책을 읽는 이가 될 것 같습니다.


여행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작가는 ‘여행은 인생의 나이테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자기성찰이 되었던, 혹은 관광과 휴식이 되었건 같은 효용가치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대목도 있지만, 그저 스쳐 지나는 듯한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 삶이란 것이 늘상 의미있는 내용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행지로 가는 방법으로 배를 선택한 것은 ‘느린 여행’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친듯이 돌아가는 쳇바퀴 같은 삶에서 내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젊은이가 벌써 세상이 미친듯 돌아간다는 생각을 한 것도 기특하다 싶으면서도 독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나이에는 미친듯이 살아가는 것이 일반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사십줄에 들어설 무렵 처음 직장을 쉰 적이 있습니다만, 그때 이런 여행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교토로 가는 길에서부터 교토에 머무는 동안 그리고 돌아올 때까지 모두 14통의 편지형식의 글로 이 책을 구성하였는데, 한통의 편지를 끝내고는 ‘내가 찾은 길’이라는 코너를 통해서 중요한 점을 정리합니다. 그것은 교통편, 숙소, 자연, 유적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여행안내가 아닌 자기성찰에 무게를 둔 것이라면 이것들은 모두 사족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에 감동한 독자라 할지라도 이 책에 있는 곳을 따라가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장소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 교토를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두 번이나 등장하는 청수사(이 책에서는 일본어 발음으로 긴가쿠지라고 적어서 잠시 헷갈리기도 했습니다)의 분위기는 조금 이해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행은 한나절에 교토의 대표적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상품이라서 찬찬히 돌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작가의 느낌이 와닿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편지에서 작가는 교토를 떠나는 날 가이드북을 보면서 가본데보다는 가보지않은데가 훨씬 많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적었습니다만, 어딘가에서 그곳의 모든 것을 보려고 한다면 엄청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것이므로 느림과는 전혀 동떨어진 일이 되고 말것입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일이라고 할까요? 이 책이 큰 느낌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느림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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