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의 철학
엠리스 웨스타콧 지음, 노윤기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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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은 메워지고 말았지만, 종갓집 토방에 서면 울타리 밖으로 커다란 방죽이 보였습니다. 그 시절부터 마음 한 구석에 작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집에 사는 꿈을 담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도시에서의 삶이 바쁘게 돌아가면서 그 꿈은 조금씩 바래가고는 있지만, 꿈을 아주 버린 것은 아닙니다. 소로우의 <월든>을 읽고 나서 꿈이 조금 더 진해지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그 꿈은 아마도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의미합니다. 소박한 삶이 선(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선(善)이라는 생각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뉴욕의 알프레드대학교 철학과의 엠리스 웨스타콧교수의 <단순한 삶의 철학>을 읽으면서 가진 생각입니다. 위에 예를 든 <월든>의 소로우를 비롯한 대부분의 현인들이 소박함과 단순함을 칭송하고, 사치와 낭비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입니다. 현대에 들어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느리게 살기’로 되돌아가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소박함보다는 편리함과 사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자는 ‘소박함은 도덕적 가치가 내포된 개념인가?’라는 의문을 바탕으로 소박함을 규명하려는 생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가 요약한 이 책의 얼개는 이렇습니다. 1장은 ‘소박함(frugality)’과 ‘단순함(simplicity)’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2장에서는 단순한 삶이 인간의 도덕적 성향을 강화하는가에 대한 주요 논쟁을 검토하였습니다. 3장에서는 단순한 삶과 행복의 관계를 생각해봅니다. 4장과 5장에서는 앞서 제시한 논점에 대한 다양한 주장에  담긴 편향된 관점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즉, 4장에서는 소박한 삶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과 함께 부와 욕망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을 짚었습니다. 5장에서는 사치스러운 삶이 가져오는 순기능을 탐구하였습니다. 6장에서는 소박함을 멀리해야만 행복할 수 있게 된 오늘날의 소비사회에서 소박함의 철학이 시대착오적인 개념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검토합니다. 7장에서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 미래의 환경적인 재앙을 막아줄 수 있다는 일반적인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을 검토합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이 단순한 삶을 칭송하는 이유가 4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1. 도덕적 입장에서 단순한 삶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일 뿐 아니라 덕을 배양해주고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2. 실용적인 입장에서 단순한 삶은 행복에 이르도록 한다, 3. 미학적인 입장에서 단순한 삶은 인간이 추구하는 좋은 삶 가운데 한 가지 미적인 모법을 보여준다, 4. 종교적인 입장에서 단순한 삶은 신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삶의 형태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현대에 들어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탐욕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과거라면 개인의 악덕으로 규정되던 가치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한 사람의 사치는 다른 사람의 소득으로 이어지므로 사치는 경제적으로 유익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전하는 문화유적도 옛 사람들의 사치가 만들어낸 유물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경제체계는 소비수요에 의하여 움직이므로 소비가 위축되면 그 파장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소득수준에 걸맞지 않는 사치는 개인의 몰락은 물론 사회의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각자의 소득수준에 맞는 소비를 한다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소박하고 단순한 삶의 근본정신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것이나, 지나친 빈곤을 야기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사치는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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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나라 -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
토르디스 엘바.톰 스트레인저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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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의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라는 부제는 <용서의 나라>라는 제목과 함께 호기심과 많은 의문이 들게 만듭니다. 아이슬란드의 인기작가 토르디스 엘바와 호주에서 청소년지도사로 일하는 톰 스트레인저가 어떻게 만나 성폭력이라는 악연을 쌓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뒤에 굳이 다시 만나 아픈 기억을 복기해야만 했던 이유도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모두 읽어야 16년에 걸쳐 이어진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저자가 사건과 그 뒷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10대에 만난 두 사람은 연인이었는데,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의 피해자를 의사에게 데려가는 대신 두 시간에 걸쳐 강간함으로써 젊은 시절 피해자의 삶을 갈가리 찢어놓았던 그 남자는 피해자의 첫사랑이었다고 했습니다. 데이트폭력의 전형인 셈입니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인 듯합니다. 사랑하는 사이인데 왜 문제가 되느냐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문제인 것입니다.

우선은 성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나 용서라는 절차를 굳이 가지려는 이유가 일종의 스톡홀름증후군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은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비이성적인 심리 현상을 말하는데, 일부 매맞는 아내 혹은 학대받는 아이들도 이와 비슷한 심리 상태에 빠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 결혼을 앞둔 피해자가 강간사건 이후에 무너진 삶을 추슬러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아이슬란드와 호주에 사는 두 사람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만나기로 한 이유는 아파르트헤이트가 종결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성폭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장소라는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10대 연인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간 사건은 1996년이었는데, 2000년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가 헤어졌고, 2005년부터는 두 사람이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 벌여졌던 이야기들을 복기하기 시작한 것을 2013년에는 드디어 케이프타운에서 직접 만나 아흐레를 같이 보내면서 마지막 감정을 정리하기까지의 오랜 과정을 담담하게 적어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 이런 과정이 필요했던 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건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던 것도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경우 사건 이후 삶의 자존감을 되찾기 위한 행동이 오히려 자괴감을 불러오게 되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은 결자해지라는 문제해결방안을 생각해낸 것으로 보입니다.

참 어려운 만남이었을 것 같습니다만,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에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어느 정도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 탓인지, 아니면 자존심 때문인지 두 사람은 담담하게 서로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케이프타운에서 일주일에 걸쳐 만나는 과정을 보면 두 사람이 기억하는 사건의 내용과 그때의 심리상태에 대하여 분명치 않았던 부분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고, 그 결과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경지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성폭력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몇몇 사건을 제외하고는 묻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용서의 나라>는 사랑 혹은 연인관계라는 가면 아래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로잡는 책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용서의 핵심은 짐을 덜되 그 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는 거야. 그 짐이 그 사람의 몫이라 하더라도 말이야’라는 피해자의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용서하는 과정을 통하여 힘든 삶을 살아온 두 사람 모두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주목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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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영화처럼 여행하라 - 영화의 감동을 따라 걷는 감성 여행기
김인 지음 / 이담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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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도 아닌 런던을 두 번 갔습니다. 한번은 일로, 한번은 단체여행으로. 하지만 머문 시간이 2-3일에 불과했기 때문에 런던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그려볼 수도 없습니다. 그저 비스킷의 한 귀퉁이를 조금 씹어본 느낌? 일단 맛을 보았으니 언젠가는 제대로 느껴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날을 위하여 런던에 대한 공부를 더해가려고 합니다. <런던, 영화처럼 여행하라>도 그 하나입니다.

이 책을 쓴 김인님은 영국에서 투어가이드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분인데, 벌써 런던을 상당히 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촬영지를 영화음악을 들으면서 여행하고 느낀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물론 영화음악까지 잘 이해하는 작가의 특장을 잘 살린 기획이라는 생각입니다. 영화촬영장소를 찾아간다는 기획이고 보면, ‘영화의 감동을 따라 걷는 감성 여행기’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에 딱 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런던을 무대로 한 영화는 참 많다고 합니다. 저자가 어떤 기준으로 고른 영화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패딩턴>, <나우 이즈 굿>, <킹스맨>, <러브 액추얼리>, <어바웃 타임>, 그리고 <노팅 힐> 등 6개의 영화를 담았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노팅 힐> 한 편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런던에서 촬영된 영화는 의외로 많고, 그 영화를 보고 런던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그곳의 역사 혹은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역사보다는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는 기본적인 내용만 이야기하고, 영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반응이 좋더라는 것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자유여행으로 런던을 찾는 분이라면 <런던, 영화처럼 여행하라>를 들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인증사진을 곁들이는 것도 그렇고, 줄거리는 물론 감독의 의중, 영화음악에 얽힌 이야기 등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풀어놓았습니다. 저자가 영화 <패딩턴>을 첫머리 영화로 소개한 것은 런던과 런던 사람들의 특징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페루에 살던 작은 곰 패딩턴이 런던에 와서 살아내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합니다. 그런 패딩턴에게 비친 런던 사람의 첫인상은 “친절하고 매너 있는 사람들이 가득할 것만 같던 런던의 모습은 기대와는 다르게 지독하게 차갑다.(13쪽)” 어쩌면 이 책의 작가가 런던에서 받은 첫인상이 이랬다는 것 아닐까요?

영화를 찍은 장소에 대한 설명도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잘 짚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화 <패딩턴>에 나오는 탐험가협회 건물은 런던의 클럽가 폴 몰 104번지에 있는 리폼클럽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Simple is best'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영국다운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30쪽)”라고 적었습니다. 영화음악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자세합니다. 두 번째 영화 <나우 이즈 굿>에서 주인공 테사가 실내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장면에서 <Wings>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답니다.(제가 안본 영화라서...) 이 음악을 작곡한 더스틴 오 할로란은 ’미국 출신의 모던 클래식 아티스트로 (…) 피아노연주만으로 슬픔과 환희, 우울, 사랑 등 여러 가지 감정을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다(122쪽)‘라고 설명합니다.

음악을 했던 저자가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좋아하는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확인하기 위하여 촬영현장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분에게는 완벽한 안내서가 될 것 같다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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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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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마지막 날 쓸 독후감으로 <설국>을 정한 것은 지난밤 눈이 예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하얀 풍경은 소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로 시작되는 <설국>의 첫머리와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소설 <설국>의 무대는 니가타(新潟)현의 에치고(越後) 유자와(湯澤) 온천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눈이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겨울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책읽기였습니다. 너무 잘 알려진 소설이라서 오래 전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막상 줄거리는 전혀 떠오르지 않아 새로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시작은 깔끔했지만, 읽어가는 내내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도쿄에 사는 백수 남자주인공 시마무라, 그리고 시마무라가 손가락으로 기억하는 여자 고마코와 눈에 등불이 켜진 여자 요코, 등 세 명의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가 모호했기 때문일까요? 결국 해답은 작품해설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설국>은 처음부터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구상된 것이 아니라 작가가 36살 때 쓴 단편 「저녁 풍경의 겨울」이후 단속적으로 발표한 단편들을 묶어 연작형태의 중편 소설 <설국>이 탄생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야기는 눈이 쏟아지면 기차도 다닐 수 없는 절해고도가 되고 마는 산촌마을에 있는 여관에 머물게 된 시마무라가 고마코를 만나게 된 인연에서 출발합니다. 고마코는 약혼자의 병구완을 위하여 기생이 된 것인데, 그 약혼자에게는 요코라는 새애인이 생긴 것입니다. 시마무라는 고마코가 약혼자를 위하여 기생이 된 것도 이해가 되지 않고 요코라는 새 애인과 같은 집에 사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시마무라가 이곳에 와있는 동안 고마코를 부르기도 하고, 또 고마코가 시마무라를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맑은 정신으로 혹은 술에 취해 스며들 듯 찾아와 밤을 같이 보내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시마무라의 시각에서 보면 고마코와 요코가 하는 일이 ‘헛수고’로 보이는 것입니다. 특히 고마코가 읽은 책의 제목과 지은이, 그리고 등장인물 이름과 그들의 관계 정도를 적어놓은 잡기장이 열권이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헛수고’라고 잘라 말합니다. 그리고 고마코의 약혼자이자 요코의 애인이 죽어버린다면 모든 일이 헛수고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에는 의미 없는 일이 없을 터, 그렇기 때문에 헛수고는 절대로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삼자가 보기에는 헛수고로 보이는 것도 정작 당사자들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겠습니다.

도쿄에 사는 시마무라는 서양무용에 대한 글쓰는 일이 전부인 한가한 여행자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무위도식하는 그는 자연과의 보호색을 추구하는 심리가 있어서인지 여행지의 인심에 본능적으로 민감했다. 이야기의 첫머리에서도 느낀 점입니다만, 작가는 주변 풍광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유자와 온천에 머물게 된 것은 자연 풍경 묘사에 대한 작가로서의 관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한 달 정도 머물면서 계절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여 기록하는 일에 정성을 쏟았던 것은 당시의 소설문학이 천편일률적인 묘사에 그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소설의 첫머리가 설국에 들어가는 장면이었다면, 설국에서 떠나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국경의 산을 북쪽으로 올라 긴 터널을 통과하자, 겨울 오후의 엷은 빛은 땅밑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했다. 낡은 기차는 환한 껍질을 터널에 벗어던지고 나온 양, 중첩된 봉우리들 사이로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산골짜기를 내려가고 있었다. 이쪽에는 아직 눈이 없었다.(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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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메카 2018-06-2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설국”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일본인 작가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해준 작품이라는 것에서 의의가 큰 작품이죠.
소설의 배경이 니가타 현이라는데, 그 곳의 유자와 온천에 머물면서 쓴 소설이라 겨울에 여행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카페에 ˝설국˝을 소재로 한 모임도 있고 그 외에도 영화나 독서모임에 대한 여러 정보가 있어요. 관심있으시면 한 번 들려보세요.

˝설국˝ 선정모임
https://cafe.naver.com/moimmecca/3327

모임메카 카페
http://cafe.naver.com/moimmecca

처음처럼 2018-07-01 20: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시간을 만들어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사육사 - 사육사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스토리 가이드북 직업공감 시리즈 4
김호진 지음 / 이담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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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는 여백이 많아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영향으로 일찍 미래를 결정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초등학교 무렵부터 선친께서 교편을 잡고 계셨기 때문인지 교단에 서는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것이 고3이 될 무렵 선친께서 갑자기 의사가 되면 어떻겠느냐고 하시면서 의과대학으로 진학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지 않으니 의사가 되기는 했지만, 처음 뜻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담북스가 기획한 ‘직업 공감 시리즈’는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비행기 승무원, 기자, 광고인이라는 직업에 관한 안내서가 나와있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분 보다는 신참을 갓 지난 분들이 저자로 나서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전문가적인 내용에 자부심을 담아 정리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편집방향을 그렇게 잡고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만, 책의 구조는 물론 서술까지도 완전히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육사>는 동물사육을 맡고 있는 사육사라는 직업을 소개합니다. 동물원 말고도 동물 사육과 관련된 곳이 없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사육사하면 동물원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취업할 수 있는 기회, 즉 확률에도 민감하다는 것을 잘 파악하였는지, 전국에 있는 동물원 등 사육사로 일할 수 있는 곳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 사육에 관하여 체계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교육체계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동물자원과(예전의 축산과를 이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처럼 동물과 관련된 과를 졸업하고 동물원과 같은 곳에서 실무를 경험하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자신의 직업을 말할 때 자존심 때문인지 남들이 보기에 거시기한 부분은 생략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사육사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퇴근길에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타면 사람들이 눈치를 보면서 피한다는 것입니다. 종일 동물들과 생활하다보면 동물은 물론 동물의 배설물 냄새가 몸에 배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화까지도 솔직하게 소개하면서 사육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냄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씀을 드리면 제가 병원에서 일할 때는 병원 특유의 소독약냄새에다가 제가 하는 일이 포르말린을 쏟아가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포르말린 냄새까지 몸에 배어 있던 모양입니다. 일과 후에 택시를 타고 어디를 나가게 되면 ‘병원에서 일하세요?’라고 묻는 기사님을 흔히 만나곤 했습니다.

사육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청소년들이 가질만한 수많은 질문을 만들어내고 이에 대하여 솔직하게 답을 하는 식으로 책을 써냈습니다. 앞서 동물의 배설물 이야기도 했습니다만, 사육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최대의 장점은 책상머리에 앉아 컴퓨터와 씨름을 하는 경우가 많은 사무원과는 달리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압박을 받는 사무직과는 달리 동물들과 교감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육사라는 직업에 대한 저자의 자긍심은 다음 대목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나 사육사가 될 수 없다. 또 아무나 사육사로 평생 남을 수도 없다. 사육사는 특별한 사람이다. 혼자 있을 때는 빛이 나지 않지만 동물들과 함께 있을 때 빛이 나는 사람들이다.” 동물을 좋아하고 다양한 동물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사육사를 꿈꾸어 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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