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의 종말 - 젊고 건강한 뇌를 만드는 36가지 솔루션
데일 브레드슨 지음, 박준형 옮김, 서유헌 감수 / 토네이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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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치매에 대하여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을 끝장낼 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크게 실망했다는 말씀을 드려야하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기본적으로 ‘치매와’알츠하이머 병을 헷갈리고 있는 듯합니다. 즉 모든 치매를 알츠하이머병으로 간주하는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치매증상을 나타내는 어떤 질환은 또 인정하는 것 같기도 해서 종잡을 수 없습니다.

우선 제목부터 <The End of Alzheimer's>라고 했습니다. ‘병’을 의미하는 Disease를 뺐습니다. 그래서 옮긴이도 ‘병’을 뺀 듯합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여러 질환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모든 치매증상을 아우를 수 있는 질환명이 아닙니다.

저자는 알츠하이머=치매를 염증(뜨거움), 영양(차가움), 독성(불쾌함) 등 3 종류로 구분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나누는 근거가 분명치 않습니다. 용어로 보아서는 현대의학이 아닌 고전의학에 뿌리를 둔 통합의학에 기반한 듯합니다. 그리고 보면 저자가 알츠하이머라고 하는 진단을 어떻게 정하는지도 분명치 않아 보입니다.

사실 진정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는 특이적인 검사법은 아직까지도 개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검사법은 치매를 진단하는 기본검사에 역시 치매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대사질환, 독성물질의 영향, 영양관련 질환 등을 진단하는 검사들을 종합적으로 묶고 있는데, 이런 상태는 치매 이외에도 관련 증상을 같이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치매의 원인을 가리기 위하여 저자가 말하는 모든 검사를 다 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자가 개발했다는 리코드 프로그램도 지금까지 치매를 연구해 온 연구자들이 제안해온 치매예방법을 종합 선물세트처럼 묶어 놓은 데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저자가 말하는 알츠하이머=치매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도 지금까지의 치매에 관한 연구를 짜깁기한 데 불과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알츠하이머는 복잡한 불치병이다. 그래서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82쪽)”라고 적은 것을 보면 저자의 리코드 프로그램으로 증상이 개선된 환자는 완치가 가능한 원인에 의한 치매일 수도 있습니다.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을 뛰어난 의사라고 한다든지, 알로이스 알츠하이머박사가 자신의 이름을 딴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뇌속에서 플라크와 매듭을 발견했다(102쪽)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알츠하이머가 문제의 병리소견을 발견한 것은 치매증상을 앓다 죽은 50대여성의 뇌에서 나타나는 병리소견이 60대 이상 나이든 치매환자에서 볼 수 있는 소견을 보고 ‘전노기 치매’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뒷날 알츠하이머의 스승인 크레펠린이 전노기 치매를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노인성치매까지도 알츠하이머병이 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기억에 중요한 해마의 크기를 늘릴 수 있다(232쪽)라고 적었지만, 알츠하이머병으로 신경세포들이 죽어나간 결과 쪼그라든 해마를 제 크기로 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그런 방법을 개발하면 노벨생리의학상은 따놓은 일이겠습니다 그동안 신경세포는 출생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끝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기억과 관련된 해마에서는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든 알츠하이머 치매를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치료가능하거나 예방이 가능한 치매는 분명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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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3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처럼 2018-10-23 22:46   좋아요 0 | URL
리뷰가 조심스러웠습니다만, 제가 알기에는 분명치 않은 점이 많다고 보았습니다.

야옹 2025-12-1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굉장히 희귀한 질환을 재활로 완치한 사람인데 국내건 외국이건 그 병에 관심있는 의사가 드물어요. 결론은 좋은 의사 만나서 조언을 듣고 고쳤지만 나머지 의사들은 그게 그렇게 쉽게 낫는다구? 말도 안되는 소리하네 노벨상타겠네? 합니다. 세상 누구도 정답지를 들고 있지 않습니다. 각자의 통찰력이 있을 뿐입니다. 이 저자가 새로운 정답을 제시한게 아니고 자신의 시각으로 기존의 사실을 편집했다고 보시면 어떨까요? 정답과 해답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리고 개념조차 틀렸네 어쩌네 하고 날이설 필요가 없는게 개념은 각자 자기 시각입니다.
이 저자의 글이 공격적이고 오만불손 안하무인한게 아니라면 그 냥 그런 주장을 하는 책이구나 생각할 때 님의 뇌가 편협하게 굳어가지 않을겁니다.
 
오만과 편견 청목정선세계문학 99
제인 오스틴 / 청목(청목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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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다녀온 영국 여행의 일정에는 로마의 목욕탕이 있는 바스가 포함되어있었습니다. 버스가 바스의 중심부에 진입하는데 전통 복장을 하고있는 여성 둘이 나와 있는 집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이 집이 바로 <오만과 편견>을 쓴 작가 제인 오스틴이 8년간 살았던 집이라고 가이드가 소개했던 것입니다. <오만과 편견>은 젊었을 적에 읽었지만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서 다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정리하고 있는 영국여행의 여정이 어언 바스에 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1775년에 햄프셔주의 스티븐턴에서 태어나 성장한 오스틴은 26살이 되던 1801년에 아버지가 스티븐턴의 목사직을 큰 오빠에게 양도하면서 부모님, 언니와 함께 바스로 이사하였습니다. 스티븐턴을 아주 좋아했던 오스틴에게는 8개월 동안 글을 쓰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오스틴은 1807년 오빠 프랜시스의 아내와 함께 살기위하여 사우스 샘프턴으로 이사할 때까지 7년 동안바스에 살았습니다. <오만과 편견>을 읽다보면 이야기를 마무리할 무렵 “리디어는 가끔 남편 혼자서 런던이나 배스에 놀러갔을 때만 펨벌리로 왔다”(제인 오스틴지음 오만과 편견 373쪽, 청목, 1999년)라고 적은 것이 바스에 대한 유일한 언급입니다.

옮긴이의 인용에 따르면 “이 책은 단순히 ‘남편 찾기 소설’이라고 악평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옮긴이의 설명대로 “개인의 일상생활의 경험을 보편화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하는 근본문제를 다루고있다”라고 심오하게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초반 영국사회의 결혼풍습의 단편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저 역시 젊었을 적에는 처음 만났음에도 밖으로 보이는 풍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실수를 곧잘 저질렀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지내고 보니 밖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더라는 것을 깨닫고는 사람을 판단하기를 신중하게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특히 평판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에 대하여 소문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는 ‘편견’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가진 것이 많은 자 일수록 오만하다는 편견을 얻게 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더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요즈음 <복면가왕>이라는 방송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고 있습니다. 복면을 한 가수의 노래솜씨만을 가지고 판단할 뿐 누구이니까 노래가 어떻더라는 편견을 가지고 노래를 듣지 말라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이 오래 진행되다 보니 ‘가왕이 노래를 더 잘할 것’이라는 편견이 생겨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오만과 편견>의 주제가 되는‘오만’과 ‘편견’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주제인 듯 하면서도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양과 다시씨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주제 모두가 엘리자베스 혼자만의 생각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즉 ‘다시씨는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오만하게 구는 것이다’라는 선입관 즉 편견을 가졌던 것도 엘리자베스양입니다. 반면 다시씨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며 신분의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를 겪어가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었고 그 사랑이 변치 않았다는 점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가진 사람들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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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멈춤 - 바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하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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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각이 여물지 못한 어린 시절부터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입시정책의 한계로 인하여 여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정규교육과정에서 충분하지 않은 인문학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부터 중고등학교와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인문학강좌를 개설하였는데, 그 이름이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이었다고 합니다. ‘고전 인문학’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내용은 꼭 고전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1기에는 3개월 동안 매일 강의가 이어졌지만, 2기에는 6개월로 확장하였는데, 강좌가 열리는 장소에 따라서 강의 내용이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이렇게 시작된 인문학강좌 ‘고인돌’의 성과를 확대 재생산하자는 취지로 보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고인돌’에 참석할 수 없었던 일반인과 학생들이 읽어 도움이 될 책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고인돌’에서 다양한 연자들을 모셔 풀어냈던 문학, 역사, 철학은 물론 신화, 음악, 영화, 미술, 경제, 과학, 무기, 심리치유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내용을 손보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고인돌’의 강의 내용 가운데 골라 뽑은 주제를 3권으로 나누어 묶어냈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멈춤’으로 바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내용, 두 번째는 ‘전환’으로 한 번쯤 내 안으로 침잠하거나 돌아보기를 할 수 있는 주제, 세 번째는 ‘전진’으로 다시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가 성큼성큼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이는 인생이 ‘멈춤/전환/전진’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먼저 <퇴근길 인문학 수업>의 첫 번째 ‘멈춤’편을 읽었습니다. 12개의 강좌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강의가 이어지듯 다섯 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60꼭지의 강의를 듣는 셈입니다. 한권에 책에 60꼭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상당히 축약되어 있어 생각을 많이 해가면서 읽어야 하는 제한은 있는 셈입니다. ‘생존과 공존’, ‘대중과 문화’, ‘경제와 세계’, ‘철학과 지혜’라는 주제어에 따라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생존과 공존’에는 생태학자가 말하는 동물생태학, 정신과의사가 말하는 사회현상, 영화칼럼니스트가 말하는 관계를, ‘대중과 문화’에는 영화평론가가 말하는 천재화가들의 삶, 연극평론가가 말하는 연극 일반론, 한문학자가 말하는 조선의 대중문화를, ‘경제와 세계’에서는 경제학자가 말하는 경제의 일반원리, 언론인이 정리한 옛 경제학자가 남긴 촌철살인의 한마디, 군사전문기자가 정리한 전쟁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 등을, ‘철학과 지혜’에서는 교육학자가 전하는 한국의 사상사, 철학자가 설명하는 철학의 본질, 연극평론가가 설명하는 그리스 비극 등이 담겨있습니다.

어떤 주제는 작품이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내기도 하며, 어떤 주제는 해당 영역에서 핵심이 되는 주제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새로운 사실이나 해석방법 등을 배우게 되는 좋은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만 짚어본다면 동성애에 대하여 열린 마음을 촉구한 글에서는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필자의 주장대로 동성애자들 역시 마땅한 권리 혹은 정체성을 보장받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거리에 나와서 자신의 정체성을 과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여름 독일을 여행하는 기간 중에 어디선가 퀴어 페스티벌이 열리는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축제의 현장에서 예닐곱 살도 안돼 보이는 어린이를 보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아직 성정체성이 무엇인지도 모를 어린이들이 이를 계기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민감한 주제에 관해서는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인문학 강좌라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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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19-04-0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자,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다라는 메세지로 받아들였는데 다르게 느끼셨네요. 유럽에서의 퀴어페스티벌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문화축제입니다. 단순히 어린아이가 그 축제를 즐긴다고 해서 게이가 되는건 아니지 않나요.

처음처럼 2019-04-14 08:14   좋아요 0 | URL
예닐곱의 어린이가 즐길만한 축제였을까요? 그 나이에 맞는 놀이였을까 싶습니다.
 
꿈꾸는 여유, 그리스 - 역사여행가 권삼윤의 그리스 문화기행
권삼윤 지음 / 푸른숲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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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꿈꾸는 여유’라는 제목에 끌렸습니다. 그리고 모두 읽은 다음에 남는 느낌으로는 그동안 읽은 그리스 여행기들 가운데 제일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적당한 정도로 끌어와 작가의 생각에 녹여놓았습니다. 그리고 낙수처럼 곁들여지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또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에서 흥미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한 그리스 여행은 2003년에 다녀온 것인데, 그 전에 이미 1989년, 1996년, 1997년 등 세 번이나 다녀왔기 때문에 사전 준비는 되어 있는 셈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003년의 여행은 책을 쓰기 위한 여행이 된 셈이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2003년의 여행은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육로로 그리스의 북쪽 국경을 통과한 것 같습니다. 일단 아테네까지 내려온 다음 에게해에 흩어져 있는 섬들을 둘러보고 펠로폰네소스반도를 돌아보고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타카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여정이라고 합니다. 이 여행을 통하여 저자는 ‘그리스인들이 일궈놓은 신화와 철학, 문학과 예술, 건축, 음식 등 모든 것을 한 두름에 꿰어야겠다’라고 작정을 했다고 합니다. 역시 다양한 반찬이 상에 올라야 풍성하고 먹음직스러운 것처럼 책 역시 소재가 다양해야 잘 읽히는 모양입니다.

아쉬운 점은 여정을 지도에 표시를 해주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장소의 경우에는 다음 여행지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관심거리인데 저자의 경우는 역시 그리스를 여행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일정이 막히면 여정을 바꾸는 기지도 발휘하였다고 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에서 일어난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글제목만으로는 어디에서 생긴 일인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내용을 읽다보면 파악이 가능하기는 합니다.

저자에게서 얻는 여행을 쉽게 하는 중요한 요령 가운데 하나는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라도 꼭 건넨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 해외여행에 나섰을 때는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붙이고 여행 내내 떠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도 모르게 슬그머니 혼자가 되어버린 저를 발견했습니다. 주로 책을 읽거나 미처 마치지 못한 발표자료의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도 보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스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든 생각입니다만 그리스에서는 왜 통합왕국을 꿈꾸지 않고 도시국가로 남아있기를 선호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이상국가의 규모는 작은 부락이어야 하고 각각 개별적으로 독립하여 산재해 있는 것을 이상으로 하며, 서로의 거리는 닭 울음소리를 들을 수는 있되 늙어 죽을 때까지 상호 왕래가 없어야 한다.’라고 한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 사상을 그리스가 실천했다고 보았지만, 옳은 해석인지는 역시 모르겠습니다.

터키와 그리스의 오랜 숙적관계를 설명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만, 세계식민통치사에서 가혹하기로 첫손에 꼽는 지배자로 오스만 제국, 일본, 네덜란드를 꼽은 것도 사실일까 싶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식민지배도 만만치 않았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종교부문을 보면 오스만제국은 포용성을 보였다고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사람들이 신화에 너무 매몰되어 신탁에 의존한 것도 문명을 더욱 발전시키지 못한 요소가 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거나 비극을 읽으면서 신들의 횡포(?)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기회가 되면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깊이 파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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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용 설명서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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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하면 울창한 숲을 떠올립니다. 특히 ‘검은 숲’이라고 옮기는 슈바르츠발트는 독일의 남서쪽 끝자락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는 길이 160km 폭 50km의 산림지역을 말한다고 합니다. 켈트신화에서는 아브노바(Abnoba) 여신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신성한 장소로 믿었던 것 같습니다.

<숲 사용 설명서>는 독일의 숲을 제대로 보존하고 즐기고자 하는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의 꿈을 담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독일의 산림을 지키는 일을 해오고 있는 그는 지금은 휨멜조합에서 산림경영지도원으로 일하면서 친환경적인 산림경영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숲에 들 때 조심해야 할 사항들로부터 숲에서 볼 수 있는 나무들,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이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유용한 것들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그는 숲을 야생의 상태로 그냥 두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업적으로 남용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숲에서 한 끼 먹을 정도를 채집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독일에서도 버섯이나 이끼 등 숲에서 나는 것들을 대량 채집하여 내다 파는, 일종의 숲을 남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람사는 것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독일 숲에서는 스라소니, 여우는 물론 늑대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깊은 숲을 가다가 동물을 만나면 덤벼들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만, 대체적으로 동물이 사람을 더 무서워하기 때문에 먼저 피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숲에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원래 독일은 야생의 숲으로 뒤덮여 있던 지역인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야생의 숲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고, 지금은 인공조림된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숲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독일에는 숲이 없다고 말합니다. 침엽수로 조림된 조림지만 있을 따름이라는 것입니다. 침엽수는 곤충이나 폭풍에 약하다고 합니다. 너도밤나무나 참나무와 같은 수종이 지배종인 숲, 조림을 통하여 조성하는 경우에는 고령의 나무 사이에서 새끼 나무들이 자라는 보호와 택벌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숲에서 버섯, 딸기, 꿀과 같은 먹거리로부터 야생동물을 사냥하여 고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물건을 만들기도 합니다. 년말이면 크리스마스를 장식할 나무를 얻기도 하는군요. 하지만 숲을 이용하여 건강을 되찾거나 지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유용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숲에 중장비가 들어가는 것도 숲을 해치는 일이라고 합니다. 중장비가 숲의 흙을 내리 눌러 압착해놓으면 나무의 뿌리를 비롯하여 흙 속에 사는 수많은 생명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버리고 결코 회복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숲을 경영하는데 있어 옛날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우에 관한 이야기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여우 자체는 이제 위험한 짐승이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여우가 옮길 수 있는 광견병이나 여우촌충이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염병을 여우가 직접 사람에게 옮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우와 접촉하는 개라던가 숲에서 가져온 산딸기나 버섯 같은데 기생충알이 묻어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구충제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하니 조심할 일 같습니다.

숲을 사랑하고 숲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저자는 우리의 발길이 숲에 사는 동물과 식물에 부담이 될지 모른다고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합니다.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숲을 통하여 작은 기적을 경험해보기를 권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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