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7년, 근대의 탄생 -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이혜원 옮김 / 까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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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와 한 책사냥꾼 이야기’라는 부제에 이끌려 고른 책입니다. 르네상스와 책사냥꾼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루크레티우스(Titus Lucretius Carus, 기원전 99년~기원전 55년)는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로 6권으로 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De rerum natura)> 외에 그의 생애에 관하여 별로 전하는 바는 없다고 합니다. 그는 그리스의 에피쿠로스학파의 철학을 계승하여, 세상의 모든 존재나 현상을 원자론에 기반하여 설명하였다고 합니다.

<1417년, 근대의 탄생>을 쓴 하버드 대학교 인문대학 존 코건 대학의 스티븐 그린블랫교수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핵심은 죽음의 공포에 대한 심오하면서도 치유적인 명상이었다.(9쪽)”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죽음에 대하여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저자는 미와 쾌락의 향유에 관한 루크레티우스의 생각이 잘 체현된 문화가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라는 점을 지적하고,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로 그리스-로마의 사상을 담은 서적들이 어떻게 후대에 전해졌는지, 특히 르네상스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어떻게 발굴되어 후세에 전해질 수 있었는지를 뒤쫓았습니다. 루크레티우스의 사후에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담긴 내용에 관한 언급은 간혹 있었지만, 그의 저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00년이 흐른 뒤 교황의 비서를 지낸 포조 브라촐리니의 책사냥-여기서 책사냥이라 함은 그리스 혹은 고대 로마 시대에 쓰인 책들을 보관하고 있는 수도원들을 찾아 주목할 만한 책을 발굴하고 필사를 통하여 세상에 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덕분입니다.

<1417년, 근대의 탄생>의 초반은 도서관의 역사를 요약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포조 브라촐리니의 족적을 뒤쫓아갑니다. 그리고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내용을 요약합니다. 저자는 이 책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합니다. 총 7,400행에 달하는 이 시는 압운 없이 6개 음절로 한 행을 구성하는 표준적인 6보격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강렬한 서정적 아름다움의 순간, 종교에 관한 철학적 명상, 쾌락, 죽음, 물질계, 인간 사회의 발전, 성의 위험과 즐거운, 그리고 질병의 본질 등에 관한 복잡한 이론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루크레티우스가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담은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1. 사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들로 만들어진다, 2. 물질을 구성하는 기초 입자인 ‘사물의 씨앗들’은 영원하다, 3. 기본이 되는 입자들은 그 수는 무한하나 형태와 크기에는 제한이 있다, 4. 모든 입자는 무한한 진공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5. 우주에는 창조자도 설계자도 없다, 6. 사물은 일탈의 결과로 태어난다, 7, 일탈은 자유의지의 원천이다, 8. 자연은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9. 우주는 인간을 위해서 혹은 인간을 중심으로 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10.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11. 인간사회는 평화롭고 풍부하던 황금시대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원시의 전쟁 속에서 시작되었다, 12. 영혼은 죽는다, 13. 사후세계는 없다, 14.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15. 모든 체계화된 종교는 미신적인 망상이다, 16. 종교는 일관되게 잔인하다, 17. 천사니, 악마니, 귀신이니 하는 것들은 없다, 18. 인생의 최고 목표는 쾌락의 증진과 고통의 경감이다, 19. 쾌락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통이 아니라 망상이다, 20.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깊은 경이로움을 낳는다. 루크레티우스의 철학은 물 흐르듯 막힘이 없어 보입니다. 저의 다음 책읽기는 아무래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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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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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읽게 되는 책을 통하여 알게 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에 대한 지혜는 놀라움 자체입니다. 자연을 낭비하지 않고, 공존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두 늙은 여자>에서는 또 다른 의미에서 놀라게 됩니다. 이 책은 북극권에 들어가는 알래스카의 찰키치크 지역에 사는 그위친족 사이에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그위친족은 알래스카 내륙 지역 전체에 흩어져 살고 있는 열한개의 아타바스칸족의 일파입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영역을 지키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냥과 채집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서 이동하기 마련이고, 때로는 무리 전체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끔찍한 기근을 맞은 무리가 두 늙은 여인을 버리고 떠난 다음에 일어난 일을 담았습니다.

물론 늙은이를 버리는 일은 부족회의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그 결정에 대하여 가족들조차 반대할 수가 없는 상황인 모양입니다. 때로는 반대하는 이를 같이 남겨두고 떠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남겨지는 이는 작은 반대의 목소리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기 마련일 것입니다. 하지만 딸과 손자마저도 반대한다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던 모양입니다. 그저 살아남는데 필요한 몇 가지 도구를 슬그머니 남겨두는 것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하였을 뿐입니다. 우리에게도 ‘고려장’이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것을 보면 어느 종족이나 과거에는 이런 풍습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이가 들었다고는 하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쌓인 지식은 부족을 위기에서 구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부족장은 그런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저 불평만하는 노인들이 도움이 될 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은 탓이겠지요. 하지만 극한 상황에 남겨진 두 여인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뚫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냅니다. 부족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옛날 물고기 사냥터로 이동하기로 한 것입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게 아니라(29쪽)”

물론 먹는 것도 부실해서 바닥난 체력으로 추위를 뚫고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먹을거리를 찾는 일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두 여인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작은 사냥감이 있었던 것입니다. 잊혀졌던 사냥기술도 살아남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족에서 쫓겨난 그 겨울을 겨우 넘긴 두 여인은 한 해 동안 새로운 겨울을 날 준비를 합니다. 물고기를 잡아 말리고, 사슴과 토끼를 잡아 가죽을 벗겨 보관하였습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두 여인은 지난 겨울 버려졌을 당시의 고통을 다시 되새기면서도 자신들을 버린 부족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두 여인을 버린 부족장의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이 옳은 결정을 한 것일까?’하는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다시 겨울이 오고 부족이 보유한 식량이 바닥나는 위기를 또 맞았기 때문입니다. 두 여인을 버렸던 장소에 도착한 부족장은 나이든 남자 부족원에게 젊은이 셋을 붙여 두 여인을 찾아보라 부탁합니다. ‘부족이 어려운 시기에 한데 뭉쳤어야 한다는 것과 지난 겨울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네 사람은 결국 두 여인을 찾아냈고, 조심스럽게 접촉을 시도합니다. 두 여인 또한 부족사람들이 찾아왔음을 깨닫고 두려움에 떨지만 결국은 만나게 됩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두 여인과 부족사람들은 조금씩 다가가 결국은 하나가 됩니다. 두 여인이 한여름동안 쌓아둔 식량은 부족사람들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족장은 두 여인을 부족의 명예로운 자리에 임명했지만, 이제 두 여인은 버려진 동안 찾아낸 독립성을 즐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한 것 같습니다. 나이들었다고 젊은이에게 얹혀살다보면 위기에서 같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서도 젊었을 때처럼 활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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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 르네상스를 만든 상인들
성제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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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이탈리아 여행길에는 피렌체도 포함되었습니다. 다만 한나절 짧은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며칠 전 지방출장길에서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 베키오 다리)’라는 이름의 가게를 만났을 때, 피렌체에서 본 다리가 떠올랐던 것도 피렌체를 구경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피렌체하면 르네상스가 시작된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베네치아 역시 르네상스를 꽃피운 도시라는 주장도 있기는 합니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로마 가톨릭의 교리에 의하여 통제되던 시기를 넘어 인문학과 예술의 분야에서 그리스의 자유분방함을 되찾아 꽃을 피우게 된 것입니다. 르네상스 들어 최초로 계관시인이었던 페트라르카는 르네상스 이전의 시기를 ‘암흑시대’라 하고, 자신이 살던 시기를 하루아침에 광명이 찾아온 시대로 찬양했다고 합니다. 페트라르카 등의 문학자를 비롯하여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같은 예술의 거장들이 피렌체를 중심으로 왕성하게 활동하였기 때문에 피렌체가 르네상사의 중심이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을 쓴 성제환님은 르네상스를 빛나게 했던 인문학자나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에 대한 해설서는 많지만, 이런 작품들이 가능하게 한 당시 피렌체의 사회적 분위기를 파악해보려는 착안을 했다고 합니다. 즉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를 감상하면서, 예술성보다는 정치적 메시지 혹은 전략의 짚어보려 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을 지원한 것은 상인과 성직자였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교회가 예술작품을 주로 필요로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직자는 그렇다고 해도 상인들이 예술가를 지원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요? 대표적 상인이라 할 코시모 데 메디치와 같은 신흥 상인의 예술적 취향에 대한 기록은 아직 발견된 바가 없다고 합니다. 저자는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에서 그 비밀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싹을 틔우고 성장해가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로, 교황을 비롯하여 엔리코 스크로베니, 바르디 가문, 스트로치 가문, 메디치가문을 비롯하여 메디치가문을 후원했던 프렌체스코 사세티와 플라톤 아카데미의 인문학자들 그리고 마키아벨리까지를 들었습니다. 사실 르네상스 예술은 종교적 의무감에서 탄생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고대 로마제국 시절부터 교회는 상당한 재산을 기부한 신도들에게 다양한 특권을 부여했다는 것입니다. 로마제국시절에는 교회를 지으면 십일조를 징수하는 권한을 부여했고, 르네상스시절에는 교회 내부에 전용기도실을 얻을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대신 기도실의 내부를 그림 등으로 치장해야 하는 의무도 부과되었고, 상인들은 잘나가는 화가를 초청하여 그림을 그림으로써 자신이 성가(聲價)를 높이려 했습니다. 처음에는 성직자들이 그림의 주제를 결정하다가 이내 상인들도 가문의 위상을 드러낼 수 있는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엔리코 스크로베니의 후원으로 파도바 아레나 예배당에 그려진 조토의 <최후의 심판>을 비롯하여, 바르디 가문-산타 크로체 수도원-조토, 스토로치 가문-산타 마리아 노벨라 수도원-안드레아 오르카야, 브란카피 가문-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수도원-마사초, 조반니 데 메디치-산 로렌초 성당-브루넬레스키, 코시모 데 메디치-산 마르코 수도원-프라 안젤리코, 피에로 데 메디치-메디치 저택 기도실-베노초 고촐리, 위대한 로렌초-카스텔로 별장-산드로 보티첼리, 사세티 가문-산타 트리니티 수도원-기를란다요, 마키아벨리-피렌체 시청사-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교황 클레멘스7세-교황청 시스티나 예배당-미켈란젤로 등의 작품들을 분석하고 설명하였습니다.

작품들 가운데 시스티나 대성당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은 직접 볼 기회가 있었고, 몇 몇 작품은 책을 통하여 감상할 기회는 있었지만, 많은 작품들은 이 책에서 처음 만난 것들입니다. 피렌체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들도 있는 것을 보면, 왜 여행을 하게 되는지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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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 1 - 기억을 지우는 사람 아르테 미스터리 10
오리가미 교야 지음, 서혜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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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달걀귀신, 빨간종이 등 괴담이 친구들 사이에 은밀하게 전해지곤 했습니다. 그밖에도 자정이면 학교 우물에서 귀신이 올라온다는 괴담도 있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괴담이 조선시대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괴담을 지어내는데 상당한 소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억술사>는 일본의 학생들 사이에 전해지던 도시전설을 주제로 한 소설입니다. 도시전설이라 함은 도시를 무대로 한 일종의 민담인데, 1969년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드거 모린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고 1980년대에 들어 미국 민속학자인 젠 해럴드 브룬밴드에 의해 널리 유포되었다고 합니다. 단, 1.강력한 호소력을 갖춘 일상적인 이야기일 것, 2.실제적인 신념에 근거할 것, 3. 의미 있는 메시지나 도덕규범을 나타낼 것 등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무위키, 도시전설 참조)

기억술사라는 도시전설은 해질 무렵 공원의 초록색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기억술사가 나타나서 잊고 싶지만 아무리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지워준다는 내용입니다. 3권으로 이루어진 기억술사의 내용을 읽어보면 싱겁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1권과 2~3권의 이야기가 별개의 것인데, 다만 숨어있는 주인공이라 할 기억술사가 두 개의 이야기에 모두 등장한다는 점이 유일한 공통점입니다. 아마도 기억술사의 성공에 힘입어 나온 속편을 하나의 제목으로 묶은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기억이라는 것이 초능력자의 힘에 의하여 지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토대로 한 도시전설이기 때문에 도시전설의 전제에 부합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이라는 과정이 애매한 점이 많습니다. 같은 상황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이 기억하는 바가 서로 다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자신에 유리하게 왜곡하여 기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기억술사>를 쓴 오리가미 교야는 198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을 졸업했으며 일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2012년 <영감 검정>으로 제14회 고단샤 BOX 신인상 Powers를 수상하고 소설가로 등단했다고 합니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내세운 ‘기억술사’라는 도시전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억술사는 해 질 녘에 나타난다, 2. 기억술사는 녹색 벤치에서 기다리면 나타난다, 3. 기억술사의 얼굴을 본다 해도 그 기억조차 사라지기 때문에 그의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 4. 기억술사는 사람의 기억을 먹고 산다. 5. 기억술사가 한번 지운 기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5. 기억술사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 앞에 나타난다. 그야말로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나 호기심을 자극할 내용으로 보입니다.

기억을 지우는 일에 대하여 생각거리는 많이 던져주는 작품입니다. 예를 들면, “기억을 지움으로써 누군가를 구원해주지만 기억술사 자신이 관련된 사실도 그 사람의 기억으로부터 지워버리기 때문에 기억이 지워진 사람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을 수도 없다. (…) 고독한 정의의 사도 같은.(1권 91쪽)”, “기억이란 그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므로 다른 사람한테 넘겨도 안 될뿐더러 빼앗는다는 건 더더욱 말도 안 됩니다.(1권, 105쪽)”, “그 사람의 기억 속에 있다가 지워져버린 쪽에서 보면, 그 사람 안에서 죽임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111쪽)”, “충동적으로 잊고 싶다는 생각은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실연의 기억은 아프지만 행복했던 시간까지 사라진다면 너무 아깝잖아.(2권 255쪽)”, “기억술사는 신이 아니야. 아마도 신기한 능력을 가진 그냥 평범한 사람일 거야. 그렇다면 실수를 저지르는 일도 있겠지. 하지만 기억을 지운 다음에 실수였다고 느껴도 이미 되돌릴 수 없어.(2권 293쪽)”

두 개의 이야기 끝에는 기억술사의 정체에 대한 반전이 있습니다. 결국 두 개의 이야기는 기억을 지우는 일이 가능한가와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기억술사, 1.2.3.


오리가미 교야 지음

서혜영 옮김

1권; 363쪽, 2권; 308쪽, 3권; 264쪽

2017년 04월 24일

arte(아르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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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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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네서점이 사라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오래 전에는 산책을 나선 길에 들러 신간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신간을 사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새로 나온 책에 대한 정보를 주로 신문에서 얻거나 혹은 서점에서 얻을 수밖에 없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요즘에는 동네서점은커녕 신문조차도 신간서적에 대한 정보원으로 삼지않게 된 듯합니다. 주로 인터넷 서점이나 블로그에서 얻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동네서점에서 새로 나온 신간을 몇 장 넘겨 내용을 확인하고 고르던 것과는 달리 요즘에는 누군가의 독후감 혹은 서점의 신간소개에 의존하다보니 막상 책을 읽고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책은 없는데요...>는 서점을 찾는 다양한 손님들과 점원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모아 소개하는, 생각해보면 기발한 기획입니다. 설마 서점에서 이런 일이 생길까 싶은 황당사건들도 많습니다만, 그만큼 서점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한 영국의 사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싶어 부럽기도 합니다.

내용은 저도 가보았던 에든버러 브런츠필드 플레이스에 있는 에든버러 서점과, 북런던의 하이게이트 지하철역 맞은편에 있는 고서점인 리핑 얀스 서점, 마지막으로 다른 서점에서 생긴 황당사건을 각각의 묶음으로 엮었습니다.

저도 나이를 들어가면서 기억이 자꾸 분명치 않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1960년대에 출간된 책을 찾고 있어요. 작가는 모르겠고 제목도 기억 안 나는데... 표지가 녹색니고요, 읽으면서 여러 번 깔깔 웃었거든요. 어떤 책인지 아시겠어요?”라고 묻는 손님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은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핵심단어를 이용하여 검색을 하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고, 핵심단어가 기억나지 않으면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검색을 주로 활용하면서 글을 쓰곤합니다.

(『율리시스』 한 권을 들고) 이 책은 왜 이렇게 길어요? 주인공에게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하루 안에 한 사람에게 이렇게 긴 분량의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요? 아니, 내 말은, 다들 일어나고, 아침 먹고, 출근하고, 퇴근하잖아요. 물론 가끔은 술 한잔 하러 가기도 하고, 그게 우리 같은 보통 사람 하루 일과잖아요! 그걸로 책 한 권을 어떻게 채운단 말입니까, 안그래요?(118쪽)“ 저도 같은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만, 막상 『율리시스』를 읽어보니 이해가 되더라구요. 앞서 질문한 평범한 사람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하루가 아니라 특별한 주인공, 그렇죠!, 오디세우스를 닮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하루도 특별할 수 있을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는 작가나 책이 인용되는 경우에는 옮긴이가 주석을 달아놓았더라도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괴물 글루팔로』를 읽고 악몽을 꾼다는 꼬마 여자아이의 이야기에 그 책이 공포를 느낄만한 책이 아니라고 하는 점원의 설명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서점에서 우유나, 로또복권, 드라이버, 콘돔과 같은 생필품을 찾는 손님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서점에 취금하는 상품을 책에서 이런 생필품의 영역가지도 확대해야 할 모양입니다. 하긴 고속도로를 비롯하여 공항에 있는 편의점에서는 잘 나가나는 책을 팔기도 하는 것을 보면 서점이라고 해서 꼭 책만 팔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요? 하여튼 서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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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1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처럼 2018-12-02 07:4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가 모르는 책이라서 검색을 해보기는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는지 확인이 안되더라구요...
제목이 다를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