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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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읽는 공학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최재붕교수의 <포노 사피엔스>를 읽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라는 부제가 달려 있지만 뭔가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는 스마트폰을 의미하는 포노(Phono)와 지성을 의미하는 사피엔스(Sapiens)를 결합한 단어로 2015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혜가 있는 인간(Homo sapiens)’을 음차한 포노 사피엔스는 ‘지혜가 있는 전화기’라는 의미가 되는 셈입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거나,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새로운 세대의 인간, 즉 신인류라고 한다면 생물의 분류체계에서 새로운 가지를 내야 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되는 셈입니다. 현생인류가 속하는 호모(Homo)족은 약 250만년 전에 등장한 호모 하빌리스가 사람아족에 속하는 오스트랄로피테신에서 진화해 나온 데서 시작합니다. 호모 에렉투스 등 원인, 호모 하이델베르그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 구인류, 그리고 크로마뇽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등의 현생인류가 호모속에 포함됩니다.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한 호모 족은 모두 멸종했는데, 호모 플로렌시엔시스가 1만2천년 전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지금까지는 독특한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을 이를 때 ‘호모’라는 족 아래 그 행태를 의미하는 단어를 붙이는 경향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현대에 들어 잊고 있던 걷기에 나선 사람들을 호모 워커스(Homo walkers)라고 부르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체질화된 신인류를 호모 족의 일원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읽어가다 보면 이들을 호모 족에서 떼어내 포노족이라는 신생인류로 새롭게 정의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조금 언급을 하였습니다만, 인류는 제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고 있다고들 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줄곧 물자를 생산하는 체계의 혁신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었다면 제4차 산업혁명은 시장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달라진 소비자, 즉 포노족이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새로운 세대가 주도하는 것인데, 기성세대의 머리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IT분야에서 앞서고 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주도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를 뒤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노정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입니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는 최빈국에 속하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하는 나라로 변모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원조를 주던 나라가 원조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단 최빈국에서 벗어나 먹고살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은 기성세대가 각고의 노력 다해서 이룩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기성세대의 과실을 누리는 세대는 기성세대를 적폐로 몰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든 신세대가 선도해야 할 새로운 변화를 막는 잘못도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압축성장의 시기의 우리 사회는 제약이 많은 구조적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기성세대를 이은 지금의 기성세대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풀어내고 앞선 세대가 깔아놓은 기반을 확대발전시킨 공로는 분명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기성세대의 자리에 올라서면서 기왕의 기성세대들이 하던 행태를 닮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잠깐 벗어나도 추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뒤처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지금 나아가느냐 뒤처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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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 - 소확행을 위한 해외 취업, 실전 뉴질랜드 생존기 해외 취업/이민 생존기
정진희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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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초에 우리 젊은이들더러 국내에서 취업이 안된다고 헬조선하지 말고 동남아에서 길을 찾으라는 여권인사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동남아의 경제가 활기를 띄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왜 우리나라의 경기는 제자리걸음을 하는지, 동남아로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 한다>는 <나는 독일에서 일 한다>에 이어 ‘해외취업/이민 성공기’ 기획의 연속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에서 7년째 살고 있고 있다고 하는데, 처음에 뉴질랜드 행을 결심한 것은 만30세 이전에만 가능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활용하여 영어를 배워보겠다는 생각으로 뉴질랜드로 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남성의 이해까지 얻어 뉴질랜드로 갔던 것인데, 중간에 생각이 바뀌어 뉴질랜드에서 직장을 얻었고, 더 나아가 새로운 남성, 역시 뉴질랜드로 취업차 스코틀랜드에서 온 남성을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합니다. 사랑한다면 영어 공부하러 가는 애인을 따라가야 하는 모양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선택한 나라이기 때문인지 나름 우호적인 쪽으로 정리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만, 이 책의 저자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대하여 정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설명대로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장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뉴질랜드에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두 번째 장은 뉴질랜드에서 취업하고 이직하는 과정을, 세 번째 장에서는 뉴질랜드의 직장문화를, 마지막 장에서는 뉴질랜드 사람들, 문화, 뉴질랜드에 사는 외국인들의 삶에 대하여 정리하였습니다.

사실 저도 외국에서 잠시 살아보기도 했지만, 나이가 있는 탓인지 우리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역시 속편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미국에서 정착해 살던 분들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인 저자의 경우는 또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에서의 삶은 지루하고 우리나라가 아니기에 말도 잘 통하지 않은 점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삶보다 나에게 맞는 더 나은 삶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뉴질랜드에 정착하는 편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에서의 한계는 분명할 것 같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외국에서 살다보면 자주 만날 수 없는 것도 그렇고,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직접 만나 위로를 할 수도 없으며, 사별이라고 하게 되면 임종을 지킬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행복하다면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은 자식이 원한다면 해보라는 입장이신 것 같습니다.

어떻든 외국에서 일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그 꿈을 펼쳐내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미리 알 수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직업 역시 다양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직업에 따라서 특별한 자격 같은 것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전공하고 있는 의학의 경우는 해당국가의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거나 그에 가름하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가 제일 힘들었다고 하는 저자의 고백에 저 역시 공감합니다. 길지 않은 미국 체류기간 중에 그리고 그 뒤에도 전화와 회의 참석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발표하는 것이야 준비한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해가면 되는데, 벌어지는 상황에 맞추어 듣고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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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유 - <미 비포 유> 두 번째 이야기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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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모예스의 장편 <미 비포 유>의 뒷이야기가 되는 <애프터 유>를 꽤나 뜸을 들이다가 읽었습니다. 어쩌면 전작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뒷이야기가 전작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는 속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간병하는 사람이 환자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는 않습니다만,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사랑에 빠지고, 남자 주인공은 그런 여성을 두고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결말을 두고 너무 자기중심적인 것 아닌가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사랑한 것 맞을까 싶기도 했구요.

하지만 <애프터 유>를 보면 전작의 남자주인공의 결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한 결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자 주인공 루이자가 윌 트레이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흔히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상실감 때문에 남아있는 사람이 아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윌 트레이너가 루이자를 정말 사랑했는지 의문이라고 하는 것은 남아있는 루이자가 얼마나 힘들어할지 제대로 살펴보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별한 사람이 때로는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이 각별하게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주어야 합니다. <애프터 유>에서는 그런 점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윌 트레이너의 죽음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루이자와 그의 어머니 카밀라였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세상과 겉돌면서 시간을 그리고 스스로를 소모하는 길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작가는 교회에서 열리는 애도수업에 참석하는 것을 비롯하여 윌 트레이너가 젊었을 적에 만난 여성 사이에서 여자아이를 낳은 것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사실 사랑했던 사람이 남겨놓은 자신과는 피가 섞이지 않은 혈육을 그저 이야기만 듣고 챙겨야겠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 루이자 정도의 오지랖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잊을 수 없었던 윌이었지만 새로 나타난 남성과 섹스를 나눌 수 있는데 사귀는 것은 고민이라는 이야기의 흐름이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사별한 사람을 너무 상투적으로 위로할 거면 차라리 위로를 하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캐시 피더슨의 <애도수업>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흔히 산 사람은 살 궁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자 역시 종국에는 산 사람이 사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역시 누이가 죽은 충격을 견디고 있는 샘이 “이미 죽은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게 돼요. 살아 있지 않더라도, 더는 숨 쉬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계속 곁에 있으니까요(184-185쪽)”

그래서인지 작가는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듯이 같은 아픔을 가진 샘과 루이자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될 듯한 암시를 남겨두었습니다. 역시 윌이 남겨놓은 혈육, 릴리 역시 작가가 루이자에게 주는 선물인 듯합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방황하는 10대 소녀가 루이자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루이자 처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릴리의 어머니 타니아는 윌과 헤어진 다음에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낳아야만 했던 릴리였지만, 딸에 대한 애정의 크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크기가 더 컸던 모양입니다. 살아가기 위하여 기댈 수 있는 남자를 찾는 일이 더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타이나는 윌이 떠났기 때문에 윌의 죽음을 지킨 루이자와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작만한 이야기는 없다고 합니다만, 어쩌면 하나의 이야기를 나누어놓은 듯한 느낌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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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 재미있고 감각적이고 잘 팔리는
김은경 지음 / 호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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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욕심이 한이 없다는 것을 빗대는 속담입니다. 책을 내고,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하여 칼럼도 쓰다 보니, 어쩌다 에세이를 청탁받기도 합니다. 주제를 어떻게 정했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꽤 여러 날을 두고 고민을 하다가 마감일에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아마도 칼럼과 차이가 무언지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청탁받은 바에 어느 정도는 부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제에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위키백과에서는 칼럼이란 ‘신문, 잡지 등에서 시사, 사회, 풍속 등을 촌평하는 기사 또는 난을 가리키는 말이다.’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수필(隨筆) 또는 에세이(essay)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산문 문학이다. 주제에 따라 일상생활처럼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경수필과 사회적 문제 등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중수필로 나뉜다. 특히 중수필에서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쓴 것을 칼럼이라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기왕에 글을 쓰고 있으니 본격적으로 에세이를 써보려 합니다. 하지만 섣부른 글로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역시 준비가 필요하겠지요. 준비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참에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라는 맞춤한 책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요즈음 주말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를 보고 있습니다. 출판사를 무대로 한 낭만희극인데 책을 출판하는 과정의 뒷이야기를 덤으로 알게 됩니다. 새 책의 광고 문안이 주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팔리지도 않는 책을 만들어낼 출판사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책의 내용이 잘 정리된 광고 문안을 만들어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의 광고 문안은 ‘재미있고 감각적이고 잘 팔리는’입니다. 사실 책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잘 팔리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집니다. 잘 팔리면 가계에도 도움이 될 터이니 일석이조가 되겠지요. ‘잘 팔리는 책’ 다음에는 ‘꾸준히 팔리는 책’이 되면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제 경우도 ‘잘 팔리는 책’은 아니지만 ‘꾸준히 팔리는 책’은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꾸준히 팔리려면 적당한 간격으로 개정판을 내야 할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에세이를 쓰겠다는 것도 결국은 책으로 엮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만들었을 때 잘 팔려야 할 것이므로 당연히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글을 쓰는 요령을 알려주겠다고 하니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를 안 읽을 재간이 없겠습니다. 이 책을 쓴 김은경 작가님은 출판사에서 에세이 전문 편집자로 9년여를 일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쌓은 내공을 이 책에 담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책을 내시기 전에 책방에서 에세이 쓰기와 교정․교열 강습회를 시작한 것이 이 책의 집필에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 워크숍은 ‘에세이를 써주셨으면 하는데요’라는 제목으로 일종의 원고를 청탁하는 개념으로 강습회 참가자들이 에세이를 써오면 이를 손보아주는 방식으로 4주간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곳과 가깝고 이런 강습회가 있었더라면 저도 참석했을 것 같습니다. 결국은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글쓰는 요령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출판사의 눈에 띄어 책을 내기까지 이러렀다고 합니다.

저자는 겸손하게도 (글쓰기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글을 쓰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책의 내용을 읽어가면서 느끼는 점은 제 경우는 어느 정도 기본은 갖추고 있는 셈이구나 싶었습니다. 다만 저자가 짚어주는 핵심사항 몇 가지를 글에 비벼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에세이란 ‘사적 스토리가 있으면서 그 안에 크든 작든 깨달음이나 주장이 들어있는 글’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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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를 사랑한다면, 한번쯤은 체스키크룸로프
김해선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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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출판사를 무대로 한 드라마 <사랑은 별책부록>을 즐겨보고 있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책을 벌써 6권이나 세상에 내보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시인과 시집출판에 관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시집을 내기도 어렵고, 그렇게 낸 시집이 팔리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다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은 어떤 시인의 이야기였습니다. 책이 팔리지 않는 것은 특정 분야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합니다. 치매에 관하여 20년 전에 냈던 책이 두 번이나 개정판을 내놓을 수 있었던 저는 특별하게 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책은 시인으로 갓 등단한 시인이 에곤 실레를 주제로 하여 쓴 일종의 산문입니다. 1890년 오스트리아의 동북부 툴른(Tulln)에서 태어난 실레는 1918년 28살을 일기로 죽었습니다. 당시 유럽을 강타한 스페인독감에 희생된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중에 시부문의 신인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산티아고를 걷고 나서 마드리드에 있는 어느 미술관에서 에곤 실레의 그림을 만나게 된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인연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드리드가 산티아고 순례길의 끝에 있는 것은 아니지 싶기도 합니다. 결국 다른 나라에서 한 달 이상 살아보기와 같은 막연한 희망이 에곤 실레와의 만남으로 현실이 되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에곤 실레가 죽기 전에 잠시 머물렀다는 체코의 시골 마을 체스키크룸로프에서 말입니다.

저도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가보았습니다만 체스키크룸로프는 인구 1만3천 명 정도가 사는 서울시 용산구 규모의 작은 마을로 체코슬로바키아의 서남쪽 오스트리아의 국경 가까이에 있습니다. 마을을 감돌아 흐르는 블타바 강은 상류라서인지 폭이 불과 몇m에 불과하며 지형자체가 평탄한 탓에 완만한 흐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체스키 크롬루프 성에서 굽어보는 마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느낌은 여전히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마을의 작은 광장에서 자유시간을 가졌을 때 에곤 실레 미술관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찾지 못하고 포기했던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동유럽 인문학 기행-21, 체코의 하회마을 체스키크룸로프; https://blog.naver.com/neuro412/221397144629).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말대로 40일까지 머물면서 이 마을을 그리고 에곤 실레를 느껴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에곤 실레를 처음 만나게 된 사연에서부터 에곤 실레의 족적을 뒤쫓아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등을 주유하면서 그의 출생과 예술,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 그를 도와준 클림트 등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물론 적절한 지점에서 에곤 실레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지 못하는 것은 정형화된 서술도 한 몫을 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면 에곤 실레의 작품에서 느끼는 바에 대한 것입니다. “에곤 실레가 자신의 몸이나 사람들의 인체 작품을 볼 때는 몸을 구성해가는 뼈와 세포, 표정까지 세부적으로 그려가는 에곤의 손길이 느껴지기도 했다.(58쪽)”는 대목에서는 표정처럼 인체의 외적 요소를 뼈라고 하는 내적 요소, 심지어는 세포와 같은 미세한 요소까지 한 통에 버무려 낸 탓에 왠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시체의 냄새를 맡으며 몸 구석구석까지 만지고 조사하는 어느 형사나 탐정가의 손길처럼, 민첩하게 움직이는 손가락들이 잠시 멈췄다 빠르게 움직이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대목에서도 자연사가 아닌 경우 사체를 다루는 것은 형사가 아니라 부검의사라는 것입니다. 부검 장면을 직접 보면 이런 느낌이 들까 싶기도 합니다.

에곤의 연인이었던 노이즐은 한 때 클림트의 연인이었던 관계를 안다면 세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금 더 깊이 살펴보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남습니다. 책에서 적지 않게 인용하고 있는 에곤 실레의 작품에 대해서는 조금 깊이 살펴보았더라면 하는 것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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