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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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몇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만, 책을 쓴다는 것은 참 힘든 작업입니다. 우리말로 쓰는 것도 이처럼 어려운데 나이가 들어서 새로 배운 외국어로 책을 쓴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지 싶습니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는 그 어려운 일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이 수필집을 낸 줌파 라히리는 런던에 사는 벵골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이주하여 로드아일랜드에서 성장하였고, 바너드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하였습니다.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면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르네상스 문화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서른셋이 되던 1999년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을 출간하여 그해 오 헨리 문학상과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런 저자가 2015년에 이탈리아어로 쓴 수필집이 바로 이 책입니다. 수필은 저자가 이탈리아어를 배워온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외국어로 책을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점은 책을 읽다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이탈리아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저자가 이탈리아어를 공부한 기간은 무려 20년이라고 합니다. 외국어로 듣고 말하기를 그 나라 사람처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책을 쓸 생각까지 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에는 2개의 단편소설과 21개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탈리아어 배우기를 호수건너기로 비유를 합니다. 크지 않은 작은 호수임에도 너무 깊을 것이라는 생각에 호수 건너편에 있는 오두막에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추스르려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크지 않은 호수를 건너는 방법은 호수를 가로질러 헤엄치는 방법도 있고, 호수의 가장자리를 따라 헤엄치는 방법도 있으며, 수영을 하지 못한다면 호숫가를 따라서 걸어도 될 일입니다. 즉 비유가 딱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거나 저자는 작은 호수 건너기에 해당하는 이탈리아어 배우기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이탈리아에 살아보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게 된 배경에는 박사학위를 받기 위하여, ‘17세기 영국 극작가들에게 미친 이탈리아 건축의 영향’이라는 주제를 붙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해외여행을 하고나서 여행기를 쓰다 보니, 해당국가의 말로 된 자료가 가장 많고 정확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어가 아니면 번역할 줄 아는 외국어가 없어, 영어로 옮겨진 자료를 통하여 중역하거나 혹은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럴 때는 그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초급정도의 해석능력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탈리아어로 글을 쓸 때 난 내가 침입자, 사기꾼같이 느껴진다(72쪽)’라고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어로 책까지 내게 된 데는 발명, 상상력, 창조성에 실마리를 준다고 믿는 ‘불완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내가 불완전하다고 느낄수록 난 더욱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94쪽)’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내 불완전을 잊기 위해, 삶의 배경으로 숨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글을 써왔다. 어떤 의미에서 글쓰기는 불완전에 바치는 경의다’라고 합니다. 임신 기간을 통하여 사람이 제 몰골을 갖추어가는 것처럼 ‘책은 창작 기간에는 불완전하고 완성되지 않은 어떤 것’이라고 합니다. 임신기간이 끝나면 사람은 태어나게 되는데, 책은 다 씌어지고 나면 죽는다는 차이가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자에게는 영어도 외국어일 수밖에 없는데, 커가는 동안 주로 영어를 사용하게 되고, 모국어라 할 벵골어는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일종의 언어적 괴리감 같은 것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이탈리아어라고 하는 제3의 언어를 시작함으로써 안정적인 구조의 언어의 삼각형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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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는 크리스마스처럼 - 위대한 광고의 탄생을 위해 첫걸음을 내딛는 광고인들의 필독서
이구익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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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되었습니다만, <광고천재 이태백>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통하여 광고일을 하시는 분들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광고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을 하다가 혹은 글을 쓰다가 드라마에서 본 광고인들처럼 참신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가깜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광고와 관련된 책에도 관심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티브는 크리스마스처럼>은 광고일을 하시는 이구익님이 쓴 책입니다. 세상이 복잡해지다보니 일을 세분하여 전문화하고 그런 전문가들이 모여 일을 하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광고 역시 몇 개의 분야로 나누어 일을 맡아 한다고 합니다. 먼저 기획자가 있는데, 광고주의 마케팅 담당자와 소통을 하면서 광고 기획의 방향을 잡고 업무 전반의 매니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광고를 제작하는 부문에서는 메시지를 담당하는 카피라이터와 비주얼을 담당하는 아트 디렉터가 있습니다. 이들을 총괄하는 사람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광고매체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미디어플래너가 있고, 디지털 광고회사에서는 개발자라는 분이 추가되는 듯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무에서 창조되는 경우보다는 꾸준하게 쌓여온 앎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더하거나, 다른 영역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끌어다가 새롭게 꾸며서 내놓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광고 역시 세상일의 법칙에서크게 다를 것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티브, 즉 창조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무엇을 추구하는 일의 특성 때문인 듯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크리에이티브마스'라는 디지털 전문 종합 광고회사를 차렸다고 합니다. 그리에이티브는 예수가 탄생한 크리스마스처럼위대하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물론 예수 역시 기본적으로는 유대교라는 종교의 틀을 바탕으로 박애의 정신을 담아 새로운 종교가 탄생하도록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에게는 특별한 날임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크리스마스를 다양하게 축복합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크리에이티브를 크리스마스 기간에 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내용으로 이 책을 꾸몄습니다. 특히크리스마스 시즌에 흔히 듣는 음악을 인용하여 광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도 특이합니다. 즉 크리스마스를 축복하듯이 광고를 준비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광고일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광고일을 안내하는 안내서이면서도도 저자 자신의 회사를 홍보하는 그런 책자가 되는 셈일 수도 있습니다.

4부분으로 구성된 내용은 먼저 크리스마스와 크리에이티브의 공통점을 다룬 1장, '크리에이티브는 크리스마스'다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2장 '크리스마스처럼 설레이는 크리에이티브'에서는 광고계약을 수주하고 광고를 준비하는 작업을 크리스마스를 맞는 기독교인의심정이라고 설명합니다. 3장의 '크리스마스의악몽같이 끝없는 크리에이티브'에서는 좋은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끊없는 산통을 겪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4장 '크리스마스를 즐기듯 좋은 광고만들기'에서는 해야 할 일이라면 즐기듯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마지막 5장 '크리스마스처럼 화려한 크리에이티브의 기념일'은 좋은 광고를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을 설명합니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합니다. 실패를 해보아야 성공하는 법을 제대로 알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목숨을 걸 듯 일을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수 있습니다. 광고일 뿐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을 즐기듯 하는 편이 효율면에서도 훨씬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들 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고 얻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배우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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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 여행지보다 더 설레는 테마별 호텔 여행 28
김다영 지음 / 반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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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우는 집이 아닌 상업적인 장소, 즉 호텔이나 여관에서 묵는 경우가 적지 않은 편입니다. 여행 혹은 하루 일과에 지친 몸을 쉬기 위한 장소로 생각하기 때문에 별다르게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호텔을 여행 한다>라는 제목의 책을 만났을 때 호기심이 당겼던 것 같습니다. 호텔을 여행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졌던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야 겨우 호텔을 여행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는 호텔이 그저 지친 몸을 쉬는 곳만이 아니고 호텔이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것들을 향유하고 즐기려는 목적으로 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호텔들을 찾아가 경험해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해외여행 잡지의 기자로 활동할 때, 취재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여행전문 강사로 발돋움을 하였고, 그 결과로 호텔을 살펴보고 평가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닌 호텔 가운데는 협찬을 받은 곳도 있고, 자신의 비용으로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5년여에 걸쳐 30개 국가의 120개 호텔을 이용하고 그 경험을 정리하였던 것을 이 책에 담아냈다고 합니다. 호텔을 찾는 목적에 따라서, 고요한 휴식의 시간이 필요할 때, 여행 준비를 하나도 못했을 때, 일과 여행을 동시에 해야 할 때, 도시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고 싶을 때, 호텔만으로도 떠날 이유가 충분할 때 등 다섯 가지의 영역으로 나누어 28개의 호텔을 소개하였습니다.

주제에 따라서 글의 내용도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호텔의 설비나 서비스 중심으로 글을 풀어내기도 하고, 호텔은 물론 주변의 환경까지 포함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책의 전반을 통하여 느끼는 문장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어떤 글에서는 신문의 기사처럼 건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흘러가는가 하면, 어떤 글은 비문이라고 할 정도로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여 읽는 흐름까지도 끊어지는 느낌이 남습니다. 그런 경우는 단어 선택도 문자의 흐름을 끊어놓을 정도로 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블로그에 올린 글들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 날 아침, 이불을 박차고 호텔 옆에 붙어 있는 허름한 식당으로 향했다.(98쪽)’라는 것도 무언가 강조할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박차고’라는 단어가 적절하게 사용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갓 구운 원두를 내려 신선한 커피 한 잔을 양껏 마시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라거나 ‘가뜩이나 영하의 날씨에 눈보라라도 휘몰아치는 날에는 아무리 의욕적으로 운동화 끈을 매고 문 밖으로 나선들 몇 시간을 채 못버티고 숙소로 퇴각할 수밖에 없다.(106쪽)’ 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세상에 신박한 호텔서비스가 다 있나!(113쪽)’라는 구절에서는 저도 모르는 ‘신박한’이라는 단어 때문에 인터넷검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신박(信泊)하다’는 “이틀 밤을 머무르다”라는 의미인데, 여기에서는 그런 의미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와우갤러리에서 신기를 신박으로 부르는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생각 없이 따라 쓰는 사람들이 ‘참신하다’ 혹은 ‘새롭고 놀랍다’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용례를 따른 것 아닐까 싶습니다. 필자 역시 글을 쓰고 책을 낸 입장에서 비문을 최대한 피하고, 심지어는 의미가 분명치 않은 유행어는 물론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어학자들도 놀라는 우리말을 우리가 훼손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특색 있는 호텔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해놓은 점은 좋았습니다. 물론 제가 이 책에 나오는 호텔에서 묵을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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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삶을 위한 과학의 역사 결코 작지 않은 역사 3
윌리엄 바이넘 지음, 차승은 옮김 / 에코리브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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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가 되었건 역사적 흐름을 정리한 책을 좋아합니다. 특히 관심이 많은 과학 분야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창의적인 삶을 위한 과학의 역사>는 영국 유니버스티 칼리지 런던의 웰컴의학사연구소의 명예교수인 윌리엄 바이넘이 쓴 책입니다. 저자의 서문이 없으니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마치 할아버지가 손녀나 손자에게, 혹은 부모가 자녀에게 잠들기 전 자분자분 들려주는 천일야화 같으면서도 중요한 발견과 사건, 이론 그리고 과학자를 중심으로 구성한 역사책이다.(324쪽)’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과학에 대한 문외한이라도 개념을 이해하고 과학 발전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도록 쉽게 설명’했다는 옮긴이의 말대로 술술 읽히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 저자는 ‘과학의 시초’로부터 ‘디지털 시대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40개의 주제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주제들을 살펴보면 일정한 원칙이 없이 마구 주어 담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학의 기원에서 시작하였지만 이내 의학, 화학, 물리학, 천문학, 우주물리학, 공학, 양자역학 등이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책의 틀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획안을 만들지 않고 생각나는 주제에 대하여 글을 쓰고는 그대로 편집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또한 의학 분야의 주제가 많은 것은 저작 의과대학을 나오고 의학의 역사를 전공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제 안에 들어있는 글의 내용도 일관된 흐름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항생제의 개발 역사를 설명하다가 중간이 인슐린의 제조하는 기술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항생제 이야기가 나오는 등의 방식입니다. 물론 글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아주 쉽게 읽힙니다. 하지만 전체의 맥락에 어울리지 않은 설명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데 매일 아침 마다 해가 뜨고 저녁마다 해가 지는 이유를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인간에겐 주변 세계에 대해 탐구할 능력뿐 아니라 호기심이 있었다. 이 호기심이 바로 과학의 핵심이다.(10쪽)’라는 부분도 과연 그랬을까 싶습니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요한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과학적 사고가 필요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즉 과학은 옛사람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되어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라고 말입니다.

의학 분야의 주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듯한 느낌에 더하여 팔이 안으로 굽는 논조도 보이더라는 점을 덧붙입니다. 저자가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학술계에 대하여 후한 듯한 느낌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부분이 그런지는 따로 갈라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읽어보시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앞서 잘 읽히는 서술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는 원저가 그렇다는 말씀일 수도 있지만, 번역이 그렇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습니다. 간혹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이 없지는 않습니다. 에너지의 효율을 논하는 대목에서 ‘만약 (엔진의) 완전한 효율을 1이라고 한다면, 실제 효율은 1에서 (나가는) 싱크의 온도를 (들어오는) 증기의 온도로 나눈 수치를 뺀 것이다. 환전한 효율 1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엔진이 증기에서 모든 열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때 들어가고 나가는 온도의 비율은 0이 될 것이다. 즉 1 – 0 = 1이 되는 것이다(216쪽)’ 여러 번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저의 표현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비유가 적절한가 하는 문제도 없지 않습니다. 산꼭대기에 오르는 일은 산 아래서 꼭대기를 향해 바로 기어오르는 방법이 있겠고, 산허리를 완만하게 빙빙 돌아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들어가는 에너지의  총량은 같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도 움직이는 물체가 이용하는 엔진이 100% 완벽한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지 부수적인 요소를 따져본다면 어느 쪽이 에너지를 더 사용하게 되는지 구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소소한 것들이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책읽는 흐름을 깨는 요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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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먹고살기 - 여행을 업으로 삼는 고수들의 노하우 먹고살기 시리즈
임효정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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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우리네 옛말이 틀린게 없습니다. 나이가 들기 전에 더 많은 곳을 구경해보려는 욕심에 열심히 놀러 다니고, 그리고 다녀온 곳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운이 떨어져 놀러 다닐 수 없을 때 읽으면서 구경한 것들을 떠올려보려고 말입니다. 운이 좋아서인지 이렇게 정리한 이야기를 인터넷 매체에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까운 분들은 여행 작가라로 불러주시기도 합니다.

‘말을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처럼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렇게 쓴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게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띈 책이 <여행 작가로 먹고 살기>입니다. 아직은 먹고사는 일은 따로 하고 있으니 절실한 것은 아니지만, 여행에 관한 책을 내야 명실 공히 여행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프롤로그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눅이 팍 드는 느낌입니다. 모두에 펼쳐놓은 “여행이라는 단어는 마치 사랑이라는 단어와 같아서, 듣는 순간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여행이 그렇다면, 여행에 관한 글도 그래야 한다. 여행 글을 읽는 시간이 마치 여행처럼 즐거워야 한다.”라는 첫 구절이 너무 강렬한 느낌이라서였을까요? 여행이거나 여행 글 모두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하거나 쓰고 있는가 돌아보게 만들더라는 것입니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여행을 하고 여행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임효정 작가는 여행 작가가 되는 길에 대한 강의를 맡아 하고 있다고도 하니, 여행 작가가 되는 꿈을 가진 분들에게는 딱 맞는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여행 작가의 속사정을 홀랑 털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여행 작가의 정체가 무엇인지, 여행 작가가 되려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한지, 특히 여행 작가라고 할 만큼의 글쓰기 비결은 무엇인지, 중요한 여행은 어떻게 준비하고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는 지, 좋은 여행사진은 어떻게 찍는지 등 여행 작가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여행 작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당신과 카페에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느낌으로 이 책을 말하듯이 쓰기로 했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독자가 읽게 될 책을 ‘해라’체로 쓴 경우를 본 기억이 별로 없어 꽤 당황했습니다. 카페에 마주 않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상대가 누군가에 따라서는 대화체가 달라져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막말로 해서 ‘책읽기가 거부하면 읽지 말던가’하는 심정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작가는 인터뷰어로도 활동하는 점을 살려 여행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일곱 분의 인터뷰 내용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 들은 이미 잘나가는 여행 작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행 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여행 관련 책들도 인세가 넉넉하게 들어올 정도로 인기를 끄는 책을 내는 여행 작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여행 글을 써볼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찾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세상 살아가기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가 되겠지만,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여행 작가 세계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 같습니다. 어떤 여행작가는 ‘제 책에는 정보가 거의 없어요. 요즘엔 검색만 해도 다 나오는데...’라고도 했는데, 사실을 검색을 해서 원하는 정보를 모으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 그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같은 여행지를 방법만 바꾸어서 세번 가는 것이 별날 것이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 작가의 책은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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