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 관계 -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심리의 첫걸음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외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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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이 조금씩 생기는가 봅니다. 뒤늦게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저도 나름대로는 인문학 분야의 책을 꽤 읽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가 있는 책을 읽게 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는 인문학 서적에 관심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퇴근길 인문학수업>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를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됩니다. 시즌 1의 경우 ‘바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하기’라는 부제로 하여 멈춤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을 읽으면서 주제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기’를 부제로 한 전환과 ‘일상의 시간에서 세상 밖으로 나아가기’라는 부제를 단 전진의 경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시즌의 기획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꼭지의 글을 읽으면서 인문학적 소양을 넓혀가는 재미를 느끼다 보면 12주가 금세 지나갈 것 같습니다. 저처럼 책으로 묶어 나왔을 때 한 번에 읽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즌2의 시작은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심리의 첫걸음’을 부제로 한 관계입니다. 분야는 심리, 경제, 사회, 문화, 신화, 과학, 역사, 문학, 고전 등의 분야에서 열두 분이 강의를 해주셨다는데, 그리고 보니 시즌1에서부터 계속 참여해주시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적당한 분량에 쉬운 설명, 그리고 깊이 있는 내용. 그래서 공부를 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느낌을 적어주신 분의 말씀에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최근에 근무환경이 갑자기 바뀌면서 특히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위기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인지 노주선박사님의 ‘다름의 심리학’이라는 주제가 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름대로는 열린 가슴으로 일을 해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변화해가는 환경은 제 생각과는 사뭇 다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다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오해를 하고 있는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얼마 전에 <취향의 발견; >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은 탓인지 김동훈님의 같은 제목의 강의도 쉽게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전자가 다소 취미에 가까운 내용을 다루었던 것에 비하여 김동훈님은 취향의 의미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것도 신선했습니다. 마지막 강의에서 취향이란 ‘좋아하는 대상을 감각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것(347쪽)’이라고 정의하고서는 ‘De gustibus non est disputandum’이라는 라틴어 경구를 소개하였는데, ‘취향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역시 취향은 각자 나름대로의 독특한 바가 있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취향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 역시 책읽기, 글쓰기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서인지 박일호님의 ‘현대인을 위한 여행인문학’이라는 강의도 집중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그저 소확행으로만 이해하는 것도 여행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앞서 김동훈님께서 취향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 것처럼 여행을 하는 이유에도 정답이 없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통계를 내기 위해서는 굵직굵직하게 나누어 개인들의 이유를 가급적이면 묶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겠지만, 여행하는 이유까지 굳이 그럴 까닭이 없지 않을까요?

강의를 해주신 분들 모두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시지만 간혹 정의나 개념이 분명치 않은 설명도 없지는 않은 듯합니다. 첫 강에서 사극의 영향 때문인지 무수리라는 표현을 일반화하여 사용한 듯한데, 무수리는 고려나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일하던 계집종을 이르던 왕실용어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반화하여 사용하는 것은 너무 자기비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자존감을 이야기할 때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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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 전염병에 의한 동물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기록
문선희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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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신이 인간에 내린 가장 큰 축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기가 복잡해지면서 내 일이 아닌 것은 그만큼 쉽게 잊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의도적으로 잊으려 노력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해던가 조류독감, 구제역 등이 돌면서 닭이나 오리, 돼지 등을 대규모로 살처분하는 모습이 방송을 탄 것을 기억합니다. 널찍하게 파놓은 구덩이에 버둥거리는 동물을 쏟아 붓고는 흙을 덮어 생매장하는 모습에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동물을 살처분해서 묻은 장소가 어디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뒤로 그 장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잊혀져가는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묻다>는 2010년 우리나라의 축산농가를 강타한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살처분되었던 동물들이 묻힌 장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 동물전염병을 관리하는데 있어 살처분이 유일한 방법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가 분명치 않습니다만 사진작가인 듯합니다. 그래서 살처분 동물을 묻은 장소를 곰팡이가 뒤덮고 있거나, 시간이 많이 경과한 곳의 경우 풀이 자라 뒤덮고 있는 사진들을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은 백 마디의 말보다도 정황을 담은 사진 한 장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에 실려 있는 살처분된 동물을 묻은 장소를 담은 사진이 충격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비가 늘면서 가축사육방식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식용육의 소요가 늘면서 풀어놓고 키우던 옛날 방식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위 면적에 키우는 동물의 개체수를 최대한 늘려 잡는 밀집사육의 경우는 동물의 면역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물전염병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과 같은 급성 전염병의 경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표준처리방식을 수립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물사육농장의 왕래를 금하고 전염병이 발생한 농장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 안에 있는 농장의 동물을 살처분하는 방식입니다.

작가는 이 경우에 처분 대상인 동물을 안락사시킨 후 소각하거나 매몰하라고 법에서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박한 상황임을 빌어 생매장하고 있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동물전염병을 조기에 차단해야 하는 행정당국의 입장에서는 법이 정한대로 하다가는 전염병이 전국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과연 급성 동물전염병을 조기에 종식시키려면 빠른 시간에 살처분을 해서 건강한 동물들과 차단시켜야 한다면 법을 보완하여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2013년부터 시작한 작가의 살처분 장소의 뒷모습에 대한 추적은 사진전을 통하여 세상에 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관련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칫하면 단발성 행사로 끝났을 수도 있는 일을 사명감을 더해져 후속조치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참 장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동물에 대한 안쓰러운 생각으로 감상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인 아닌지 하는 점입니다. 매몰장소에 출사를 다녀오는 날이면 동물들이 차를 따라오지 않나 후사경을 들여다보거나, 동물의 그림자가 밤새도록 창문 밖을 서성이는 느낌이 들었다고 적은 것을 보면 작가에게도 정신적으로 부담스러운 작업이 아니었난 싶습니다. 급성동물전염병의 관리가 과연 단순하게 인간들의 경제적 요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고, 또한 전염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하여 살처분 이외의 방법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 등도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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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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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읽었어야 할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제 나이에 <몬테크리스토백작>을 처음 읽었다 하면 믿지 않을 분도 계실 것 같기도 합니다. 늦게나마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지난달 프랑스를 여행할 때 남프랑스의 해안에 도착했을 때 인솔자가 읽어보면 좋다고 추천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엘바섬으로 귀양갔던 나폴레옹이 섬을 탈출해서 다시 권좌에 오를 무렵입니다. 그러니까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혼란기의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혼란기에는 세상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잘 나가던 귀족도 몰락할 수 있고, 별 볼 일 없는 사람도 기회만 잘 타면 귀족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남을 해치면서까지 제 욕심을 부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요.

어린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아 상선의 선장으로 내정받게 된 에드몽 당테스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의 성공을 시기한 같은 배의 회계 당글라르와 당테스가 사랑하는 여인 페르세데스를 연모하는 페르낭 몬테고가 의기투합하여 검찰에 고발한 것이 마침 검사의 부친이 연루된 상황이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당테스는 제대로 된 조사도 받지 못하고 마르세이유 앞바다에 있는 이프섬의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열아홉에 수감된 당테스는 감옥에서 만난 파리아 신부의 도움을 받아 감옥을 탈출하는데 성공하였을 뿐 아니라 신부가 감춰둔 어마어마한 보물까지 손에 넣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당테스가 자신의 삶을 무너뜨린 삼인방을 뒤쫓아 복수하는 과정이 길게 이어집니다. 감옥을 탈출한 당테스는 몬테크리스토백작, 선원 신드밧드, 부소니신부 등 다양한 인물로 변신을 자유자재로 하면서 복수의 목표가 되는 인물들에게 접근해갑니다.

228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설정된 복선 등이 깔끔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하소설의 경우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잘 풀어야 이해가 쉽기 마련입니다. 복수 또한 급하게 서두르다보면 오히려 스스로가 올가미를 쓰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에 완급을 잘 조절해야 하는 것도 잘 지켜지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정점에 오르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복수의 목표가 되는 삼인방이 상대가 누군지 깨닫게 된다는 설정이야말로 이야기의 완급조절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수에만 집착하면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데, 당테스의 복수는 사랑했던 여인 메르세데스와 그녀의 아들에게까지는 미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을 옭아 넣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당글라르를 살려주는 여유를 두었던 것도 그가 복수에만 매달리는 차가운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섭리를 지키지 못한 자를 사랑으로 감싸주는 여유를 가졌다고나 할까요? 복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까닭이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았습니다만, 사랑했던 여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녀의 아들과의 결투에서 져줄 생각까지 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단테의 <신곡>을 다시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처럼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읽으면서도 이미 가본 도시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손에 잡힐 듯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외국 문학작품을 읽을 때 작품의 배경과 당시의 사회상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이해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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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시작하는 진로탐구영역
김종형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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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는 일도 정리를 해야 할 나이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도 젊었을 때 진로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의 젊은 시절은 우리나라가 막 개도국의 위치에서 발전을 거듭할 무렵이라서 진로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을 할 정도는 아니었던 같습니다. 유망한 직업보다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고르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 역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돈벌이라 잘 되는 그런 과가 아니라 기초의학이라 할 병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에 남는 선택을 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상황이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바람에 대학을 그만두고, 전공분야도 달리하는 선택을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요즈음에는 직장을 얻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로를 선택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물론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조언을 해주시기는 합니다만,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니 깊이 생각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진로탐구영역>은 진로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진로탐색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적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별 고민하지 않고 선친께서 바라신대로 의과대학에 입학을 하고 그런대로 순탄하게 살아왔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작가의 말대로, “세상에는 연예인, 운동선수, 교사, 의사, 판사 말고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안정적이고, 재미있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직업이 얼마든지 있다”라고 합니다. 사실 이건 다 알려진 비밀입니다만, 의사가 3D 업종임에 틀림없습니다. 예전처럼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고 돈만 밝히는 그런 사람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돈을 벌기 위해서 눈치를 보아야 하는 데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저도 진즉 알았더라면 작가의 말대로 쉽게 돈을 벌고 재미있는 직업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무슨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서문에 이어 작가는 ‘1. 성공의 조건과 유망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2. 진로탐구를 위한 워밍업, 3. 진로탐색, 이제부터 시작, 4. 지금 한번 해보자, 5.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는 등의 순서로 진로탐구 과정을 설명합니다. 진로탐색으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고려하였음인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적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인용한 사례들이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작가가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가족여행지를 결정하는데 작가 나름대로 정보를 모아 분석한 끝에 남해안으로 가자고 제안했지만 아내분께서 ‘아니, 강원도로 가자’라는 한 마디로 최종결정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하여 ‘결국 내 의견은 별 의미도 없이 남해안이 아닌 강원도로 가야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평소대로 아내 분에게 결정권을 드리면 고민을 할 이유도 없고, 자신이 생각한대로 하지 못해서 쌓인 불만이 스트레스성 장애를 일으킬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작가께서는 아내분이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1/814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욕조에서 넘어져 죽을 확률이 1/80만,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이 1/428만과 비교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책 읽는 이 입장에서 보면 부정적인 비유보다는 긍정적인 비유를 읽는 편이 부담이 덜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반면에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진로탐색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작가의 주장에는 크게 공감합니다. 책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더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작가 역시 치열한 고민 끝에 젊은이들의 진로탐색 멘토라는 직업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삶에는 우연이라는 요소가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고민을 해주어야 할 때는 적당한 정도로 고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부터 시작하는 진로탐구영역>은 진로결정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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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진 나라, 스위스에 가다
구니마스 다카지 지음, 노시내.이덕숙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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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여름에 되면 스위스에 가보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만년설이 덮힌 산에 오르면 더위는 까마득하게 잊을 것 같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지난달에 남프랑스를 거쳐 밀라노에서 비행기를 탈 때도 멀리서 알프스를 구경했을 뿐더러, 오래 전에 이탈리아의 스트레사에 갔을 때는 멀리서 알프스를 구경하기도 했고, 귀국할 때는 취리히에서 환승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위스에 발자국은 남긴 셈입니다.

하지만 스위스의 진면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다부진 나라 스위스에 가다>는 스위스를 구경하기 전에 사전공부 삼아 읽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찰출신으로 경찰청 장관을 지낸 바 있는 구니마스 다카지씨가 스위스에서 3년간 대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스위스와 스위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스위스는 지극히 유별난 나라이다. (…)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말하며, (…) 프랑스인도 독일인도 이탈리아인도 아닌 스위스인에는 틀림이 없지만 (…) ‘스위스 사람’이란 스위스 어느 구석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묘한 말을 서문에 적었습니다. 우리는 빌헬름 텔(우리는 영어식으로 부르는 윌리엄 텔로 알고 있습니다)이 스위스의 건국과 관련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실존인물이 아니라고 합니다. 실러가 전해오는 빌헬름 텔의 전설과 스위스 건국의 영웅담을 엮어 쓴 서사극의 영향으로 그렇게 믿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스위스에 대하여 일본사람들이 고정관념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고, 스위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1장 ‘스위스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빌헬름 텔을 통하여 스위스의 건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최근에 유엔에 가입하게 되기까지 스위스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오랫동안 유럽을 지배한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가 사실은 스위스에서 출발한 가문이라는 것,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뿌리가 되었던 장자크 루소가 스위스 사람이라는 것, 스위스가 영세중립국을 추구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합니다.

2장 ‘스위스를 스위스답게 하는 것들’에서는 스위스의 민병대제도, 민방위제도, 공동체 뷔르거게마인데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3장 ‘스위스의 깊숙한 내면’에서는 스위스와 스위스사람들의 속내에 접근하기 위하여 돈, 유머, 축제 등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스위스사람들이 잘 쓰는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1. 스위스는 작은 나라입니다, 2. 스위스는 섬나라입니다, 3. 우리는 실용주의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에 섣불리 맞장구를 쳤다가는 어색한 상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생각을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오늘날의 스위스가 있게 한 것은 알프스 산맥에 흩어져 사는 스위스 사람들이 북유럽과 이탈리아를 잇는 전략적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산악지형이라는 독특한 자연적 입지를 바탕으로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제국, 나폴레옹의 프랑스제국 등과 맞서면서 키워온 용병제도가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외국에 팔려나간 용병들이 벌어들이는 자금과 정보력이 정밀기계와 금융 등 기간산업을 일구는데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스위스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나치 독일에 협력한 부분에 대하여 연합국 측의 곱지 않은 시각도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중립을 표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제국 가운데 유일하게 스위스는 나치에게 협력했다는 것인데,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특히 스위스로 피난하려는 유대인들에게 국경을 폐쇄함으로써 죽음을 맞도록 방치한 점, 그리고 희생된 유대인들이 남긴 휴면계좌를 방치하고 유족들에게 반화하지 않은 것 등이 문제였다고 합니다.

스위스를 공부하기에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부분인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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