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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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은 기욤 뮈소의 2009년작 소설입니다. 신출귀몰하는 도둑을 아버지로, 그 아버지를 뒤쫓는 경찰을 첫사랑으로 둔 여인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이야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젊은이가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소르본 대학을 졸업한 마르탱은 미국을 공부하기 위하여 샌프란시스코에 왔던 참에 버클리 대학의 카페테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버클리대 학에 다니는 가브리엘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프랑스 사나이답지 않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미국 체류 마지막 날에서야 겨우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합니다. 다음날 공항에 나간 가브리엘은 ‘조금만 더 있어 줘’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그 열흘을 바쳐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지만 미래를 약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브리엘에게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 마르탱은 애써 모은 돈으로 샌프란시스코-뉴욕 왕복 비행기표를 가브리엘에게 보내고, 자신은 파리에서 출발해서 뉴욕으로 갑니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뉴욕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랑이 식은 건지,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인지는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작가가 너무한거죠...?

그리고 세월이 흘러 경찰이 된 마르탱은 몇몇 부서를 거쳐 OCBC(프랑스 문화재 밀거래 단속국)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고흐의 자화상을 훔치려하는 세기의 도둑 아키볼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흐가 남긴 마흔 점이 넘는 자화상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기 1년 전 생레미드프로방스의 요양원에서 그린 자화상이라고 했습니다. 고흐의 자화상들은 고흐의 병세와 내면의 혼란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짐작하게 해주는 시간의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고흐의 자화상에 대하여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반 고흐가 금박을 입힌 나무액자 안에서 걱정 어린 시선으로 아키볼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대의 눈길을 찾아 헤매는 것도 같고, 왠지 피하는 것 같기도 한 시선이었다. 음영이 들어간 붓 자국이 고흐의 무뚝뚝하고 여윈 얼굴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었다. 화가의 얼굴을 덮은 오렌지색 머리카락과 불꽃색깔의 수염 그리고 환각의 세계를 표현한 듯 소용돌이치는 아라베스크 문양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이었다.(48쪽)”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서 아키볼드는 ‘나는 누구인가’ 묻고 있습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로 그린 고흐의 자화상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정신을 놓을 만큼 고심했던 한 화가의 고뇌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키볼드를 잡기 위해서 마르탱은 강박증이라 할 만큼 아키볼드에게 집착했다고 합니다. 아키볼드처럼 생각하고,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갔고, 아예 아키볼드 맥린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백 명이 지켜도 도둑 하나를 잡기 어렵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도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수사방식을 읽으면서 JK 롤링의 환상소설 <해리 포터> 연작의 두 주인공 해리 포터와 볼드모트가 대비됩니다. 선과 악의 양 끝에 있는 두 사람이 의외로 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해리 포터가 볼드모트의 생각을 엿본다거나 볼드모트 역시 해리 포터의 움직임을 알고 있는 등의 이야기 말입니다.

어떻든 쫓고 쫓기는 입장의 아키볼드와 마르탱이 결국은 ‘천국의 열쇠’라는 이름의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를 두고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신 없는 나는>에서는 환상적인 요소, 즉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대기하는 공간을 두었다는 것입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죽음으로 향하는 비행기와 삶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는 탑승대기구역을 마련한 것입니다. 탑승대기구역에서 삶과 죽음이 몇 차례씩이나 뒤바뀌는 묘미가 있습니다. 운명은 아키볼드와 마르탱,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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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에 기대어
이민철 지음 / 전남대학교출판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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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전문의 시험을 같이 치렀던 동기 두 분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였습니다. 전남대학교 병리학교실에서 근무하다 정년을 맞은 이민철교수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하여 서울에 터전을 잡았다해서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병리학 공부를 막 시작하던 해에 학술모임에서 처음 만난 두 분은 모두 대학을 지키다다 지난해 은퇴를 하였고, 이러저런 이유로 대학을 떠난 저는 다른 분야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기는 합니다.

<현미경에 기대어>는 자리를 마련한 이민철교수가 선물로 준 책입니다. 정년을 맞으면서 썼다고 합니다. 살아온 날들을 회고하면서 병리학, 특히 세부전공인 신경병리학 분야에서 해온 연구업적도 정리했는데, 전문용어들이 많아 다소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책을 받아 책장을 넘겨보았을 때는 현미경 사진을 비롯하여 병리표본 사진들이 많이 곁들여있어서 병리학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친숙한 것들이라서 흥미로웠지만 일반 독자들이라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

저 역시 이민철교수처럼 신경병리를 세부전공으로 공부를 하였던 바라, 책에서 여러 번 소개된 전미 신경병리학회 등 국제학회에도 여러 차례 같이 참석하였습니다. 지금도 기억합니다만 이교수와 해외학회에서 처음 만났던 것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전미 신경병리학회였습니다. 같은 해 미국에 공부를 하러 갔기 때문이었습니다. 학회가 끝나고 세인트루이스의 명물 게이트웨이 아치에도 올라가 도시의 전경을 굽어보고, 마크 트웨인의 족적을 따라 미시시피 강을 운항하는 유람선을 같이 타보기도 했습니다. 해외학회에도 혼자 가는 것보다는 누군가 같이 가면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책내용을 보면, 이교수가 병리학을 공부하게 된 과정, 특히 신경병리학을 공부하게 된 인연을 먼저 소개하고, 신경병리학이 다루는 다양한 연구 분야들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대학에서 일하는 병리학자들은 진단과 실험 그리고 학생교육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개하고 싶은 사연들이 많았음 직 합니다만,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들만 잘 골라낸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계질환을 공부하였는데,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무렵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신경병리학적으로 접근할만한 사례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때 착안했던 뇌은행사업은 외국에서는 오래전에 시작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부검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어떻든 그런 인연으로 전공한 분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써냈으니 저도 할 만큼은 해온 것 같습니다.

제가 전공했다는 퇴행성 신경계질환 분야에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인 것을 보면, 이교수가 이 책을 쓰기 위하여 많은 자료를 섭렵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억 등에 관한 최신 연구동향을 소개한 부분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자료를 모으면서 준비해온 기억에 관한 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현업에서 물러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책의 말미에 이르면 병리학, 특히 신경병리학을 전공하면서 후학을 키워내던 40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논문이 유수한 학술지에 실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이민철 교수가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라는 것이 요즘들어 우한폐렴사태로 주목받게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시약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분자생물학 분야라고 하니, 앞으로도 연구에 더 매진하여 좋은 연구성과와 논문을 낼 수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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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출근했는데, 뭘 하라고요? - Z세대 직장인이 회사에서 살아남는 성과 창출 프로젝트
윤홍준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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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나이가 넘었는데도 자기계발서를 읽게 되는 것은 아직도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어서는 세상사는 이치를 배우려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면 지금은 같이 일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자기계발서를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정리해서 인생 후배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를 써볼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막 출근했는데, 뭘 하라고요?>는 Z세대라고 하는 요즈음 젊은이들은 물론 그런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는 꼰대세대를 위한 직장생활 조언을 담았습니다. <현장근로자를 위한 4S 직장 성공기>를 쓴 ㈜신성이엔지의 윤홍준 상무이사님의 두 번째 저서입니다. <현장근로자를 위한 4S 직장 성공기>가 자신의 직장생활을 요약한 내용이라면, <이제 막 출근했는데, 뭘 하라고요?>는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한 지침서라고 할 만합니다. 저자의 첫 번째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을 읽으신 저자께서 직접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었던 베이비붐 이후에 태어난, 그러니까 1970년대 태어난 젊은이들을 X세대라 불렀던 데서 시작하여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Y세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Z세대로 구분하는데, 세대별로 다양한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X세대가 개인주의를 중시하던 세대라고 하면, Yepto는 ‘You Live Only Once’를 줄인 YOLO(욜로)의 의미를 중시하는데, ‘인생은 한번 뿐이니 뭐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라는 도전주의 정신의 세대라는 것입니다. 이 책의 화두가 되고 있는 Z세대는 편견 없이 다양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베이브붐세대의 대표주자라 할 58년 개띠보다 조금 이른 나이라서 Z세대의 젊은이가 보기에는 꼰대 중에서도 상꼰대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화고 이 책을 읽어가다 보니 의외로 Z세대들과도 통할 수 있는 점이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내의 성화 때문에 대충 정리를 했습니다만, 넥타이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에 생각의 격차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적의 적은 내 편’이라는 근거 없는 이론도 있고, 세대를 건너뛰면 오히려 생각의 차이가 줄어들 수도 있겠습니다. 예전의 대가족제도에서도 보면 아이들이 부모보다 조부모를 잘 따르고 조부모 역시 손주들을 더 예뻐하는 것을 보면 근거가 전혀 없어보이지도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자는 갓 입사한 Z세대가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을 상정하고 이들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관행처럼 해오던 신입사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선 중견기업에 입사하여 인사부에 배치한 지 6개월 되는 신입사원을 중심에 놓고 인사부, 나아가 회사 전체에서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1월 6일(월요일)부터 10일(금요일)까지 신입직원부터 팀장에 이르기까지 6명의 인사부직원들이 해낸 일들을 뒤쫓는 방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기간 중에 등장인물들이 나눈 이야기는 대화체로 적고,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지문형식으로 정리하고 있어서 직장인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입 시절부터 월요병을 앓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신입직장인이라면 머릿속에 새겨둘만한 20가지의 상황들, 혹은 단계들을 1.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Z세대에게, 2. 성과 그게 뭔가요? 먹는건가요?, 3. 직장에서 성과를 내는 기술을 따로 있다, 4. 성과를 200% 끌어올리는 방법, 5. Z세대여, 스마트 에너자이저가 되자, 등 5개의 영역으로 정리해놓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데 3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자기계발서의 브리태니커사전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기계발에 관한 수많은 명언들이 상황에 맞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반복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만, Z세대와 함께 일하는 직장선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책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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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리커버 특별판)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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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독서동아리 독심회(讀心會)에서 이달에 읽은 책입니다.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책읽기가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2009년에 발표된 정유정작가님의 <내 심장을 쏴라>는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되는 두 젊은이의 탈출기입니다. 정신과 폐쇄병동은 누구든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작가는 간호사출신이고, 간호대학에 다닐 때 정신병원에 실습을 나갔던 것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정유정 작가님께서는 독심회(讀心會)가 속한 심평원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고른 것은 아닙니다만 이 책을 제안하고 발표해주신 분 역시 간호사 출신이고 정신병원에 갇힌 두 젊은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정신과 폐쇄병동은 들여다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야기는 강원도 어디쯤 수리산 자락에 있는 수리 희망병원을 무대로 전개됩니다. 안양에 있는 수리산이 강원도 어디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 갇힌 두 젊은이 수명과 승민이 폐쇄병동에 갇힌 이유가 과연 정신병 때문인가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환자가 원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자발입원이 늘고 있기는 합니다만, 보호자에 의하여 입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보호자가 돌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키다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입원을 악용하는 사례가 없지도 않았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신병동에서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어요.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213)라는 주인공 수명의 이야기도 나오는가 봅니다.

이야기를 보면 수리 희망병원에서 정신질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나 보호사들이 환자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격리실에 가두는 일을 빈번하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정신병원에 입원한 정신질환자가 구타를 당하고 숨진 사건이 있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정신병원 안에서의 폭력이 근절된 것은 아닌가 봅니다. 제가 일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의료행위들이 의학적으로 적절하고 환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가 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병원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의 무대인 수리 희망병원 같은 곳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수명이 정신병원심판위원회에 출석하여 심리를 받으면서 수리 희망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수명이 정신병원에 처음 갇히게 된 것은 낯선 동네에서 모르는 여성을 쫓아가다가 성폭력 미수로 경찰에 체포된 사건 때문인데, 위원회에서 처음 밝히는 그 사건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왔습니다. 저는 몇 시간째 거리를 헤매고 있었죠. 피곤하고 흠뻑 젖은 데다, , 불안해서..... () 저는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7-8)” 그런데 경찰을 비롯한 세상 사람들은 그 설명을 들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장면을 비롯하여 수리 희망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미쳤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조리가 없고 허황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절실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폐쇄병동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협력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슴없이 도와주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관계가 승민이 아파서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서로 도와 승민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폐쇄병동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3자적 시각에서 그려낸 것이 아니라 그들 속에서 같이 움직이며 그들의 시각에서 기록해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되었거나 수명은 여러 정신병원을 전전하고 심지어는 공주 치료감호소를 다녀온 끝에 조현병을 치료하고 퇴원하는 좋은 결말을 맺게 되었습니다. 사실 조현병도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적적한 치료를 일관되게 받으면 완치되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데, 초기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운 만성 조현병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합니다. 수명이 정신병원에 갇히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수명의 입원 중 죽음을 맞음으로써 수명과 아버지 사이에 얽혔던 여러 상황에 대하여 서로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살면서 누군가와 얽힌 사연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합니다.

이 책을 발표하신 분이 감명 깊었다고 말씀하신 부분입니다. “땅거미가 깔리고 있었다. 하늘도, 숲도, 수리호도 온통 먹빛이었다. 땅거미의 먹빛은 동트기 전의 먹빛과 의미가 다르다. 불안을 부르는 빛이었다. 충동을 깨우는 빛이었다. 머리를 낮추고 포복해오는 광기의 그림자였다. 크고 작은 사고, 폭력과 자살 소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 바로 땅거미가 내릴 무렵이었다. (136)” 작가가 얼마나 세밀하게 사물을 관찰하고 서술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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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 강의 with 인디자인 - 10년차 디자이너에게 1:1로 배우는, 개정판
황지완 지음 / 한빛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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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영등포에 있는 청색종이 출판사에서 개설한 편집디자인 교육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끄적거려온 글들을 어떤 모습이든 책으로 만들어보려는 욕심 때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주 1회씩 주간의 교육을 받은 소감은 ‘아무래도 재수강을 해야겠구나’하는 것과 ‘개인 출판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재수강을 고려하면서 일단 책으로 정리할 최종 원고를 한편 정도는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써두었던 원고를 손을 보려할 즈음에 이담출판사의 제안으로 책을 내기로 하면서 그 책의 원고를 준비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지난해 말에서야 마무리PORO

금년 들어 디자인 교육을 다시 받기 위하여 원고준비를 시작하려는 순간 우한폐렴 사태가 벌어지면서 청색종이의 편집디자인 교육 역시 잠정적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상에 어려운 일이 책을 만드는 일인 것 같습니다. 책을 빌려보던 동네 도서관도 2월 중순 문을 닫았는데,  3개월 가까이 문을 닫았다가 2주전에 내부 시설을 개수하여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구입하고 읽지 못하던 책은 물론 아이들이 사서 읽은 책까지 섭렵하면서 도서관이 문을 열기를 기다렸습니다. 모처럼 찾은 도서관에서 신간 중심으로 책을 고르던 중에 노란 표지로 된 <편집 디자인 강의>라는 책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빌려왔는데, 막상 읽어가다보니 편집디자인 교육을 받은 것과 거리가 있어서인지 금세 이해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은 물론 편집실무를 하면서 부딪히는 문제까지 다루려다보니 저처럼 도서편집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는 초보가 이해하기에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10년차 디자이너에게 1:1로 배우는’이라는 부제처럼 편집을 배워서 어느 정도 하시는 분들을 위한 심화교재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편집 디자인 강의>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PART 01 편집디자인 워크플로우에서는 1장 편집디자인 너를 알고 싶다!, 2장 편집디자인 첫걸음, 종이 정복하기, 3장 그리드를 알면 디자인이 쉬워진다, 4장 편집디자인의 핵심, 타이포그래피, 5장 면과 선의 매력적인 변신, 꼼꼼히 알아야 할 표, 6장 디자인에 활력을 주는 색상, 7장 편집디자인의 꽃, 사진과 일러스트, 8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출력, 인쇄, 제책의 순서이며, PART 02에서는 PROJECT 1 나만의 텍스처로 만드는 굿즈 디자인, PROJECT 2 에세이,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표지 디자인, PROJECT 3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본문 디자인, PROJECT 4 나의 스페인행 본문 디자인, PROJECT 5 달력을 응용한 다이어리 디자인, PROJECT 6 헬렌을 위한 경제학 양장 표지 디자인, PROJECT 7 30대에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들 상세 페이지 디자인 등의 순서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PART 01에서는 편집디자인의 기초를 정리했고, PART 02에서는 실제 원고로 편집디자인을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역시 편집디자인을 배워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책을 읽어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편집할 원고를 준비하고 인디자인 프로그램에 올려놓고 작업을 하면서 막히면 책을 찾아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된 것만으로도 일단 책을 읽은 성과는 나온 셈입니다. 일단 책을 도서관에 반납을 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책을 사서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읽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책을 꾸미는데 반영할 좋은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조언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전 준비가 모두 끝나면 본격적으로 책을 다시 읽으면서 편집에 도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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